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하얀 눈이 내리고 있는듯
살아서 움직이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토요일
2011년 12월 31일 마지막 날
며칠전부터 수도없이 전달해지는 인사
연말 잘 보내고 새해 맞이 하라는
예전에는 정성껏 볼펜으로 최대한 이쁜 글씨체로
하고픈 인사말 써서 풀로 단단히 붙이고
우체국이나 우체통에 가서
그마음을 전해야 했었기에
진정으로 연말이 다가오는 그때 인사를 했었는데
각자의 우체통이 따로 주어진 요즘에는
컴으로...핸드폰으로....각종 편리한 기계매체들로
한달전부터 들려오는 인사가 그인사다
정겹다기보다는 보지도 않고 삭제하게 되는
인사글도 있게되고, 보내준 마음에 미안함도 생기고
하나대 하나로 보내준 인사말이라면
감동 그자체이겠지만
귀찮은 생각에 전체 문자이거나 전체 멜이라거나
전체쪽지라거나 무리중 하나로 지목되면
내겐 바로 휴지통 신세를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보내준 사람이 전체라는 귀찮은 마음이라면
받는 사람도 반갑기보다는 의미없는 글이라 생각하기에
한 문장의 글을 보내주어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너 많이 보고싶다....라거나
.......잘 지내고 있지?......라거나
......건강해야 한다.........라거나..
이러한 나를 위한 진심을 받고픈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1:전체는 옛고향밖에 없으니
너도 찿는 고향 나도 찾는 고향
고향 마을에 가야 비로서 어릴때 많은 친구들을 볼수 있음이니
사람이 홀로 전체를 상대한다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래서 나의 핸폰은 전체 문자 받기를 꺼려한다
아니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온다...부지기수로.....
옷가게에서
마트에서
이런저런 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무실에서
마구잡이로.....
아날로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사람의 손때가 정녕 묻어 있었기에
그립고 애닯고 정겨웠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편리해서 살기좋은 세상이라고
몸은 그런세상을 좋아하는데
아무리 세월을 먹어도 가슴깊은 곳에서는
굽이 굽이 돌아가던 시골 고향길이 그립고
박줄기 타고 오르던 돌담장이 그립고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던 장독대가 그립다고
이 시점에서 내가 가장 그리운 것은
일년내내 소식 없던 친구한테서 보내져 온
우표 붙은 편지한장이 그리운거라고
내 먼저 소식 전하지 않았으니
울 우체통에 맨날 쌓이는 것은 청첩장에
쓰잘데기없는 쓰레기뿐
아파트 건물닮아 층층으로 칸칸으로 나뉘어진
울 집 우체통과 내 심정은 너무도 닮아 버린 것 같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언젠가
그언젠가는
아담한 우체통에 하얀 편지 넣어질 날이 돌아 오려나?
더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아무래도 뒤로 움직이는 가재처럼 살지 않는 한
꿈이겠지?
또 한살 먹는 마지막 날
이루어지지 않는 꿈같은 상상을 하며
잠시 현실을 잊어본다.
2011.12.31
흐르는곡/향수/이남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