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寄鄭伯容(차기정백용)
정이오(鄭以吾:1347~ 1434)
본관은 진주. 자는 수가(粹可), 호는 교은(郊隱) · 우곡(愚谷). 시호는 문정(文定).
1374년( 공민왕 23) 문과에 급제. 1394년(태조 3) 지선주사가 되었고, 1400년(정종 2) 성균관악정이 되었다.
1409년 동지춘추관사를 역임했으며, 1413년 『태조실록』 편찬에 노고로 예문관 대제학이 되었다.
1418년 72세로 치사(致仕) 하였으며, 숭정대부(崇政大夫)에 올랐다.
저서로는 『교은집』 · 『화약고기(火藥庫記)』가 있다.
가는 이월이 아쉬워 문을 막았더니, 삼월이 오고
二月將闌三月來 이월장란삼월래
일 년 봄빛이 꿈속에서 돌아가네
一年春色夢中回 일년춘색몽중회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시절
千金尙未買佳節 천금상미매가절
누구 집에 술익고 꽃이 피었던가
酒熟誰家花正開 주숙수가화정開
*
부천 중동에 사시는 누님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 되면 잠깐, 들이라고......
지척이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 하다 보니
서로 얼굴보기도 힘이 든다.
내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
매번 매형은 책을 구해서 주고
길쭉한 유리병에 담은 하수오와 진도 홍주를 선물로 주셨다.
젊은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술을 즐겨 드신다.
오죽하면, 누님은 집에서 술만 봐도 지긋지긋해서
내가 오면 담금주를 주신다.
주위에 벗들이 많이 계셔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정 때문에 마신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이도 있고, 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한번 마시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고
다행히 주사가 없어서 주위에 인심은 잃지 않으셨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뉴스마다 술로 인해 사고가 넘치는 것을 보면
시대가 사람을 바꿔놓았는지
아니면 사람이 시대를 바꿔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시의 화자처럼
달이 바뀐다고
꽃이 피었다고
집에 술이 익어간다고
부르고 싶고
보고 싶고
한걸음에 달려가서
서로 백 년 시름을 나눌 벗이 몇이나 될까.
사뭇, 부럽고 질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