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임 교수
한국불교 상담학회 창립한
백경임 교수와
이끌어가는 안양규 교수
1. 창립자 백경임 교수
기자: 교수님!인터뷰 고맙습니다. 상담으로 사람들의 어려움에 도움을 준다는데, 불교 상담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더 있는지요?
백교수: 불교 상담을 한마디로 간단히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교자체의 영역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다른 상담과의 차이점을 들기도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나 상담이 인간의 심리적인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부처님만큼 인간의 괴로움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고뇌하고 그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으신 분이 계실까요? 저는 부처님을 최고의 상담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최고의 상담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조차도 상담자가 되려고 할 때 서양에서 발달한 상담이론에 의해 그 가치관에 기초한 상담교육을 받고 내담자를 상담을 해 온 것이 현실입니다. 상담학이라는 학문이 서양에서 발달하여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리 정서에 맞는 상담이 더 효과적일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불교 가치관을 적용한 상담을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각성이 최근에 일기 시작한 것이지요. 저는 이것보다 더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괴로움의 대부분은 욕망과 관련되어 있는데, 불교에는 욕망을 순화시키는 방법이 굉장히 발달하였고 또 그 해결책 역시 근원적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다른 어떤 상담보다도 그 욕망을 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발달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불교학이나 상담학이 아니라 불교상담학이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 온 것은 초기 단계라고 봐야지요. 불교상담학이 학문으로 제대로 자리메김하기 위해서는 이론을 정립하고, 현실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역사가 필요하지요. 한국불교상담학회는 이 일에 일조하기 위해 만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괴로움에는 욕망이 근본 원인이다 말씀하셨는데, 한국불교 상담 학회에서는 욕망을 어떻게 해결하도록 상담하시는지요?
백교수: 불교의 상담이론을 들자면 아무래도 고,집,멸,도 사성제와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인 팔정도가 근본이 되겠지요. 사성제 가운데 특히 집성제와 멸성제에서 그 상담의 방법들이 도출되어 나올 것이며 팔정도의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상담학과 연계하여 현장에 적용될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오늘날 심신치유로 널리 각광받는 명상의 심리치료적용이 정념(正念)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기자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사실 서양에서 이렇게 불교를 심신치료에 활용함으로서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을 하게 되어 “아이고 우리 것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네”하면서 명상이 불교를 넘어 상담계로 대중문화로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서양의 mindfulness meditation을 기반으로 하거나 남방불교의 vipassana 라는 이름으로 상담과 접목되어 널리 활용되고 있지요.
불교상담의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해요. 예를 들 수 있는 것은 불교의 무아사상이 활용된 타자중심상담 기법을 들 수 있지만, 명상을 활용한 프로그램은 서양에서 개발된 것이 많이 쓰이지요. 마음챙김 명상에 바탕 둔 스트레스완화(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 Commitment Therapy),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인지치료(MBCT: 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자기자비알아차림(MSC: Mindful Self-Compassion) 등을 들 수 있지요.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간단히 호흡과 관련하여 불안이나 강박등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완요법이 상담에서 활용되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불교의 명상에 주목하면서 더욱 전문적으로 발달하게 되었지요. 이들 내용을 집단상담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개인상담에서도 필요에 따라 일부 내용을 응용활용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동사섭 프로그램도 상담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자: 불교 상담을 통해서 부처님 가르침의 경전적인 면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상담 하시는지요?
백교수: 네 그렇습니다.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것은 불교적 가치관이나 이론을 상담의 기법으로 활용되는 것을 말씀드렸는데요, 불교적인 다른 방식에 대해 말씀을 하시니까 실제로 불교의 상담자 중에는 불교의 가치관이 내면화되어 인격적으로 매우 성숙한 상담자들이 있는데요. 내담자가 그런 상담자를 만날 때 상담의 기법이 아닌 인격적인 감화랄까 자비심의 진정성이랄까 이런 측면에서 일반 상담과는 다른 차원의 깊은 치유가 일어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불교의 핵심사상 가운데 하나인 무아를 상담기법으로 하여 “타자중심상담”이라는 불교상담의 상담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아주 탁월한 상담효과를 보이지만, 이러한 기법 중심이 아닌 무아를 내면화한 상담자가 내담자의 괴로움을 법의 차원에서 깊은 자비심으로 공감할 때 일어나는 치유 효과를 말씀드립니다. 쉽지 않고 모든 불교상담자가 다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불교상담은 일반 다른 상담과 다른, 상담의 틀을 넘어서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교상담자가 되려는 사람은 불교 수행을 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회창립일
기자: 준비과정에서 자비심을 일으키시고 내담자를 만나신다고 하셨는데 주로 대화로 하십니까? 명상이나, 염불 등의 방법도 쓰시는지요?
백교수: 저희 학회에서 배출한 불교상담 전문가들은 제각각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상담을 하지요. 우리가 많은 워크 샵 등의 수련과정을 거치고 불교상담전문가 자격증을 드리지만 획
일적인 상담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지요. 우리학회에는 특히 스님들이 많이 활동하세요. 스님들 가운데에는 내담자에게 수행을 병행한 상담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스님이 아닌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저는 상황에 따라 대화만으로 상담을 하기도 하고, 카드를 활용하기도 하고, 미술치료를 하기도하고, 모래놀이치료를 하기도합니다. 제가 불교상담을 하는 사람이지만 상담할 때 불교적인 용어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만약 내담자가 불자라서 불교용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당연히 불교상담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불교용어를 쓰지 않는 경우에도 제가 하는 모든 상담을 불교상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내담자가 오기 전에 내담자에 대한 자비심을 가지려고 잠시 명상하거나, 내담자와 이야기하면서도 알아차림(사띠)를 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담자에게 불교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불교를 적용하는 불교상담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불교 상담학회에서는 불교상담사라는 인증된 민간자격증을 주신다고요. 허가 받으셨을때 많이 어려우셨겠네요.
백교수: 제가 원래는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 교수였잖아요. 그런데 2003년도에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의 인간학과 안에 불교상담을 전공할 수 있게 학제로 만들어졌어요. 저는 원래 아동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가정교육과 소속의 교수이지만 상담에 관심이 많아서 모래놀이치료를 하고 있었고 마침 가정교육과에서도 청소년상담사로 진로영역을 넓히기 위해 아동상담, 가족상담 등을 가르쳐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불교상담전공 대학원생들을 위한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불교상담을 전공하려는 대학원생들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상담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 말고 현장 적용을 위한 더 많은 공부를 해야되겠구나 싶었고, 그러기 위하여 경주에 학회가 만들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5년도에 제가 한국학술진흥재단에 한국불교상담학회 라는 이름을 등록을 했어요. 그 당시는 제가 학회장을 할 마음은 없었어요. 그러나, 오래 이름만 걸어둘 수도 없고, 학회이름을 등록한 책임도 있고하여, 결국 2008년도 5월 창립총회를 하면서 제가 학회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활동을 했는데 학회 운영을 하다보니까, 회원들의 상담공신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자격증 발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당연하지요. 내담자들을 만나려면 상담사로서의 자격인정이 필요하니까요. 우리나라 상담관련 자격증은 국가공인자격증은 직업상담사와 청소년상담사 밖에 없고 학회 등 기관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관리하는 민간자격증으로 등록해야하는데 쉽지 않았지만, 그 이야긴 타 종교와의 문제가 얽혀있어 생략하구요,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를 주무부처로 하여 불교상담사 민간자격기관으로 등록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불교상담사라는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출 수 있게 되었어요.
기자: 교수님,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어려움 극복하시며 만드시고 운영해오신 학회를 다른 교수님께서 운영 하시도록 하셨다고요, 감동입니다.
백교수: 사실 학회라고 하는 것은 어느 개인이 좌지우지해서도 안 되고, 그야말로 아카데믹한 단체이고 회장 임기가 끝나면 다른 회장이 이어가는 것이 정도인데, 그 동안 마땅히 맡아주실 분이 안 계셔서 제가 자꾸 연임을 하게 되어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하게 되었지요. 제가 2015년 대학을 정년퇴임을 하게 되니까 어려가지로 감당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후임을 물색하게 되었고, 다행히 2018년 총회에서 경주캠퍼스의 불교상담학과 주임 교수님이시고 불교대학 학장님이신 안양규 교수님이 후임으로 선출되셨어요.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실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지신 젊은 분이라서 저는 아주 많이 기쁘고 홀가분합니다. 학회 많이 발전할 겁니다. 지켜 봐주세요.
기자: 불교 상담 학회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백교수: 교수생활을 30여년 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우도 많았고,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도 당연히 있지요. 그런데 상담학회를 만들고 이끌어 온 것은 제 교수 생활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 참 보람된 일이었네요. 불교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해 가면서 좋은 분들과 함께 워크샵 하고, 열심히 공부한 분들께 불교상담전문가 자격증 드리고, 또 그분들께서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잘 하시니 당연히 보람을 느끼지요.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참 즐겁게 활동했네요.
제가 이화여대를 나왔는데 대학생 때 불교를 제대로 만나게 되었고 그 당시 법정스님, 광덕스님, 청담스님 등을 뵈면서 얼마나 신심나고, 불교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던지요. 그 때부터 불교와 관련된 일이 제겐 보람이었고 즐거움이었어요. 그래서 제3대 이대불교학생회장도 하게 되었는데 그때도 즐겁게 활동 했었는데, 한국불교상담학회 일을 할 때도 즐거웠어요. 특히 기억나는 일은 학회초기에 국제선센터(ITZI)회장이신 David Brazier 박사를 모시고 경주에서 여러 날 숙식을 함께하며 워크샵을 했는데, 다들 서양인의 입을 통해 듣는 불교와 상담에 관한 강의와 실습에서 환희심을 내기도 했지만 간사였던 화정스님께서 감자도 삶고, 옥수수도 쪄주셔서 얼마나 훈훈하던지요. 밤마다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함께 공부하며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참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지요.
또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변한 걸 말 안할 수가 없네요. 저도 저 자신이 교수 일 하면서 애들 키우면서 정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40대 초에 병이 덜컥 나버린 거예요. 한참 일할 나이에 병의 올가미는 나를 좌절 시켰고, 그때 제가 너무 성취중심으로 살았다는 자각이 들더라고요. 내 삶에 대한 문제로 상담을 받고, 상담을 배우고, 드디어는 상담을 하게 되고, 가르치고, 학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워크샵과 학술대회 등을 하면서 제 자신이 변한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상담이라는 영역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들어주고 해야하는데, 제 자신이 배려하고 들어주고 공감하는데 많이 부족했었거든요. 저에 대한 성찰로 제가 좀 더 성숙하고 여유로워진 것인 많이 기쁩니다. 충분한 보람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기자: 불교는 깨달음의 가르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불교 상담을 통하여 특별한 효과를 보셨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었는지요?
백교수: 꼭 짚어봐야 할 질문이네요. 불교상담은 상담학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다고 기대하고, 저도 앞에서 더 높은 차원의 상담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고 언급했었는데, 그게 부처님처럼 닮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수행을 병행한다고 해도 어떻게 무아체득이 말처럼 되겠어요. 저도 고민 많이 했어요.
상담을 심리학에 기반하였다고 볼 때 불교심리학에 바탕을 둔 상담이다 이렇게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불교심리학은 마음에 대한 학문인데 마음이란 것이 또 얼마나 넓고 어렵습니까? 마음을 언제 다 알아서 상담을 할 수 있을까요? 체계적인 공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봤어요. 내담자들은 중생들이고, 불교상담자들은 부처님처럼 보살 성인이라서 상담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요. 불교상담자 역시 고통을 가진 중생들이지만, 내담자를 같은 중생의 입장에서 더 잘 공감할 수 있으면서 더불어 깨달음을 바라보고 사는 수행자이므로 내담자가 바른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길을 같이 탐색해 나갈 수 있으면 불교상담자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자가 마음을 밝히는 등불을 들고 내담자의 손을 잡고 길을 찾아가면, 내담자가 마음편히 의지하고 길을 찾아갈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적 가치관을 반영한 불교상담의 이론과 방법들은 등불을 보다 밝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시작만 했고 이제 새 회장님께서 구체적인 내실을 기하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하나 분명한 것은 날이 갈수록 불교상담이 더 필요할 것이란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이렇게 풍족하고 기술적으로 이렇게 누리고 사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옛날보다 많다는 것이지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마음의 문제이거든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는데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의 문제를 불교상담에서 그 해답을 찾아줄 수는 없을까요? 만연한 트라우마의 문제도 공사상의 상담적 적용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을까요? 법정스님의 무소유정신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도, 소유에 전생애를 걸게 되는 불행한 사람들을 불교상담으로 도와주고, 그 근간이 되는 이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에 불교상담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사실은 부처님의 말씀은 아주 큰 보석의 창고와 같이 무궁무진한데 현대 우리에게 맞게 인간의 심리를 다룰 수 있도록 정제하여 보급하는 일을 한국불교상담학회에서 해내고 싶습니다. 이런 꿈을 가졌지만 꿈만 키웠지 벽돌 몇 개만 놓고 이런 대담으로 말을 늘어놓으니 부끄럽습니다. 모든 것을 후임 회장님께 기대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네요.
기자: 마음에 관한 말씀 하셨는데 교수님께서는 마음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백교수: 수행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긴 살았어도 “마음”이 뭔지 잡히지 않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뭐 좀될지 알았는데 역시 저 밖의 세상입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 수행에 매진하고 싶어 학회일도 적극 내려놓았습니다. 이 수련법, 저 수행법 많은 불교의 수행방법 가운데에도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요즈음 저는 쉐우민(Shweoomin)수행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이 수행법이 심념처수행법으로 분류되듯이 마음을 보는 수행법이지요. 역설적으로 이 수행을 하는 이유는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고요 얼마나 진전이 있을지도 미지수이지요. 단지 참 오묘하고 궁금하다는 것이 강해지고 매사를 좀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겼다 그 정도가 제 수준입니다. 죄송하네요. 뭔가 멋진 말을 못해서~~
기자: 사념처중에서 심념처 수행을 하신다니 수행이 완성 되실 때 어떤 상담을 하실지 존경하는 마음으로 기대가 됩니다.
교수님은 누구십니까?
백교수: 저는 ‘제 업(業)이구나’싶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제가 그동안 해 온 행동들이 쌓인 자료의 모둠에 의해 자발적으로 그 행동이 이루어지는 걸 보게 되거든요. 제 의지가 아니고 행동은 그냥 업에 의해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이것은 윤회잖아요. 여기서 벗어나려고, 습관적으로 업대로 안하려고, 알아차림(사띠)을 일상에서 하는 것이지요. 알아차리고 내가 또 ‘생각에 빠져있구나’, ‘또 그렇게 말해버렸구나’ 등 나의 업을 알아차리고, 무상. 고. 무아의 법의 이치로 보기 위해 ‘대상일 뿐’ 또는 ‘자연의 이치’로 다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아직 수행자로서 나는 내업입니다, 그러지만 더 정확하게는 업에서 벗어나려고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일시: 5월 1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뒷뜰
2. 한국불교 상담학회를 이끌어가는 안양규 교수
기자: 초기불교 학자로써 불교상담학회를 이끌어 가실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안교수: 우리나라는 십여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 빈곤과 정신건강의 위기’라는 현상과 마주하고 있다. 정신건강의 위기는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 국민의 27.6%가 평생 한 번이상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등의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이중에서 한 번이라도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경우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경전은 붓다의 근본 가르침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붓다는 제자들과 함께 신서림(申恕林)에 도착해 나무 아래에 앉았다. 붓는 손에 나뭇잎을 움켜쥐고 제자들에게 유도 질문을 하였다. “이 손안의 나뭇잎이 많은가, 저 큰 숲의 나뭇잎이 많은가?” 제자들이 아뢰었다. “손 안의 나뭇잎은 매우 적습니다. 저 숲의 나뭇잎은 한량이 없어 백천 억만 배나 되며, 나아가 숫자로도 비유로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붓다는 유도 질문의 목적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내가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고 스스로 본 법을 사람들에게 설한 것은 이 손안의 나뭇잎과 같이 적다. 내가 설한 법은 청정한 수행에 도움이 되고, 열반으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등정각을 이루어 스스로 바른 법을 알고도 말하지 않은 것은 저 큰 숲의 나뭇잎과 같이 무수하다. 왜냐하면 내가 알면서도 설하지 않은 법은 청정한 수행에 도움이 되고, 열반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설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에 대하여 힘써 방편을 쓰고 왕성한 의욕을 일으켜 빈틈없이 배워야 한다.”
붓다의 가르침이 고통의 해소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삼장(三藏)은 약창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약재 창고에 있는 약재를 현대인에게 적합한 필요한 약재를 찾아 처방해 주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약재를 주면서 알아서 복용하라고 하는 것은 환자에겐 가혹한 일입니다.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재를 정확히 찾아내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한국불교상담학회는 현대인에게 바로 복용될 수 있는 약을 조제하려고 합니다. 저는 만병통치약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 다른 각종 심리적인 문제에 맞는 맞춤형 약을 조제하려고 합니다. 이미 개발되어 시행되고 있는 심신치유프로그램을 우리 학회에서 테스트하고 보다 나은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회 회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회원에게 만족감을 드리고자 합니다. 서울 경기 지역엔 불교심리상담 관련 단체나 기간이 다수 있지만 경상권에서는 우리 학회가 유일합니다.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의 불교상담학과가 중심이 되어 한국불교상담학회가 12여년 전 창립되었고 지금도 많은 회원이 불교상담학과의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년부터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의 학부에 명상심리상담학과가 개설되어 집니다. 그리고 동국대에 불교상담연구소가 있습니다. 학부의 명상심리상담학과와 대학원의 불교상담학과, 그리고 불교상담연구소 함께 본 학회가 서로 공조하면 불교상담분야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기자: 선생님께서는 심신 치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안교수: 부처님 가르침 자체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불교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10여년전 인공지능과 관련된 서적을 보다가 인지치료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인지치료가 불교와 매우 공통 내용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관련된 서적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론 벡(Aaron Beck)의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알버트 엘리스(Albert Alice)의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ur Therapy, REBT), 불교 명상에 기반한 인지치료 (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불교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자기사랑명상(MSC, Mindful Self-Compassion) 등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면서 초기불교와 서양의 심리치유 이론이나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불교에 근거한 다양한 심신치유프로그램이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현대인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자: 부처님께서는 언제 누구와의 만남에서도 언제나 깨달음을 이루는 것에 맞추어 가르침을 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불교 상담을 통하여 깨달음에로의 방식도 가능하겠지요?
안교수: 불교의 목적은 두말할 나위 없이 깨달음에 있습니다. 불교상담 또한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통하게 됩니다. 불교상담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이라고 한다면 그 근본엔 중생의 고통 해결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위대한 사성제의 가르침엔 이러한 고통에 관한 바른 이해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고통(苦聖蹄)에 대해서, 고통의 원인(集聖諦)에 대해서, 고통의 소멸(滅聖諦)에 대해서,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聖諦)에 대해서 바르게 알게 하는 것이 사성제의 가르침이고 이는 불교상담의 과정과도 명확히 일치합니다. 불교상담은 내담자를 괴롭히는 고통의 실체와 원인과 해결방법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따르다 보면 궁극적으로 깨달음의 길로 통하는 것입니다.
기자: 초기불교에서 상담적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안교수: 사실, 초기불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두 불교상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시기 위해 일생 묻고, 답하는 삶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비만 문제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처방한 다이어트 비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즈음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매일 신문, 잡지, 홈 쇼핑채널 등에선 각종 새로운 다이어트 제품이 수시로 광고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정말이지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과식으로 인한 비만에 고생한 사람에 관한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파세나디(Pasenadi) 왕은 교만하여 정욕을 마음껏 누렸고, 눈은 색깔에 현혹되고, 귀는 소리에 혼란해지며, 코는 냄새에 집착하고, 혀는 다섯 가지 맛을 한껏 즐기며, 몸은 마음껏 촉감을 향락하였습니다. 특히 왕은 매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먹어도 전혀 만족할 줄 몰랐고 분량은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몸은 자꾸 살찌고 불어나 수레를 타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습니다. 앉거나 눕거나 하는 동작조차도 힘들게 되었습나다. 어느 날 왕은 명령하여 수레를 장엄하게 꾸며 타고 부처님께 나아가, 시자(侍者)에게 부축된 채 문안드리고 부처님께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랫동안 뵙지 못하였습니다. 여쭈어 볼 일이 있습니다. 이 무슨 죄인지 몸이 저절로 자꾸 살만 찌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지 알지 못하여 몹시 걱정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였다.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일이 있어서 늘 사람을 살찌게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주 먹는 것이고, 둘째는 잠자기를 좋아하는 것이며, 셋째는 잘났다고 뽐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고, 넷째는 생각 없이 사는 것이며, 다섯째는 일없이 지내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사람을 살찌게 하는 것이니 만일 살찌지 않게 하고 싶으면 음식을 줄이고 마음을 쓰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붓다는 다시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은 마땅히 유념해야 하나니, 먹을 때마다 적게 먹을 줄 알아야 한다.
그로 인해 식탐의 고통 점점 적어지리니, 적게 먹고 소화시켜 목숨 보전하라.”
왕은 이 게송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곧 요리사로 하여금 음식을 내올 때마다 먼저 이 게송을 외운 뒤에 음식을 가져오도록 하였습나다. 요리사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이 게송을 외웠고, 왕은 이 게송을 듣고 하루에 한 숟갈씩 줄여 차츰차츰 적게 먹게 되었습니다. 먹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자 몸이 가벼워지며 비대하던 체구도 어느덧 날씬해졌으며 용모도 단정해졌습니다. 이렇게 살이 빠지자 왕은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부축 받지 아니하고 혼자 걸어서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예배하습였다.
부처님은 왕의 단정한 모습을 기뻐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무상한 것을 추구하면서, 몸뚱이의 정욕만 기르면서 복 짓기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정신은 떠나고 몸은 무덤에 남게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정신을 기르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몸뚱이를 기릅니다."
부처님께서 비만의 원인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육체를 즐겁게 하기 위해 과식하면서 마음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써 마음공부는 하지 않고 먹기만 하니 결국 돼지처럼 몸뚱어리만 살찌우고 마음은 돌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육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며 건강한 육체는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명심하여 음식의 맛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기자: 초기불교와 불교상담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라면?
안교수: 초기불교과 불교상담은 같은 길을 향하고 있지만, 그 범주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초기불교라면 붓다의 가르침이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항상 깨달음, 열반에 있습니다. 이 열반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신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열반의 길 그 바탕엔 인간의 성장 즉 인격발달의 측면이 있습니다. 열반에 이루기 위한 방법은 팔정도에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팔정도는 다들 아시다시피, 계(戒),정(定),혜(慧)의 삼학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계학의 측면인 바른 말(正語)과 바른 행동(正業), 바른 생활(正命), 정학의 측면인 바른 정진(正精進), 바른 의식(正念), 바른 삼매(正定), 혜학의 측면인 바른 견해(正見), 바른 사유(正思惟)입니다. 이를 실천한다면 깨달음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인격적 성숙이 이미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팔정도의 수행의 통해 인격의 발달이 바탕이 되어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즉, 초기불교와 불교상담은 고통의 소멸과 인간성의 발달이라는 같은 점을 가지지만, 초기불교의 목적은 고통의 ‘영원한’ 소멸인 열반에 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불교상담 또한 궁극적으로는 열반의 길로 향하게 됩니다.
첫댓글 좋은 내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