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빈민가 출신의 산티아고 뮤네즈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는 동화 같은 내용의 영화입니다. 물론 픽션이지만, 그런 낭만 넘치는 스토리는 모든 축구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죠.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 냉정하고 차갑지만, 같은 일을 반복해서 오래 하다보면 가끔 기적 같은 순간을 경험합니다. 우리 구단은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우리의 구성원 중 한 명이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불과 지난주까지 한국 5부리그 선수였던 김문현이, 오늘 J리그1 후쿠오카 아비스파에 입단했습니다. 양천TNT FC의 25년 역사에서, 그리고 지금의 운영체재를 도입한 지난 10년의 시간동안 총 224명이 국내와 해외 상위리그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J리그 1부 구단에 직행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2002년 생인 문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21년 TNT에 입단했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공도 제법 찰 줄 알았고 부지런함도 있었습니다. 다만 성인축구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듬해 테스트를 거쳐 세르비아 2부 FK Javor Ivanjica U19에 입단했지만, 코로나 등 여러 복잡한 상황이 겹치면서 국내로 복귀했습니다.
그 무렵 문현이는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는데, 군 복무 후에도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복무 기간동안 코칭스태프와 꾸준히 소통하며 몸상태를 체크했고, 그 결과 전보다 훨씬 튼튼한 상태로 돌아와 팀 전력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후쿠오카 아비스파 훈련캠프에 합류한 김문현 선수
하지만 문현이는 지난 연말 시즌을 마치고 열린 국내 구단 테스트에서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도전한 일본 하부리그 구단 테스트 과정에서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구단이 한 J1 클럽과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그 경기를 우연히 지켜보던 후쿠오카 아비스파의 김명휘 감독이 문현이를 점찍고 구단 훈련에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피셜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 입니다.
사실 문현이가 제게 일본 하부리그 테스트에 참가한다고 말했을 때, 강하게 만류했습니다. 아까웠습니다. 동시에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축구선수의 삶을 재개한지 겨우 반년 밖에 안됐기 때문입니다. 만 22세의 잠재 기량이 있는 선수였기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발전해서 조금 더 안전하게 나아가길 바랬습니다. 만약 문현이가 제 말을 들었다면 J리그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됐을겁니다. 그래서 문현이에게 더 커다란 응원을 보냅니다.
프로가 되는 건 참 어렵지만, 프로가 되서 경쟁하고 살아남는 건 더 어렵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TNT에서 문현이를 포함하여 모두 10명의 선수가 상위리그에 진출했습니다.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점에서 더 치열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TNT는 프로가 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 좋은 습관이 기본이 되어 선수가 지닌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생기는 이런 기적이, 녹록치 않은 현실에 특별한 에너지가 됩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첫댓글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477/000053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