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로 월남에 왔다.
예정은 한 달 가량이나 더 있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 머무는 곳은 메콩 델타 한 가운데 있는 작은 공단이다.
해 저물면 닭 울고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사위(四圍)가 괴괴한데,
불 꺼진 들판 밤하늘엔 손에 잡힐 듯한 별들로 가득하다.
주위에 작은 도시가 있으나 특별히 볼거리는 없다.
환락이 있는 호찌민까지는 차로 세 시간이 걸리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직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숙소 내 방에서
그저 책이나 읽다가 이따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뿐이다.
손에 든 책은 월남 역사책인데, 읽을 수록 우리나라 역사와 비슷하나,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면도 많다. 이에 몇 차례에 걸쳐 느낀 점 써 보고자 한다.
한자(漢字)
베트남 어(語) 표기는 로마자-알파벳으로 한다.
따라서 간판보고 최소한 읽을 수는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읽더라도 월남 현지 발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우리 멋대로 인 것이다.
또 읽더라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없다는 문제에 부딪친다.
베트남 말은 성조(聲調)가 여섯 개나 되어 구분이 잘 되지 않고,
(월남 사람에게는 정겹게 들릴 테지만) 내 귀에는 매우 거북하다.
월남 역사를 읽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것이 이름이다.
누가 어디에서 뭘 했다는데 다 그 놈이 그 놈 같고
거기가 거기 같아 도무지 머리에 남지를 않는다.
그거 기억해서 뭐 하는데? 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러나 그 이름들 뒤에 있는 한자(漢字)를 새기면 이야기가 달라 진다.
끄으롱 강
월남인 들은 메콩 강을 끄으롱(Cuu Long) 강이라고 한다.
회사 이름에 끄우롱이 들어간 경우도 많다.
끄으롱 (Cuu Long) 만 들으면 갑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룡(九龍)이라는 것을 알면 기억하기 수월하다.
티베트에서 발원한 메콩 강은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바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남부 월남 델타 지역을 지나면서 (전장 4,180 km 중 월남 구간 220km)
9개의 지류를 이루기에 구룡(九龍)-끄우롱 강이라 불리는 것이다.
왕 이름
타이또, 타이똥, 타잉똥 등의 왕 이름을 들을 때는,
이거 시방 된장 공장 장 공장장 하자는 것인가?
웬 똥은 그리 많으며, ‘타이또’와 ‘타이똥’은 어찌 다르고,
‘타이똥’ 있으면 되었지, ‘타잉똥’은 또 왜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태조(太祖), 태종(太宗), 성종(聖宗)이란 걸 아는 순간 웃었다.
월남의 왕조들도 중국식 묘호(廟號)를 붙였던 바,
왕조를 개창하면 태조(太祖) 곧 타이또,
창업을 이어 받아 반석 위에 올려 놓은 인물은 태종(太宗) ‘타이똥’이다.
타잉똥-성종(聖宗)은 리(Ly, 李) 왕조의 3대 임금으로 2대 타이똥(太宗)의 아들이다.
(*)리(Ly, 李)왕조, 1010-1225; 왕조가 망할 때 왕자 중 하나가 바다로 도망했는데,
우리나라까지 표류해 들어 와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월남 사서(史書)에는 나오지 않고, 화산 이씨 집안 전승(傳乘)이다.
다른 왕들의 묘호도 다 중국 식 시법(諡法)에 따라 좋은 글자 골라 지었으니
한자로 적으면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이름들이다.
년똥, 턴똥, 까오똥, 밍똥, 히엔똥, 아잉똥, 주에똥, 뚝똥 을 들으면 머리 아프지만,
仁宗, 神宗, 高宗, 明宗, 憲宗, 英宗, 睿宗, 肅宗 이라면 많이 들어 보지 않았겠는가?
우리 역사에서 인조(仁祖)가 실은 별로 인자하지 않았듯이,
월남의 년똥(仁宗) 들도 그다지 어질지는 않았다.
(*) 우리 조선조의 인조가 죽고 나서 묘호 정할 때,
처음에 매울 열(烈)자를 써서 烈祖로 하자는 의론이 있었다.
월남 역사에는 왕조가 꽤 여럿인데, 년똥(仁宗)이 있는 왕조는 셋이나 된다.
그러고 보니 조선조에는 인종이 있고 또 인조가 있다.
우리 역사에서 역대 왕들이 조(祖)니 종(宗)이니 하는
묘호(廟號) 붙인 것을 놓고, 대 중국 사대(事大)는 했지만
그건 힘이 약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안으로는 자존(自尊)했다!
뭐 이런 이야기들 하면서 은근히 과시 내지 자위 하려는 경향이 있는바
월남도 그 사정은 비슷한 듯 하다. 그 부분 따로 장을 잡기로 한다.
월남 성씨(姓氏)
월남에는 Nguyen 씨가 전 인구의 38.4 %, Tran 씨가 11 %, Le 씨가 9.5 % 라고 한다.
1960년대 월남전이 한참일 때 월남 정치인들 이름이 한국 신문에 자주 나왔는데
그 때는 미국 식 발음대로 Nguyen 은 구엔, Tran 은 트란 이라고 적곤 했다.
그러나 현지 발음은 Nguyen 은 응우옌, 한자는 阮(완), 월남 최후의 왕조였다.
Tran 은 트란이 아니라 쩐, 한자는 진(陳)이고 월남 5번째 왕조다.
레(Le) 는 한자 黎(여)인데, 전후(前後) 두 번의 Le(黎) 왕조가 있다.
월남 초대 대통령 ‘고 딘 디엠’의 성은 ‘고’가 아니라 ‘응오’(Ngo), 한자로 오(吳)
월남 역사에서 첫 왕조 첫 임금 이름이 응오 꾸옌(Ngo Quyen-吳權; AD 939-944)이다.
첫댓글 1개월 동안 그곳에 계시면 추위걱정 없으셔서 무방하시겠습니다,![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7.gif)
각지대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까지 다녀왔습니다![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저도 라오스 미얀마 골든
타국에서 수고 많으시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월남에서 왕이 吳權 그렇군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겨울동안 태국 같은곳에서 지내다 왔으면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