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빈 외 {새가 허공에 쓴 직유법} 출간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의 『새가 허공에 쓴 직유법』은 『함께, 울컥』, 『길이의 슬픔』,『덜컥, 서늘해지다』, 『새파랗게 운다』, 『따끔 따끔, 슬픔 요일』, 『그러니까, 그 무렵』에 이어서 일곱 번째 환경시집이며, 이서빈, 이진진, 정구민, 글나라, 최이근, 고윤옥, 글빛나, 권택용, 글로별, 이옥, 글가람, 장진 등, 열두 명이 그 회원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새가 허공에 쓴 직유법』은 “인간은 자연의 한 조각이다”라는 대전제에서처럼 ‘남과 다른 시쓰기 동인들’이 ‘환경위원회’를 조직하고 “온몸 불사르며” “생태 환경 경전經典”(머리말)을 써나가고 있는 환경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삶뿌리 흰눈처럼 깨끗해지면 참 좋겠습니다.
온누리 흰눈처럼 희디희면 참 좋겠습니다.
행복가루 흰눈처럼 싸락싸락 쌓이면 참 좋겠습니다.
사랑도 희눈처럼 폴폴 내리면 참 좋겠습니다.
지옥 같은 푸른근심 흰눈으로 지우면 참 좋겠습니다.
후미진 곳에 고인 어둠 다 발라먹고, 밀려오는 슬픔더미에 하얀수련 피우면 참 좋겠습니다.
늙은 정한수 그릇에 담긴 흰기도에 주름살 지우고 물청빛 웃음 피면 참 좋겠습니다.
소나무 눈 터는 소리 푸드득, 푸르러지면 참 좋겠습니다.
온갖 더러움 흰눈으로 삶고 두드리고 행군 우주를, 빨랫줄에 널어 말리면 참 좋겠습니다.
저 눈의 눈처럼 해맑은 웃음이,
까르까르르 펄럭이면 참 좋겠습니다.
--이서빈, [새가 허공에 쓴 직유법] 전문
푸른깃발 펄럭인다
기러기떼 하늘길
올챙이 목탁소리
자음 모음
동방등불 한글이 지구를 돈다
한글나라엔
문화가 미글미글
역사가 이글이글
철학이 철썩철썩
지성이 지글지글 불탄다
--정구민, [한글나라] 부분
거리에 늘어선 자동차
공해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싶다
산의 살 파먹고 사는 터널
도심 살 파먹고 사는 지하철
지구의 살을 파먹고
열기에 열기를 더해
숨통 트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환풍기
--글나라, [지우개] 부분
검은비단 좌악 깔린
세계적인 갯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갯벌
황토흙은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품을 내준다
가을이 익어가는 땅
흰발농게와 다양한 생물군
그 장엄한 바스락거림
동해에는 깊고 푸른물빛 여물어가고
서해에는 갯벌과 섬이 수런거린다
--권택용, [무안 황토 갯벌] 부분
시퍼렇게 날 선 말이 튀어나온다
색동저고리색 말들은 빛에 바래고
심장을 베고 사라지는 말짐승
횡설수설은 꽃의 날갯속으로 들어가
물파스 같은 시간을 피우고
꽃속의 아름다운 무늬는 환상의 삶을 살게 하는 말씨다
--장진, [동굴 속 독화살] 부분
---이서빈 외 {새가 허공에 쓴 직유법}, 도서출판 지혜, 양장, 값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