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이어진 동생들 업고 안고, 점심 새참 함지박 머리에 이고 종종 걸음으로 밭으로 논으로 발발 쏘다녀도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던 열일곱 살 순덕이가 마침내 시집을 가게 되었다. 순덕어미는 그렇게도 딸을 부려 먹은 게 안쓰러운지 딸 머리를 땋아 주며 말했다. “그 집은 식구도 단출하다니 네가 땀 흘릴 일은 별로 없을 거다. 발 뻗고 실컷 잠도 자고.” 하지만 시집이라고 갔더니 제 어미 말하고는 달랐다. 신랑과 시어머니뿐인 줄 알았는데 시집갔다 던 시누이가 딸 하나를 데리고 친정 살이를 하고 있었다. 시어미와 시누이는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큰 일, 작은 일 닥치는 대로 순덕이를 부려 먹었다. “아가~ 메밀묵이 먹고 싶구나. 광에 가서 메밀 한됫박 만 퍼내 와 절구질해라.” “올케~ 물 한그릇 떠 주고 우리 임단이 좀 업어 줘.” 시어미와 시누이는 새 며느리가 한시도 쉬는 꼴을 못 본다. 순덕이는 “예, 어머님” “예, 예, 예”를 달고 다니며 속으로 ‘내 팔자에 어떻게 일이 떨어지겠나’ 생각하고 서는 종아리가 붓도록, 어깨가 빠지도록 일을 했다. 시어미보다 순덕이를 더 부려 먹는 건 시누이다. 제 손발을 뒀다가 뭣에 써먹으려는 지 버선 빨아라, 고쟁이 빨아라, 쑥 뜯어 와 쑥떡 해라, 딸애 기저귀 빨아라, 등 두드려라, 어깨 주물러라 … 순덕이를 못살게 했다.
밤이 또 순덕이를 괴롭혔다. 용두질 만 하던 한 살 아래 신랑이란 게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순덕이 옷을 벗겼다. 하룻밤에 한번이면 그나마 참겠는데 자다가도 눈만 뜨면 그 짓이다. 아직 운우의 맛도 모르는 순덕에게는 보통 고역이 아니다. 동창이 밝아 옷을 걸치고 부엌에 나가려는 순덕이를 또 잡아당겨, 아침이 늦었다고 시어머니한테 호통을 맞게 하기 일쑤다. 낮엔 앉을 틈도 없이 일하고, 밤이면 잠도 못 자게 시달려도 그것까지는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고생 만은 참을 수가 없다. 혼수 적게 가지고 왔다는 걸 두고두고 말하지 않나, 쌍놈 집안에서 자라 본데가 없다느니, 음식 솜씨 일솜씨가 없다느니, 외아들 진을 다 빼 먹는다느니, 순덕이 가슴에 못 박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해댔다. 어느 날~ 동네 우물에 물 길러 갔던 순덕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왔다. “어머님~ 동네 여편네들하고 한판 싸우고 왔습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글쎄~ 아가씨가 시집에서 쫓겨났다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쫓겨난 게 아니라 친정 다니러 왔다 했더니 모두가 킬킬 웃더라구요 .” 시어미와 시누이가 눈이 동그래지는 걸 보고 순덕이가 말을 이어 갔다. “아가씨 딸, 임단이가 제 아버지는 조금도 닮지 않고, 아가씨 시집 마을 뒷산 암자의 점쟁이 도사를 빼 쐈다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양반 가문의 우리 시누이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막 싸웠어요.” 시어머니는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어떤 년들이 그런 새빨간 거짓말을 하더냐” 라고 말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이튿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난 순덕이 문을 빠끔히 열고 말했다. “아가씨~ 오늘 아침밥 좀 해 줘. 내가 몸살인가 봐.” 하더란다~ ㅎㅎㅎ |
첫댓글
옛날 여인들의 고생한
시집살이 이야기
잘보아습니다..
남이 그러더라 ㅋㅋㅋ
ㅁ머리는 잘 돌아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