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여성가족부 업무 추진
- 여성폭력 실태조사의 비밀스러운 발표에 부쳐
지난 8월 26일 참으로 비밀스럽게 한국 최초의 여성폭력 실태조사가 공개되었다. 이번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2018년에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하여,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칠천 명을 대상으로 2021년에 실시된 것으로 올해 3월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방지법에 근거한 개별 실태조사는 있었으나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이 포함된 여성 폭력 전반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 통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당초 계획보다 5개월이나 발표 시점을 미뤘다. 문제는 연기된 일정뿐만이 아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폭력 피해를 평생 한 번이라도 당했다’는 응답자는 34.7%, 그중 ‘배우자 또는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46%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였다. 마치 세 명 중 한 명이 여성폭력을 경험하는 현실이 드러난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알려질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여성가족부는 간단한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고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결과를 업로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끝내버렸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여성가족부가 조사 결과에 어떠한 대책을 고민하는지, 여성폭력 현실에 얼마나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지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회의록도 없고 참석자조차 비공개인 간담회를 했다고 알려져 ‘밀실 간담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면한 여성폭력 문제와 성평등한 사회문화 조성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반대 여론이 거센 ‘여성가족부 폐지’에만 몰두하는 여성가족부를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여성가족부는 지금부터라도 ‘밀실’에서 나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여성 정책현안에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고 책임감 있는 국정 운영에 앞장서야 한다. ‘여성’가족부로서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하라.
* 관련기사 :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564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