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아들의 회갑 선물(2) (11/24/07) 호안미로/라 람브라/몬주익(스페인)(9/17/21)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짐을 다 챙겨서 후론트에 맡기고 10시에 마지막으로 떠나는 버스로 에스파냐 광장에 오다. 올림픽 공원 산꼭대기를 힘겹게 올라가니 아름답게 지은 큰 박물관이 나오고 시내가 아름답게 보여서 사진을 찍고 다시 한참을 걸어가서 호안미로라는 스페인의 유명한 20세기 초현실주의 작가의 박물관에 들어가다. 그곳에 가와이라는 일본 작가의 방도 있었다.
입장료는 7.50유로인데 현대 작품들이 많이 있었고 관객들도 참 많았는데 선 세 개가 사람을 상징한다고 하고 어린아이들 낙서 같기도 한데 아주 유명한 화가라고 하니 나로서는 무식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박물관을 나와 올림픽 공원을 걸어가다가 이곳이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딴 몬주익이라고 하여 반가웠다.
그곳 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며 가우디의 특수한 건축물이 도시를 신비롭고 너무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어서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감탄했다. 라뢈브라 거리를 다시 갔는데 이곳에 온 첫날 밤에 이 거리를 구경하다가 아들이 회사에서 준 이메일 수첩을 잃어버리고 소동을 벌인 거리이다.
거리에 온몸에 칠을 하고 인형같이 포즈를 하고 있다가 관광객이 다가서면 눈동자를 굴리고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한 재미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는 거리다.
아들이 조카딸 진희에게 이메일할 것이 있다고 해서 인터넷 하는 곳으로 가서 2유로에 45분을 하는데 따라 들어가 보니 많은 컴퓨터들이 다 삼성이라 너무나 반가웠다.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세계가 다 아는 세계의 기업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수첩을 잃어서 상심하고 재미없게 걸었던 바닷가로 다시 와서 아들 부부와 넷이 사진을 찍으며 걸으니 흥겨웠고 큰 배들과 관광객들도 많고 너무 아름다웠다.
아들은 그 이메일 수첩을 수시로 들여다보는데 이제는 그 수첩을 안 보게 되니 더 알찬 여행이 되었고 회사에서 다시 로마의 호텔로 수첩을 보내준다고 한다. 자기 회사 파트너(상사)가 이곳에 오면 꼭 가는 바닷가 식당에 가서 가재, 새우, 온갖 해물을 튀긴 요리와 홍합, 검은 오징어 밥을 시켜서 먹었는데 해물 튀긴 것이 속이 너무나 느끼했다.
스페인에 왔으니 이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계속 먹는데 된장찌개와 김치가 너무나 먹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고 비싼 해물 튀김을 먹고 속이 느끼하다고 불평할 수도 없었는데 그 식당 이름은 “새우의 왕”이라고 한다.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광장에 와서 호텔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우리가 오니 그 버스가 막 떠나버려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어제 버스를 놓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다가 남편이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핀잔을 주더니 오늘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야 했는데 택시 요금이 무척 빠르게 5전씩 올라간다.
7시에 호텔 후론트에 맡겼던 짐을 찾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에 와서 여권을 다시 보여주고 이태리로 가는 수속을 하다. 2시간 정도의 비행기를 타는데 20유로를 냈다고 너무 싸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고 해서 노트북을 열어 일기를 쓰고 남편은 길게 누워 자고 아들 내외도 조용한 곳으로 가서 쉬겠다고 갔는데 공항 직원 남자가 나에게 와서 비행기가 2시간 연발된다고 밖으로 나가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들어보니 방송으로도 안내하고 있었다.
남편을 깨우니 배가 안 고프다고 했지만 시간도 보내고 재미도 있고 해서 직원이 친절하게 써준 식당을 찾아 밖으로 나가니 이층에 있는 일인당 19.50 유로인 뷔페식당이었다. 나는 갈증이 나서 스프라이트와 과일만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술도 마시고 음식을 풍성히 갖다 먹는다. 나중에 물을 달라고 하니 여자애가 병으로 갖다 주며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지배인에게 유로가 없다고 하니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한다.
항공료가 20유로인데 19.50유로의 식사를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짐 조사를 다시 하고 들어와서 아들 내외를 만나, 식사하러 가라고 하고 그곳에 한국에서 관광 온 가족들에게도 가라고 하니 모두 달려나간다. 한국에서 딸 넷이 자기네 아이들 여섯을 데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11명이 여행을 와서 세계 이곳저곳을 돌고 있다고 하는데 온 가족이 그렇게 온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이태리 베니스는 바닷속의 섬이고 물의 도시로 춥다고 며느리는 두꺼운 외투를 입어서 조금만 추우면 기침을 하는 남편에게 쉐터를 입으라고 하니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서로 다투고 마음이 많이 상하다. 다시는 말을 안 하리라 결심하고 미워하면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를 자꾸 암송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킨다. “오늘 집을 나서기 전 기도했나요?” 찬송을 속으로 부른다.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서도 너무나 화가 나고 밉다.
“속삭일 줄 모르는 남자” “사랑받을 줄 모르는 남자”라는 글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 순간 참 불행한 마음인데 내가 불행하다고 하면 우리 교회 성도들이나 우리 가족들이 뭐라고 할까? 생각해보다. 내가 참 주책이 많은 쓸데없는 잔소리가 많은 여인인가보다 라고도 생각해보다.
사람들은 여행하면서 부부가 다정하게 소곤거리고 이야기를 참 많이 하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이야기할 줄을 모르고 사람 마음을 뒤집어 놓으니 내가 참 불행하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 날씨가 좋게 해달라고, 비 오지 않게 해 달라고,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 많이 했는데 너무 행복하면 기도를 안 하니까 이렇게 나를 깨트리고 기도하게 하신다.
성도들이나 우리 가족들, 시집이나 친정 가족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이 모두 나를 떠받쳐주고 자녀들이 잘해주는 여왕이고 너무 훌륭한 남편을 만났다고 세상에서 복을 제일 많이 받은 여인이라고 부러워하고 나도 남편으로 믿음의 여인이 되었다고 결초보은이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때로 이렇게 마음에 분노가 일어날 때가 많이 있는 것은 내가 너무 투정을 부리고 있구나 하고, 말씀대로 하루해가 지기 전에 속히 분노를 풀어야 하겠다고 언제나처럼 내일은 평안을 찾고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나를 다독인다.
내일 밝은 태양이 뜰 것이고 나는 다시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을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