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조병화(1921~2003)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나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조병화(1921~2003)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동경고등사범학교 재학시 일본 패전으로 귀국. 해방 후 경성사범학교 교수로 시작, 인천중학교·서울중학교 교사를 거쳐 경희대 교수를 지냈다. 1949년 ‘버리고 싶은 유산’ 발간하며 등단. 시집으로 ‘하루만의 위안’‘인간고도(人間孤島)’‘공존의 이유’‘오산 인터체인지’‘마지막 그리움의 등불’‘길은 나를 부르며’‘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등이 있다.
//시인은 호수를 보며 사람을 생각한다. 개개의 분자 하나하나를 생각하면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다. 이 서로 다른 물의 분자에 사람을 대입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같은 법칙에 의해 윤회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진면목이 아닐까?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