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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일서단(해맞이 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无耳朶(무이타)
□ 유호인(兪好仁)
〇 군자사(君子寺)
煙樹平沈雨意遲(연수평침우의지) 이내 낀 나무 어둑하나 비 내릴 기미 없고
晩來看竹坐移時(만래간죽좌이시) 늦어 돌아와 대숲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았다
老禪碧眼渾如舊(노선벽안혼여구) 늙은 선사의 푸른 눈은 전과 다름없는데
更檢前年此日詩(갱검전년차일시)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〇 등조령(登鳥嶺) - 兪好仁
凌晨登雪嶺(능신등설령) 이른 새벽에 눈 내린 고개에 오르니
春意正濛濛(춘의정몽몽) 봄뜻이 참으로 흐릿하구나
北望君臣隔(북망군신격) 북으로 바라보니 군신이 막히었고
南來母子同(남래모자동) 남으로 오니 어미 자식이 함께하네
蒼茫迷宿霧(창망미숙무) 흐릿한 밤 지난 안개에 헷갈리고
迢遞倚層空(초체의층공) 높고 험한 층층 하늘에 기대네
更欲裁書札(갱욕재서찰) 다시 편지를 쓰려 하나니
愁邊有北鴻(수변유북홍) 시름 가에 북으로 가는 기러기 있네
◀이 시는 조령에 올라 지은 시
〚작자〛 유호인(兪好仁, 1445, 세종 27~1494, 성종 25):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뢰계(뢰溪). 조선 전기의 문인. 《동국여지승람》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시 ·문 ·서에 뛰어나 당대 3절(絶)이라 불리었고 성종으로부터 지극한 총애를 받았으며 당시 4대 학파 중 사림파에 속하였다.
□ 윤상 (尹祥)
〇 주흘산령(主屹山靈) - 흘산의 신령각
作鎭南州界 (작진남주계) 이곳은 남녘 지방 요새가 되었는데
儲祥衆嶽中 (저상중악중) 모든 산 가운데 상서로움 품었어라
春秋修祀事 (춘추수사사) 봄가을로 신령에게 제사를 드리지만
焉報庇民功 (언보비민공) 백성에게 주신 도움 어떻게 보답할꼬
◀ 주흘산 : 문경시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산세가 아름답고 문경새재 등의 역사적 전설이 담겨 있다.
〚작자〛 윤상(尹祥, 1373~1455) 본관은 예천(醴泉). 초명은 윤철(尹哲). 자는 실부(實夫), 호는 별동(別洞). 윤충(尹忠)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증 호조참의 윤신단(尹臣端)이다. 아버지는 예천군의 향리인 윤선(尹善)이다. 사성을 거쳐 대사성에 발탁되었으며 저서로는 『별동집(別洞集)』이 있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 윤선도(尹善道)
〇 당성후만흥(堂城後漫興) - 尹善道
入戶靑山不待邀 (입호청산불대요) 맞아들이지 않아도 청산은 창으로 들고
滿山花卉整容朝 (만산화훼정용조) 산에 가득한 꽃들은 단정히 조회하네
休嫌前瀨長喧耳 (휴혐전뢰장훤이) 앞 여울 물소리 시끄럽다 싫어마소
使我無時聽世囂 (사아무시청세효) 시끄러운 세상 소식 듣지 않게 해준다오
〇 우음 (偶吟) - 尹善道
金鎖洞中花正開(금쇄동중화정개) 금쇄동 가운데 꽃이 바야흐로 피고
水晶巖下水如雷(수정암하수여뢰) 수정암 아래 물은 우레 같네
幽人誰謂身無事(유인수위신무사) 은자가 할 일 없다고 누가 말했는가?
竹杖芒鞋日往來(죽장망혜일왕래)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 신고 날마다 왕래하네
◀ 이 시는 우연히 읊조린 것으로, 59세 때 지은 것이다.
〚작자〛 윤선도(尹善道, 1587~1671) : 조선 중기의 시조작가이자 문신. 서울 출생. 본관은 해남(海南).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 또는 해옹(海翁)이다. 그는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경사에 해박하고 의약 ·복서 ·음양 ·지리에도 통하였으며, 특히 시조에 뛰어나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시가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다.
□ 이개(李塏)
〇 선죽교(善竹橋) - 李塏
繁華往事已成空 (번화왕사이성공) 번화했던 지난 일은 이미 헛것이 돼 버린 채
舞館歌臺野草中 (무관가대야초중) 춤추던 집이나 노래하던 무대 들풀 속에 묻혔네
惟有斷橋名善竹 (유유단교명선죽) 오직 남은 잘린 다리 그 이름은 선죽교로
半千王業一文忠 (반천왕업일문충) 반 천 년의 왕업은 한 사람의 문충뿐이구나
◀ 이 시는 선죽교에서 지은 것으로,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충절(忠節)을 기리는 회고시(懷古詩)이다.
〇 이화(梨花)
院落深深春晝淸 (원락심심춘주청) 원은 깊고 깊어 봄 낮은 맑은데
梨花開遍正冥冥 (리화개편정명명) 배꽃은 두루 피어 막 어두워지는 구나
鶯兒儘是無情思 (앵아진시무정사) 꾀꼬리는 진정 무정한 심사러니
掠過繁枝雪一庭 (략과번지설일정) 무성한 가지를 스쳐가니 온 뜰이 눈이로구나
〚작자〛 이개(李塏, 1417~1456) 요약조선 전기의 문신.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청보(淸甫)•백고(伯高), 호는 백옥(白玉).시문(詩文)이 청절(淸絶)하고 글씨를 잘 썼다. ≪악학습령 樂學拾零≫ 등의 가곡집에 시조 2수가 전한다.
□ 이기설 (李基卨)
〇 유회(遺懷) - 느낀바 있어
窗外連宵雨 (창외연소우) 창 밖의 밤비 그치잖터니
庭邊木葉空 (정변목엽공) 뜰 가 나뭇잎 다 지고 없네.
騷人驚起晏 (소인경기안) 시인이 놀라 일어나서는
長嘯倚西風 (장소의서풍) 서풍에 기대 휘파람 분다
〚작자〛 이기설(李基卨, 1556-1622)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공조(公造), 호는 연봉(蓮峯)으로 조선시대 호조정랑, 비변사낭청, 청풍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 이 달(李 達)
〇 박조요(撲棗謠) - 李達
隣家小兒來撲棗(인가소아래박조) 이웃집 아이가 대추 따러 왔는데
老翁出門驅少兒(노옹출문구소아) 늙은이 문을 나서며 아이를 쫓는구나
小兒還向老翁道(소아환향로옹도) 아이 도리어 늙은이 향해 말하기를
不及明年棗熟時(불급명년조숙시) “내년에 대추 익을 땐 살지도 못할걸요”
〇 산행관외작(山行關外作) - 李達
近水疏籬紅杏花(근수소리홍행화) 물 가까이 성근 울타리에 붉은 살구꽃 피었고
掩門垂柳兩三家(엄문수류량삼가) 문을 가린 드리운 버들 두세 집이네
溪橋處處連芳草(계교처처련방초) 시내 다리 곳곳엔 향기로운 풀 이어졌고
山路無人日自斜(산로무인일자사) 산길엔 인적 없이 해만 저절로 기우네
〇 습수요(拾穗謠)
田間拾穗村童語(전간습수촌동어)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의 말이
盡日東西不滿筐(진일동서불만광) 하루 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今歲刈禾人亦巧(금세예화인역교) 올해에는 벼 베는 사람들도 교묘해져서
盡收遺穗上官倉(진수유수상관창)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〇 채련곡 차대동누선운(采蓮曲 次大同樓船韻] - 李達
蓮葉參差蓮子多(연엽참치련자다) 연잎은 들쭉날쭉 연밥도 많은데
蓮花相間女郞歌(연화상간녀랑가) 연꽃을 사이에 두고 아가씨들 노래하네
來時約伴橫塘口(내시약반횡당구) 돌아갈 때 짝과 횡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辛苦移舟逆上波(신고이주역상파) 힘써 배를 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네
◀ 이 시는 대동강 누선의 시(詩)인 정지상(鄭知常)의 시에 차운한 연밥을 따는 사랑 노래이다.
〇 회주(回舟) - 李達
宿鷺下秋沙(숙로하추사) 자려는 해오라기 가을 모래에 내려오고
晩蟬鳴江樹(만선명강수) 저녁 매미 강숲에서 울어대네
歸舟白蘋風(귀주백빈풍) 흰 마름꽃 바람결에 배 돌리며
夢落西潭雨(몽락서담우) 꿈속에서도 서담 비 속 맴돌고 있네
〚작자〛 이달(李達, 1539~1618) 조선 중기 선조(宣祖) 때의 한시인(漢詩人). 신분적 한계가 있었으나 당시풍(唐詩風)의 시를 잘 지어 선조 때의 삼당파 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허균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 《산사》 등이 있다.
□ 이덕무(李德懋)
〇 도중잡시 육수 (途中雜詩 六首) - 李德懋
其一 (기일)
行行摩詰詩裏(행행마힐시리) 마힐의 시 속으로 가고 또 가도
處處倪魫畫中(처처예오화중) 곳곳마다 예오의 그림 속일세
煙白禽如渡海(연백금여도해) 허연 연기 위에 새는 바다 건너는 듯
溪淸魚若乘空(계청어약승공) 맑은 시내 물고기는 허공을 오르는 듯
〇 절구」 이십이수(絶句 二十二首) - 李德懋
其一(기일)
紅葉埋行踪(홍엽매행종) 단풍잎이 발자국을 묻어 버렸으니
山家隨意訪(산가수의방) 산중 집을 마음 가는 대로 찾아가네
書聲和織聲(서성화직성)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와 어울려
落日互低仰(낙일호저앙) 석양녘에 서로 낮았다 높았다 하네
其二十二(기이십이)
石磴樵人細(석등초인세) 비탈길엔 나무꾼이 작게 보이고
遙村一火紅(요촌일화홍) 먼 마을엔 한 점 불이 붉네
川原堪入畫(천원감입화) 내와 들판이 그림으로 들어올 듯이
都在遠觀中(도재원관중) 모두 다 멀리 보이는 광경 속에 있네
〇 추야음(秋夜吟) - 李德懋
一夜新凉生 (일야신량생) 어느 하루 밤 산들바람 갑자기 무니
寒공入戶鳴 (한공입호명) 가을 귀뚜라미 문에 들어 우는구나.
野泉穿竹響 (야천천죽향) 들녁의 샘물은 대숲 뚫고 소리내어 흐르고
村火隔林明 (촌화격림명) 고을에는 등불이 숲 사이로 밝아지네
山月三更吐 (산월삼경토) 봉우리는 밤 깊어 달 토하고
江風十里淸 (강풍십리청) 긴 강에 바람은 십리 먼 곳까지도 맑도나.
夜闌星斗燦 (야란성두찬) 밤이 깊어 별빛 찬란한데
玉宇雁群橫 (옥우안군횡) 창공에 기러기 떼 비끼어 날아간다.
〇 춘일우제(春日偶題) - 李德懋
一年春光花萬樹(일년춘광화만수) 일 년의 봄빛은 만 나무에 꽃으로 가득 피고
空山流水淨照面(공산류수정조면) 빈 산 흐르는 물 말끔히 얼굴에 비치네
芳草如剪蜨遺粉(방초여전접유분) 향기로운 풀 오려낸 듯 나비는 분을 남기고
靜士心朗無所罥(정사심랑무소견) 고요한 선비는 마음씨 밝아 매인 바 없네
煙垞烏牸牟然吼(연타오자모연후) 연기 자욱한 언덕에 검은 암소 “음메-에” 울며
自任其眞蹄自遣(자임기진제자견) 스스로 한껏 천진스레 발굽질을 하네
〇효발연안(曉發延安) - 李德懋
不已霜鷄郡舍東(불이상계군사동) 관아 동쪽 새벽 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잔성배월경수공) 샛별 달과 함께 하늘에서 반짝이네
蹄聲笠影矇朧野(제성립영몽롱야) 삿갓 쓰고 말에 올라 어스름한 들녘 지나면서
行踏閨人片夢中(행답규인편몽중) 임의 꿈속으로 밟으며 가네
◀ 이 시는 연안을 떠나며 지은 시이다.
〚작자〛 이덕무(李德懋)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1741∼1793. 근세 사대가(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박학다재하고 바둑에도 일가견이 있어 〈혁기론(奕棋論)〉을 썼다.
□ 이매창 (李梅窓)
〇 규중원(閨中怨) - 李梅窓]
瓊苑梨花杜宇啼(경원리화두우제) 옥 같은 동산에 배꽃 피고 두견새 우는 밤
滿庭蟾影更悽悽(만정섬영갱처처) 뜰 가득 달빛 더욱 서러워라
相思欲夢還無寐(상사욕몽환무매) 꿈에나 만나려도 도리어 잠마저 오지 않고
起倚梅窓聽五鷄(기의매창청오계)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어 五更의 닭소리 듣네
〇 상춘(傷春) - 李梅窓
不是傷春病(불시상춘병) 봄을 근심해서 생긴 병이 아니라
只因憶玉郞(지인억옥랑) 다만 임 그리워 생긴 병이라오
塵豈多苦累(진기다고루) 진세(塵世)에 어찌나 괴로움이 많은가?
孤鶴未歸情(고학미귀정) 외로운 학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정이여
〇 자한 (自恨) - 李梅窓
春冷補寒衣 (춘냉보한의) 봄날이 차서 얇은 옷을 꿰매는데
紗窓日照時 (사창일조시) 깁창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 (저두신수처) 머리 숙여 손길 가는 대로 맡긴 채
珠淚滴針絲 (주루적침사) 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네
〇 증취객(贈醉客) - 李梅窓]
醉客執羅衫(취객집나삼)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를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 명주저고리 손길을 따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불석일나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다만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두려워라
〇 춘사(春思) - 李梅窓
東風三月時(동풍삼월시) 봄바람이 불어오는 삼월에
處處落花飛(처처락화비) 곳곳에서 지는 꽃잎 흩날려요
緣綺相思曲(연기상사곡) 비단 옷 입고 상사곡을 불러 봐도
江南人未歸(강남인미귀) 강남 간 임은 돌아오시지 않네요
〇 한거(閑居) - 李梅窓
石田茅屋掩柴扉 (석전모옥엄시비)
花落花開辨四時 (화락화개변사시)
峽裡無人晴盡永 (협리무인청진영)
雲山炯水遠帆歸 (운산형수원범귀)
바위 사이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구름 낀 산, 번쩍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작자〛 이매창(李梅窓, 1529~ ) 중기의 화가로 신사임당의 맏딸이다.
□ 이산해(李山海)
〇 모산(暮山)
海天風定日沈霞(해천풍정일침하) 바람 그친 하늘, 해 지는 노을
蒲葦洲邊夕露多(포위주변석노다) 부들, 갈대 우거진 물가엔 이슬도 많아라
瘦馬倒鞭沙路逈(수마도편사노형) 여윈 말에 채찍질하여도 길은 멀어
夜深明月宿漁家(야심명월숙어가) 밤 깊고 달 밝아 어촌에서 묵어가려네
〚작자〛 이산해(李山海, 1539~1609) 한산 이씨 명문가 출신으로 목은 이색(李穡)의 후손, 토정 이지함(李之菡)의 조카. 북인의 영수라는 학문적ㆍ정치적 위상을 가졌던 관료.
□ 이서구(李書九)
〇 구마 (驅馬)
望村必驅馬(망촌필구마) 마을 보이면 반드시 말을 몰아가니
馬踶舂如杵(마제용여저) 말발굽 소리 마치 절구질 하는 듯하여라.
童稚爭倚門(동치쟁의문) 아이들은 다투어 사립문에 기대고
夫老散偶語(부노산우어) 어른 들은 흩어져 짝 지어 수근데는구나
籬犢牟然去(이독모연거) 외양간의 송아지는 음메음메 울며 가고
回首送其去(회수송기거) 사람들은 머리 돌려 가는 것 보내주는구나
〇 만자백운계 부지서강구 소와송음하작(晩自白雲溪 復至西岡口 少臥松陰下作)
讀書松根上(독서송근상) 솔뿌리 위에서 책을 읽으니
卷中松子落(권중송자락) 책 속에 솔방울이 떨어지네
支筇欲歸去(지공욕귀거) 지팡이 짚고 길을 나서려니
半嶺雲氣作(반령운기작) 고갯마루에 구름 기운이 일어나네
◀ 포천 백운계에서 저녁에 다시 서강의 입구에 이르러 잠시 솔 그늘에서 누웠다가 지은 시이다.
〇 산행(山行) - 李書九
數棘荒寒堆亂石(수극황한퇴란석) 가시덤불 황량하며 어지러운 돌무더기 쌓여 있고
斜陽欲盡廢田頭(사양욕진폐전두) 석양볕이 버려진 밭머리에 지려고 하네
野棠結子珊瑚顆(야당결자산호과) 팥배나무 열매 산호처럼 맺혀 있는데
何處飛來黃褐侯(하처비래황갈후) 어디에서 청학이 날아왔나?
〚작자〛 이서구(李書九) 1754(영조 30)~1825(순조 25), 자 낙서(洛瑞), 호 척재(惕齋), 강산(薑山), 소완정(素玩亭), 석모산인(席帽山人) 평안도관찰사, 형조판서, 판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문인.
□ 이석형(李石亨)
〇 영회(詠懷) - 李石亨
虞時二女竹(우시이녀죽) 순임금 때의 두 여인의 대나무요
秦日大夫松(진일대부송) 진시황 때의 대부였던 소나무
縱有哀榮異(종유애영이) 비록 슬프고 영화로움이 다름은 있지만
寧爲冷熱容(영위랭열용) 어찌 차고 뜨거운 얼굴을 하리오
◀ 사육신(死六臣)의 단종(端宗) 복위(復位) 운동을 배경으로 풍자(諷刺)
〚작자〛 이석형(李石亨, 1415, 태종 15~1477, 성종 8):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백옥(伯玉), 호는 저헌(樗軒). 김반(金泮)의 문인이다.조선전기 황해도관찰사, 판한성부사, 판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 이수광(李睟光)
〇 도중(途中) - 李晬光
岸柳迎人舞(안류영인무) 언덕 버들은 사람 맞아 춤을 추고
林鶯和客吟(임앵화객음) 숲 속 꾀꼬리는 나그네 읊조림에 화답하네
雨晴山活態(우청산활태) 비 개이니 산은 활기찬 모습이고
風暖草生心(풍난초생심) 바람 따스하니 풀은 돋는 마음이네
景入詩中畫(경입시중화) 경개는 시 속에 든 그림이고
泉鳴譜外琴(천명보외금) 샘물 소리는 악보 밖의 거문고네
路長行不盡(노장행부진) 길이 멀어 가도 끝이 없는데
西日破遙岑(서일파요잠) 서산의 해는 아득한 봉우리를 깨뜨리네
◀ 이 시는 따뜻한 봄날 중국으로 사행(使行) 가는 길에 쓴 시
〇 상수역도중(湘水驛途中)
雨後淸和近午天(우후청화근오천) 비 온 뒤 화창하고 한낮이 가까운데
驛樓芳草暗湘川(역루방초암상천) 역루의 꽃다운 풀, 상수 냇가에 풀빛 짙어라.
誰知倦客征鞍上(수지권객정안상) 그 누가 알까, 안장 위의 지친 나그네
半是吟詩半是眠(반시음시반시면) 반은 시를 읊고, 또 반은 잠들어 있는 줄을.
〇 제청산백운도(題靑山白雲圖) - 李晬光
白雲本無心(백운본무심) 흰 구름은 본디 마음이 없고
靑山亦不語(청산역불어) 푸른 산도 말이 없구나
色相兩空空(색상량공공) 색과 상 둘 다 실체가 없는데
風吹何處去(풍취하처거) 바람은 불어 어디로 가는가?
◀ 이 시는 푸른 산에 흰 구름이 흘러가는 구름을 그린 그림을 보고 쓴 제화시(題畵詩)이다.
〚작자〛 이수광(李睟光, 1563~1628)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이며 조선시대 공조참판, 대사헌,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저서로는 『지봉집(芝峯集)』이 있다.
□ 이승소(李承召)
〇 연 (燕) - 李承召
畫閣深深簾額低(화각심심렴액저) 화각은 조용하고 주렴머리는 나직한데
雙飛雙語復雙棲(쌍비쌍어부쌍서) 쌍을 지어 날다 쌍을 지어 말하다 또 쌍을 지어 깃든다
綠楊門巷春風晩(녹양문항춘풍만) 문밖 거리의 푸른 버들에는 봄바람이 저물고
靑草池塘細雨迷(청초지당세우미) 못 둑의 푸른 풀에는 보슬비가 어지럽다
趁蝶有時穿竹塢(진접유시천죽오) 때로는 나비를 좇아 대숲 언덕을 뚫고
壘巢終日啄芹泥(루소종일탁근니) 집을 지으려 한종일 미나리밭 진흙을 쫀다
托身得所誰相侮(탁신득소수상모) 몸을 의탁하기에 장소를 얻었거니 누가 업신여기랴?
養子年年羽翼齊(양자년년우익제) 해마다 자식 길러 날개가 가지런하다
◀ 이 시는 제비에 대해 노래한 시)이다.
〇 제화선(題畵蟬)
香燒古篆坐蕭然(향소고전좌소연) 향기를 옛 전서에 사르고 조용히 앉아
讀盡黃庭內外篇(독진황정내외편) 황정견의 내외 편을 다 읽었도다
一味天眞無與語(일미천진무여어) 천진한 한 맛을 같이 나눌이 없어
畵中相對飮風仙(화중상대음풍선) 그림 속에서 마주 대하니 바람을 마신 신선이로다
〚작자〛 이승소(李承召, 1422~1484) 본관 양성(陽城). 자 윤보(胤保). 호 삼탄(三灘). 시호 문간(文簡).
이조·형조 판서, 좌참찬 등을 지냈다. 신숙주·강희맹 등과 함께 《국조오례의》를 편찬했다.《삼탄집》이 있다.
□ 이식(李植)
〇 도공암진(渡孔巖津)
簇騎臨回岸(족기림회안) 말 탄 사람 언덕 돌아 나오면서
呼船促衆篙(호선촉중고) 뱃사공 불러 노 저어라 재촉한다.
西南溟渤湧(서남명발용) 서남쪽엔 넘실거리는 검푸른 물
開闢孔巖高(개벽공암고) 입구에 버티어 솟은 공암이 높기도 하다.
見險誰能止(견험수능지) 험난함을 알지마는 정지시킬 자 누군가
貪程不覺勞(탐정부각노) 여정 단축하려 피곤한 줄도 모르는구나.
相期須早渡(상기수조도) 서로 빨리 이 물길 건너야 하니
向晚更風濤(향만갱풍도) 날 저물면 풍랑이 더욱 거세질 것이리라.
〇 영신연(永新燕) - 李植
萬事悠悠一笑揮(만사유유일소휘) 잡다한 세상만사 그저 한바탕 웃음거리
草堂春雨掩松扉(초당춘우엄송비) 사립문 닫은 초당에 봄비 촉촉이 내리네
生憎簾外新歸燕(생증렴외신귀연) 발 밖에 새로 돌아온 제비를 미워하는 것은
似向閑人說是非(사향한인설시비) 일 없는 사람에게 시비 걸기 때문이라네
◀ 새로 돌아온 제비를 노래한 것이다.
〚작자〛 이식(李植, 1584~1647) ]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여고(汝固). 호는 택당(澤堂)·남궁외사(南宮外史)·택구거사(澤癯居士) 조선 중신의 문신. 주자학을 정도(正道)로 신봉한 중세 봉건시기의 전형적인 지식인으로서 유가(儒家)의 현실긍정적 세계관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의 시는 각 체에 모두 능숙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대체로 정경의 묘사가 뛰어나고 직서적인 것이 많다. 그는 고체(古體)에 능하였다고 하나 오언율시에 특색을 발휘하였다.
□ 이안눌(李安訥)
〇 기가서(寄家書 二首) - 李安訥
其一(기일)
欲作家書說苦辛(욕작가서설고신) 집에 보낼 편지를 씀에 괴로움을 말하고 싶어도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살백두친) 흰 머리 어버이를 근심시킬까 걱정하여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그늘진 산 쌓인 눈의 깊이가 천 장인데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도리어 금년 겨울을 봄처럼 따뜻하다 알리네
◀ 이 시는 함경도 북평사라는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집에 편지를 보내면서 지은 시이다
〇 등통군정(登統軍亭)
六月龍灣積雨晴(육월용만적우청) 유월 용만 땅에 장마비 개어
平明獨上統軍亭(평명독상통군정) 새벽에 홀로 통군정에 오른다
茫茫大野浮天氣(망망대야부천기) 망망한 큰 들판은 하늘 기운에 떠 있고
曲曲長江裂地形(곡곡장강렬지형) 굽이치는 긴 강은 땅 모양을 ?으며 흐른다
宇宙百年人似螘(우주백년인사의) 광막한 우주에 백년 인생은 개미 같고
山河萬里國如萍(산하만리국여평) 웅장한 산해에 만리 나라도 부평초로다
忽看白鶴西飛去(홀간백학서비거) 문득 서편으로 날아가는 흰 학을 바라보니
疑是遼東舊姓丁(의시요동구성정) 나르는 학들이 혹 요동 옛백성 아닌가 하노라
〚작자〛 이안눌(李安訥, 1571~1637) 본관 덕수(德水). 자 자민(子敏). 호 동악(東岳). 시호 문혜(文惠). 조선 중기 인조 때의 문신. 형조참판·함경도관찰사 등을 지냈다. 주청부사로 명나라에서 정원군의 추존을 허락 받아 원종의 시호를 받아왔다. 좌찬성에 추증되었다. 시문에 뛰어나 이태백에 비유되었고, 글씨도 잘 썼다. 《동악집》이 있다.
□ 이언적 (李彦迪)
〇 고송(孤松)
群木鬱相遮 (군목울상차) 뭇 소나무 빽빽이 서로 막혀 있는데
孤松挺自誇 (고송정자과) 외로운 소나무 빼어남 스스로 자랑하네
煙霞祕幹質 (연하비간질) 연기와 노을 속에서도 줄기와 바탕을 간직했고
雨露長枝柯 (우로장지가) 비와 이슬 속에서도 가지마다 자랐네
千尺心應直 (천척심응직) 천척이나 높으니 마음 응당 곧을 것이요
九泉根不斜 (구천근불사) 구천이나 깊으니 뿌리 기울지 않을 것이네
棟樑雖有待 (동량수유대) 동량이 되리라 비록 기대하나
斤斧奈相加 (근부내상가) 도끼가 가해짐을 어찌하리오?
不似巖邊老 (불사암변로) 바위 가에서 늙는 것만 못하니
含姿歲暮多 (함자세모다) 해 저물어 가는 겨울에도 언제나 자태를 머금기를
◀ 이 시는 홀로 곧은 소나무를 노래한 것으로, 세상의 시비(是非)로부터 벗어나 조용히 여생을 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〇 낙천(樂天) - 李彦迪
乘興逍遙展眺遐(승흥소요전조하) 흥을 타고서 거닐며 멀리 바라보니
暮天雲盡碧山多(모천운진벽산다) 저문 하늘 구름 다한 곳에 푸른 산이 많네
茫茫宇宙無終極(망망우주무종극) 아득한 우주는 끝이 없어
俯仰長吟浩浩歌(부앙장음호호가) 굽어보고 우러러보며 길게 터질 듯한 노래 부르네
◀ 이 시는 천명(天命)을 즐기며 부른 노래이다.
〇 무위 (無爲) - 李彦迪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은 변천하여 정해진 모양이 없으니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이 한 몸 한적하여 스스로 때를 따르네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성경영력) 근래 점점 작위(作爲)의 힘이 줄어드니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오래 청산을 대하고도 시를 짓지 못하네
〇 산당병기(山堂病起) - 李彦迪
平生志業在窮經(평생지업재궁경) 한평생 뜻과 일은 경전(經典) 궁구(窮究)에 있어
不是區區爲利名(불시구구위리명) 구구하게 이익과 명예 구하지 않으리
明善誠身希孔孟(명선성신희공맹) 명선(明善)과 성신(誠身)엔 공맹(孔孟)을 바라고
治心存道慕朱程(치심존도모주정) 치심(治心)과 존도(存道)엔 정주를 사모했네
達而濟世憑忠義(달이제세빙충의) 통달해서 세상을 구제함엔 충의에 의지하고
窮且還山養性靈(궁차환산양성령) 궁하면 산으로 돌아와 성령을 기른다
豈料屈蟠多不快(기료굴반다불쾌) 어찌 험하고 많은 불쾌함 생각하리오?
夜深推枕倚前楹(야심추침의전영) 깊은 밤 베개 밀어 두고 앞 난간에 기대노라
◀ 이 시는 과거 급제 후 24세에 산에 있는 집에서 병이 들어 일어나 지은 것
〇 산중즉사(山中卽事 三首) - 李彦迪
其一(기일)
雨後山中石澗喧(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후 산중 바위틈에 시냇물 소리 요란한데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시 읊으며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평생에 가장 싫은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유독 이 시냇물 소리는 귀에 번거롭지 않네
〇 차조용수운(次曺容叟韻) - 李彦迪
霧捲山靑晩雨餘(무권산청만우여) 늦은 비 온 뒤 안개 걷히고 산은 푸른데
逍遙俯仰弄鳶魚(소요부앙롱연어) 소요하고 부앙하며 연비어약을 즐기도다
莫言林下孤淸興(막언림하고청흥) 숲에 맑은 흥취 적다고 말하지 말라
幽鳥閑雲約共棲(유조한운약공서) 깊은 새, 한가한 구름이 함께 살자 하였노라
◀ 이 시는 조용수의 운에 차운한 것이다.
〇 추규(秋葵) - 李彦迪
開到淸秋不改英 (개도청추불개영) 맑은 가을 하늘 열려도 꽃빛은 변하지 않아
肯隨蹊逕鬪春榮 (긍수혜경투춘영) 기꺼이 오솔길 따라서 봄의 번성과 타투어본다.
山庭寂寞無人賞 (산정적막무인상) 산 뜨락 적막하여 감상할 사람 아무도 없어도
只把丹心向日傾 (지파단심향일경) 다만 온통 붉은 마음을 해를 향하여 기울어본다.
〚작자〛 이언적(李彦迪, 1491~1553) 조선 중기 중종 때의 문신이자 유학자. 그의 기보다 이를 중시하는 주리적 성리설은 이황에게 계승되어 영남학파의 중요한 성리설이 되었으며, 조선 성리학의 한 특징을 이루었다.〈일강십목소〉는 그 정치사상을 대표한다. ‘이언적수필고본일괄’은 보물로 지정되었다.
□ 이옥봉(李玉峰)
〇 규정(閨情) - 李玉峯
有約來何晩 (유약래하만) 돌아온다 약속하시고 어찌 늦으신가요?
庭梅欲謝時 (정매욕사시) 뜰의 매화가 시들려고 해요
忽聞枝上鵲 (홀문지상작) 나뭇가지 위의 까치소리 문득 듣고
虛畵鏡中眉 (허화경중미) 부질없이 거울 속에서 눈썹 그려요
◀ 이 시는 안방에서 그리워하는 여인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〇 위인송원(爲人訟寃) - 李玉峯
洗面盆爲鏡 (세면분위경) 얼굴을 씻는 동이로 거울을 삼고
梳頭水作油 (소두수작유) 머리를 빗는 물로 기름 삼아도
妾身非織女 (첩신비직녀) 이 몸이 직녀가 아닐진대
郎豈是牽牛 (낭기시견우)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되오리까?
◀ 이 시는 이웃집 여자의 원통한 소송(訴訟)을 풀어 주기 위해 지은 시이다.
〇 즉사 (卽事) - 李玉峯
柳外江頭五馬嘶(유외강두오마시) 버들 너머 강 머리 오마가 울어대니
半醒半醉下樓時(반성반취하누시) 반쯤 깼다 반쯤 취해 다락에서 내릴 때로세
春紅欲瘦臨鏡粧(춘홍욕수림경장) 화장이 얇을세라 경대 앞에 앉아
試畫梅窓却月眉(시화매창각월미) 시험 삼아 매화 창의 반달눈썹 그린다오
〇 증운강(贈雲江) - 李玉峯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 안부가 어떠하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이 깁창을 비추니 저는 한에 사무치나이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만일 꿈속의 혼이 다니며 자취를 남기었더라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임의 집 앞 돌길은 반이 모래가 되었을 텐데
◀ 이 시는 운강(雲江) 조원에게 주는 시 임.
〇 칠석(七夕) - 李玉峯
無窮會合豈秋思(무궁회합기추사) 끊없이 만나니 어찌 가을 수심 있을까
不比浮生有離別(불비부생유이별) 덧없는 인간의 이별과 견줄 수가 없도다
天上却成朝暮會(천상각성조모회) 하늘에는 도리어 아침저녁 만나는데
人間漫作一年期(인간만작일년기) 사람들은 부질없이 일 년만에 만다 하네
〚작자〛 이옥봉(李玉峰) 조선중기의 여류시인으로 중국에도 이름이 알려졌으며 맑고 씩씩함이 느껴지는 시를 남겼다. 중국과 조선에서 출간된 시집에 허난설헌의 시와 함께 실려있다.
□ 이용휴 (李用休)
〇 방산가(訪山家)
松林穿盡路三丫(송림천진로삼아) 솔숲을 다 지나니 세 갈래 길 나와
立馬坡邊訪李家(입마파변방이가) 언덕 가에 말 세우고 이씨 집을 물었네
田父擧鋤東北指(전부거서동북지) 농사꾼 호미 들어 동북쪽 가리키는데
鵲巢村裏露榴花(작소촌리로류화) 까치둥지 있는 마음에 석류꽃 드러나네
◀ 이 시는 벗이 있는 시골집을 방문하면서 지은 시이다.
〚작자〛 이용휴(李用休, 1706, 숙종 34~1782, 정조 6): 본관은 여주. 자는 경명(景命), 호는 혜환(惠寰). 음보(蔭補)로 벼슬이 첨지중추부사에 이르렀으며, 저서로는 『탄만집』·『혜환시초(惠寰詩抄)』와 『혜환잡저(惠寰雜著)』가 있다.
□ 이이 (李珥)
〇 계분봉수 (溪分峰秀)
溪分泗洙派(계분사수파) 시내는 사수가 흐르는 것 같고
峰秀武夷山(봉수무이산) 산봉우리 무이산 보다 아름답다.
活討經千卷(활토경천권) 재산이라고는 천 권 경서와 다만 몸담을 방 몇 간 뿐인데
行藏屋數間(행장옥수간) 주고받는 얘기와 웃음은
襟懷開霽日(근회개제일) 밝은 달이 가슴속까지 환하게 비치는 듯하여
談笑止狂峃(담소지광란) 설레는 이 가슴을 진정시켜 주노라
小子求聞道(소자구문도) 선생을 찾아온 뜻은 도를 알고자 함이지
非偸半日閒(비투반일한) 한가로이 놀러 다님이 아니 오리.
◀ 23세때, 퇴계를 찾아 인사를 올리고 나서, 그의 학덕을 찬양하며 지은 시
〇 浮碧樓(부벽루)
箕城東畔浿江頭 (기성동반패강두) 기성의 동쪽 언덕 패강 어귀에
中有祋渺之飛樓 (중유표묘지비루) 가물가물 높은 다락 솟아 있구나
靑山一望何袞袞 (청산일망하곤곤) 푸른 산 바라보니 어찌 그리 곤곤한가
白雲千載空悠悠 (백운천재공유유) 흰 구름 언제 봐도 한가로이 떠다닌다네
猩袍仙子此時過 (성포선자차시과) 성포 입은 신선은 지금 지나가는데
麟馬天孫何處遊 (인마천손하처유) 기린 탄 천손은 어디에서 노니나
玉簫吹澈彩霞盡 (옥소취철채하진) 옥퉁소 불어도 단장한 노을 없으니
古國煙波人自愁 (고국연파인자수) 고국의 연기 나부껴 절로 시름에 잠기노라.
〇 화석정(花石亭) -李珥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뜻이 끝이 없도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물줄기는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해놓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소리가 저물어 가는 구름 속에서 끊어지네
◀ 이 시는 율곡(栗谷)이 8세에 파주에 있는 화석정에 올라 지은 시이다.
〇 산중사영(山中四詠) - 李珥
- 산속에서 네 수를 읊다.
風 (바람)
樹影初濃夏日遲 (수영초농 하일지) 나무 그늘이 처음 짙어지고 여름 해는 더디기만 한데
晩風生自拂雲枝 (만풍생자 불운지) 구름을 찌르는듯한 나뭇가지에선 늦바람이 일어나네
幽人睡罷披襟起 (유인수파 피금기) 은자가 잠이 깨어 옷을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凉只自知 (철골청량 지자지) 뼈속 깊이 스며드는 서늘함을 혼자서만 안다네
月 (달)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구름 한 점 없는 만 리 푸른 하늘에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달이 푸른 산꼭대기에 뜨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세상 사람들은 다만 찼다가 다시 이지러지는 것만 알 뿐
不識氷輪夜夜圓(불식빙륜야야원) 밝은 달이 밤마다 둥근 것을 알지 못하네
水 (물)
晝夜穿雲不暫休(주야천운부잠휴) 밤낮으로 구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으니
始知源派兩悠悠(시지원파량유유) 비로소 근원과 갈래 끝없음을 알겠네
試看河海千層浪(시간하해천층랑) 시험 삼아 보니, 하해의 천 겹의 물결도
出自幽泉一帶流(출자유천일대류) 깊은 샘 한 줄기로부터 흐르네
雲 (구름)
飛入靑山幾許深 (비입청산 기허심) 얼마나 깊은 청산에 날아드는지
洞中猿鶴是知音 (동중원학 시지음) 골짜기 속의 원숭이와 학들이 바로 절친한 벗들이라네
何如得逐神龍去 (하여득축 신룡거) 어떻게 하면 신룡이 가는데를 딸아가서
慰却蒼生忘雨心 (위각창생 망우심) 백성들이 비를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으랴
◀ 시는 산속에서 본 네 가지 자연물(풍(風), 월(月), 수(水), 운(雲))에 대해 노래한 영물시(詠物詩) 가운데 두 수(首)이다.
〇 숙남시보(언경)교사(宿南時甫(彦經)郊舍) - 李珥
返照依山扣野扉(반조의산구야비) 지는 해 산에 의지할 무렵 들 사립 두드려
坐看淸月出林霏(좌간청월출림비) 앉아서 숲 안개 위로 뜨는 맑은 달을 보네
焚香小閣淸無語(분향소각청무어) 향을 피운 조그만 집에 말쑥하고 조용하니
更覺風塵此會稀(갱각풍진차회희) 다시 세속에 이런 자리 드문 것을 깨닫겠네
◀ 이 시는 남시보의 성 밖 집에서 머물면서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다.
〚작자〛 이이(李珥, 1536~1584) :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석담(石潭)·우재(愚齋)이다. 1536년(중종 31) 음력 12월 26일에 사헌부 감찰을 지낸 이원수(李元秀)와 사임당(師任堂) 신씨(申氏)의 셋째 아들로 외가가 있던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로 <동호문답>, <성학집요> 등의 저술을 남겼다. 현실ㆍ원리의 조화와 실공(實功)ㆍ실효(實效)를 강조하는 철학사상을 제시했으며, <동호문답>ㆍ<만언봉사>ㆍ<시무육조> 등을 통해 조선 사회의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18대 명현(名賢) 가운데 한 명으로 문묘(文廟)에 배향되어 있다.
□이정구 李廷龜
〇 감흥」 십수(感興 十首) - 李廷龜
其八(기팔)
中宵悄不寐(중소초불매) 한밤중에 근심스러워 잠 못 이루어
起坐披重衾(기좌피중금) 일어나 앉아 무거운 이불을 걷는다
江月入我幃(강월입아위) 강 달이 내 휘장으로 들어오고
江風吹我襟(강풍취아금) 강바람이 내 옷깃에 불어온다
泠泠萬慮息(영령만려식) 맑아 온갖 시름 사라지니
便見太古心(편견태고심) 곧 태고의 그 마음을 보겠다
床上有古書(상상유고서) 상 위에는 옛 책 놓여 있고
床前有素琴(상전유소금) 상 앞에는 장식 없는 거문고 놓여 있다
我欲奏一曲(아욕주일곡) 내가 한 곡 연주하고 싶으나
擧世無知音(거세무지음) 온 세상에 음을 알아주는 사람 없구나
〚작자〛 이정구(李廷龜) 조선 시대의 문신ㆍ한학자(1564~1635). 자는 성징(聖徵). 호는 월사(月沙)ㆍ보만당(保晩堂)ㆍ치암(癡菴)ㆍ추애(秋崖)ㆍ습정(習靜). 벼슬은 우의정, 좌의정에 이르렀다. 한문학의 대가로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조선 중기의 4대 문장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저서에 ≪월사집≫, ≪서연강의(書筵講義)≫, ≪대학강의(大學講義)≫가 있다.
□ 이집(李集)
〇 입추일기경지(立秋日寄敬之
江海無家客 (강해무가객) 물에서는 집 없는 나그네
山林有髮僧 (산림유발승) 산에서는 머리 기를 중이란다.
焚香蘄道泰 (분향기도태) 향불 피워 태평성대 기원하며
對食願年登 (대식원년등) 밥상 모리에서는 풍년을 기원한단다.
睡起微涼入 (수기미량입) 잠 깨어 일어나니 서늘한 바람 들고
吟餘老病增 (음여노병증) 시를 읊고 나니 늙은 병이 심해지는구나.
玉人何處所 (옥인하처소) 그대는 있는 곳은 어디인가
咫尺是驪興 (지척시려흥) 지척이 곧 영흥 땅 아니런가.
〚작자〛 이집(李集,1314~1387) 고려 후기의 학자·문인. 본관은 광주(廣州). 자는 호연(浩然). 호는 둔촌(遁村) 1368년(공민왕17) 신돈(辛旽)에게 미움을 받자 가족과 함께 영천(永川)으로 도피했다가 1371년 신돈이 주살되자 개경에 돌아와 이름을 집, 호는 둔촌으로 고치고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로 잠시 있었다. 그러나 곧 사직하고 여주 천녕현(驪州川寧縣)에서 독서와 시작(詩作)을 하면서 여생을 보냈다.
□ 이항복(李恒福)
〇 고우(苦雨)
苦雨連旬夜徹明(고우련순야철명) 장마비 열흘 동안 주야로 계속 되어
曉庭雲物太縱橫(효정운물태종횡) 새벽 뜰의 구름 안개 너무나 자욱하다.
牀牀避漏人何限(상상피루인하한) 침상마다 새는 새는 비 피하는 사람을 어찌 원망하며
種種緣愁髮幾莖(종종연수발기경) 종종 시름으로 백발은 몇 줄기나 더했는가.
沙捲洑流穿竈入(사권보류천조입) 모래는 봇물에 밀려서 부엌까지 들고
蛙隨驚犬上墻鳴(와수경견상장명) 개구리는 놀란 개를 따라 담장에 올라 울고 있다.
鍾城戰血今如海(종성전혈금여해) 종성의 전쟁의 피가 지금 바다와 같아
天厭頑胡爲洗兵(천염완호위세병) 하늘이 싫어하여 오랑캐 군대를 비에 젖게 하는구나
〇 도청파 이배경원 우이삼수 정월구일 개북청 연릉제군휴호 송우산단도좌
到靑坡 移配慶源 又移三水 正月九日 改北靑 延陵諸君携壺 送于山壇道左
雲日蕭蕭晝晦微(운일소소주회미) 구름과 해는 쓸쓸하여 한낮도 어두컴컴한데
北風吹裂遠征衣(북풍취렬원정의) 북풍은 먼 길 가는 사람의 옷을 찢을 듯 부네
遼東城郭應依舊(요동성곽응의구) 요동의 성곽은 응당 예전과 같겠지만
只恐令威去不歸(지공영위거불귀) 다만 영위가 가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되도다
◀ 유배지에 연릉 등 제군이 술을 가지고 와서 산단(山壇)의 길 아래에서 전송하면서 지은 시
〇 삼물음(三物吟) - 李恒福
鼠 (서)」
廁鼠數驚社鼠疑(측서수경사서의) 측간 쥐는 자주 놀라고 사당 쥐는 의심이 많아
安身未若官倉嬉(안신미약관창희) 안전하긴 관아의 창고에서 즐겁게 노닒만 못하리
志須滿腹更無事(지수만복갱무사) 뜻은 배불리 먹고 또 무사하길 바라지만
地塌天傾身始危(지탑천경신시위) 땅 꺼지고 하늘 기울면 제 몸도 위태로워진다네
◀ 이 시는 올빼미·쥐·매미를 읊은 시 가운데 쥐를 노래한 것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〇 영정안(詠庭雁) - 李恒福
在郊那似在家肥(재교나사재가비) 교외에 있는 것이 어찌 집에서 살찌는 것만 하겠냐고
人笑冥鴻作計非(인소명홍작계비) 사람들이 기러기 세운 계획 잘못됐다 비웃지만
莫把去留論得失(막파거류론득실) 가고 머무름 가지고 득실을 논하지 말라
江南水闊網羅稀(강남수활망라희) 강남에는 물이 넓고 그물도 드물다오
◀ 이 시는 뜰의 기러기를 노래한 것으로
〇 은대시박내한자룡(銀臺示朴內翰子龍) - 李恒福
深室蒸炎氣鬱紆(심실증염기울우) 깊은 방 찌는 더위에 기분이 답답하여
夢爲鷗鷺浴淸湖(몽위구로욕청호) 꿈에 갈매기와 해오라기 되어 맑은 호수에 목욕하네
縱然外體從他幻(종연외체종타환) 비록 겉몸이야 변하거나 말거나
煙雨閑情却是吾(연우한정각시오) 가랑비에 한가로운 정이 바로 나라오
◀ 이 시는 승정원에서 조카사위 내한 박자룡에게 보여 준 시
〚작자〛 이항복(李恒福, 1556~1618) :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자는 자상(子常). 호는 백사(白沙)ㆍ필운(弼雲). 임진왜란 때 병조 판서로 활약했으며, 뒤에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광해군 때에 인목 대비 폐모론에 반대하다 북청(北靑)으로 유배되어 죽었다. 저서에 ≪백사집(白沙集)≫, ≪북천일기(北遷日記)≫, ≪사례훈몽(四禮訓蒙)≫가 있다.
□ 이행(李荇)
〇 독취헌시 용장호남구시운(讀翠軒詩 用張湖南舊詩韻) - 李荇
挹翠高軒久無主(읍취고헌구무주) 읍취헌 높은 집에 오래 주인이 없어
屋樑明月想容姿(옥량명월상용자) 지붕 위 밝은 달에 그 모습 그립네
自從湖海風流盡(자종호해풍류진) 이로부터 강산에 풍류가 사라졌으니
何處人間更有詩(하처인간갱유시) 인간 세상 어느 곳에서 다시 시가 있겠는가?
◀ 이 시는 읍취헌의 시를 읽고 장호남의 옛 시에 차운하여 지은 것으로, 죽은 박은(朴誾)을 그리워하며 지은 것이다.
〇 제천마록후(題天磨錄後) - 李荇
卷裏天磨色(권리천마색) 책 속에 천마산 빛이
依依尙眼開(의의상안개) 어렴풋이 여전히 눈앞에 열리네
斯人今已矣(사인금이의) 이 사람 지금 이미 가고 없으니
古道日悠哉(고도일유재) 옛길은 날로 아득해지네
細雨靈通寺(세우령통사) 영통사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斜陽滿月臺(사양만월대) 만월대에는 석양이 비끼었네
死生曾契闊(사생증계활) 죽고 삶에 일찍이 서로 약속했는데
衰白獨徘徊(쇠백독배회) 쇠약한 백발의 몸으로 홀로 배회하노라
◀ 이 시는 박은(朴誾)이 죽고 난 후 함께 천마산을 올랐던 기록인 「천마록」 뒤에 쓴 회고시(懷古詩)이다.
〇 차중열운 삼수(次仲說韻 三首) - 李荇
其三(기삼)
佳節昏昏尙掩關(가절혼혼상엄관) 좋은 계절 저무는데 여전히 문 닫고 지내노니
不堪孤坐背南山(불감고좌배남산) 남산 등지고 차마 홀로 앉았기 어려워라
閑愁剛被詩情惱(한수강피시정뇌) 한가한 시름은 바야흐로 시흥에 몹시 시달리고
病眼微分日影寒(병안미분일영한) 병든 눈은 찬 햇살을 겨우 알아보겠네
止酒更當嚴舊律(지주갱당엄구률) 술 끊자니 옛 맹세 더욱 엄하고
對花難復作春顔(대화난부작춘안) 꽃을 보고도 다시 봄 얼굴빛 짓기 어렵네
百年生死誰知己(백년생사수지기) 인생 백 년 삶과 죽음에 누가 지기인가?
回首西風淚獨潸(회수서풍루독산) 가을바람에 고개 돌리며 홀로 눈물 흘린다
◀ 이 시는 중열 박은(朴誾)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〇 화경(花徑) - 李荇
無數幽花隨分開(무수유화수분개)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登山小逕故盤廻(등산소경고반회)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짐짓 구부러져 있도다
殘香莫向東風掃(잔향막향동풍소) 남은 꽃향기 봄바람 향해 쓸지 말아라
倘有閑人載酒來(당유한인재주래)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겠노라
〚작자〛 이행(李荇, 1478, 성종 9~1534, 중종 29) 박은(朴誾)과 함께 해동강서파(海東江西派)라고 불렸다.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택지(擇之), 호는 용재(容齋)·창택어수(滄澤漁叟)·청학도인(靑鶴道人). 조선전기 우찬성,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저서로는 『용재집(容齋集)』이 있다. 시호는 문정(文定)이고, 뒤에 문헌(文獻)으로 바뀌었다.
□ 이 황 (李 滉)
〇 溪堂偶興三首 (계당우흥삼수)
- 개울가 초당에서 흥에겨워 -
四麓惟紅錦 (사록유홍금) 사방의 산기슭은 붉은 비단이요
雙林是碧羅 (쌍림시벽라) 양옆의 숲풀은 푸른 비단이라
豈知淳朴處 (기지순박처) 어찌 알리오 순박한 곳이
還被化工誇 (환피화공과) 도리어 화옹의 자랑이 될줄이야
因病投閒客 (인병투한객) 병을 구실삼아 한가로운 객이
綠深絶俗居 (연심절속거) 깊은 곳에서 세속일 끊고사네
欲知眞樂處 (욕지진낙처) 참으로 즐거운곳을 알려 한다면
白首抱經書 (백수포경서) 흰머리가 되도록 경전을 읽어야지
掬泉注硯池 (국천주연지) 샘물을 길러다 벼루위에 드리우고
閒坐寫新詩 (한좌사신시) 한가로이 앉아서 새시를 베낀다
自適幽居趣 (자적유거취) 유유자적 그윽함에 취해 있으니
何論知不知 (하논지부지) 어찌 알고 모르는 것을 논하리오
〇 계분봉수(溪分峰秀) - 이황(李滉)
病我牢闕不見春(병아뢰궐불견춘) 내 병석에 갇히어 봄 구경도 못했는데
公來披豁醒心神(공래피활성심신) 그대가 이렇게 찾아 주니 병이 씻은 듯 나아져 상쾌하네
始知名下無處士(시지명하무처사) 내 오늘 비로소 공의 선비다움을 알고
堪愧年前闕敬身(감괴년전궐경신) 내 스스로가 과거를 삼가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할 뿐
嘉穀莫容梯熟美(가곡막용제숙미) 좋은 곡식 밭에는 잡초가 무성할 수 없으니
遊塵不許鏡磨新(유진불허경마신) 어찌 글로써만 만나는 정분을 표현할 수 있으리
遇情詩話須刪去(우정시화수산거) 아무쪼록 서로가 열심히 공부하며
努力工夫名日親(노력공부명일친) 앞으로는 더욱 더 친하게 지내보세
◀ 퇴계가 58세때, 병문안을 찾아온 율곡(당시 23세)의 헌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
〇 만보(晩步) - 이황(李滉)
苦忘亂抽書 (고망난추서) 잊음이 많아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散漫還復整 (산만환복정) 흩어진 걸 도로 다 정리하자니
曜靈忽西頹 (요령홀서퇴) 해가 문득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江光搖林影 (강광요림영) 가람엔 숲그림자 흔들리누나.
扶筇下中庭 (부공하중정) 막대짚고 뜨락으로 내려가서
嬌首望雲嶺 (교수망운령) 고개들고 구름재를 바라보니
漠漠炊烟生 (막막취연생) 아득아득 밥짓는 연기 일고
蕭蕭原野冷 (소소원야랭) 으스스 산과 벌은 싸늘하구나.
田家近秋穫 (전가근추확) 농삿집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喜色動臼井 (희색동구정)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돌아
鴉還天機熟 (아환천기숙) 갈가마귀 날아드니 절기 익었고
鷺立風標迵 (로입풍표동) 해오라비 우뚝서니 모습 훤칠하다.
我生獨何爲 (아생독하위)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는건지
宿願久相梗 (숙원구상경)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無人語此懷 (무인어차회) 이 회포를 뉘에게 이야기할까
搖琴彈夜靜 (요금탄야정) 거문고만 둥둥 탄다. 고요한 밤에.
◀ 「만보(晩步)」는 ‘저물녘에 걸으며’라는 뜻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李滉)의 문집 『퇴계집(退溪集)』제1권에 실린 전문 16행 5언 고시의 한시다.
〇 매답(梅答) - 李滉
我是逋翁換骨仙(아시포옹환골선) 나는 바로 환골한 신선 임포요
君如歸鶴上遼天(군여귀학상료천) 그대는 학을 타고 요동에 돌아온 것 같구려
相逢一笑天應許(상봉일소천응허) 서로 만나 한 번 웃음 하늘도 허락하셨으니
莫把襄陽較後前(막파양양교후전) 양양의 매화와 선후를 비교하지 마오
◀ 이황이 지은 매화시(梅花詩) 64제(題) 91수 가운데 한 편이다.
〇 보자계상 유산지서당 (步自溪上 踰山至書堂) - 李滉
花發巖崖春寂寂(화발암애춘적적) 꽃이 가파른 벼랑에 피어 봄은 고요하고
鳥鳴澗樹水潺潺(조명간수수잔잔) 새가 시내 숲에 울어 시냇물은 졸졸 흘러가네
偶從山後攜童冠(우종산후휴동관) 우연히 산 뒤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閑到山前問考槃(한도산전문고반) 한가히 산 앞에 와 고반을 묻는다
◀ 이 시는 제자들을 데리고 계상부터 걸어서 산을 넘어 서당에 도착하여 지은 것
〇 서전천고심 (書傳千古心) - 이황(李滉)
書傳千古心 (서전천고심) 글은 본래 옛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거라
讀書知不易 (독서지불이) 글 읽기란 그리 쉽지가 않을 줄 아네
卷中對聖賢 (권중대성현)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할 수 있으니
所言皆吾事 (소언개오사) 말씀하는 모든 것을 사표로 삼아야 하네
◀ 퇴계 이황이 제자 김부의(읍청정)에게 써준 詩金愼仲挹淸亭十二詠의 다섯 번째 시이다. (퇴계문집 권5)
〇 야지 (野池) - 李滉
露草夭夭繞水涯(노초요요요수애) 고운 풀 이슬에 젖어 물가를 둘렀는데
小塘淸活淨無沙(소당청활정무사) 조그마한 연못 맑고 깨끗해 모래도 없네
雲飛鳥過元相管(운비조과원상관) 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이야 제 맘대로이나
只怕時時燕蹴波(지파시시연축파) 단지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두려워라
◀ 이 시는 『퇴계언행록(退溪言行錄)』에, “선생께서 젊었을 때 우연히 연곡(燕谷, 온계(溫溪)에 가까운 마을 이름)에 놀러 간 일이 있었다. 연곡에는 조그마한 못이 있는데, 물이 매우 맑았다. 선생께서 시를 지었다.”라고 했다.
〇 우설월중상매운(又雪月中賞梅韻) - 李滉
盆梅發淸賞(분매발청상) 화분의 매화가 맑은 감상을 발하고
溪雪耀寒濱(계설요한빈) 시냇가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更著氷輪影(갱저빙륜영) 다시 차갑고 둥근 달 그림자 떠오르지만
都輸臘味春(도수랍미춘) 한겨울인데도 봄을 맛보네
迢遙閬苑境(초요랑원경) 아득하니 신선의 경지요
婥約藐姑眞(작약막고진) 아름다우니 막고야산의 선녀일세
莫遣吟詩苦(막견음시고) 시를 읊조리느라 고심하지 마시오
詩多亦一塵(시다역일진) 시가 많은 것도 또한 하나의 흠이라오
◀ 이 시는 또 눈 내린 달밤에 매화를 감상한 시에 차운한 것
〇 월영대(影臺) - 李滉
老樹奇巖碧海堧(노수기암벽해연) 늙은 나무 기이한 바위 푸른 바닷가에 있고
孤雲遊跡總成烟(고운유적총성연) 고운이 노닌 자취 모두 연기 되고 말았구나
只今唯有高臺月(지금유유고대월) 이제 다만 높은 대에 달만이 남아
留得精神向我傳(유득정신향아전) 그 정신 남겨 내게 전해 주는구나
◀ 이 시는 최치원(崔致遠)이 머물렀다는 마산 월영대에 올라 지은 시이다
〇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 李滉
「觀物(관물)」
芸芸庶物從何有(운운서물종하유) 많은 저 사물은 어디로부터 생겼는가?
漠漠源頭不是虛(막막원두불시허) 아득한 근원의 머리, 빈 것이 아니네
欲識前賢興感處(욕식전현흥감처) 앞 현인의 흥감처를 알고 싶으면
請看庭草與盆魚(청간정초여분어) 뜰의 풀이나 동이의 물고기를 보아라
〇 잉용류공종룡(운)류자절구운 범득약간수 – 李滉
(自淸風泝流而上 所過輒問名紀勝 仍用柳公從龍(雲)流字絶句韻 凡得若干首)
「花灘(화탄)」
勢利爭先得(세리쟁선득) 권세와 이익 먼저 얻으려고 다투고
巉巖鬭衆流(참암투중류) 우뚝 솟은 바위 여러 물줄기와 만나네
惡人能覆國(악인능복국) 악한 사람 나라를 전복시킬 수 있고
惡灘能覆舟(악탄능복주) 악한 여울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네
◀ 이 시는 맑은 바람을 따라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지나는 곳마다 명승지라 류종룡의 운에 차운하여 지은 시 가운데 한 편이다.
〇 제금상사신중화폭 팔절(題金上舍愼仲畫幅 八絶) - 李滉
「西湖伴鶴(서호반학)」
湖上精廬絶俗緣(호상정려절속연) 호숫가 깨끗한 집 세속의 인연과 끊어진 곳이니
胎仙栖託爲癯仙(태선서탁위구선) 학이 깃들어 여윈 신선이 되었구나
不須翦翮如鸚鵡(불수전핵여앵무) 앵무처럼 깃촉을 꺾을 필요 없으니
來伴吟梅去入天(내반음매거입천) 장차 함께 매화를 읊으며 하늘로 들어가세
◀ 이 시는 상사 김신중의 화폭에 쓴 제화시의 한 수로, 서호에서 학을 짝함을 노래한 것이다.
〇 퇴계 (退溪)
身退安愚分(신퇴안우분) 벼슬에서 물러나니 내 분수에 편안해라.
學退憂暮境(학퇴우모경) 학문까지 물러설까봐 느지막이 걱정되네.
溪上始定居(계상시정거) 이제야 이 시냇가에 머물 곳 마련했으니
臨流日有省(임류일유성) 맑은 흐름 굽어보며 날마다 깨달으리라.
〇 화도집음주 이십수 4 (和陶集飮酒 二十首)
我本山野質 (아본산야질) 내 본디 시골 사람 기질이 있어
愛情不愛喧 (애정불애훤) 고요함을 사랑하고 지껄임은 싫어했네.
愛喧固不可 (애훤고불가) 지껄임 좋아하는 게 옳지는 않겠지만
愛情亦一偏 (애정역일편) 고요함만을 사랑하는 것도 또한 치우친 일일세.
君看大道人 (군간대도인) 그대여, 큰길가는 사람을 보게나.
朝市等雲山 (조시등운산) 서울에 살면서도 시골처럼 생각한다네.
義安卽蹈之 (의안즉도지) 올바른 길이 편안하니 이 길을 걸어야지,
可往亦可還 (가왕역가환) 갈 땐 가고 멈출 땐 멈춰야지.
但恐易磷緇 (단공역린치) 세속에 물들까 그것만 걱정이니
寧敦靜修言 (영돈정수언) 차라리 고요한 가운데 마음 수양하리라.
◀ 도연명의 시집에서 ·음주·이십 수를 화답하여
〚작자〛 이황(李滉, 1502~1571) 진보(眞寶).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 시호는 문순(文純)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주자의 사상을 깊게 연구하여 조선 성리학 발달의 기초를 형성했으며,
이(理)의 능동성을 강조하는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하였다.
주리론(主理論) 전통의 영남학파(嶺南學派)의 종조(宗祖)로 숭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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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것 잘 보고 갑니다~고맙 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아주 장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