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 묻어나는 103번 시내버스 기사님!
솔향 남상선/수필가
유성평생학습관에서 고졸 검정고시 수업을 했다. 고희(古稀)를 뒤로한 노옹(老翁)과
노파(老婆)의 학구적인 태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강을 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만학도로 고생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학습 내용이련만 노인들은 알아듣지를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이래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한자성어가 생겨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업 마치고 수통골에서 나오는 103번 시내버스를 탔다. 분망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던지
차안은 사람들로 복잡했다. 한참을 지나다보니 버스기사분이 곁에 앉아 있는 반백의 머리를
한 노옹한테 자꾸 말을 거는 거였다. 노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한 노인의 행동이 걱정이 됐던지 도와주려고 말을 가는 거 같았다.
“어르신, 어디까지 가시나요?”
“도마동에 머리 깎으러 가는데요.”
“ 이 버스 도마동으로 안 갑니다.”
“ …….. ”
잠시 후에 버스기사는 지구대 근무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의 안전한 보호와
귀가조치까지 부탁하는 거였다. 세상엔 사람도, 버스기사도, 많다지만 이런 효심이
묻어나는 가사님은 처음이었다. 진정한 효는 자신의 부모는 물론 주변에 계신 어르신까지
애친경장(愛親敬長)하는 입장에서 잘 모시는 것이라 했다. 이 기사님이 바로 그런 분이라는
걸 감으로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 가객 벅효관은 제자 안민영과 함께 『가곡원류』를 편찬했으며,
그는 까마귀를 일러 효도하는 새라 해서 시조에서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뉘라서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까마귀를 반포보은(反哺報恩)하는 새라 해서 사람보다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남의 부모까지 챙기는 시내버스 103번 기사님의 효심을 보니
시조 내용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까마귀는 제 어미에게만 효도하지만
버스 기사는 남의 부모까지 섬길 줄 아는, 효를 실천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효심이 묻어나는 103번 시내버스 기사님!’
“어르신! 지구대의 경찰한테 전화해 놓았으니 경찰이 모셔다 드릴 겁니다.
세 정류정만 더 가시어‘한민시장 정류장’에서 내리셔야 합니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어르신, 몇 정류장만 더 가시면 경찰이 기다릴 겁니다.”
나는‘한민 시장 정류장’까지 가지 못하고 갈마아파트 3단지 승강장에서 내렸다.
지금도 기사님의 자상한 효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더니 기시님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효심이 여러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따뜻함까지 더해 주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이, 희귀 보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첫댓글 매번 검정고시 수업 해주시는 선생님께서도 대단하시고, 103번 버스 기사님도 참 멋지시네요. 훈훈한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