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 현민아,
어느덧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밖에는 하늘이 푸르다 못해 누이 부실 정도로 파랗구나..
이 못난 너의 아버지가 파란 하늘을 얼마나 볼지 모르는 곳에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이토록 글을 통한다니 더 없이 부끄럽구나....
나는 이제 나의 길고도 긴 여행을 이제 그만 하려고 한단다. 그러나 더 이상은 두렵지 않구나... 처음 암이라는 사실을 선고 받고는 모든 것이 원망스럽기만 했단다. 넌 아직 성년이 아닌 고등학생이기에 내가 해줘야 할 것들도 많은데, ..그리고 네 애미에게 좀 더 잘 해주지 못한것들, 그리고 보고 싶은 친구들, 내가 하지 못한 모든 것에 원망만 남았었지 하지만 그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내일이 될지 아님 한달이 될지 아님 오늘 밤이 될지.. 모든 것들과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 되려 원망으로 남았는지도 모르겠구나.. 그 원망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아직 느껴 보지 못한 죽음에 대한 고통이 아닌가 싶구나. 하지만 눈이 부시게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뜩, 저곳이 내가 가야 하는 곳이라면,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내가 나의 뜻대로 세상에 나지 않았다면 또한 내가 나의 뜻대로 세상을 뜰 수도 없는 것이더라.
너도 알다시피 이 애비도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단다. 너의 할아버지도 내가 네 나이때쯤 그렇게 두 식구를 남기고 떠나셨지... 정말 믿기도 힘들었고, 믿기 싫었단다. 그러면서 난 생각했지 언젠가는 그러한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은 없게 만들거라고...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나 또한 같은 병으로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줄은 몰랐구나. 사람들은 위대한 사람이 죽으면 그를 위해 가는 길에 눈물을 뿌리기도 하지만 꽃도 뿌리곤 한단다. 그러나 난 네 할아버지 가는 길에 눈물만 뿌렸구나..
네 할아버지가 세상에 알려질 만큼 위대한 사람은 아니셨지만, 나는 가장 존경하는 분이었단다. 그런 분을 위해 꽃을 뿌려야 했건만 눈물을 뿌린건 그만큼 보내고 싶지 않은 나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늘이 정해주신 명이 그 뿐이라면 그 명을 어기고 라도 붙잡고 싶은 나의 울부짖음일 게다. 위대한 사람이 죽을 때 모두가 꽃을 뿌릴 지라도, 그의 가족만은 그 꽃을 밟고 지나가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니까...
현민아, 비록 나 일찍 너와 네 어미 곁을 떠나더라도 이 애비를 원망하는 눈물만은 뿌리지 말아다오.. 우리는 가족이었단다. 같이 눈을 뜨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잤던, 다만 같이 눈을 감지는 못하는것 또한 가족이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 까 싶구나...
이 애비도 지금 이렇게 떠나 버리는 것에 대한 원망이 없겠느냐.. 조금 더 넓은 곳에서 너 와 너 어미랑 같이 살아가고 싶은 맘이 없겠는냐 만은 이것은 나만의 아니 모든 사람들의 욕심이 아니겠느냐? 언젠가 너와 같이 인근 절에 같이 갔을 때 내가 이야기 했었지..
불교에서는 죽음을 단순한 육체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를 해탈, 열반의 세계라고 말이다. 만약 내가 영원히 살았다면, 나의 죽음이 해탈이 되는 것인지 아님 단순한 육체의 썩음이라고 말하는 것이 되는 지 전혀 알 수가 없지 않느냐? 모르겠구나 너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하지만 모두가 욕심내어 오래 살려고 한다면 이 세상은 살아있는 지옥이 아닐런지... 모든 것들은 연이 있어 만나는 거지만 그 속에 또한 악연이 있음을.. 그 악연마저 사람들이 얼마나 극복하고 살 수 있을지... 산이 위로 솟은 것은 올라가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 이 아닐까? 위로만 계속 솟은 것은 산이 아닌 절벽이 아니겠느냐.. 내가 이렇게 여행의 종착역을 앞두고 있기에 이런 말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욕심은 적당할 때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은 법이란다. 그러한 욕심들을 더 채우기 위해서 자꾸 풍선을 불면 풍선의 힘이 약해서 또는 다른 풍선과 부딪힘에서 터져 버리는 것이란다.
현민아, 너도 이제는 사회에 나가서 많은 풍선을 불어야 할게다. 가족이라는 풍선과 회사라는 풍선, 친구라는 풍선, 그리고 좀 더 작고 무수히 많은 그런 풍선들을..
그러한 풍선은 너도 알다시피 중간정도일 때가 가장 안전하단다. 남보다 크게 불어서 가장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 할 바에는 적당한 크기로만 불어다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애미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구나..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또한 이렇게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부디 이해해 달라고 하고 싶구나..
그리고 모두들 사랑했고, 끝까지 사랑하며 눈을 감고 싶구나....
첫댓글 [3]정말 감동적인 글인것 같네요. 새로운 시도가 좋은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애정이 듬뿍 담김 편지글이네요. 주제 3가지가 의도한 바를 조금 더 첨가해 주셨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2]죽음을 앞둔 이의 편지글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신 것이 참 좋았습니다. 다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부족한 점이 조금 있어 아쉽네요.
(2)많이 생각하시고 적으신 글인듯.. 잘 읽었습니다
[3] 오래도록 사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