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이 되어버린 김장배추
남이 보면 전원생활은 낭만적으로 보이기만 의외로 난관이 많다. 버넷처럼 장미꽃만 키우고 전원이 묻혀 글쓰기만을 한다면 좀 다르겠지만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가지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나는 대부분의 채소를 손수 재배하여 길러 먹고 있는데,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
▲벼룩잎벌레의 공격으로 벌집이 되어버린 김장배추
한 동안 집을 비웠더니 여러 가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농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집을 비우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때가 많다. 이번에 봉착한 가장 큰 문제는 보일러가 터져서 수돗물이 새어나와 보일러실이 강물이 되어 있었다.
“이를 어쩌지요? 하필이면 사람이 집에 없을 때문 이런 일이 이어난다니까… 작년에는 화장실 수도가 터지더니 이번엔 보일러가 터지다니, 이거야 정말…”
“흐음, 농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집을 비운 대가가 아니겠소?”
이상하게 집을 비울 때만 머피의 법칙처럼 일이 터진다. 나는 보일러 수리 센터에 전화를 해서 그날로 터진 물탱크를 교체를 했다. 언제 터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수돗물 값깨나 나올 것 같다.
보일러를 수리를 하고 텃밭에 나가니 8월 15일 날 심어 놓았던 김장배추가 벌집이 다 되어 있었다. 벼룩잎벌레들이 새카맣게 달라붙어 숭숭 구멍을 뚫어 놓고 있었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치지 않는 대가였다.
▲김장배추를 벌집으로 만들어 버린 벼룩잎벌레
망사를 씌어 놓아 배추벌레는 예방이 되었지만 땅 속에서 솟아나온 벼룩잎벌레는 감당을 할 수 없다. 벼룩잎벌레는 흙덩이 틈, 낙엽, 풀뿌리 등에서 월동을 한 후 성충이 되어 봄이 되면 나타난다. 그리고 성충 한 마리가 무려 200여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7월 22일 심었던 추석배추도 벼룩잎벌레들이 벌집처럼 구멍을 송송 뚫어놓고 있다. 배추를 뽑아서 뒤집어보니 맙소사! 배춧잎마다 깨알보다 작은 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저 많은 알들이 벼룩잎벌레로 변한다고 생각을 하니 놀랍기만 하다.
물엿작전으로 벼룩잎벌레 퇴치는 역부족
물엿작전과 페트병 작전을 동시에 사용하여 벼룩잎벌레를 잡기 시작했다. 나무젓가락에 물엿을 무쳐 녀석들을 200여 마리 정도 잡아 페트병에 넣기 시작했다. 허지만 역부족이다. 녀석들은 벼룩처럼 톡톡 튀어 잘도 도망을 치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 배춧잎을 갉아먹고 있다.
▲물엿을 나무젓가락이나 핀세트에 묻혀 벼룩잎벌레를 잡기 시작했다.
▲물엿작전으로 잡은 벼룩잎벌레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이대로 두면 김장배추는 수확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하여 문의를 하였더니 금년에는 마른장마가 들어서인지 벼룩잎벌레가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토양에 미리 다이아톤 같은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나요?”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렇다면 금년엔 배추농사 짓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금년엔 가물어서 벌레들이 더 극성을 주리고 있거든요. 지금이라고 다이아톤 같은 살충제를 살포를 해야 합니다. 요즈음은 농약도 두 주일 정도 지나면 독성이 거의 사라져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초기에 뿌린 농약은 수확기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뿌려도 괜찮다는 말이다. 그러나 선듯 농약을 뿌려야겠다는 결심이 서질 않는다. 아내는 농약을 좀 살포하면 어떠냐고 강력히 주장을 하고, 나는 여전히 망서려 진다. 벌집이 난 배추를 보며 아내는 다시 재촉을 한다.
“이러다간 저 배추 한 잎도 남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발 농약을 좀 치세요.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초기에 뿌린 농약은 괜찮다고 하잖아요. 그레도 농약을 단 한 번 뿌리므로 다른 집 배추보다는 훨씬 농약 성분이 적은 것 아니겠어요.”
나는 아내의 집요한 설득과 성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전곡 종묘상에 가서 다이아톤 가루약과 배추모종 60포기를 사왔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벌집이 난 배추에 다이아톤 가루약을 살포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새카맣게 들어붙어 있던 벼룩잎벌레들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과연 저 농약의 효과가 얼마나 갈까?
▲벼룰잎벌레의 공격으로 쑥밭이 되어버린 김장배추밭
새로 사온 배추 모종 60포기는 자투리땅을 일구어 농약을 치지 않고 별도로 심었다. 이 배추는 아무리 아내가 성화를 부리더라도 농약을 다시는 뿌리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집 배추는 8월 15일 심은 120포기에다가 이번에 사온 60포기를 합하여 180포기나 되고 말았다.
“배추 농사 잘되면 자판 깔아야겠어요.”
“글쎄, 당산이 전곡 장에 나가서 자판을 깔고 팔구려.”
배추에 망사를 씌우는 것은 확실히 배추흰나비들이 산란을 하는 것은 예방이 되는 것 같았다. 저 망사를 아내 몰래 무려 거금 5만원이나 들여 사왔는데, 만약에 아내가 알면 난리가 날것이다. 아내에게는 단 돈 1만원에 사왔다고 거짓말을 했으니까.
만약에 저 망사를 씌우지 않았더라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배추벌레를 잡느라 씨름을 하고 있었을 것이 아닌가? 작년에는 아침저녁으로 나무젓가락으로 배추벌레를 잡느라 무릎, 허리, 어깨 팔다리가 욱신거릴 정도로 힘이 들었었다. 나는 면사포를 쓴 배추 밭을 바라보면 다소 위안을 삼아야 했다.
첫댓글 이식한지 1주일도 안되어 저도 꼭 같은 피해를 다시 당해서 할 수 없이 올핸 농약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