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색이 명절인데 그냥 넘어가기 섭섭해서 아침부터 고기 듬뿍들어간 육개장에다 동태전까지 해서 아침상 차려주니 태균이 너무 좋아합니다. 대전 은진송씨 종손집 출신답게 전음식에 아주 익숙해서 비록 명절 때 친가에 가진 않지만 친가에 다녀온 아빠가 싸다준 각종 전은 태균이가 너무 반기는 선물같은 음식입니다.
대전 시가에서 만들어내는 전들은 종류도 다양하지만 묘하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게 하는 담백함과 고도의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 있습니다. 요즘은 만들어내는 양이 적어져서 가져오는 분량이 태균이 겨우 만족시킬 수준이지만 올해는 그것도 건너뛰어야 합니다.
아침 거나하게 먹자마자 그림수업 매진, 화분 하나씩 그려내고 오자 밖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후다닥 선수 태균이는 그럴싸한 수채물감 그림 한 점 완성했고 캔버스 그림은 아크릴물감이라 1차 작업만 해놓았습니다.
늘 속도가 느린 준이는 태균이가 나오고도 한참동안 선생님과 함께 작업을 해서 수채물감 작품만 마무리. 일일이 색깔까지 지정해주어야 움직이니 선생님이 이 점을 의아해합니다. 선생님은 서번트 자폐화가다운 천부적 재능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 세심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세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작업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언제나 가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종달리-하도리-상도리-세화리 해안도로를 달려 세화해수욕장에 정착. 태균이가 세화해수욕장 지나는데 저길 가겠다고 강력하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덕에 낙첨! 비록 준이는 차에서 안 내린다고 싫어를 외쳐대서 하는 수 없이 차에 놔둘 수 밖에 없어 그게 좀 아쉬웠지만...
어디를 가든 제주도 동쪽 바다는 서해와는 좀 다른 분위기지만 마음의 고향같은 분위기입니다. 적절한 현무암이 펼쳐진 해변에 중간중간 모래사장들, 세화해수욕장은 특히 두 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로운데 썰물 때 드러나는 바다 중간 모래사장이 꽤 넓습니다. 이 덕에 밀물 때도 꽤 멀리까지 수위가 낮아서 아이들 데리고 놀기 참 좋습니다.
물만 보면 제 세상만난 듯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멀리까지 서슴치않고 나아가는 완이때문에 늘 감시의 눈을 거두어서는 안됩니다. 가까이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태균이한테 너무 멀리 가버린 완이 좀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한참만에 주섬주섬 일어나 멀리 완이있는 곳으로 가서는 같이 놀다가 손을 잡아끌고는 제가 있는 쪽으로 데리고 옵니다. 어찌나 고마운지!
그러고는 다음 임무는 준이 데리고 오는 일이라는 듯 바닷가를 벗어나 주차장으로 갑니다. 준이가 움직여줄까 의아했는데... 놀랍게도 준이까지 차에서 내리게 하고 데려올 줄이야... 중간에 내가 가서도 성공하지 못했건만 준이는 역시 태균이가 다뤄야 합니다. 아침 밥상에 늘 빨리 오지않는 완이를 결국 밥상 앞에 데려다 앉히는 것도 태균이입니다.
이제 바다놀이도 정말 며칠 안 남았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억새가 장관인 명소들을 다녀볼 예정이라 올해의 마지막 물놀이를 최대한 즐겨야 합니다. 제주도에 4계절 내내 길게 살 수 있다는 것 참으로 큰 행복입니다.
첫댓글 태균씨, 정말 멋져요. 뭉클합니다.
제주도민이라 할지라도 대표님만큼 제주를 접촉하고 활용하는 이는 1도 없을것 같습니다.
덕분에 제주에 관한 진짜 공부를 하게 됩니다.
🍒👍😃
태균행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