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유관(四門遊觀)을 헤아리다
최 화 웅
불교 창시자 석가모니는 '옛 석가 족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인간 스스로 벗어나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에 회의하고 돌아보며 그 답을 구하려고 29살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고 출가하였다. 석가가 태자 때 가비라성(迦毗羅城) 밖으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동문 밖에서 노인을, 남문 밖에서는 병든 사람을, 서문 밖에서는 죽은 사람을, 북문 밖에서는 승려를 만나, 인생의 네 가지 괴로움인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괴로움을 겪었던 사문유관(四門遊觀)을 보고 마음 깊이 새겼다. 석가 족이 거주하던 지역은 외침이 잦은 인도 북부 지금의 네팔과 국경을 이룬 지역이다. 석가모니는 석가 족의 우두머리 정반왕(淨飯王 Suddhodana)이 아버지요 마야(Maya)를 어머니로 삼아 카필라바스투에서 태어났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불가에서 말하는 인생팔고(人生八苦) 과정이다. 석가모니의 출가에 결정적인 동기를 사문유관(四門遊觀)의 충격에 둔다. 인간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의 애별이고(愛別離苦),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원증회고(怨憎會苦),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구불득고(求不得苦),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이 다섯 가지 정신과 물질을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오온(五蘊)으로 나누었다. 오온(五蘊)은 소승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의 모든 일이 아무 보람도 없이 덧없으며 항상 변한다는 무상관(無常觀)으로 가톨릭 새 번역 성경의 코헬렛 전도서의 허무와 맥이 통한다. 오온의 '나'라는 것은 ‘나의 몸’(색), ‘나의 느낌’(수), ‘나의 기억’(상), ‘내가 행하는 것’(행), ‘나의 생각’(식)을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경험과 기억과 행위와 사고가 쌓여(蘊)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니라.
어느 때 부처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즉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전하였다. "물질을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하고 헤매는 마음이 탐진치(貪瞋痴)에 매몰되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능히 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의 두려움을 뛰어나지 못하리라고 했다. 어느 날 석가모니가 외출을 나섰을 때다. 동문 밖에서 허리가 굽은 벡발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석가모니가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마부는 모든 사람은 오래 살면 노인이 된다고 했다. 어느 날 남문으로 나섰을 때는 어떤 사람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자신이 싼 배설물 위에서 허우적거리자 이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 마부로부터 병든 사람이라고 전해 듣는다. 그 뒤 서문으로 나설 때는 장례 행렬과 마주친다.
마지막 북문으로 나섰을 때 때마침 출가하여 도를 닦는 승려를 만난다. 그 승려의 모습에서 석가모니는 평화로운 인품과 태도에 감명 받아 마음의 평정함을 견지할 수 있는 연유를 깨닫기 위해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동서남북에 늙음·병듦·죽음·출가를 배치한 것은 세속의 삶으로부터 이탈을 대비하여 출가의 동기를 묘사하였으리라. 이와 같은 그의 관심사는 불교 경전의 사문유관(四門遊觀)을 쉽게 설명해준다. 즉 사문유관(四門遊觀)은 늙음, 병듦, 죽음, 출가의 핵심적 깨우침이다.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에 얽매인 마음이 해탈을 위하여 태어남, 늙음, 병듦, 죽음으로부터 해답을 얻으려는 석가모니의 출가 이야기를 음미해 본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와 종교의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바람에 걸리지 않으며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은 채 무소처럼 홀연히 떠나가리라.
우리가 21대 총선을 앞둔 시기에 코로나19의 창궐까지 겹쳐 나라가 온통 시끄럽고 어지럽다. 기원전 BC 6세기로부터 BC 5세기에 이르는 당시 석가 족이 겪었던 정치적 혼란과 석가모니가 직접 목격한 삶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출가를 결심했으랴. 불교의 경전 수타니파타(Suttanipata)의 의미와 함께 조용히 스스로를 성찰하고 깨닫기 위해 사색하는 승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을 때다. 생무살인(生巫殺人)하듯 선무당이 공동체의 발목을 잡고 밥그릇 싸움으로 설쳐대는 정치와 종교의 역기능은 지금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생명과 소유, 세상 그 무엇도 자기 것이 아닌 줄 모른 채 여기저기서 ‘네 것 내 것’을 주장하며 마구 떠들고 있다. 얼마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민중의 선동을 일삼은 한기총 대표회장 목사를 집회시위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되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 모두 21세기의 사문유관(四門遊觀)이 제시하는 의미를 묵상하게 된다.
첫댓글 국장님 건강 조심하세요.
예, 사람을 멀리 하고 손을 자주 씻고 있습니다.
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