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 마태복음 5장34절
법정이나 청문회에 나갈 일이 없는 보통의 사람이라도 살아가면서 한 번 정도는 맹세를 한다. 혼인서약이다. 정해진 내용이나 틀은 없지만 부부로 살아가며 사랑/신의/성실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 맹세가 쉽게 무너지는 걸 자주 본다.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결혼이란) 형식을 배제한 맹세도 있다.
사랑해! ‘사랑해’는 고백이자 맹세다. 너 외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그러나 이 맹세는 맹세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 마치 파기가 예정된 맹세로 보인다. 하긴 공개적으로 선언한 혼인서약도 힘을 쓰지 못하는 판에 남들이 모르는 개인 간의 은밀한 구두 맹세야 말해 무엇 하랴.
왜 바람을 피울까?
바람 피우는 심리 상태는 어떤 것일까? 영화에서 팁을 얻어 보자. 차고 넘치는 게 바람나는 영화이니.
* 옛 남자의 등장 + 배우자에 대한 실망 + ···
<베스트오브미>
다시 만난 첫사랑. 아들이 있는 유부녀 아만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지켜봐주던 턱의 장례식을 계기로)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다. 옛 남자 도슨은 추억을 간직하며 독신으로 살고 있다. 여자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애써보지만...
<해피 엔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여자는 실직한 후 매사에 의욕이 없는 남편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을 비워갈 즈음 옛 남자와 자꾸 일로 엮인다. 집구석에서 아이 분유나 타는 남편에게 화가 날수록 마음은... 결국 몸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결벽증에 빠진 남편과 잠자리마저 피해오던 여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자에겐 찌질하나마 사랑의 빈자리를 메워줄 남자가 있다. 어느 날 아예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오는데...
* 무료한 삶 + 새로운 자극 + ···
<로리타>
멀쩡한 대학교수가 하숙집의 앳된 딸 로리타를 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오로지 로리타의 곁에 남아있기 위해 그녀의 엄마와 결혼까지 하지만...
<주홍글씨>
전도양양한 강력계 형사에겐 순종적인 아내가 있다. 하지만 거침없고 도발적인 아내의 친구와 이미 정분이 난 상태다. 충격적 반전은 아내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그녀라는 것인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한 여자를 사랑했던 대학 선배와 후배가 7년 만에 만났다.
“우리의 선화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두 남자는 낮술에 의지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데...
* 어쩌다보니 + 충동적으로 + ···
<페인티드 베일>
화려한 사교모임을 즐기는 여자와 연구밖에 모르는 남자가 결혼을 했다. 성격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결국 여자는 댄스파티의 외간남자와 바람이 나고, 이를 눈치 챈 남편은...
<언페이스풀(Unfaithful)>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여자가 길거리에서 돌풍을 만나고, 우연히 마주친 젊은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집에 돌아온 여자는 젊은 남자가 건네준 명함을 자꾸 만지작거린다. 과도했던 친절에 경계를 해보지만...
<생활의 발견>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과 여. ‘괴물은 되지 말자’고 다짐하던 남자가 이미 가정을 이룬 여자에게 치근덕댄다. 집 앞까지 쫓아온 찌질한 남자와 빼면서도 여지를 주는 여자. 남녀는 결국...
②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며...”
- 2015.02.26. 간통제 폐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사회적 동물답게 우린 늘 누군가를 만난다. 만나서 동료가 되고,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배우자가 되고... 끊임없이 인연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인연도 있다.
처음에는 모른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그 행복하지 못한 결말에 대해.
하지만 대가 없는 만족이나 행복이 어디 있으랴.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사회는 예전에 글러먹었지만, 유독 외도에 대해선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외도에 대한 대가.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따르면 간통죄는 사형(익사)이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간통죄를 범한 여자(안타깝게도 남자는 아니었다)에게 사형을 내렸다. 유대교·이슬람교·그리스도교의 전통도 크게 다르지 않아 간통을 중벌로 다스렸다.
대한민국에선 1953년 ‘형법’에 친고죄 형태로 간통죄가 포함됐다. 2년 이하의 징역이었다. 그러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창하는 외도 남녀가 흔해지자 대부분 형을 유예하게 되었고, 간통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으로 되었다.
영화에선 외도를 어떻게 마무리지었을까.
<안나 카레니나>
내연남의 아이를 임신한 채 남편 앞에서 당당히 외도를 밝히고, 집을 나와 살림까지 차린 여자.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내린 외도의 결말은? 사교계에서의 퇴출, 내연남과의 갈등, 달리는 기차에 뛰어드는 비극적 최후.
<나를 찾아줘(Gone Girl)>
넌 정신병자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우린 서로 증오하며 상처만 주고 있잖아.
몰랐어? 그게 결혼이란 거야.
살인 용의자로 몰리고, 이혼도 못한 채 평생 사이코패스 아내에게 시달려야 했다.
<이너프>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폭력까지 휘두른 남편에 대한 아내의 응징은? 실전무술/격투기를 배워 때려죽인다. 그리고 묻어 버린다.
<해피 엔드>
바람이 나 젖먹이 아이까지 방치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응징은? 아내를 조용히 불러들인다. 두꺼비집을 내려 공포를 조성한다. 입을 틀어막고 칼로 무자비하게...
물론 정부도 그냥 둘 순 없다. 빼도 박도 못하는 살인 누명을 씌운 후 자신은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유유히 기차에 오른다.
기타 결말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주홍글씨를 박고 태어난다.
다만, 인내와 수양으로 그 빛무리를 드러내지 않을 뿐.
뻥치지 말라고? 과장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맞다. 영화나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현실에 비해 과한 픽션을 가미한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을 늦추진 마시라. 어느 날 영화 같은 현실에 뒤통수 맞기 싫다면.
첫댓글 이틀만에 무글방지위 재소집. ㅠ.ㅠ
무글 방지를 위해 센걸 들고 나오셨네요 ㅋㅋ
ㅋㅋ 좀 쎈나요??
이 영화들을 저는 또 다 보았네요..ㅎ ㅎ
근래.본 영화중엔 '왼벽한타인' 이 생각나네요.
와우~ 다 보셨다니. 그저 놀랍습니다. 나중에 영화 관련 글을 쓰다가 막히면 자문을 구해야겠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주제가 오늘은 좀세네요 ㅎㅎ
오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