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같은 날은 편안하게 집에서 뒹굴거리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게 최고로 즐거운 일이다. 예전에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읽어야 했다. 그래서 나의 20대 시절에는 어려운 살림에도 반드시 한 달에 책 한 권과 좋아하는 Lp 판을 한 장씩 사곤 했다. 그렇게 한권씩 사 모을 때는 보석애호가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들을 수집하며 만족감에 행복해하듯이 나도 그랬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나의 책에 대한 사랑이 변했다. 그 것은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책에 대한 욕심을 버렸고 게다가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되어서 어떻게든 정리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아까워하고 아쉬워하며 처분했지만 이젠 조금도 아쉬움이 남아있지않다.
그 이유는 의정부에 있는 19개의 도서관의 책을 언제든지 편하게 빌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대차라는 제도가 있는데,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하면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책을 받아 볼 수가 있다. 나는 주로 5분 거리에 있는 장암주민센터 도서관을 이용한다. 월, 수요일에 영어회화와 보테니컬 아트를 배우러 가는 길에 들러서 찾아오거나 반납을 한다. 한 번에 5권씩 최대 1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물론 돗수 높은 안경을 껴야 읽을 수 있지만,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려 한다. 한동안 번역서에 대해 뭔가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읽지 않았던 일본책을 올해는 권남희라는 번역가를 알게되어 정말 열심히 읽었다. 오죽하면 도서관 사서가 언제 이 책을 다 읽느냐고 할 정도로~~
지금도 내 메모장에는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순서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의 책을 5권이나 대출 신청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즈음 나는 부자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