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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에 따라 '대승사 → 사불암 → 윤필암 → 묘적암 → 안장바위 → 부부바위 → 묘봉 → 대승봉 → 공덕산 → 서낭당재 → 천주산 → 천주사'의 9km 코스에 있는 사 암자를 6시간 동안 순례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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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산[功德山]
높이: 913m
위치: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산(1,058m)과 이웃한 공덕산은 이 산 중턱 바위 사면에 불상이 조각된 사불암이 있다하여 사불산이라고도 불린다. 대승사를 등산 기점으로 잡아야 해서 등산코스는 단조로운 편이며 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에 찾는 이가 극히 드물다.
사불산이라고도 하는 공덕산은 문경시 점촌동에서 영주·안동·예천 방면으로 가다, 문경농공단지가 있는 산양에서부터 멀리 천주산(836m)과 함께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이름난 산에는 이름 난 절이 있게 마련인데 이 산도 예외는 아닌 것이 신라 진평왕 9년(587년)에 창건된 대승사가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하며 1,400여 년의 역사를 지켜오고 있다.
산북면 소재지 대상리를 지나서 우곡리 지나 대승사, 운달산, 김룡사 도로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방향을 잡아 들어서면 된다. - 한국의 산하
천주산[天柱山]
높이: 842m
위치: 경북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
천주산은 하늘 받침대 곧 천주라는 이름을 가진 산으로 지형도에는 천주봉이라 표기되어 있으나 옛 기록에는 천주산이라고 되어 있다. 이름 그대로 하늘 높이 우뚝 솟아 기둥처럼 보이는 산이다.
또 이산을 멀리서 보면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붕어산이라고도 한다. 8백여m에 불과 하지만 어떤 산보다도 우뚝함을 자랑하고 벼랑을 이룬 곳이 많아 등산객들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상부는 좁고 긴 능선으로 되어 있고 큰봉과 작은봉이 있으며 천추산 표지석이 서있다. 큰봉 정상에 서면 운달산, 공덕산, 대미산, 문수봉, 황장산이 보여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실감할 수 있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6월의 첫 번째 목요일인 6일은 목요 오지팀과 함께 문경의 공덕산, 천주산 연계 산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공덕산은 몇 년 전 산림청이 한국의 숨은 명산으로 선정했던 244개 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숨은 명산 선정 때 지역 안배도 고려해, 명산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산도 있을 거지만, 지금까지 오른 150개 산에서 실망한 예가 없는 걸 보면 신뢰할 만한 선정이다. 해서 공덕산도 나름 기대를 하는 중으로 특히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국의 산하’ 공덕산 소개 중에 언급되는 사불암의 모습이 특히 궁금하다. 그리고 묘봉의 암릉도 나름 괜찮다는 평들이다. 그런데, 산악회 산행 계획을 보면, 9km 코스에 6시간을 책정했는데, 그만큼 힘들고 험한 코스란 얘긴가?
공덕산과 가까운 문경새재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맑은 날씨에, 기온은 영상 22~27℃, 바람은 2m/s 내외로 다소 더운 산행이 될 거라는 예보다. 해서 평소보다 시원한 물을 많이 준비하고, 역시 사당역표 김밥도 준비한다. 비록 일찍 하산한다고 해도 날머리 주변에 마을도 없는 마당에 식당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고, 와중에 계곡도 없는 거 같아. 잘 될지는 모르나, 최대한 땀을 적게 흘리는 산행을 계획 중이다. 고로 유유자적 길목의 모든 암자에는 다 들러, 본존불에게 신고하고 산신각이 있으면 산신도 찾아볼 예정이다. 물론 하산주야 인솔 대장이 선정한 문경의 ‘장림산방’에서 늦은 점심을 겸해서 마시면 된다. 그런데, ‘장림산방’이 귀에 익숙하다. 한번 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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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설악산행의 후유증인지, 평소와 달리 알람에 놀라 기상해, 먼저 밤사이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미세먼지 상황도 파악했다. 산행에 변동은 없고, 초미세먼지는 '자료 없음', 미세먼지는 '좋음'이니, 인공이든 자연이든 전망대가 있다면, 조망은 좋을 듯했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지난 설악산행과는 달리, 숄더힙색에 비상식과 두 개의 옆 주머니에 각 물 얼린 물 한 병씩이 들어 있는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5시 50분경 집을 나서, 구산역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에서 내려, 연서시장으로 가 김밥 한 줄 사 힙색에 넣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속 마른기침이 나오며 가래가 끓는데, 기침하고 나면 목이 아픈 게 폐렴? 어쨌든 이 증상은 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오명에 찌든 서울로 돌아오자 다시 나타났다. 어쨌든 김밥을 산 후 연신내역으로 들어가 개찰구를 통과해 승차장으로 내려가자, 열차가 들어온다.
응? 6시 11분 차를 타면 되는데, 시간이 좀 이른 거 같아, 확인하니 6시 10분이다. 1분 차이는 별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상해 확인해 보니, 오늘이 6월 6일 현충일 휴일이다. 해서 열차도 휴일 시간에 맞춰 다닌다. 그 휴일 덕분에 산악회비도 다른 목요일보다 6,000원을 더 내야 했다. 대기업 산악회비 체계가, 평일 기준 휴일은 6,000원, 토요일은 9,000원이 더 비싸다. 덕분에 우린 그저 다른 주와 같이 목요 산행에 참여했을 뿐인데, 휴일이라는 이유로 6,000원을 더 지급했다. 회사의 규정이니 불만은 없는데, 무언가 손해 본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 휴일이라, 평일이라 가지 못하는 오지 산행에 처음으로 참여한 등산객이 8명이나 됐다. 덕분에 기존 선수 여덟은 자리 확보에 실패했다. 어쨌든 6시 10분 열차를 타고, 6시 52분 양재역에 내려, 바로 12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 오랜만에 서초구청 주차장 석축에 앉아, 건너편의 등산객을 관찰하여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6시 59분 치악산 둘레길행 버스를 선두로 사당발 6시 50분 버스가 도착해 승객을 태우고 떠난 후, 7시 7분 계방산행 버스를 선두로 사당발 7시 버스가 속속 도착하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건너 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가 인솔 대장을 포함 익숙한 산꾼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7시 8분에 도착한 버스에, 숄더힙색이라, 그대로 타,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자리로 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봤다. 이후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이 타는 걸 보고, 잠이 들어,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놀라 깨서 보니, 경부고속도로에 사고가 난 건 아닌 거 같고, 갑자기 정체가 발생한 듯했다. 그리고 그 구역을 벗어나자 다시 정상 속도를 유지해 편하게 잠이 들었다. 그러다 다시 급정거해 잠이 깨기는 했으나, 조금 전과 같이 바로 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으나, 움직이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많아, 사고라 생각하고 빨리 정리되기를 바랐다.
20여 분이 지나 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기 시작할 때 창밖을 살펴봤으나, 사고의 흔적은 없다. 고로, 사고 때문이 아니라, 도로에 차가 많아 정체된 거다. 오늘은 휴일이다! 어쨌든 그 구역을 벗어나자 다시 정상 속도를 유지한다. 물론 이후에는 몇 번의 정체 구간이 만나기는 했으나, 안산 구간과 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달리던 버스에 실내등이 들어오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체로 시간을 낭비해, 휴식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식사하실 분 있는지 묻는다. 내 앞에는 없었으나, 20분의 휴식 시간을 그대로 주는 거로 봐선 뒷자리에 손을 든 승객이 있는 거 같다. 휴게소 주차장도 만원이라, 버스도 제일 끝에 주차했다. 신선한 공기와 스트레칭이 필요해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며 보니, 금당휴게소다. 여기 와 본 적이 있나? 어쨌든 볼일이 급한 건 아니라 화장실에 들른 후 버스로 돌아갔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늘 그렇듯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다 익히 아는 바라 새삼스러운 건 없었다. 다만, 처음 목요 오지 산행에 참석한 등산객이 다른 산행과 다른 분위기에 약간 당황한 듯했다. 하긴 나도 6년 동안 많을 때는 주에 세 번, 적을 때 한 번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산에 다녔지만, 거의 동호회 수준의 팀은 처음이라, 당황했었다. 그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진 후 다시 잠을 청했다가,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가 과속 방지턱을 넘느라 덜컹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2차선 국도를 달리다가, 갑자기 산으로 들어서더니, 1차선 임도, 대승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급경사와 구비가 심한 길을 힘들여 달린다. 다른 안내산악회라면 걸어서 올라갈 구간을 버스로 가는 거다. 그렇게 힘겹게 올라, 10시 53분 대승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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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도착 직전 인솔 대장이 처음 계획을 세울 때, 휴게소 휴식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고, 거기다,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계획보다 1시간가량 늦은 10시 50분경 들머리에 도착할 예정이나, 산행에 주어진 6시간은 그대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에 맞춰 내려오지 말고, 다들 일찍 도착하면 일찍 출발하겠다고 했다. 이거야 언제나 하는 소리지만, 이번엔 좀 간절하게 들렸다. 대신, 산행 후 식사 시간을 40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해서 마감을 17시 즉 오후 5시로 공지했다. 그 말이 끝나고 버스 문이 열리고, 승객이 차례대로 내리는 걸 보고 있다가, 숄더힙색을 메고 차에서 내려, 먼저, 등산 앱의 트랙을 시작했다. 그리고 GPS가 동기화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역사가 깊은 절이라 그런지, 산 중턱에 있는 절치고는 주차장이 꽤 넓다. 이후 두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높이를 확인했다. 481m~513m, 공덕산의 높이가 913m니, 고도차는 400m~432m로 올려야 할 높이는 예상대로 높지 않다. 역시 버스로 주차장까지 올라온 효과가 대단하다.
천년 고찰 대승사[기사]에 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절간에 관심 없는 일행이 절 마당을 가로질러 산행을 시작하는 걸 보며, 먼저 예불이 한창인 대웅전으로 갔다. 그리고 예불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하면 본존불에게 신고했다. 이후 대웅전 오른쪽 뒤로 보이는 산성각으로 가, 삼성에게도 무사 산행을 기원했다. 그리고 종무소로 돌아가서 보니, 다른 일행이 모두 산행을 시작해 안 보이는데, 목요 오지팀은 초행인 여성이 종무소에서 무언가를 사서 공양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에게 코스에 관해 이것저것 묻던 여성으로, 가까운 자리라, 대장과 주고받는 얘기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됐는데, 산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이 절, 즉 대승사가 목적으로 보여 유심히 지켜봤었다. 그녀가 보살에게 공양물을 대신 대웅전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 후 들머리로 이동하는 걸 지켜본 후, 그 보살과 몇 마디 나누고 들머리로 이동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절간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닌 덕분에 모두가 출발하고, 꼴찌로 산행을 시작한 만큼,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일행을 쫓아가다가, 11시 11분 이정표 부근에서 그 여성을 다시 만나자, 같은 산악회인지 물어, 그렇다고 하니, 안심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정상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이정표에 방향 지시는 없지만, 뒤로 보이는 길이, 지름길이라 생각돼, 그길로 갔다. 예상대로 지름길로, 먼저 간 그 여성을 앞섰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이번에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직진은 윤필암, 우회전은 정상이다. 이번 산행 목표 중 하나가, 이정표 옆의 안내문이 소개하는 사불암(四佛巖)인데, 그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언급이 없다. 다행히, 인솔 대장이 사불암 왕복 후 윤필암으로 간다고 했던 코스 소개가 떠올라, 정상 방향으로 갔다. 물론 그 여성이 사불암으로 가려면 방향이 맞는지 물었다. 그래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산경표에는 등산로가 없고, 산길샘은 이제야 등산로에 들어선 거로 나온다.
급경사 돌길 등산로로 빠르게 올라가자, 어느 순간부터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떠들썩해진다. 사불암이 멀지 않았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는데, 빠른 산꾼은 벌써 사불에게 신고하거나, 구경하고 내려오고 있다. 그중에는 선두 그룹이자 주당 그룹의 둘도 있다. 그들에게 왜 이제 오냐고 한마디 듣고, 계속 가, 11시 19분 암봉에 놓인 사불암에 도착했다. 계속 가면 공덕산 정상까지 2.3km로, 그럼, 그렇지 않아도 짧은 코스가 더 짧아진다. 해서 대장이 사불암 왕복 후 윤필암으로 가, 그나마 공덕산에서 암릉이 조금 있는 묘봉 암릉 코스로 돌린 거다. 어쨌든 사불암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건 신경도 안 쓰고 바로 바위를 봤다. 앞선 산꾼의 산행기 사진에서는 부처를 구분하기 힘들어, 음각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내 눈으로 보니, 양각된 부처가 바로 들어온다. 물론 사면의 부처가 같은 상태는 아니나, 사면의 모든 부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든 부처를 사진에 담은 후 무엇에 쫓기듯 앞서간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갈림길을 향해 내려갔다.
가면서 생각하니, 사불암이 있던 바위 전망대에서 정작 중요한, 묘봉과 그 암릉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결과적인 얘기로 이번 산행 내내, 주요 지점이나, 타이밍에 평소와 다르게 기록을 놓친 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인 듯했다. 해서 돌아가 기록을 남길지 고민하다가, 그것도 힘들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어, 이렇게 멀리 왔다는 것에 놀라며 내려가, 11시 28분 갈림길에 도착했다. 사불암에서 11시 21분에 떠났으니, 7분 걸렸다. 그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윤필암으로 향해 11시 32분경부터 암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길옆 산딸기 맛을 보기도 하며, 암자로 향해. 11시 33분 윤필암 입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본사인 대승사를 보고 온 후고, 선두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윤필암 소개문만 기록으로 남기고, 바로 임도가 아닌, 오솔길로, 묘봉으로 향했다. 그래봐야 고개를 넘자, 바로 임도로 합류했지만.
묘적암으로 향하는 급경사 임도를 따라, 갈지를 쓰며 올라가다가, 우연히 오른쪽을 보니, 울창한 숲 사이 암벽으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띈다. 그 모습이 마치 정글 속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인다. 미지의 세상은 아니겠지만, 계단의 끝이 암벽이라면, 마애불 또는 암굴의 기도처가 있을 확률이 높다. 당장 그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라, 포기하고 계속 갈지를 쓰며, 급경사 임도로 묘적암을 향해 올라갔다. 와중에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왼쪽 위로 앞서가는 일행을 봤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럼, 위에 꺾인 고개가 있다는 얘기라, 왼쪽을 주시하며 가자, 임도를 벗어난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여럿 보인다. 묘적암으로 가는 지름길로 보인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선두를 따라가야지 하다가, 우연히 바닥을 보니, 선두가 깔아둔 방향 지시가 그 리본을 가리키고 있어, 고민하지 않고 좌회전해 오솔길로 들어섰다.
이제나저제나 언제 다시 임도로 합류하나 궁금해하며 지름길로 올라갔으나, 어느 순간 아래로 기와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묘적암이다. 고로 지금 가고 있는 길은 묘적암 지름길이 아니라, 묘봉으로 가는 등산로다. 고로 묘적암은 묘봉 길목이 아니라, 왕복해야 한다. 만약 선두의 방향 지시를 무시하고 묘적암으로 갔으면, 묘적암 왕복 구간이 추가돼, 더 지체할 뻔했다. 선두의 지시를 따르기 잘했다고 자족하며 계속 가자, 지금까지의 급경사가 완만해지더니, 바로 앞에 능선이 나타난다. 앞으로야 어떨지 모르나, 이제부터는 묘봉 능선의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면 된다. 묘봉 능선으로 들어서, 150여 미터를 올라가자, 첫 번째 바위 군락이 막아선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선두의 목소리도 들린다. 거의 선두를 따라잡았으니, 이제는 서두르기보다는 산행을 즐기며 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위에 올라서자, 예상대로 첫 번째 전망대라, 주변의 경치와 진행 방향의 묘봉, 오른쪽 사불암도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담았다.
첫 번째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와, 1분가량 가자, 두 번째 바위 군락으로, 첫 번째와 달리,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바위 정상에 올라섰다. 그리고 앞을 보니, 막 안장바위를 지나가는 선두의 모습 보여. 일단 그들이 내려간 다음 가기 위해 정상에서 다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에 담았다. 이후 바위 군락에서 내려와, 세 번째 바위 군락이자, 안장바위로 향해, 11시 52분 안장에 앉은 게 아니라, 올라섰다. 거기서 보이는 조망이야 좀 전의 바위 정상과 다를 바 없어, 눈으로 훑어본 후 거기서 내려가자,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현재 시각 11시 55분, 점심시간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배도 일찍 고팠으나, 참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참는 게 별 의미가 없어, 숲을 통과하면서 연서시장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두 번째 안장바위, 안장이라고 하기에는 무언지 부족해 보이나, 생각나는 건 안장밖에 없다.
그것도 사진에 담고 울창한 숲속의 녹음만 구경하며 가는데, 나뭇가지에 매달린, 근교 산행 때 많은 도움을 받는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의 리본이 눈에 띈다. 응? 이 팀도 여기 왔었나? 그런데 왜 몰랐지, 아니, 내가 찾아보지 않았나? 해서 이 글을 쓰며 찾아보니, 기록이 있다. 다만, 이번 우리 코스와는 달리 근교산 팀은 공덕산만 환 종주했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며 급경사의 울창한 숲길을 가자, 저 앞 녹음 속에 봉우리의 실루엣은 묘봉이다. 멀지는 않지만, 오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와 경사도를 확인했다. 올려야 할 높이만, 60m 이상, 등고선이 촘촘한 게 경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와중에 좀 전에 봤던 바위는 안장이 아니라 부부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주보고는 있는 '부부'다! 그렇게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가쁜 숨을 헐떡이며, 깔딱을 오르자, 밧줄이 내려온 암릉이다. 늘 그렇듯이 오히려 밧줄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안부에 올라서, 올라온 암릉을 감상하며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숨을 가라앉히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가도가도 끝이 안 보여, 다시 지도를 확인한 시각이 12시 20분이다. 묘봉까지 올려야 할 높이는 30m 이상, 등고선은 여전히 촘촘하다. 마지막 깔딱이 쉽지 않다. 그래도 힘을 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23분 정상이라는 어떠한 표지도 없는 묘봉에 도착했다. 표지는 없으나, 다른 봉우리보다 높다는 것과 지도와 나뭇가지에 잔뜩 매달린 산악회 리본으로 묘봉이라 확신한다. 이후 길목 왼쪽에 있던,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일행 중 한 명이 점심을 먹고 있던, 낭떠러지 바위 전망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진행 방향 공덕산의 모습과 오른쪽의 산세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자,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다. 물론 조망은 트이지 않고 녹음만 우거져, 그저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그렇게 가, 12시 37분 정상 1.41km 이정표를 통과하고, 12시 40분 쌍연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진행 방향 490m 아래에 대승재가 있다.
대승재로 향하기 전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기둥에 '대승봉, 해발 820.1m, 거리 2,720m'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응? 여기가 대승봉?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상에 '대승봉'이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으나, 봉우리는 맞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만난 표지가 있는 봉우리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맛이 간 삼각대로 간신히 인증을 남겼다. 이후 제발 많이 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대승재 즉 고개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하다. 말인즉 대승봉과 대승재의 고도차가 얼마 안 된다. 그 완만한 등산로로 내려와, 12시 51분 이정표에 도착해 보니, 정상까지 0.71km 남았다. 그런데, 위의 이정표라면 기둥에 대승재라는 명패가 있을 만한데,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길을 재촉해 10여 미터를 가자, 오른쪽 숲속 나무에 기댄 구 이정표가 있고, 거기 기둥에 '대승재, 해발 741m, 거리 2,230m' 명패가 있다. 공덕산(연화봉)까지 남은 거리는 650m!
정상이 멀지 않은 걸 감사하며, 길을 재촉하는데, 그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해서, 혹시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할 때, 천주산 깔딱이 대단히 힘든데, 다행히 갑판 계단을 설치해 그나마 오를 만하다고 했는데, 혹시 공덕산을 천주산으로 착각한 게 아닌지 생각했을 정도다. 와중에 정상 직전 갑판 계단도 있어 그 생각을 거의 굳혔다. 하지만, 천주산에 오르며, 대장이 착각하지 않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공덕산의 높이와 대승재의 높이를 비교했더라면, 깔딱에 대비했을 테지만, 당시에는 공덕산의 높이를 800m대라고 알고 있었다. 사실은 913m 대 741m로 고도차가 172m에 이르는 아주 힘든 구간이다. 그걸 모르고 오르다가 얼마나 더 올라야 하나, 그리고 경사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숨도 돌릴 겸 쉬는 동안 자주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첫 번째 지도는 12시 58분, 두 번째는 1시 10분에 확인한 거다. 어쨌든 거의 30m 가고 10초 쉬며 올라, 1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폐헬기장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16km!
폐헬기장부터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로 공덕산을 향해 가는데, 갈림길 이정표다. 좌회전은 천주봉, 우회전은 공덕산(연화봉)이다. 뭐 그러려니 하고,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기둥에 '공덕산, 해발 912m, 거리 1,580m' 명패가 붙어있다. 고로 여기가 공덕산이다. 그리고 우리가 공덕산이라 알고 있는 봉우리는 연화봉이다. 묘봉 전망대에서 쌍봉으로 보였던 게 맞다! 어쨌든 공덕산의 정상은 연화봉이니,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연화봉으로 향해, 1시 16분에 도착했다. 정상 쉼터에는 깔딱에서 추월했던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인증을 찍어 주겠다고 해, 핸드폰을 그에게 넘겨줬다. 물론 다음에는 내가 그의 사진을 찍었다. 정상석 옆에는 이정표가 있고, 그 이정표에 의하면 대승사는 2.17km, 윤필암은 2.93km 거리다. 국제신문 근교산 팀이 환 종주한 코스다. 우리야 당연히, 공덕산으로 돌아가, 천주봉으로 가야 해, 걸음을 돌려 갈림길로 돌아가, 1시 19분 도착해, 천주봉을 향해 우회전했다.
천주봉으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급경사로 쉽지 않다, 조심하지 않으면, 처박힐 거 같은 급경사를 내려가며, 제발 700m 아래로 가는 일이 없기를 빌었다. 와중에 울창한 숲 사이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감상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물론 사진으로 남겨봐야 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그나마 본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인솔 대장 말대로 공덕산에 전망대가 없어, 방해받지 않고 천주봉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어쨌든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왜 천주(天柱) 즉 하늘 기둥이라 불리는지 알만하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공덕산과 같이 정상이 쌍봉이다. 두 암봉이 마치 붕어의 주둥이 같다고 해서 붕어산이라 불리는 것도 이해가 됐다. 그걸 확인하고, 제발 더 이상 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저 앞에서 목줄 없이 황구 두 마리가 올라오고, 그 뒤로 한 쌍의 등산객이 따라온다. 해서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양보했다.
황구 두 마리가 먼저 지나가고, 주인으로 생각되는 한 쌍 중 앞선 남성이 내게 저 개를 아는지 묻는다. 응? 그럼, 주인이 아냐? 해서 물었더니 아니란다. 산에서 만나서 같이 가는 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안내 개? 천주산에 그런 개가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그것도 두 마리나! 어쨌든 그들이 가고, 초조하게 지도를 확인하며 고개를 향해 가는데, 분위기상 500m대까지 내려가는 듯하다. 도대체 고개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기록으로 남길 요량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력에 밀려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앞에 여성 등산객이 뒤로 돌아 내려간다. 그런데, 그 모습이 대승사에서 마지막으로 떠난 여성과 비슷해 보이나 긴가민가해 그냥 지나치려는 데, 윤필암을 다녀오는 길인지 묻는다. 맞다! 그 여성이다. 무릎이 좋지 않아, 사불암에서 윤필암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바로 공덕산으로 향해, 여기까지 온 거다. 그렇게 둘이 가, 1시 44분 고개에 도착했다. 사거리로 여기저기 돌탑이 있고 분위기가 이상하나, 여기가 서낭당이라는 걸 당시에는 몰랐다.
서낭당재에 도착하자, 그 여성이 천주봉을 넘지 않고, 천주사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서낭당재에 이정표가 있는 건 아니나, 딱 봐도 사거리다. 해서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고 나서, 정확히 홰야 할 거 같아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천주봉을 넘지 않고는 방법이 안 보인다. 물론 좌우 어느 쪽이든 내려가서 택시를 부른다면 간단해, 그렇게 얘기해줬다. 그러는 중 천주봉에서 내려오던 등산객도 합류해 셋이 방법을 고민했으나, 답이 안 보인다. 그러자, 그 여성이 인솔 대장이 날머리로 향하는 버스에 있다가, 천주봉만 왕복하라는 제안을 거절한 걸 후회했으나, 이미 지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은 오르는 건 문제가 없는데, 내려가는 게 어렵다는 거다. 거기다, 현재 시각 1시 45분으로 마감인 5시까지 3시간 15분이나 남아,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낙오할 염려는 없었다.
남은 시간이 많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얘기하고 먼저, 천주봉을 향해 출발하며 다시 지도를 확인해다. 서낭당재의 높이는 630m~661m, 천주봉의 높이가 836m니, 고도차는 176m~206m다. 그런데, 등고선을 보면, 250m 이상이다. 고로 앱의 고도가 틀렸다. 뭐 이미 익숙한 거라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고개를 떠나, 정상을 향해 급경사 깔딱을 올라가며,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했는데, 올라갈수록 고도가 낮아진다. 이런 황당할 때가 있나?!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 오랜만에 GPS를 확인하면, 앞선 값과의 급격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후 제대로 반영되는 듯했다. 말인즉 자주 확인할수록 정확하다는 거다. 어쨌든 1시 58분, 경천호 갈림길을 통과했다. 이정표에 따르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6km! 다 왔다! 간혹 울창한 숲사이로 보이는 정상의 모습을 남기기도 하며 신이 나서 정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2시 9분 마의 갑판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도착했다.
이 시작점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3km! 고로 300m를 오르는데, 11분이 걸렸다. 남은 300m도 11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면, 지옥이라는 별칭을 붙이지는 않았을 거다. 계단 간 높이가 30cm가 넘어 보이는 급경사의 갑판 계단을 오르는 건 정말 지옥이다. 그 여성이 걱정하는 게 이해가 된다. 반대편에 같은 계단이라면 아니, 계단이 아니라도 최소 오른 만큼 내려가야 한다는 건 예정되어 있으니, 정상으로 올라가는 게 정말 무서울 거다. 올라가며 계단을 설치한 지형을 유심히 살펴봤다. 만약 이 계단이 과거 등산로에 설치한 거라면,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을지 상상이 안 된다. 해서 앱으로 지도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등산로와 계단의 경로가 다르다. 고로 오른쪽 어딘 가에 갑판 계단과 별도로 과거 등산로가 여전히 남아있다. 감히 갈 엄두는 안 나지만! 계단을 오르다가, 뒤의 공덕산 쌍봉이나, 왼쪽의 백두대간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명분으로 멈춰서 잠깐 쉬며 가쁜 숨을 고르며 올라, 2시 19분 계단 정상에 올라섰다.
예상과는 다르게 계단 정상이 천주산 정상 바로 아래가 아니다. 그리고 오른쪽 머리 위로 철근으로, 열십자로 설치해 낙석을 막아 놨다. 와중에 등산로는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봉우리를 우회하고 있다. 그 길 또한 위험하기 그지없어, 잡고 갈 수 있도록 밧줄을 설치했다. 산세로 봐서, 두 암봉으로 이루어진 천주산 정상 중 낮은 쪽을 우회하는 듯했다. 그 우회 구간이라 생각한 곳을 지나자, 다시 등산로는 위로 올라간다.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15km, 현재 시각 2시 21분, 0.3km 이정표를 2시 9분에 통과했으니, 150m에 12분이 걸렸다! 응? 생각보다는 많이 안 걸렸는데?! 어쨌든 남은 150m를 위해 남을 체력을 쥐어짜며 위로 향해, 2시 27분 진정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갑판 계단 아래에 도착했다. 그런데,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는 게 쉽지 않다. 해서 최고의 전망대라는 핑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사방의 경치를 감상하며 가쁜 숨을 가라앉혔다.
잠깐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체력을 회복할 수 있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2시 19분 거대한 '천주산'이라 음각된 비석이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어느 면이 앞면인지는 모르나, 반대편에는 ‘天柱山’이라 한자로 음각했다. 그리고 정상석 뒤로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산불감시 초소라, 조망을 방해하고 있다. 일단 인증을 남겨야 할 거 같아, 사진사를 찾고 있는데, 이번 산행에 산꾼으로 참여한 여성 인솔 대장이 막 도착해, 그에게 핸드폰을 넘겨 인증을 남겼다. 이후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속속 도착한 일행의 인증을 산불 감시 초소 난간에서 찍어줬다. 공덕산 쌍봉이 배경이라, 인증 사진 위치로는 거기가 더 좋았다. 나는 그렇게 찍지 않았지만! 그리고 하산을 시작하려는 데, 일행 중 한 명이 불러 가보니, 아기자기한 정상석이 진정한 정상에 있다. 그걸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이다. 해서 십여 장의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한반도 지형이라는 경천호를 포함해 한 장 남겼다.
정상석 옆 이정표에 의하면, 천주사까지 남은 거리는 0.8km, 현재 시각 2시 39분, 햇살은 내리쬐고 암봉 정상이라, 그걸 가릴 나뭇잎 하나 없다. 다행히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은 다했으니, 암릉을 따라 설치한 갑판 등산로로 하산을 시작했다. 갑판 등산로 끝으로 가며, 좌우를 내려다보니, 오른쪽으로는 인솔 대장이 대 슬랩이라고 했던 암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빨간 버스의 지붕이 보인다. 우리가 타고 온 산악회 버스다. 그럼, 그 옆 건물이 천주사다! 왼쪽으로는 직벽의 낭떠러지다. 그렇게 좌우를 감상하며, 갑판 등산로로 가다가, 이게 설치되기 전 여기 오지 않은 게 후회돼, 그래도 아직 갑판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은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그리고 갑판 계단으로 암봉을 내려가기 전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암벽을 갈지로 가로지르는 갑판 등산로가 보인다. 잔도다! 과거에는 밧줄이 아래로 내려트려, 그걸 잡고 올라왔다는데, 이제는 잔도다! 그 과거에 천주산을 몰랐다는 걸 아쉬워하며, 내려가 2시 45분 거의 잔도 끝에 도착했다.
다 내려왔으니, 당연히 기록을 남겨야 해,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사진에 담았다. 아무리 밧줄이 있었다고 해도, 암벽꾼이 아닌 산꾼이 여기를 어떻게 올라갔을지 궁금해 암벽 좌우를 살펴봤다. 맞다. 밧줄을 직벽에 내려트린 게 아니라, 반대편에서 올라올 때와같이 암벽 좌우 끝의 숲에 등산로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갑판 계단이 끝나고, 너덜을 지나, 암벽의 좌측 끝으로 가, 숲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돌탑이 보이고, 그 돌탑 사이로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다. 잔도 이전 여기가 정규 등산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저 등산로로 천주산에 오르고 싶다! 두 돌탑 사이를 통과하기도 하고 주변의 경치를 사진에 담으며, 천주사로 향해, 3시 정각에 처음 목요 오지팀에 참여한 한 쌍 중 여성이 우회전해 주차장 방향으로 간 남성을 부르고 있는 천주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기 이정표에 의하면 좌회전은 주차장, 직진은 대웅전이다. 마감까지 2시간 남았으니, 당연히 대웅전이다. 그래서 먼저 간 남성을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고, 직진해 대웅전 방향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산꾼 인솔 대장이 주차장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나를 부른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왜 주차장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묻자, 아래에서 내려온 두 사람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갔으니, 그건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라는 거다! 즉, 산꾼 인솔 대장은 바로 뒤에 있는 이정표를 못 봤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우리 일행이라는 것도 모른다. 해서 이정표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둘이 목요팀에 처음 참여한 우리 일행이라고 알려줬다. 이후 같이 대웅전을 향해 가는데, 대웅전 전에 마애불이 눈에 띈다. 물론 오래된 건 아니고, 현대에 조각된 거다.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마애불로 가, 신고 후 사진도 찍었다. 이후 대웅전을 찾아 내려가는데, 오른쪽 위로 산신각으로 생각되는 전각이 보여, 위로 올라갔다. 삼성각이다. 당연히 삼성에게 무사 공덕산 천주산행에 감사 인사를 했다.
마애불과 삼성에게 신고 후,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대웅전을 찾아가는데, 이번에는 미륵불이다. 당연히 미륵불에게도 신고하고, 대웅전으로 가, 삼존불에게 신고하는 거로 신고는 끝냈다. 이후 올해 들어 최고로 많이 흘린 땀으로 온몸이 끈적거려,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며 날머리인 주차장으로 가는데, 관음보살이 내려주는 감로수다. 일단 그걸 받아 마시고, 계속 떨어지는 감로수를 받는 돌항아리에서 흘러넘치는 물을 바로 하수구로 내려보내는 고무관이 눈에 띈다. 저거다! 그 하수구가 있는 곳으로 가 고무관 끝을 뺐다. 그리고 씻기 위해 윗도리를 벗으려는 데, 조금 아래 건물에서 선두 중 한 명이 씻고 나온다. 화장실이다. 그럼, 신자와 등산객이 오가는 길목에서 웃통을 벗고 씻을 이유가 없어, 고무관을 원위치하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윗도리를 벗어 먼저 깨끗이 빤 이후, 하체는 어쩔 수 없고, 상체만 깨끗이 씻었다. 물론 머리도 감고, 이후 꼭 짠 윗도리를 입고 화장실에서 나갔다.
이후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던 선두와 합류해, 주차장을 향해 내려가다가, 앉아 쉴 곳도 없는 주차장이 아니라, 경내에 쉴만한 곳을 찾아가자고 의견 일치를 봐, 나를 포함 선두조 셋에, 산꾼 인솔 대장, 일행 중 한 명 등 총 다섯이 경내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절 입구 도로 끝에 있는 정자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자 바닥이 아니라, 난간 겸 의자에 앉는 구조라, 그 위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꼭 짜기는 했으나, 마르지 않아 끈적거리는 윗도리를 말려야 하는 나는 햇살 잘 드는 곳에 등이 해를 향하도록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래를 보니, 빨간 버스와 그 주변을 서성이는 일행이 보여, 기록 중이던 앱의 트랙을 중지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그런데, 정자에서 멍때리는 것도 쉽지 않아,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해, 나도 3시 45분경 정자를 떠나,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3
천주사 주차장 그늘에 앉아, 후미 즉 인솔 대장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여러 산꾼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노닥거리고 있는데, 천주산으로 향할 때 만났던 개 한 마리가 혀를 늘어뜨리며 주차장으로 달려온다. 친구는 버리고 혼자서 우리 후미를 따라온 거다. 그런데, 인솔 대장은 안 온다. 천주사에 도착은 했으나, 위의 화장실에서 씻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그 두 마리 개의 주인으로 착각했던 한 쌍이 주차장으로 온다. 응? 우리 일행이었나? 그럼, 왜 산행을 반대로 한 거지? 당황해서 그 둘의 움직임을 지켜봤는데, 버스로 가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주차해 있는 검정 포드로 간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참 대단한 한 쌍이다. 천주사에서 시작해 천주산을 거쳐 공덕산을 찍고 돌아온 거다. 천주산에 한 번 오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앞뒤로 두 번 오른 거다. 이후 4시 25분경 다들 피부를 벗기는 중인 거 같다고 놀리던 인솔 대장과 후미가 도착해, 예정보다 30분 이른 4시 30분 천주사 주차장을 떠나 식당으로 향했다.
인솔 대장이 처음 계획한 하산주 식당은 ‘장림산방’이었으나, 서울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에, 차로 50분을 가야 하고, 메뉴의 가격이 높아, 서울 방향 식당으로 바꿨다고 들머리로 오는 중 얘기했었다. 무엇보다, 문경 ‘약돌삼겹살’이라는 것에 다들 만족했다. 4시 30분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비록 왕복 2차선 좁은 지방도지만, 앞선 승용차의 거북이걸음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달려, 5시 4분경 식당이 있을 거 같지 않은 작은 동네의 '털보식육·식당'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솔 대장이 다들 일찍 내려온 보답으로, 식사 시간을 6시까지라고 공지했다. 고로 1시간 이상이 될 수 있었는데, 그 승용차 덕에 56분으로 줄었다. 어쨌든 대장이 한 시간 전 예약한 덕에 식당으로 들어서자, 바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라, 끼리끼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 주당 자리에는 불참한 대장 대신, 산꾼으로 참여한 여성 인솔 대장이 앉았다. 그리고 삼겹살이 마음에 안 드는 승객은 각자 다른 식당이나, 그 식당의 메뉴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별도로 주문했다.
식탁 하나를 차지한 후, 여성 인솔 대장은 상주 출신 산꾼이 채취한 나물을 씻으러 가고, 난 냉장고에서 맥주와 지역 소주 '참' 두 병을 들고 왔다. 그사이 다른 주당은 고기를 구웠다. 그리고 먼저, 맥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한 후 산나물에 삼겹살을 싼 걸 안주로 각자 구미에 맞는 술을 마셨다. 물론 나물의 양이 많아, 우리 식탁뿐만 아니라, 전 식탁에 조금씩 나눠줬다. 그렇게 삼겹살 6인분, 참 다섯 병, 맥주 다섯 병에 된장찌개와 밥 두 공기를 나눠 먹는 등, 식탁에 있는 모든 걸 깨끗이 비우고 5시 54분경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로 갔다. 그리고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휴게소에서 잠이 깼다. 볼일을 보러 가며, 고개를 들어 명패를 보니, '안성맞춤'이다. 응? 벌써? 깜짝 놀라 시간을 보니, 7시 27분이다. 갈 때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르다. 이후 휴식이 끝나고 다시 달린 버스는 먼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8시 19분 도착한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리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에 따라 '대승사 → 윤필암 갈림길 → 사불암 왕복 → 윤필암 → 묘적암 → 안장바위 → 부부바위 → 묘봉 → 대승봉 → 대승재 → 헬기장 → 공덕산 → 공덕산(연화봉) 왕복 → 서낭당재 → 천주산 → 천주사'의 11.99km(산길샘) 코스를 4시간 36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49분, 휴식 47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래가 끓고 간혹 기침이 나오고, 평소와 다르게 산행 후 하산주도 마시지 않았는데, 누우면 바로 잠들 거 같이 피곤했다. 산행 자체가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예상대로 아주 후덥지근한 날씨에 달린 산행이라, 알탕이 간절했지만, 계곡이 없어, 천주사 화장실에서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씻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윗도리는 빨아, 꼭 짜서 다시 입었다.
공덕산은 아쉬움이 없으나, 천주산은 대 슬랩에 갑판 계단을 설치하기 전에 방문하지 않은 걸 평생 후회할 듯하다. 조망은 암봉인 천주산 7부 능선부터 트이기 시작해, 정상에 올라서자, 사방이 막힘없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