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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백양사=진달래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 flower@ibulgyo.com
동안거 해제 앞둔 백양사 운문선원 정진 현장
2월23일 ‘수행제일도량’ 운문선원서
석 달간 화두 참구...산문 밖으로 만행
주지 무공스님, 만암스님 등 정신 강조
결제 해제 따로 없듯 어제 내일도 없어
분별 집착 내려놓고 ‘일일시호일’ 해야
“갈등의 시대, 시민불자도 선명상하며 마음 중심 잡길”
옛날 중국의 운문 선사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했다. 분별심을 내려놓고 매일매일을 좋은 날로 만들면서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불기 2567년 계묘년 동안거(冬安居)가 끝난다. 지난해 11월27일부터 석 달 동안 산문을 걸어 잠구고 참선수행에 전념한 스님들은 내면으로 침잠했던 마음의 길을 이제 세상으로 향해낸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의 <계묘년 동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전국 93개 선원(총림 7곳, 비구선원 59곳, 비구니선원 27곳)에서 총 1861명(총림 247명, 비구 1067명, 비구니 547명)의 대중이 용맹정진했다. 해제를 하루 앞둔 2월23일, ‘수행제일도량’ 백양사 운문선원을 찾았다.
계묘년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하루 앞둔 2월23일 조계종 제18교구 백양사 운문선원에서 가부좌를 튼 스님들이 용맹정진을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전남 장성군 백암산 자락에 자리한 백양사 운문선원은 아득한 허공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겹겹이 쌓인 백암산 산맥과 깊게 잠긴 구름, 그 아래서 스님들이 막바지 정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공간이란 없다. 해제와 결제가 따로 없듯, 어제와 내일도 없다.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다. 세세생생 갈등과 시비로 혼란 많은 시대라지만, 깨달음을 향한 스님들 모습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보였다.
열린 문틈 사이로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스님들 모습.
해제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정진 중인 운문선원 스님들 모습. 세세생생 갈등과 시비로 혼란 많은 시대라지만, 깨달음을 위한 스님들 모습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주지 무공스님) 운문선원은 ‘수행제일도량’으로 유명한 곳이다. 수행자들은 ‘북 마하연(摩訶衍), 남 운문(雲門)’이라고도 표현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선원으로, 북쪽에는 마하연 선원, 남쪽에는 운문선원이 있다는 뜻이다.
운문선원은 백양사 산내암자 운문암을 일컫는데, 운문선원을 중심으로 고려부터 현재까지 선풍을 드날린 선지식들이 배출됐다. 고려 각진국사를 비롯해 조선시대 소요, 편양, 진묵, 연담스님 등 수많은 선지식들이 정진했다. 그중 백양사가 현재와 같은 ‘수행제일도량’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데는 ‘반농반선’을 정신을 주창한 만암스님, ‘참사람 운동’을 펼친 서옹스님이 있었다.
선사들의 수행가풍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변화한 시대에 맞게 조금 달라졌다. ‘반농반선’, 대중 스님들은 농사를 짓는 대신 산에 가서 풀을 메고, 무너진 길을 보수하고, 소복히 쌓인 눈을 쓴다. 그런 다음 정진으로 남은 하루를 꽉 채운다. 만암스님의 뜻을 이어 간화선에 근간을 둔 참선수행을 한다. ‘참사람’을 화두로 마음을 일깨운다. 자유와 공존, 평화, 자비가 마음속으로 깃든다. 그러다보면 괴롭거나 고통스러운 마음이 일절 생기지 않는다. 즐거움과 괴로움이 따로 없다. 시간과 공간도, 어제도 내일도 없다. 어디에도 걸림 없이 자유자재하다. 그렇게 꼬박 석 달이 지났다.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이 소회를 전하고 있다.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은 해제를 하루 앞둔 이날 “무사히 한철 동안거를 잘 마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좋은 스님들이 더 많이 나와 도량이 깨달음의 소리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스님에 따르면 백양사는 ‘가난한 사찰’이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살림을 스님들 정진을 위해 사용했다. 종교인구가 갈수록 적어지는 시대, 불교 역시 쇄락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공스님은 “정진하는 스님들이 옛 조사 스님들의 명맥을 이어 불교 발전과 중생 구제에 힘써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스님들이 집중해서 정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외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안거 백양사 운문선원에 방부를 들인 스님은 총 11명. 스님들은 서옹스님이 쓴 운문암(雲門庵) 편액이 걸린 선원채에서 정진했다. 일과는 오전3시부터 시작됐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드린 후, 2시간 정진을 한 다음 아침을 먹었다. 이후 오전8시부터 10시까지 입선해 정진한 뒤 사시 예불을 드리고 점심을 먹었다. 또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저녁 예불을 올린 뒤 오후5시부터 7시까지 수행정진했다. 취침은 오후9시다. 하루에 보통 10시간 가량을 수행에 몰두한 셈이다.
입승 스님이 운집목탁을 치고 있다. 목탁 소리가 백암산 자락에 울려 퍼졌다.
스님들은 매일 오전3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하루 10시간 가량 정진한다.
내면으로 침잠하고 있는 스님들 모습.
선원장 보인스님은 곧 만행을 떠나는 정진 스님들에게 “결제와 해제는 다르지 않으니 일일시호일이란 말처럼 늘 이 순간에 깨어있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해제를 하루 앞둔 이날에도 역시 정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선원채 안은 고요한 적막과 수행열기로 가득찼다. 스님들 모습에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보였다. 벽에 걸린 시계추만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이따금씩 눈을 깜빡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선원장 보인스님은 이를 “운문이 겹치면 푸른 산이 보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번뇌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마음자리는 그저 그대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운문선원에서는 모든 게 자유자재하다. 형식에도 모습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모두가 살아온 삶도 환경도 다른 법, 각자의 근기에 맞게 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다.
내일이면 만행을 떠나는 스님들에게 당부의 말을 청하자, 보인스님은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개인의 역량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결제와 해제는 다르지 않으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란 말처럼 늘 이 순간에 깨어있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수좌 일수스님은 갈등과 번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불자들에게도 ‘마음 찾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좌 일수스님은 갈등과 번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민불자들에게도 ‘마음 찾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일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이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마음을 내려놓고 본래면목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일수스님은 “모든 이가 고뇌에 차 있는 이 시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치료는 마음 중심을 잡는 것”이라며 “이는 참선수행을 하며 마음을 내려놓을 때부터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불자들의 근기에 맞는 참선수행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님들이 하루 8~10시간씩 정진을 한다면, 시민불자들이 각자의 가정과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할 수 있는 수행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명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불교 수행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게 수용하고,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수스님은 “불교는 좋은 조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라며 “시민불자들도 참선수행으로 마음을 중심을 잘 잡는다면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고 모두가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 달간 정진을 마친 스님들은 내일이면 산문 밖을 나선다. 내면으로 침잠했던 마음의 길을 중생에게로, 세상에게로 향해낸다. 치열한 안거를 성만한 스님들의 가르침은 세상에 과연 어떤 울림으로 닿을 수 있을까. 일수스님은 싱긋 웃어보인 뒤 아래의 말로 답을 대신했다.
“자신감에 찬 수행자의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담장 옆에 뿔이 있으면 소가 있다는 걸 알아야지요!”
적막과 수행열기로 가득찬 선원 안.
석 달간 정진을 마친 스님들은 내일이면 산문 밖을 나선다. 내면으로 침잠했던 마음의 길을 중생에게로, 세상에게로 향해낸다.
백양사 운문선원. 이 안에서 11명의 스님들이 석 달간 정진했다. 고불선원까지 합하면 총 21명의 대중이다.
가지런히 놓인 털신.
아득한 허공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백양사 운문선원. 그곳에서 스님들은 끝없는 정진을 했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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