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실패를 대통령의 불통과 소통부족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간언을 하지 않고 자리보존만 했다는 이야기다. 과거 왕조시대는 간언(諫言)을 잘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여당 출신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을 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또 홍철호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을 정무수석 비서관에 임명했다. 4,10 총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인적 쇄신으로 5선 의원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정실장은 신문기자출신으로 대통령 정무수석과 여당 비대위원장 등을 지낸'정무형'이다.
윤대통령과는 동갑내기 친구사이로 대통령이 정치 입문을 고민할 때 국민의 힘에 입당을 권유했다고 한다. 고향 친구사이인 만큼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대통령이 듣기 거북한 말도 가감 없이 보고하고 때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도 먼저 변해야 귀가열린다. 귀가 열리면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면 행동이 바뀐다고 했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명군(名君)으로 그의 치세는 '정관지치(貞觀之治)'라 해 성공한 통치자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간관(諫官) 위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언을 하면 자신이 위태롭지만 간언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위징이 한 말이다.
위징은 당고조 이연의 아들들이 황제자리를 놓고 골육상쟁을 벌 일 때 황태자인 이건성 편에 서서 동생 이세민을 죽이라고 간언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세민이 형 이건성을 죽이고 2대 황제 태종으로 즉위한 이세민은 위징을 잡아다 심문을 했다. 이세민은 왜 형제간에 이간질을 했느냐고 물었다.
위징은 주인의 선택은 잘못이 없다. "소신의 간언을 들었으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안 했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세민은 정적인 위징의 당당한 인품과 지략을 높이 평가해 죽이지 않고 중용을 했다.
태종은 신하가 된 위징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원리에 대해 물었다. 임금은 배요 물은 백성이다. 물은 배를 띄우 기도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수나라가 망한 것을 거울로 삼아 부역을 줄이고 세금을 가볍게 하며 현명한 신하를 중용하고 간언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위징은 직간(直諫)을 거듭하며 때로는 태종의 분노를 사기도 했지만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위징의 간언에 입맛을 잃을 정도였지만 태종은 200여 차례에 이르는 위징의 간언을 한 번도 물리치지 안 했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나는 이제 거울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위징이 죽은 지 2년 후 당태종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장장 60일이나 안시성을 공략했지만 고구려의 양만춘장군이 이를 막아냈다. 날씨가 추워지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당태종은 철군을 하게 됐다.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원정에서 빈손으로 철군하면서"위징이 살아있다면 고구려 정벌을 막았을 텐데"라고 하며 위징이 곁에 없음을 탄식했다.
대통령실에는 위징 같은 신하가 없을까. 윤석열 대통령 재임 2년 동안 3번째 비서실장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하인이 똑똑해야 양반노릇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보좌를 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비서실장이 바뀌었으니 앞으로 대통령이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는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