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을 발전시키는 길
- 공짜 바라기 정신 척결-
조직을 운용하려면 돈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문학 모임에도 돈이 많이 듭니다. 문학단체 모임 두어 곳에 가입하면 1년에 회비 및 찬조, 등단지 후원금, 모임 식대 등등으로 수십만 원에서 1백만 원 이상 듭니다. 관혼상례 부조금 까지 합하면 더 많이 듭니다. 거기다가 작품집 발간비, 등단지 광고비, 각종 문학기행 비용 등등 생각 보다 참 많이 듭니다. 모임은 또 얼마나 많은지 여기저기 오라는 곳마다 얼굴 내밀며 사람 노릇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세상사람들이 부자들 운동이라고 경원하는 골프 모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듭니다.)
문단활동을 하는 목적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나이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후, 소일하며 어울려 놀 곳이 여기보다 더 나은 모임이 없다고 여기고 어울려서 격조있게 노는 것을 주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순수문학을 지향하며 수필문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참석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더러는 자기 사업에 도움이 되는 인맥을 구축하거나, 자기 존재감 과시를 위해서 다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문학 모임 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모임이란 게 대부분 다 그렇습니다. 머슬로우 교수가 말한 존경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인데, 인간 최상의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어떤 목적으로 다니든지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니 간섭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수필가협회는 수필문학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형성된 단체이니만치 수필문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회원들 간에 상호 존중과 신뢰, 그리고 우정이 세월의 연륜이 쌓여져갈수록 깊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글씨기에 치중하고, 문학상만은 문학성이 높은 작품에 상이 주어져야 소속 구성원들의 정신세계를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해 갈 수가 있고 우리협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협회의 각종 행사경비가 찬조 중심으로 흘러가면, 찬조를 많이 낸 사람과 찬조를 내지 못하는 사람사이에는 어쩔 수 없이 위화감이 생기게 되고, 찬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의 존재감은 위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부를 맡은 사람이 찬조도 쥐꼬리 만큼 낸다고 쑥덕거리게 되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다 보면 저절로 문학성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오직 경제력이 우월한 사람이 조직의 다양한 결정권을 쥐고 글도 글 같잖은 글들이 문학상을 받게 되고 그걸 상이라고 자랑하며 나대는 기가막혀서 말도 안나오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학공동체 조직의 본래 목적이 흔들려서 온갖 갈등이 일어나고 부조리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학을 동경하며 문단에 입회한 사람의 첫 마음은, 누구나 문단의 어려움을 보고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발적인 찬조도 내고, 각 종 밥값, 찻값도 내고 하게 되는 데, 그러다 보면 재정이 늘 쪼달리는 지도부 측에서 문학적 성취나 문심의 레벨은 살피지 않고, 그 찬조 정신을 보아서 여러 직책을 맡기고 각종 행사에 앞장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되면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감당하던 희생과 봉사 그게 나중에는 짐이 되어서 문단활동에 회의를 느끼고 문단을 떠나던가 불만을 주변에 토로하게 됩니다. 그 쯤 되면 각종 문학상과 조직의 직책(감투)으로 보상을 주어서 마음을 달래주는 일들이 일어나는 데, 거기서 온갖 잡음이 다 일어난다고 나는 진단합니다. (이건 내 개인의 솔직한 생각일 뿐 내 진단이 옳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이런 진단을 하기에 나는 수필문학 단체 모임이 건전해 지고, 수필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행사 활동에서는 회원들 스스로가 공짜 좋아하지 말고 “수익자 부담 원칙”을 준수하고, 수필문학 발전에 경제적으로 공헌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지닌 분(각종 모임에서 기꺼이 찬조를 잘 하시는 분)이 계시면 “문학상 기부금”으로 성금을 받아서 먹고 노는 일에 귀한 기부금을 쓰지 못하도록 회계를 구분 괸리하고, 문학적 공헌과 물질적 공헌을 엄격하게 분리해서 표창해야 수필문학이 바르게 발전할 수가 있고, 그래야 기부금을 낸 분의 고귀한 마음도 길이 기억되고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낸 나의 찬조가 “먹고 놀고 즐기는 데로 죄다 소모되어 버리면” 귀한 재물을 찬조한 아름다운 정신은 간곳이 없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주"로 전락하게 되고, 회원들에게는 "공짜 심리"를 만연시켜, 고귀한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문학정신 까지도 타락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이건 문학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의 세계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단체가 똑 같습니다.
문학성 높은 글을 쓰라고 강조하면 혹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뭘 그렇게 글을 잘쓰느냐!".
나도 내 글의 수준이 스스로 한참 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문학작품을 쓰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훌륭한 문학작품을 쓰는 분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문단에서 한 20년 생활 했으면 이제는 후학들을 위해서 솔직히 뭔가 본보기라도 보여야 선배 도리라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내가 할 일은 수필문학이 만화방창하도록 한 걸음이라도 그런 쪽으로 길을 열어 놓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뒤를 걸어오는 수필가님들이여!
"공짜바라기" 하지 말고 열심히 글을 쓰세요!
글은 잘 못쓰더라도 바른 문심을 지녀 주세요!
그리고 빼어난 작가를 만나거든 질투하지 말고 나이를 초월해서 존경하세요!
술도 사고 밥도 사고 차도 대접하면서 그런 위대한 문호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세요!
쓸데 없는 완장(=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 에 홀려서 우쭐거리며 휩쓸려 다니면, 그대는 "끝 없는 물주"가 되다가 , 나중에 꾀가 들어 오면, 본전 생각이 나서 이제 막 문단에 얼굴을 내미는 순진한 후배들을 그대의 물주로 만드는 사악한 영혼이 됩니다. 문심도 얕고 문장도 모르면서, 맑은 물을 찾아 몰려드는 순수한 영혼들을 추수하듯 건져올려 물주로 만드는 일, 그건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사이비 교주일 뿐 문학이 아닙니다. (2023.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