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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 리그 경기들이 한참 동영상으로 올라 오네요.
지난 2월에 티바 본사를 방문하여 T2 리그에 대해서 듣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 경기가 어떤 경기인지를 다들 잘 모르셔서 무심코 읽고 지나치셨을 거에요.
이제 본격적으로 T2 리그 실황이 전달되다보니 이 경기가 어떤 경기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대로 하나 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1. T2 리그는 비정규 리그입니다.
정규 리그와 비정규 리그가 무엇인지, 잘 구분이 안 되시지요?
사실 비정규 리그라는 개념이 탁구에서는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규 리그라고 제가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조금 낯설지요.
비정규 리그가 없으니 단지 하나의 리그만 있었거든요.
탁구는 ITTF를 축으로 각 국가별로 조직된 리그전들이 있습니다.
또한 ETTU처럼 유럽 대륙만을 대상으로 한 리그도 있지요.
중국의 경우는 중국 리그가 별도로 운영됩니다.
과거에는 여름 3개월 동안 주로 운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가을 시즌에 운용됩니다.
유럽은 9월부터 12월까지 국가별 리그가 진행되고, 우승팀들이 참여하는 유럽 리그가 차기 년도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됩니다.
유럽에서의 훈련 캠프는 대부분 5월부터 8월에 진행되는데, 그 시기가 리그가 없는 시기이므로 선수와 코치들이 여유가 있어요.
그래서 그 기간에 훈련 캠프들이 진행됩니다.
한국은 프로리그가 없습니다.
국내의 모든 선수들은 ITTF의 규정에 따르면 아마추어선수입니다.
어느 리그에든 등록이 되어서 그 리그 내 클럽 소속이 되어야 프로 선수가 되지요.
그래서 재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즉 국내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가 유럽이나 중국에 가서 프로 리그 선수로 출전하는 것이지요.
이런 일은 우리 나라 선수에게만 가능합니다.
한국에 프로리그가 없으니 한국 내 시합도 출전하고 외국 프로리그에도 중복해서 뛸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 국가의 한 클럽에 소속되면 중복 소속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T2 리그는 비정규 리그입니다.
그러므로 소속에 상관 없이, 초대된 선수들은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국가의 프로리그와 상관 없이 시합이 진행됩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시합 일정도 프로리그가 없는 여름 시즌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2. T2 리그는 중계 환경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비정류 리그를 기존의 리그 시스템에 부가해서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탁구가 가진 스포츠로서의 경쟁력을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탁구는 수많은 다른 스포츠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만약 탁구 경기를 보거나 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게 된다면, ITTF의 위상도 줄어들 것이고,
탁구인 전체의 위상도 작아질 것입니다.
과거 탁구는 유럽 여러 국가를 비롯해서 주요 국가들의 주요한 스포츠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왔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인기있는 스포츠였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에 방송 중계가 도입되면서 탁구는 여러가지 한계를 보였습니다.
우선은 공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경기의 내용이 비전문인에게는 그렇게 화려한 재미를 못 준다는 점,
야구처럼 선수들의 심리전이 잘 읽히지 않고, 축구처럼 동적이지도 않으며,
테니스처럼 보는 움직임이 크고 화려하지 않다는 점 등이, 중계할 컨텐츠로서의 매력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ITTF에서는 공의 크기를 키우기도 하고, 공의 색을 주황색으로 바꿔 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DHS에서 중계 편의를 위해서 공의 색을 반구별로 두 가지로 나누자는 시도도 했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이음매 없는 공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고,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해서 실험으로 끝났지요.)
그런데 이러한 약점들이 극복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TV화면이 커지고 화질이 좋아졌지요.
그래서 탁구공이 매우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워크도 커진 화면이 반영되어 매우 디테일하게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숨 소리와 거친 동작들이 화면에 드러났지요.
또 카메라 장비의 발달로 매우 세밀한 슬로우 비디오가 가능해 지면서, 하는 경기로서의 탁구 뿐만 아니라,
보는 경기로서의 탁구의 매력도 점점 더 부각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규 리그전과는 차별된 비정규 리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정규 리그는 큰 체육관에서 여러 대의 탁구대를 놓고 진행합니다.
관객석에서 탁구대까지도 매우 멀고 카메라로부터 탁구대까지의 거리도 상당하지요.
또 다른 테이블들이 사이에 있으므로 한 테이블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조망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T2 리그의 경기 방식은 ITTF 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탁구대를 중심으로 바짝 붙어 앉은 관객 (선수들), 그리고 주변에 원을 그리며 쭉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을 상세하게 잡아낼 수 있게 되었지요.
즉 T2 리그는 하나의 테이블에 여러 개의 카메라를 두고 집중해서 모든 동작들을 담아 내는 실험적인 방송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을 보니 기대만큼 아주 디테일하게 잡아 내지는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탁구에 전문화된 카메라맨들이 많지 않은데다가, 전체 화면을 구성함에 있어 여러 개의 카메라를 적절하게 편집해 내는 능력도 조금 떨어지는 분이 전체 운용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더군요.
하지만 속단은 금물입니다.
이번 경기를 찍은 영상들은 카메라가 여러대인만큼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만약 T2 리그 관계자가 실황 중계 외의 영상들을 후속적으로 만들어 내기를 원한다면, 아주 방대한 양의 데이타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기 영상들을 마음껏 뽑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3. T2 리그는 정규 리그와는 무관해야 했습니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T2 리그를 진행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각 선수들은 각 소속팀이 있으며 또 각 용품사의 후원을 받아 경기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그는 기존의 모든 계약 관계를 초월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소속사의 셔츠가 노출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선수들은 아무 탁구 용품 업체의 브랜드도 없는 밋밋한 옷을 입고 경기에 임합니다.
또한 탁구대를 비롯하여 사용된 모든 장비에는 최대한 브랜드명 노출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비정규 리그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4. T2 리그는 티바사의 전적인 후원 가운데 진행됩니다.
T2 리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대한 상금과 예산을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참가비를 낸 모든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물론 자격 조건이 있지만요) 일반 경기들과는
달리 초대를 받은 소수의 선수들만 시합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관객도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경기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주는 어떤 스폰서가 있어야 하겠지요?
저는 스폰서가 누구인지는 모릅니다만, 아주 큰 흥미를 가지고 뭔가 해 보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미지의 인물이 이 게임을 기획했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마치 탁구를 모체로 하여 헝거 게임 같은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
농담처럼 한 말입니다만, 이 경기가 발전해 가면서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해 가기를 바랍니다.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쏟아 붓기만 하는 경기로 계속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어쨌거나 하나의 큰 스폰서가 경기를 유치해서 진행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T2 리그는 단독 스폰사를 하나 선정했습니다.
바로 티바입니다.
티바는 T2 리그의 후원사로서 막대한 양의 돈을 내고 이 경기를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리그에 미래가 있다고 본 것이겠지요.
단 한번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큰 투자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이 경기에는 티바의 큰 로고 외에는 탁구대나 펜스, 타월 박스, 점수판 등 어느 곳에도 브랜드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5. T2 리그의 미래는 T2 리그의 것입니다.
이 독자적인 리그가 정규 리그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소매 없는 옷을 다른 경기에 입을 것 같지도 않구요, 가운데 선이 없는 탁구대가 다른 곳에도 쓰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또 아무 로고 없는 옷을 입고 경기하는 선수들도 없을 것 같구요.
따라서 이 리그는 철저하게 비정류 리그로서, 탁구계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탁구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된 모습을 토대로 이 리그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마 내년에는 더 발전된 방송 장비와 시스템을 가지고 더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조명입니다.
마치 권투 경기처럼, 중앙에만 조명을 쓰고 주변은 조금 줄이는 방식으로 하여 영화처럼 촬영되기를 기대했거든요.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말이지요.
그 밖에도 몇 가지 재미있는 룰이 있지요?
경기당 시간 제한이 있는 점, 공 주워 주는 소년들이 있는 점등도 보이구요.. (장애인 탁구경기에는 휠체어 선수들을 위해서 비슷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탁구대를 중심으로 설치된 카메라들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앞으로 일반 경기도 마지막 결승전의 경우는 그런 환경에서 촬영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즉 관객 위주보다는 시청자 위주로 경기장을 재편성 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T2 리그도 계속 발전해 가고, 또 후원사인 티바사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긴글,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요즘 한국 탁구가 팀별 리그대항전으로 흐름을 탄다는 소식을 들은적이 있는데, 성향은 다르지만 그래도 새로운 도전과 탁구에대한 인지도를 높일수있는 기회라서 너무 좋습니다. 저는....좀더 실력을 높이면 참여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경기들 재미있게 봤습니다. 듀스없고, Kill Zone 게임등 특이한 룰이 많더군요. 특히 주세혁, 우양 경기 재미있었어요. 최근에 취미삼아 치려고 수비라켓 두 개 샀거든요. 언제 봐도 주세혁 선수는 우리나라, 아니 세계 탁구계에 보배라는 생각했었습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재미를 주거든요.
예, 주세혁 선수 경기는 승패를 떠나서 감상할 가치가 있지요.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예, 감사합니다 😊
Kill Zone은 어떤건가요?
그 전 게임이 마지막 2분도 안 남기고 (24분 게임 중, 22분을 지나서) 끝나면, 심판이 킬 존 게임을 선언하고 이 게임은 시간에 관계없이 5 점을 먼저 딴 선수가 이기게 됩니다.
오 뭔가 신기한 규칙이네여
노터치를 2점으로 하면 더 재미있을텐데요^^
~^^
정말 재미있게 t2게임을 보았는데요/ 긴장감이 도는데 재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류 게임이 있으면 탁구 흥행이 될듯한데 아쉽네요
예~^^ 그럼 좋겠네요 ~^^
보니 센터라인이 없던데요 복식 경기는 없는건가요??그리고 시간이 종료 되었을때 동률이면 어떻게 되나요??
동률이 되면 서든 데쓰가 선언되고 그 후 1포인트로 승패를 가릅니다. ^^
새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