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저역시 이 사이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 받은만큼 돌려드리려고 한줄 적습니다. ^^
6/09일 갑상선 유두암으로 전절제 수술 받았어요.
동위원소입원 : 8/08일 ~ 8/10일 / 2박 3일 / 목동 이대병원
입원시 준비물 : 껍질벗겨삶은 고구마, 콜라 1병, 레모네이드 1병, 포카리스웨트 1병, 오렌지쥬스 1병,
청포도맛 사탕, 자이리톨 껌 1통, 비타민 C 사탕, 귤 10개, 레몬 2개, 오렌지 2개, 물 500ML 4병
8/08일 오후 1시 피검하고, 3시 30분 차폐실 입원. 머 그럭저럭 불편함 없는 공간입니다.
5시 15분되서 150짜리 알약 투입, 목구멍에 걸려 안넘어가는거 억지로 넘김... 독약 먹는거 같은 기분 들던데요.. ^^;;
1시간은 운동하라 그래서, 1시간 15분동안 TV 틀어놓고 열심히 걷고 뛰고 허리 돌립니다. 땀도 나고..
7시가 넘으니 밥이 오네요..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밥심으로 견뎌보자는 생각에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었습니다.
이게 완전 사람 넉다운 시켜버린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배가 불러오니 물을 마셔야 하는데 물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ㅠ.ㅠ
죽겠더라구요.. 괜히 밥 다 먹었구나 싶은 엄청난 후회가... 억지로 억지로 물 들이 붓습니다.
새벽 2시까지 500ML 로 8병 마십니다... 껌 2개씹고, 사탕 3개 먹으니, 이제 토나올꺼 같습니다.
이틀째... 아침밥 냄새에 진짜 토나올듯 싶더니, 울렁울렁.. 아... 밥 다 먹은게 또 후회되는 순간...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겠더라구요... 이건 웬만한 입덧은 저리 가라입니다. 껌도 씹으면 토 나올꺼 같습니다.
아침밥은 그대로 다버리고, 점심밥도 그대로 다 버립니다. 오후쯤 되니 배는 고프고 속은 울렁거리고...
냉장고에 넣어둔 삶은 고구마... 생각나서 먹습니다.. 아..내가 너를 싸온게 로또당첨이로구나..
아무것도 못 먹을판에 삶은 고구마와 귤이 웃게 만들어주네요.. 좋다고 먹습니다.
저녁밥 옵니다. 먹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물에 말아서 3숟가락 먹습니다. 그리고 다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세째날, 아침밥 옵니다. 으.... 여전히 토나옵니다. 고구마와 귤.. 아 사랑스러워요.. 이것만 먹음 퇴원할수 있다는 생각에,
히죽히죽 웃음셔 울렁이는 배를 움켜잡고 열심히 먹습니다. 10시..간호사 호출... 퇴원준비하세요...
아..그말이 그렇게나.... 인생 다시 사는 기분 듭니다...
오전 10시 40분 2박 3일간 닫혔던 차폐실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쓰레기통 운반하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와서,
아직 어린 딸뇬땀시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차를 탑니다. 아..세상이 이렇게나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
나비요양병원, 1시가 조금 안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식사 바로 나오네요. 감자탕이였는데,
한숟가락 뜨고는 '헉' 했습니다. 이거 잘 못나온거 아닌가? 나 아직 전신 스캔 안해서 1주일은 더 저요오드식 해야하는데...
약간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그 감자탕맛은 분명 일반식인거 같았거든요. 급하게 주방장 아줌마 찾아서 묻습니다.
"이거 저요오드식 맞아요 ? 저 아직 전신 스캔 안해서 일반식먹음 안되거든요." " 네 맞습니다.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아..행복해라. 저요오드식에 이런맛이 있다니... 울렁거리던 속이 좀 가라앉는듯 합니다.
하지만, 동위원소 150은 속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또 환장합니다. 견디다 견디다 못해. 수액을 맞습니다.
나비의원에 입원한 8일동안 수액은 4통을 맞았네요. 정말 신기하게도 한결 나아집니다.
목동이대병원 3일, 나비의원 요양병원 8일. 8/17일에 퇴원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와서도 2주정도는 맛을 못 느꼈어요. 전신 스캔만 끝나면 그동안 먹고싶은 피자랑 새우튀김이랑 떡볶기랑
미친듯이 먹으리라고 룰루랄라했는데, 막상 먹을수 있다는데도, 먼 맛이 나야 먹을맛이라도 있지...
이게 매운건지 짠건지, 싱거운건지 달콤한건지.. 혀의 마비는 2주정도 된거 같네요.
어느날 신랑이 해준 참치김치찌게를 먹는 순간부터 확 맛이 느껴지더라구요.
지금은 예전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아무거나 즐겁게 먹고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원체 좋아해서, 자꾸 그쪽으로 손이 가지만,
야채와 과일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먹으려고는 하고요, 그동안 절대 하지 않던 운동도 서서히 시작하려 합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진 않은거 같아요. 많이 힘들고, 피곤하고, 몸이 자꾸 땅바닥을 원하더라구요. ㅎㅎ
딸아이 봐서 건강할수 있도록 좀더 많이 노력할꺼에요.
이대병원에서 병원비가 15만원이 채 안됐구요, 요양병원에서 병원비가 120만원이 조금 안됐는데, 1인실 썼어요.
실비에서 이대병원비 100%, 요양병원꺼는 50% 적용되서 나오고, 종신에서 암입원비 나오고 해서
병원비는 보험이 다 처리해줬네요. 암수술후 6개월미만은 암입원비 첫날부터 적용되고요, 요양병원도 보험처리 가능하니,
아이 두신 분들은 이용하시는거 괜찮을꺼 같아요.
너무 힘든 시간이였지만, 삶을 좀더 긴장하면서 건강히 살아보라고 일찌감치 알려주신거라 생각하고, 앞으로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 모든 나비님들 힘내세요 !!!
첫댓글 힘든과정을 이겨내셧네요...축하드립니다....좋은결과 나오실꺼에요.....회복 잘하시고 늘 건강잘 챙기셔요....후기글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네요. 저도 이대 목동병원 다닙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수고하셨습니다.힘든과정 이겨내신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입덧이 유별나고 심지어 대장암 검사시에도 먹는액도 다 토해버려서 내시경 시간을 늦춘적이있는데 벌써 걱정이됩니다..
정말 힘든 치료 잘 해 내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