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를 달리다 보면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테슬라 차가 스쳐 지나간다. 몇 년 사이에 부쩍 거리에서 눈에 띄는 차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전기차다. 우리 아이들도 테슬라 차를 처음 나올 때부터 탔다. 사위는 사이버 트럭도 거리에 나오기 전에 예약을 했었다. 거리에 한 두 대 눈에 띄었지만 나는 괴물같아 보였다. 결국 딸이 제동을 걸었는 지 차례가 되어 오니 취소했다.
나는 26년 전 생일 날 받은 빨간 차를 타고 다니며 행복했었다. 그때는 차를 바꿀 때가 되었지만 남편이 내 생일 선물로 타고싶은 차를 사주겠다고 했다. 이름도 내 이름으로 할테니 고르라고 했다. 나는 이왕이면 틈틈이 여행을 다니자며 큰 차를 사자고 했다. 그때 텔레비전에서 포드 엑스페디션 광고를 계속 했다. 빨간색의 차가 달리는 광고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딸은 엄마 이름으로 하니 색은 아빠가 고르면 어떠냐고 했다.
차를 보러 딜러에 갔을 때 여러 색이 있었지만 빨간색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다음 날 딸과 다시 가서 보았다. 딸도 이 차는 빨간색이 제일 멋있다고 해서 내 발이 되어 26년을 함께 달렸다. 나는 그 차를 타고 대륙횡단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못했다. 기름값이 너무 들어 안된다는 말에 나도 포기했다. 여행도 자주 다녔지만 거의 혼자 교회만 다녀서 햇수는 오래 되었어도 10만 마일도 안됐다. 남편이 워낙 관리를 잘 해 새 차 같았다.
작년, 딸이 이제 차 한 대를 정리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운전하는 날까지 그냥 타고싶다고 했다. 딸은 기름값이 장난아닌 데 그 큰 차를 타고 싶으냐고 물었지만 나는 기름값이 아무리 비싸도 엄마는 탈 자격이 있다며 모른 척 했다. "엄마, 만약 사고나면 엄마는 차가 커서 다치지 않겠지만 상대 차는 타격이 클텐 데 ..." 만날 때마다 차에 대해 슬쩍 슬쩍 말을 건네며 걱정했다.
우리를 공항에 데려다 주며 사위가 정색을 하고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 빨간 차 저에게 10,000불에 파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이 아이들이 행여 차 사고가 나면 감당 못 할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탱크같은 차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는 데 내 생각만 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 거기까지 생각하니 망설이면 안될 것 같았다.
딸에게 전화해서 토요일에 가지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갑자기?" 딸이 놀라 물었다. 나는 내 생각이 바뀔지 모르니 빨리 가져가라고 했다. 그냥 가져가도 좋지만 돈은 중고차 값만 달라고 했다. 우리는 전 날 차안도 베큠을 하고 세차도 꼼꼼히 하며 이별 준비를 했다.
토요일 아침 아이들이 왔다. 사위는 방석 2개를 달라고 했다. 우리더러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더니 조금있다 나오라고 했다. 의자에 앉으라기에 왜냐고 물었다. 사위는 남편과 내 의자 방석밑에 5000불씩 넣어두었던거다. 우리는 말도 안된다며 안 받겠다고 했지만 돈으로 어머니 마음을 채울 수 없지만 넣어두란다. 운전을 하며 행복해하던 내가 차를 보내며 서운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채워주고 싶다고 했다. 나의 속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빨간 차와 헤어졌다.
차 한 대를 없애고 나니 아쉬운 때도 있지만 서로 조율해서 쓰고 있다. 처음에는 교회에 주차하며 몇 번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있던 집사님이 " 아니 탱크같은 차를 모시던 권사님이 왜 그리 쩔쩔 매세요?" 했다. 이제 손에 익숙해졌는 데 아이들이 " 마지막으로 전기차 한 번 모셔야죠" 하며 자기 차와 우리 차를 바꾸자고 했다. 우리 차가 어느새 10년이 되니 이제 마지막으로 차를 바꿔야한다며 페이먼트를 끝내고 준다며 바꾸자고 했다. 남편은 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작년 내 생일날이다. 식당에서 모여 식사를 하며 사위가 퀴즈를 내며 맞춰보라고 했다. "오늘 아버님한테 선물을 드릴텐 데 무언가 맞춰보세요" "아주 큰 거예요"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웃고 식사를 마쳤다. 식당을 나와 남편을 자기들 차로 가자며 아들과 나한테 집에서 보자고 했다. 기다려도 안와 밖을 내다보니 아이들 차를 남편이 운전하고 왔다. 띵똥 띵똥... 벨을 계속 누르는 건 딸이다. "엄마, 라이센스 갖고 나올래요?" 영문도 모르고 지갑을 들고 나가니 무조건 운전석에 앉힌다.
오늘 차를 바꿔 갈텐 데 세 사람 모두 시운전을 해보아야 한다며 사위가 옆에 앉아 알려주었다. 얼떨결에 차를 몰았는 데 큰 길로 나가자고 했다. 한 바퀴를 돌고 다음은 아들 차례였다. 그때 아들은 제대하고 온 지 얼마 안돼 우리 차를 타고 다녔다. 집으로 들어와 어렵지 않으니 차를 바꿔 가겠다는 아이들과 나중에 하자며 열쇠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 남편이 한참을 실갱이 했다. 아이들은 기름값도 오르고 10년이 다 되니 앞으로 돈 들어갈 일만 남았는 데 이 차는 기름값도 안 든다며 열심히 설득했다.
사위는 세 사람 의견을 물었다. 아빠는 무조건 반대다. 아직 전기차를 믿을 수 없단다. 나는 처음에는 어려워도 하다보면 되겠지 라며 바꾸는 것도 좋은 데 아빠에게 맡기겠다고 했고 아들은 남편처럼 싫다고 했다. 페이먼트도 다 해 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입이 아프도록 설명하다 안되겠으니 일단 오늘은 그냥 갈테니 의논하라고 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돌아간 후 지금은 전기차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어 싫다고 했다. 자율주행 차로 바꿀 수 있다는 데 처음엔 불편해도 더 나이먹으면 편하지 않을까? 라며 내가 말했지만 아니란다.
남편은 끝내 테슬라 차를 싫다며 거절했다. 나는 이제 더 나이먹으면 마지막 차로 우리도 자율주행차로 바꾸자고 했다. 요즘 주위에서 자율주행 차를 타는 이들이 많다. 모두 한결같이 너무 좋다며 잘 바꾸었다고 한다. 기름값 걱정도 안 하고 주차도 알아서 해주어 편하다고 한다. 지금 타는 차도 워낙 관리를 잘 해 새 차같다. 몇 년 후에도 운전을 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차를 바꾸어야 할거다. 그때는 우리도 자율주행 차로 바꿀까? 남편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