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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별곡...원문 해설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 숀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사미 짐대예 올아셔 해금(奚琴)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매와 잡사와니 내 엇디하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으리로다 살으리로다 청산에 가서 살으리로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가서 살으리로다
☞ 청산에의 귀의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자고 일어나서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이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서 울며 지낸다
☞ 고독과 비애
갈던 새(밭)를 본다 갈던 새를 본다 들판에 있는 갈던 새를 본다 이끼 묻은 쟁기를 가지고 들판에 있는 갈던 새를 본다
☞ 속세에의 미련
이럭저럭하여 낮일랑 지내왔구나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 하리오
☞ 처절한 고독
어디에다 던지던 돌인가 ?누구를 마치려던 돌인가 ?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맞아서 울고 있노라
☞ 운명적 삶
살으리로다 살으리로다 바다에 가서 살으리로다 나문재나 굴 조개 따위를 먹고바다에서 살으리로다
☞ 새로운 세계 동경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외딴 부엌 옆을 지나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타는 것을 듣노라
☞ 생의 절박감
가더니 배부른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붙잡으니 낸들 어찌하리까
☞ 고뇌의 해소
● 작품 정리
* 갈래 : 고려 가요 * 작자 : 미상 * 형식 : 8연의 연장체, 3음보 (3.3.2조) * 특징 : 유음 (ㄹ,ㅇ)을 사용하여 음악성이 두드러짐 * 주제 : 생의 고독과 비애 * 의의 ..........1) <서경별곡>과 함께 고려가요 중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2) 고려 시대 사람들의 생활관이 잘 나타나 있음 * 출전 :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 이해하기
전 8연으로 이루어져 있는 고려 가요로, 오랫동안 구전되다가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문자로 정착되었다. 시용향악보라는 책에 이 노래 첫 연의 악보가 실려 있는데, 원래 민간의 노래였던 것이 궁중으로 유입되어 불려지다가 문헌에 기록되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에는 고려인들의 자연애, 현실 도피, 은둔 사상, 낙천성 등이 잘 드러나 있다. 화자는 현실의 생활을 벗어나 자연(청산, 바다) 속에 묻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또 매연 마다 반복되는 후렴구가 음악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노래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석이 대표적이다. 1) 고려 후기에 계속되는 전란을 피해 이리저리 떠돌며 정처없이 유랑하는 서민의 애상적인 처지를 노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 2) 속세의 번뇌를 해소하기 위해 청산을 찾아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지식인의 술 노래로 보는 견해 3) 실연한 사람이 슬픔을 잊기 위해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노래는 산이나 바다를 찾아 외롭게 사는 민중의 애닯은 심정과 삶에 대한 비애를 읊은 내용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낙천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즉 비애와 고독을 노래한 뒤에 밝고 명랑한 후렴구를 반복함으로써, 단순힌 인생의 고통을 노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고려인의 낙천성과 강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1연과 6연에 나오는 '청산'과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현실을 벗어나 고뇌를 달랠 수 있는 생의 안식처, 즉 화자의 이상향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연에 우는 '새'는 시적 화자가 동병상련을 느끼는 존재로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것이다. 또한 3연의 '가던 새'는 '날아가는 새'로 해석하기도 하고 '갈던 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잉 무든' 이끼 묻은 쟁기에서는 속세에 대한 화자의 미련을 읽을 수 있다.
또 5연의 '돌'은 방향도 목표도 없이 던져진 맹목적인 돌로서 인간의 운명적 고난을 상징한다. 7연에서 사슴이 장대 위에서 해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결국 기적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화자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지막 8연의 '강술'은 화자의 비애를 잊게 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노래는 5연과 6연을 바꾸어 보면 1 ~ 4연과 5 ~ 8연이 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유랑인의 비애를 잘 드러낸 고려가요로, 가장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요점 정리
작자 : 미상(未詳) 연대 : 고려 때(확실한 연대 알 수 없음) 갈래 : 고려 속요, 고려 가요, 장가(長歌) 형식 :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 운율 : 3·3·2조. 3음보 어조 :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
성격 :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 표현 : 'ㄹ' 음의 반복과 'ㅇ' 음의 어울림에서 빚어내는 음악성이 대비되었고, 반복법과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배경 : 고려 때의 불안한 사회적 반영으로 볼 수가 있는데, 고려의 척신(戚臣)의 전횡(專橫), 무신(武臣)의 횡포, 몽고군의 침입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계속되어 양심적인 지성인들은 언제나 현실에서 안심 입명(安心立命)할 수가 없었다. 주제 :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 의의 :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구성 :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혹은 산-바다의 대칭적(對稱的) 2단 구성 출전 : 악장가사(樂章歌詞),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 악학편고
♣ 내용 연구
circle01_red.gif 구성 : 전8연(매 연은 4구로 구성되어 있고, 각 구는 3·3·2조로 3음보로 되어 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서 살겠노라,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서 살겠노라
(청산에의 귀의) 기...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이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며 지내노라 (고독과 비애) 승...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가던 새 가던 새를 보았느냐? 물 아래쪽 들판으로 가던 새를 보았느냐? 이끼 묻은 연장을 가지고, 들판을 지나던 새를 보았느냐?
(속세에의 미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럭저럭하여 낮이야 지내 왔으나 올 사람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하리오.
(더욱 처절한 고독)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어디에 던지던 돌인가? 누구를 맞히던 돌인가?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맞아서 울며 지내노라. (생의 체험) 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살겠노라.살겠노라 바다에서 살겠노라, 나문제 굴조개랑 먹고 바다에서 살겠노라 (새로운 세계 동경)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가다가 가다가 듣는다. 외딴 부엌을 지나다가 듣는다. 사슴으로 분장한 광대가 장대에 올라서 해금 타는 것을 듣는다. (생의 절박감)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바다로) 가더니 불록한 독에 독한 술 빚는다. 조롱박꽃 같은 누룩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낸들 어찌하랴 (고뇌의 해소) 결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서 살겠노라. 머루랑 다래를 먹고 청산에서 살겠노라. (청산에의 귀의. 현실 도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서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근심이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서 울며 지낸다. (비탄의 삶) 날아가던 새 날아가던 새를 보았느냐? 평원지대로 날아가던 새 보았느냐? 녹슨 연장(무기)을 가지고 평원지대로 날아가던 새 보았느냐? (미련과 번민) 이럭저럭 하여 낮은 지내왔구나.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떻게 지낼 것인가? (고독과 몸부림) 어디에다 던지던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던 돌인가?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그 돌에) 맞아서 울고 있노라. (생의 체념)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랑 굴조개랑 먹으며 바다에서 살겠노라. (새로운 세계 모색)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생의 절박함)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 냄새가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는 어찌하리오. (구원의 길)
희망의 문학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 청산에의 귀의 (1연)
< 1연 : 청산에, 청산에서 살아갈 것이라 했다. 모든 세속적인 것을 떨쳐 버리고 청산에서 살아갈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나오는 청산은 비세속적인 청산이다. '살아야겠다'는 말의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생(生)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 준 것이고, 따라서 청산에 살고 싶다는 시적 화자의 강렬한 열망이 드러나 있는 연이다.>
희망의 문학 :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리랏다'를 과거 가정법으로 보아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과거에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뜻이 함축된다. '청산'은 머루와 다래(쌀과 보리 등의 세속적인 것과 반대되는 개념)가 있는 청산(靑山)이다. 세속을 벗어나 고뇌를 달랠 수 있는 생의 안식처로서 이상향(理想鄕)이다. 청산에서 머루와 다래를 먹고라도 살겠다는 의지를 반복한 것은 생에 대한 강한 집념을 나타낸 것이다. 청산은 작중 화자의 소망은 '현실'에서 부딪치는 삶의 괴로움을 청산에서 떨쳐 버리려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희망의 문학: 후렴구로 아무런 뜻이 없이 악률을 맞추기 위해 사용된 조흥구(助興句), 여흥구(餘興句)이다. 악기의 의성어로 흥을 돕는 조흥(助興)구로 노래의 절주(節奏)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와 'ㄹ,ㅇ'음을 연속함으로써 경쾌함 음악적 효과(활음조 현상)를 나타내고 있으며, 생의 괴로움을 잊고자 하는 낙천성(樂天性)과 명랑한 느낌을 준다. 2연부터는 '얄랑셩'이 '얄라셩'으로 되어 있다.
희망의 문학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 고독과 비애 (2연)
< 2연 : 생(生)의 비애를 참지 못하고 울거나, 아니면 역설적인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새, 그것은 괴로운 심정을 통곡으로 지새우는 비탄 속에 잠긴 작중 화자를 위로해 주는 새이기도 하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게 하는 연이다.>
희망의 문학: '새'는 생의 고뇌 속에 몸부림치는 작자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의 표현으로, 서정적 자아의 분신이자, 그를 위로해 주는 새가 된다.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 너보다 시름(근심)이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서 울고 있노라. 적막한 산중에 홀로 지내는 고독한 새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비교법이 사용되었고, '새'와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감정 이입의 표현이다.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 속세에의 미련 (3연)
< 3연 : 오직 하나의 벗이었던 새마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나 버렸다는 것을 일러 준다. 그러나, 배반하고 떠나는 새일망정 미워할 수 없어 '녹슨 연장(혹은무기)'를 들고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적 화자를 그린 연으로, 이것은 속세가 싫어 절속(絶俗)의 세계인 청산으로 찾아 들었지마는, 속세에의 미련을 완전히 단념할 수 없다는 작중 화자의 번민을 비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가던 새 : 날아가던 새. 갈던 밭. · 본다 : 보았느냐. 본다. · 믈 아래 : 평원(平原)지대. '청산(靑山)'에 반대되는 인간 속세. · 잉무든 : 이끼 묻은 (녹이 슨). '잇 무든'의 오기(誤記)로 보기도 한다. · 장글란 : 쟁길랑. 병기를 여기서 쟁기는 연장을 말함
· 물 아래 가던 새 본다. : 속세 (또는 평원 지대)에 가던 새를 본다. '가다'의 이미지는 '오다'와 상대적으로 고독을 자아내게 한다. 속세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를 '새(鳥)'로 볼 수 없다고 보는 견해는 '믈 아래로 간다'와 '장글(연장)을 가지고 본다.'로 미루어 '가던 새'를 갈던 새(서래, 밭고랑 사이)'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 녹이 슨, 무딘 연장을 가지고, 여기서 '이끼 묻은 쟁기(녹슨 병기)'는 속세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요한 도구를 의미하고, 속세에 대한 미련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희망의 문학
이럭저럭 하여 낮은 지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 처절한 고독 (4연)
< 4연 : 절망적인 고독을 노래한 것으로, '밤'의 이미지는 '암흑의 세계, 광명이 없는 세계'로, 이는 절망적인 세계일 수밖에 없다. 낮은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올 이도 없는 밤의 고독과 절망은 어찌할 것인가?> · 이링공 뎌링공 : 이리저리. 이리고 저리고. 이럭 저럭 · '공'의 'ㅇ'은 강세 접미사로서 성조(聲調)를 고르게 하는 구실도 함. · 나즈란 : 낮은. 낮에는. · 디내와숀뎌 : 지내왔도다. 지내왔구나. · 오리도 가리도 : 올 사람도 갈 사람도 · 업슨 : 없는 · 바므란 : 밤은. 밤에는. · 엇디 호리라 : 어찌하리까. 어찌하리오.
희망의 문학 : '이링공 저링공'의 'ㅇ'음은 음악적 효과로 체념과 절망 속에서 고조되는 고독을 낙천적으로 승화한 경쾌감을 보여 주고 있다. 노래 내용이 구슬픈 것에도 불구하고 율격상 매우 경쾌한 인상을 주며(한 연이 4구로, 각 구가 3음보로 되어 있는데, 세 번째 음보가 앞 두 음보보다 짧다), 후렴구에 나타나는 'ㄹ'과 'ㅇ'음의 조화로 밝고 명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울고 있노라. - 생에 대한 운명적 체념 (5연)
< 5연 : 어느 누구도 미워한 적도 사랑한 적도 없는 몸이지만, 어디서인지도 모르게 날아온 돌멩이에 맞아서 울고 있다는 것이다. 방향도 목표도 없는 돌, 이는 맹목적인 돌이요, 또 이유도 없이 맞아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적 운명인 것이다.>
· 어듸라 : 어디에다. 어디다. · 더디던 : 던지던(投) · 돌코 : 돌(石)인가. · 누리라 : 누구에다.누구를. · 마치던 : 맞히던[適(적),的(적)] · 믜리도 : 미워할 사람도 · 괴리도 : 사랑할 사람도. · 마자셔 : 맞아서. · 우니노라 : 울고 있노라.
·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 어디에다 던지던 돌인가, 누구를 맞히던 돌인가. 즉, 방향도 목표도 없이 던져진 맹목적인 돌은 인간의 운명적 고난을 상징한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돌을 맞아서 울고 있노라. 사랑을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 서글프지만 미워할 사람도 없는 신세는 더욱 고독하고 서글픈 일이다. 이런 고독과 번민을 담담한 마음으로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기에 체념하고 있다.
희망의 문학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 새로운 세계 동경 (6연)
< 6연 : 한 가닥 위안이나마 얻으려 했던 절속(絶俗)의 세계인 청산으로 찾아 들었으나, 고독은 버릴 수 없어 다시 새로운 무대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生)의 집념을 버릴 수 없다는 작중 화자의 안타까운 몸부림일 것이다.>
희망의 문학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라. - 절박한 생(삶) (7연)
< 7연 : 기적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선 눈앞에 기적같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슴이 장대 위에서 해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또는 산대잡희를 하는 광대 중에서 사슴으로 분장한 사람이 장대에 올라 해금 연주하는 것을 듣노라로 해석하거나 못난 속세 사람들이 잘난 체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보노라로 해석하기도 한다. >
희망의 문학: '가다가 가다가'의 걸음 행위가 말해 주듯 서정적 자아는 바다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에졍지'는 '부엌'인데, 속세의 비유로 '속세를 멀리 피하여 가다가 듣노라'의 뜻으로 풀기도 하고, '외딴 부엌' 즉 속세와 단절된 공간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희망의 문학: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깡깡이를 켜는 것을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 해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런 기적 같은 일이라도 일어나야 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고,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속세인들의 잘난 체로 해석하는 견해와 2. 불가능한 상황이 기적같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석하는 견해와 3. 산대잡희를 하는 광대 중 사슴으로 분장한 사람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으로 보는 견해.
희망의 문학
가다 보니 배부른 독에 진한 강술(强酒)를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이 매워 붙잡으니 낸들 어찌 하겠는가. - 고뇌의 해소 (8연)
< 8연 :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이 괴로움을 술로 달랠 수밖에 없다는 이 노래의 결련(結聯)이다.이 작품은 현실의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 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는 노래이다. 이 노래에서 그려지고 있는 자연은 청산과 바다로 집약되며, 그 속에서의 전원적 생활을 그리는 것이 주제에 해당한다. 현실에 대한 퇴영적이고도 도피적인 생각이 담겨 있음도 확인된다. 각 장(연)마다 반복되는 여음구가 음악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시구의 반복을 통한 의미의 강조가 수사적인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희망의 문학: '설진'을 '주름잡힌'으로 해석하여, '술이 끓어올라서 누룩이 우글쭈글 엉겨 주름잡힌 덜 익은 술을 빚는구나'로 해석하기도 한다. 누룩 냄새가 강렬하게 내 코로 스며들어 나를 붙잡으니 내 어찌하리까. 여기에서의 '강술'은 현실적 고통을 잊게 하는 매개체로 결국은 술에서 구원한 찾는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이 노래는 은둔해도 풀 수 없는 삶의 고뇌를 술로 달래야만 하는 인생고를 우수적인 표현과 음악성으로 잘 융해하고 있다. 제 1장에서는 청산에 살겠다는 서정적 자아의 모습은 제 2장에서는 근심이 많은 인물로, 제 3장에서는 이끼 낀 쟁기를 가지고 자기가 갈던 사래를 망연히 바라보는 인물로 구체화된다. 그런 점에서 일단 난리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유랑민의 비탄을 노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제 4장의 근심, 제 5장의 슬픔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제 6장은 제 1장과 대응된다. 제 7장에서는 사슴으로 분장한 배우가 장대에 올라 깡깡이를 켜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제 8장에서는 술로 근심을 잊겠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지만 근심스런 삶의 연속 속에서도 삶에 대한 포기보다는 낙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출처 : 김윤식, 김종철 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1
우수와 해학을 바탕으로 삶의 고통과 비애를 형상화한 이 노래는 시구의 반복과 'ㄹ, ㅇ'음의 사용으로 음악성 또한 두드러진 작품이다. 그러나 그 뜻을 명확히 풀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의 내용을 흝어 보면 삶을 고통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청산이나 바다와 같이 고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운둔할 수도 운둔한다고 풀어질 수도 없음을 깨닫고, 현실적 삶의 고통과 비애를 술로써 달래려 한다. 이 노래의 서정적 자아는 비애와 고통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낙천적 인생관을 보이고 있다. 이 노래는 고도의 비유와 상징성을 보여 표현상으로도 빼어난 면모를 나타내는데, 형태상의 균제미와 후렴구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뛰어난 음악성은 이 노래의 가치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출처 : 김태준. 류탁일, 한성희, 이용호 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2
작자·연대 미상의 고려가요로 <서경별곡 西京別曲〉·〈만전춘별사 滿殿春別詞〉와 더불어 고려가요 가운데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악장가사 樂章歌詞〉에 전문이 실려 있고, 〈시용향악보 時用鄕樂譜〉에는 1연과 곡조가 실려 있으나 옛 문헌에 제목이나 해설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고려시대의 노래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서경별곡〉·〈쌍화점〉과 형식이 매우 비슷하며 언어구사나 정조가 조선 초기의 노래와는 전혀 다르므로 고려가요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식은 전편이 8연이고 매 연 4구씩이며 후렴구가 붙어 있고 매 구 3·3·3(2)조의 정형으로 되어 있다. 작품의 유래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작자, 성격 등의 문제에서 정설이 없고 여러 견해가 있다.
작자에 대해서는 이미지·상징성·구성 등이 매우 잘 짜여져 있으므로 개인창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한글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정착되었으므로 민중 창작으로 보기도 한다. 이 노래의 성격 규정에 관한 견해는 청산에서 머루·다래를 따먹고 사는 유랑민의 노래, 민란(民亂)에 참여한 농민·노예·광대 등의 노래, 실연(失戀)의 슬픔을 잊기 위해 청산으로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의 노래, 왕으로부터 버림받거나 그밖의 어려움을 잊기 위해 청산을 찾으면서도 삶을 집요하게 좇는 지식인의 노래, 여인의 한과 고독을 담은 노래 등으로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현실의 시름 때문에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라고 보는 것이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청산별곡'의 주제에 대하여는 다음의 세 가지 이설(異說)이 있다.
첫째는 고려 후기에 계속되는 전란을 피해 이리저리 떠돌며 유랑하는 서민의 애상적인 처지를 노래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 둘째는 실현한 사람이 짝사랑의 애상 때문에 생의 비애를 느끼고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 셋째는 속새의 번뇌를 벗어나기 위해 청산을 찾아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지식인의 술노래라는 견해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 노래는 청산이나 바다를 찾아 외롭게 사는 한 사람의 애닯은 심정과 삶에 대한 비애를 읊은 것으로 그 이면에는 풍자와 낙천성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즉 비애와 고독을 노래한 뒤에 명랑한 후렴구를 반복함으로써 단순한 인생의 고통을 노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여 승화시키려는 고려인의 강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 노래가 고려 가요라는 근거는 없으나, 구성 방법이나 사상·정조(情調)가 그것과 비슷하므로 고려 가요로 간주한다. 이 노래는 고려 시대 사람들의 생활 정서가 잘 반영되어 있는데 그것은 자연에 대한 살아, 현실 도피, 은둔의식, 낙천적 의식 등이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척신(戚臣)들의 횡포와 무신들의 무단 통치, 내우 외환의 정세 등이 있다. 8연에 등장하는 '술'이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을 잘 상징하고 있다.
위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고통스러운 삶으로 인해 방황하는 인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여 삶의 고뇌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그 해결을 술로 해결하려는 한계도 보이기도 한다.
'청산별곡'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연 구 성 중심 소재 소재의 이미지 주 제
1 기 청산, 비세속적인 자연, 속세를 떠나 청산에 숨어 살겠다.
234 승 새 새 밤 함께 비탄하는 벗,자기의 분신,절망적인 고독, 새와 함께 비탄하는 고독. 속세에의 미련에 번민함. 절망적인 고독에 괴로워함.
567 전 돌바다사슴 운명,새 생활 환경,기적의 매개물, 고독과 번뇌를 운명으로 여김. 새로운 세계를 찾아감.절박한 심정임.
8 결 강술, 구원의 생명수, 술을 통해 삶의 구원의 길을 찾음.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 연 소재이미지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출처 : 권영민 저 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청산별곡'의 해독(解讀)에 대한 이설(異說) 고려 가요의 다른 작품에 대한 풀이가 그렇듯이 이 노래도 이설(異說)이 많다.
(1) '살어리랏다' : '-리랏다'를 과거 가정법으로 보아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로 해석하기고 한다. 이 경우 '과거에 내가 좀더 현명했더라면 청산에 살았을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2) '우러라' : 명령법으로 보아 '새여, 울어라'로 풀이하기도 한다. '노래하다'의 의미로 보아 '노래 불러라 새여. 너보다도 근심이 많은 나도 이렇게 노래 부르고 있는데'로 풀이되고 있다.
(3) '가던 새' : '가던 새'의 '새'를 '鳥[새]'로 보지 않고 '갈던 새[밭이랑]'로 보기도 한다. 즉 '가던'은 '(밭을)갈던'에서 ㄹ이 탈락된 형태이고, '새'는 '사래'에서 ㄹ이 탈락되고 축약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사래'는 밭이랑 내지 마름이 지어 먹는 밭[私耕(사경)] 등을 뜻한다. 따라서 제 3연을 '갈던 밭을 본다. 녹슨 연장을 가지고 갈던 밭을 본다.'로 풀이하여, 경작하던 밭을 빼앗기고 산 속에 들어와 옛 생활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4)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① 못난 속세 사람들이 잘난 체하며 뽐내는 꼴을 할 수 없이 보노라. ② 산대잡회(山臺雜戱)를 하는 광대 중에 사슴으로 분장한 사람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켜는 것을 듣노라. (5) '설진 강수를 비조라.' : '설진'을 '주름잡힌'으로 해석하여, '술이 끓어올라서 누룩이 우글쭈글 엉겨 주름잡힌 덜 익은 술(단술)을 빚는구나.'로 풀이하기도 한다. (출처 : 권영민 저 문학교과서에서)
고려 속요의 사설과 음악
고려 속요는 후삼국의 민요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하여, 고려 시대를 거치는 동안 많은 작품들이 교체되었다. 이 교체 과정은 크게 사설과 음악이 함께 수용되는 경우와 사설만 수용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 새로운 노래의 사설은 기존의 음악에 얹어 부를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 음악에 맞추기 위한 사설의 수정은 불가피했다.
일례로 '서경별곡'을 들어 보자.
희망 문학
'서경별곡'은 기존의 음악에 맞추기 위해 반복(서경이, 닷곤희망문학 등 각 행의 첫째 구)을 하거나, 조흥구(아즐가), 후렴(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을 넣어서 기존의 음악 형식에 맞추고 있다. '청산별곡'은 자신의 사설을 자신의 음악에 얹어 불렀지만, '서경별곡'은 다른 곡의 음악에 사설을 얹어 불렀던 것이다. 또한, '서경별곡'의 2연의 사설은 1·3연과 내용적 맥락으로도 거리가 있고, '정석가'의 마지막 연에도 그대로 있어 원래 '서경별곡'의 사설인지 의심받기도 한다. (출처 : 오세영·서대석 저 문학교과서)
고려 속요의 형태적 특성
고려 속요는 3·3·2, 혹은 3·3·3조의 3음보 연장체(聯章體)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연은 후렴구를 중심으로 전후절(前後節)이 나뉘는, 분절체(分節體) 형식을 취한다. 특히 다양한 후렴구는 민요적 성격을 반영하며,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매끄러운 리듬을 살리고 있다.
'청산별곡'과 자연
오늘날 우리가 물려받은 시가 가운데서 자연을 읊은 것이라면 '청산별곡'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 작품은 현실 도피니 자연문학이니 하여 자연시로 평가받아 왔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도 자연 그것의 아름다움보다는 인생의 고뇌가 더 강렬하게 나타나 있음을 본다. 인간 속으로 일단 끌려 들어왔다가 다시 뱉어진 자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진실로 자연을 통하여 재생된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청산(靑山)'이란 이미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청산, 즉 자연의 일부로서의 청산은 아니었다.
희망의 문학
이 때의 '쳥산'은 '머루', '다래'가 뒷받침하는 청산이다. 그런데 그 '머루', '다래'란 인적이 미치지 못하는 높고 깊은 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과실이요, 보리나 쌀처럼 돈이나 물품으로 바꿀 수 있는 성질이 못 되는 과실이다. 따라서 이 '머루', '다래'는 '쌀','보리'와는 반대되는 식물(植物)이기도 하다.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쌀', '보리'가 세속적인 식물이라면 '머루','다래'는 비세속적인 식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청산'이란 단순한 자연의 일부분의 뜻이 아니라 비세속적인 세계를 뜻한다고 할 것이다.
제 2연에 나오는 '새'도 작중 화자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어 주는 새이다. 단순한 자연의 한부분으로서의 새가 아닌 것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울고 있는 저 새소리는 곧 작중 화자의 슬픔을 함께 슬퍼해 주는 새 소리라 보는 것이다.(중략)
이처럼 '청산별곡'에서의 자연은 자연물 그 자체에 대한 애착이나 동경에서 포착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 속으로 옮겨 들어와 인간과 더불어 울고 웃는 자연물임을 알 수 있다.(출처 : 정병욱, '한국고전의 재인식')
'청산별곡'의 서정적 자아와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
① 유랑민이라는 견해 : 청산에 들어가 머루나 다래 등을 따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의 애상적 감정, 특히 유랑민의 처지를 나타낸 민요이다. ② 실연한 사람이라는 견해 : 슬픔을 잊기 위해 청산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실연한 사람의 현실 도피적(逃避的)인 노래라고 보는 견해 ③ 지식인이라고 보는 견해 : 속세의 고뇌를 떨쳐버리기 위하여 청산을 찾아 삶의 위안을 추구하면서도 삶을 집요(執拗)하게 추구하는 지식인의 노래라고 보는 견해가 있고, 이러한 견해라면 무정부주의적 사고라는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민요라기 보다는 고도의 상징적인 표현 등으로 미루어 보아 창작 가요라고 결론을 지을 필요가 있다.
청산별곡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개 요〕
모두 8연으로 ≪악장가사 樂章歌詞≫에 전문이 실려 전하고, ≪시용향악보 時用鄕樂譜≫에 곡조와 제1연이 실려 있다. 〈서경별곡 西京別曲〉·〈만전춘별사 滿殿春別詞〉와 함께 고려가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의 신분계층이나 제작 동기, 작품 성격, 작중 화자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정설이 세워지지 않은 채 논란이 거듭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애정을 주로 다루었던 다른 고려가요에 비해, 삶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 설〕
〈청산별곡〉의 사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형 식〕
이 가사는 ‘청산’으로 시작하는 연이 5연, ‘바다’로 시작하는 연이 3연으로 되어 있는데, 3·3·2의 기본 음수율을 바탕으로 병행법·반복법 등을 쓰고 있고, ‘청산’연과 ‘바다’연, 제3연과 제7연, 그리고 제4연과 제8연이 정확히 대응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로 보아 현재 전하고 있는 작품의 제5연과 제6연이 ≪악장가사≫에 교체되어 기사(記寫)되었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에, 총 8연 2장의 노래가 되고, 이는 4연 1장의 정형성을 지니게 되며, ‘청산’연과 ‘바다’연은 완전히 대응관계를 이룬다. 이것을 간단히 요약,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Ⅰ장 ‘청산’연 1 청산 : 멀위·愷래 2 새 : 자고 니러 우니노라 3 가던 새 본다 가던 새 본다 4 寗 엇디 호리라 Ⅱ장 ‘바다’연 5 바다 : 蝎絅자기·구조개 6 돌 : 마자셔 우니노라 7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8 내 엇디 悧리잇고 그러나 문헌으로 분명히 기록된 노래를 임의로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여 ‘바다’연 가운데 2연이 탈락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청산’연 5연, ‘바다’연 3연으로 받아들이려는 견해도 있다.
〔작자 및 작품해석〕
작자에 대해서는 개인 창작으로 보는 견해와, 민요 즉 민중의 공동작으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개인의 창작으로 보는 근거는 이 가사가 고도의 이미지와 상징성, 긴밀한 구성, 심도 깊은 텐션(tension) 등으로 완전무결하게 짜여진 작품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나중에서야 문자로 정착되었다는 점과 보편적으로 여요(麗謠)가 민중의 공동작이라는 점에서 민요로 보는 견해가 좀더 일반적이다. 또한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는 견해와 여성으로 보는 견해, 이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이 가사의 성격에 관해서는, ① 청산에 들어가 머루나 다래를 따먹고 살아야 하는 민중의 괴로운 삶, 특히 유랑민의 처지를 나타낸 민요, ② 민란(民亂)에 참여한 농민·어민·서리(胥吏)·노예·광대 중의 어느 하나 혹은 그들 혼합집단의 노래, ③ 슬픔을 잊기 위해서 청산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실연(失戀)한 사람의 노래, ④ 고민을 해소하기 위하여 청산을 찾고 기적과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지식인의 술노래, ⑤ 닫혀진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여인의 한(恨)과 고독을 담은 노래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①의 견해는 이 가사가 민중의 공동작이며, 작중의 화자가 남성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편, ④의 견해는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①·②와 같으나, 개인의 창작, 그것도 지식인의 창작으로 보는 점에서는 ①·②와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들 ①·②·④의 견해는 이 가사가 밖으로는 거란·여진·몽고족 등 외족의 침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안으로는 이자겸(李資謙)의 난, 묘청(妙淸)의 난에 이어, 무단정치가 지속되는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인식과 깊이 관련 맺고 있다. 이 가사는 이와 같이 내우외환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 내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⑤의 견해는 ①·②·④와는 달리, 작중의 화자를 여성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든 여성으로 보든 간에 이 화자가 현재 시름이 많은 자로서 운명의 돌에 맞아서 울고 있고,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고독에 싸여 한 맺힌 삶을 살고 있는 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노래하며 지내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는 사실(제2연의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이 주목된다. 그러기에 작중의 화자는 현재의 자기 삶의 터전을 떠나, ‘청산이나 바다에 가서 살았던들 이와 같은 고독과 회한은 차라리 없었을 것을’ 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삶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연은 결국 이 기막힌 삶과 심정을 술을 빚어 혼자서, 혹은 님과 더불어 마심으로써 해결하고 달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이 가사에 대한 전거(典據) 문헌의 해설이 전혀 없으므로 작품 자체를 통해서만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동시에, 이 작품이 안고 있는 독해상(讀解上)의 문제점에도 기인한다. 우선 ‘잉무든 장글’, ‘믈 아래 가던 새’, ‘에졍지’, ‘사嗜미 戀대예 올아서 羸금을 혀거를 드로라’ 등의 어휘 내지 문면(文面) 해석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한편 ‘잡嗜와니’의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는데, 보조어간 ‘崎’의 기능상 그 뒤에 오는 것은 내가 존경할 만한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따라, 그 목적어를 ‘나의 님’으로 보느냐, 아니면 같은 여요 〈서경별곡〉의 “구스리 바회예 디신槪”의 ‘신’이나 “여羸므론 질삼뵈 槨리시고”의 ‘시’ 등의 표현 용례와 같이 보아 ‘나의 마음’ 혹은 ‘술잔’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 해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잉무든 장글’을 이끼 묻은 쟁기나 혹은 농기구로 보고, 따라서 작중의 화자를 농민 혹은 반란군으로 보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괭이나 삽 등은 농기구이면서, 민란 때는 병기의 구실을 한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 경우는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보는 것이다. 그 근거는 모든 외로움과 괴로움을 술이나 마시면서 달래본다는 결련(結聯)에 나타난 화자의 심정에 있거나, 혹은 제3연, 즉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에 두고 있다. 그러나 ‘졍지’, ‘설진 강수를 비조라’, ‘잡嗜와니’ 등의 표현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작중의 화자가 여성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비조라’의 경우, ‘오’를 절대시제(絶對時制, aorist)로 파악, ‘빚노라’·‘빚었노라’로 해석함으로써 그 빚는 주체를 어디까지나 여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편,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라는 표현을 보아, 이 작중 화자가 마지못해 남을 위해서 노래나 부르는 기녀 내지 그와 비슷한 유의 존재, 혹은 그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광대 성격의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작중의 화자를 여성으로 볼 경우, ‘잉무든 장글’을 ‘이끼 묻은 장도칼’ 혹은 ‘이끼 묻은 악기’ 정도로 해석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믈 아래 가던 새’의 해석이 구구한 마당에 아무도 확실한 주장을 펼 수는 없는 실정이다. ‘믈 아래’에 대해서는 ① 수면 밑〔水面下〕, ② 들판〔平原地帶〕, ③ 물 건너 마을·아랫마을 등의 여러 갈래 해석이 있고, ‘가던 새’에 대해서도 ① 날아가던 새, ② 갈던 사래 등 해석이 있어 구구하다. 이 가사 가운데 난해하여 가장 해석이 구구한 대목은 바로 ‘사嗜미 戀대예 올아서 羸금을 혀거를 드로라’이다. 이에 대해서는 ① 천하고 외설스런 장면을 희학적(戱謔的)으로 노래한 음란한 가사, 또는 세상을 조롱하는 오만한 해학어(諧謔語), ② 사슴으로 분장한 산대잡희배(山臺雜戱輩)의 놀이, ③ 기적을 노래하는 당시대의 관용구 등 여러 가지 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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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anarchism>(無政府主義)
모든 정치조직·권력·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 권력 또는 정부나 통치의 부재(不在)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n archos’에서 유래한다. 근대에 와서 처음으로 국가가 없는 사회란 뜻으로 이 용어를 사용한 사람은 루이 아르망 드 라옹탕으로 인디언의 생활을 기술한 그의 저서 《Nouveaux Voyages dans l?merique Septentrionale》(1703)에 나타난다. 무정부주의는 국가와 법 또는 감옥·사제(司祭)·재산 등이 없는 사회를 지칭한 것인데, 요즈음 일상적으로 혼란·무질서 등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정부주의는 하나의 사회철학이며 정치이념으로,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모든 억압적인 힘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정부주의의 요소는 스토아철학의 창시자인 제논으로부터 자유주의자인 W.훔볼트나 J.S.밀 등의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무정부주의는 대개 다섯 가지의 특징으로 규정해 볼 수 있다
① 인간은 본래 선(善)의 능력을 가진 착한 존재인데, 관습·제도·권력 따위가 타락하게 만든다. ②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할 때 가장 인간다워진다.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따라서 이러한 사회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고 국가는 그에 반대되는 것이다. ③ 사회의 여러 제도 가운데에서 특히 사유재산과 국가는 인위적인 것으로는 으뜸인데, 이것들은 사람들을 서로 타락시키고 또 착취하게끔 하는 것이다. 민주통치나 사회주의적 경제체제 등 모든 권위적인 요소들은 개인을 억압하는 것이다. ④ 모든 사회변화는 자생적이고 직접적이며 대중적인 기반을 둔 것이라야 하며, 이와 반대되는 모든 조직화된 운동은 권위의 조작에 의한 산물에 불과하다. 조직화된 혁명은 하나의 억압을 다른 하나의 억압으로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변화는 외부적인 통제가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들로 이루어지는 대중의 자연적인 느낌의 표출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⑤ 산업문명은 생산수단의 소유형태가 어떻든지 간에 인간의 정신을 파괴한다. 기계는 인간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회든 산업문명 위에 서는 것은 인간의 내적인 힘을 누르는 것이다.
이런 사상적 요소를 가지는 무정부주의는 여러 사상가들에 의하여 대표되는데, 내용이 각기 다르기는 하나, 개인의 자유와 경제생활의 유대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권력과 불평등에 반대하여 자율적인 협동을 강조한 W.고드윈, 재산을 도둑이라고 정의(定義)한 P.J.프루동, 마르크스에 맹렬하게 반대한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를 부르짖은 M.A.바쿠닌, C.R.다윈의 적자생존 원칙에 반기를 든 P.A.크로폿킨, 개인의 개성을 철저하게 주장한 M.슈티르너, 모든 폭력에 반대하여 무저항주의를 내건 L.N.톨스토이, 생디칼리슴을 내건 소렐 등은 모두 이 계통의 거장들이다. 무정부주의는 운동으로서는 에스파냐내란의 종식과 함께 기울었으나, 사상으로서는 여전히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관료화되고 조직화된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제국주의하에서 독립쟁취의 수단으로 무정부주의운동이 전개되었는데, 1922년 12월 박열(朴烈) 등이 일본에서 조직한 풍뢰회(風雷會:후에 黑友會로 개칭)가 한국 무정부주의운동의 기원이었다. 이 운동이 국내에서 표면화한 것은 23년 서동성(徐東星)이 대구에서 조직한 진우연맹(眞友聯盟)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당시의 무정부주의는 강권권력하에서는 자유의 옹호·촉진을 위하여 파괴·암살 등은 당연히 따르는 것이라 하여 급격한 폭력주의를 택하기도 하였다.
니힐리즘<nihilism>
라틴어의 ‘무(無)’를 의미하는 니힐(nihil)이 그 어원으로 허무주의를 이르는 말.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니힐리즘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그리스의 소피스트 고르기아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을 니힐리스트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에서 니힐리즘이란 절대적인 진리나 도덕·가치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 그러한 입장에 따른 생활태도 등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회의주의나 상대주의도 일종의 니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사회의 진보란 모든 사회적 제도를 해소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는 무정부주의도 니힐리즘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니힐리즘의 의식은 19세기 후반 F.W.니체, M.슈티르너, F.M.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사상에 반영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 급속히 퍼진 사상이다. 니힐리즘의 한 극(極)을 이루는 것은 절망적 니힐리즘으로서 일체의 주의·주장을 부정하고 인생에는 어떠한 의의도 없다고 규정, 찰나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쪽과 모든 것에 전적으로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쪽이 있다. 다른 또 하나의 극은 무를 무로서 받아들임으로써 자유로운 삶과 자유에의 길을 모색하는 그룹으로서, 실존주의는 원래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라는 입장에서 삶의 가치를 부정하고 권력을 쇠퇴시키는 그리스도교 도덕이나 불교 도덕을 수동적 니힐리즘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삶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면서 기성가치의 전도(顚倒)를 지향하는 능동적 니힐리즘을 제창하였다.
J.P.사르트르나 A.카뮈로 대표되는 프랑스 실존주의도 역시 이 세상의 부조리를 극복하면서 자유로운 삶을 타개하려는 입장에 있다. 《존재와 시간》에서의 M.하이데거의 사상이 바로 그 선구(先驅)라고 할 수 있으며, 존재 그 자체에의 순종을 강조하는 후기 하이데거의 사상은 니힐리즘의 초극(超克)을 위한 모색이며, 또한 K.야스퍼스는 S.A.키에르케고르와 마찬가지로 세계(世界) 내의 무에서 반전(反轉), 세계를 초월한 초월자(超越者)에 대한 신앙을 통해서 니힐리즘을 극복하려고 하였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도피<escape>(逃避)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이를 피하려 하거나 적응하기 힘든 상황을 피하여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심리적 반응. 도피의 유형으로는 개인적 도피, 집단에의 도피, 문화에의 도피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개인적 도피는 개인이 어떤 대인관계에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이 상황에서 벗어나 고립하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개인적 도피의 중요한 형태로는 대인관계에서 자기를 분리시키려고 하는 고립적 경향이나 대인관계 맺기를 피하려고 하는 인간혐오의 경향을 비롯하여 공상에의 도피와 퇴행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 도피가 병적일 정도로 심해지면 대인공포증이라는 강박증이나 정신분열증에서 볼 수 있는 자폐증(自閉症) 등의 증후로 나타난다. 집단에의 도피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책임 아래 행동하기를 불안해하거나 자신감을 잃고 집단이 강요하는 규범을 저항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집단행동이나 지도자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에 적응해 나갈 방향을 상실하고 불안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히게 된 대중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가족과 국가는 이와 같은 대중에게 중요한 도피장소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파시즘이라는 정치체제는 이러한 집단에의 도피라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루는 사회심리를 가장 유효하게 조직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E.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날카로운 분석을 하였다. 문화에의 도피란, 개인이 그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취미에 몰두하거나 대중오락을 추구하는 등의 경향을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도피적 경향을 만족시키는 소비문화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대중이 품고 있는 욕구불만이 체제 존속상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공격적 행동으로 전화(轉化)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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