한 며칠 머리를 어지럽게 한 단백뇨라는 것. 단백질이 섞여나오는 오줌이다. 소변에서 분간할 수 있는 일차적인 것은 소위 거품뇨, 거품이 많은 소변이다.
평소에 소변에 거품이 많은지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근데 그게 어느 날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병원에서 심장CT 촬영을 하면서다. CT촬영을 위해 조영제를 몸에 주입하면 물로써 그걸 씻어내야 하니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그러니 자연 소변이 잦다. 그러면서 어쩌다 보니까 소변이 거품이 많은 걸 본 것이다. 거품뇨를 보면서는 뭔가 기분 좋지않은 게 집혀졌다. 주지하다시피 신장, 혹은 콩팥에 이상이 있으면 생기는 초기 증상 중의 하나.
그러니까 신장 기능이 안 좋아지면 단백질이 그냥 소변으로 배출이 되면서 단백뇨로 된다는 것인데, 어쨌든 나는 나에게 그게 생긴 줄로 안 것이다. 신장이 망가지면 만성신부전이고, 그게 어떤 것이라는 건 알고있다. 어라! 했다가 우짜지?가 됐다. 나로서는 심장 이상 보다 오히려 신장 쪽 문제가 나에게는 더욱 큰 골치거리로 다가온 것이다.
때 맞춰 이런 일도 있었다. 처이모부가 며칠 전 거품뇨 때문에 병원엘 갔다가 안 좋은 얘기를 들은 것이다. 처이모부는 연세가 높으신데, 거품뇨를 그냥 그러려니 하며 그동안 방치하다 이번에 뭔가 어떤 낌새를 느끼고 병원에 갔던 것이다. 의사는 투석 아니면 이식 밖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했고 내 아내가 많이 따르는 처이모는 그래서 걱정이 태산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답답하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 그냥 병원에 가서 소변검사를 하든가, 그게 귀찮으면 약국에서 파는 소변검사 스틱으로 검사를 해 보면 된다. 나도 그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조치는 취하질 않고 그냥 걱정만 해대는 것이다. 나름의 이유는 이렇다. 그 바탕은 나름의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짓이다.
이미 신장병에 걸렸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할 것인가. 아울러 신장병을 전제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 이게 이런 경우 대체적으로 하는 나의 버릇이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일들에 대처하는 나의 방식은 늘 이런 식이다.
그나마 이번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무슨 심사였는지 모르겠으나 일산병원 신장내과에 진료예약을 잡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예 그럴 생각도 없는, 내 스스로 검사하는 것보다 종합병원에서 확실한 검사를 받아보자는 것인데, 이 또한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않는 처사 아닌가.
어제가 심장병 체크 결과를 듣는 날, 의사는 심장이 건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렇다. CT 상에 한 군데 혈관이 70% 정도 막혔다. 그러니 스텐트 시술을 하는 게 좋겠다. 건강한 심장이라며 잘 나가는 투로 나가다 그렇게 말하는 게 어패가 좀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냥 수긍을 했고, 의사는 시술 날짜를 잡아주었다. 의사는 그러고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혈액검사 결과는 좋습니다. 당뇨. 혈압. 신장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건강합니다.
의사의 그런 말 중 내 귀에 벼락처럼 꽂힌 말은 바로 ’신장‘이었다. 내가 신장, 신장이랬습니까고 물었다. 의사는 좀 의아스런 표정으로 그렇다고 했다. 내가 선 자세로 두서도 없이 말했다. 거품뇨가 어떻고 단백뇨가 어떻고 그래서 신장병이 어떻고, 그래서 신장내과 예약이 어떻고… 내 말을 듣던 의사가 웃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신장은 건강하고 좋습니다. 혈액검사 상으로는 신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소변에서 보이는 거품이 단백질 때문이라면 그것과 신장병과의 관계는?
오늘 아침 동네 박 내과병원에서의 정기검진. 혈액 등 제반 검사와 더불어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의사 앞에 앉았다. 위는 약간의 위염 증세를 제하고는 깨끗했다. 일어서려는데 의사가 내 심장 이상에 관해 물었다. 초진을 했기 때문에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18일로 스텐트 시술일짜를 잡았다고 했고, 의사는 잘 됐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또 신장에 관해 물었다.
이렇고 저렇고, 그리고 백병원에서 혈액검사 상으로는 이상이 없다 운운. 그러면서 소변검사 결과가 하나 남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는 건넌 방 검사실에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실에 갔더니, 의사가 이미 연락을 해놨던지 여 직원이 들어서자마자 말한다. 아, 단백뇨요? 없어요, 그 거 전혀 없어요.
이제 한 가지 일만 남았다. 13일 일산병원 신장내과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묻고있다. 그래도 되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