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일본 동부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 대참사 3주기를 맞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 미사를 봉헌하며 그 참상을 되새기면서 삼척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반대의 소리를 외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후쿠시마의 대재앙이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 됨을 깨닫는 것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산 체험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이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인간의 욕망과 환경 파괴의 주범인 핵발전소가 쓰나미와 더불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을 생각하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의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생겨난 동일본 대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사망 · 실종자는 지난 1월 10일 현재 1만 8524명(사망 1만 5884명, 실종 264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대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여파로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 생활을 하다 건강이 악화해 사망한 사람 등을 일컫는 ‘지진 · 재해 관련 사망자’도 현재까지 3032명에 이릅니다. 한편 27만 4088명(지난해 12월 기준)은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채 피난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랄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악해야 할 사실은 이런 일본만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그 피해가 주변의 나라로 확대되고 있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여 인류를 대재앙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핵에너지와 핵발전소 문제, 알면 알수록 두렵다
최근 우리 지역의 성원기 교수가 탈핵의 기치를 내세우며 도보순례를 하면서 “핵발전소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시민들이 핵발전소의 무서움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단’의 성원기 강원대 교수는 지난 2월 27일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인류가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 지난해 6월 6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에서 정부가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 · 고시한 강원도 삼척까지 326㎞를 걸었습니다. 그 혼자 시작한 길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함께했습니다. 이들은 다시 삼척, 서울, 전남 영광을 거쳐 출발점인 부산까지 모두 1609㎞를 걸어서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핵발전은 핵분열을 일으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말할 수 없이 위험합니다. 하지만 핵발전에 따른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성 교수는 “과학기술자로서 핵에너지와 핵발전소를 공부할수록 두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리원전 주변 반지름 30㎞ 지역에 부산과 울산이 포함돼 있고, 이 안에 사는 인구만 430여만 명이다. 고리원전에 문제가 생겨 방사능이 유출되면 직접 영향을 받는다. 부산 · 울산 · 경남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은 유전자 이상, 암 발병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핵발전소를 현재 23기에서 18기나 더 짓는다고 한다. 또 수명이 다 된 고리원전 등 노후 원전을 수리해서 계속 가동하려고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핵발전소 추가 건설 및 노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및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유럽에선 태양광 · 풍력 · 지열발전소 등을 개발해 10년 만에 대체에너지 비율을 전체의 20%대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핵전력 비율이 30%”라고 합니다.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단은 지난 3월 1일 고리원전에 도착해 ‘핵으로부터의 독립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원전 확대 정책에 시골 사람들만 죽을 판
2011년 3월 일본에 몰아닥친 지진 해일(쓰나미)은 ‘일본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들었고, 오염된 공기는 한반도로 퍼져 들어왔습니다. 일본에서 잡힌 물고기나 일본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일정 기준 이하의 방사능만 검출되지 않으면 여전히 수입되는 문제도 있어 국민들은 식품 안전 문제에서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기사에서 <한국탈핵>의 저자인 김익중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발전소 주변에서는 앞으로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한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입니까?
“1986년 당시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 사고를 일으킨 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폭발 현장을 아직 치우지도 못하고 있다. 또 체르노빌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계속 나온다. 후쿠시마 발전소 주변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40년 안에 치우겠다고 했지만, 이는 장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방사능 오염수는 길면 50~100년 동안 계속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겠는가? 게다가 후쿠시마 주변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일본 땅 역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크다.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의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태평양 건너의 미국이나 캐나다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의 수준보다 늘리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궁색하게도 한 공청회에서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과 안전성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과 전기의 안정적 공급, 에너지 안보 등 정책적 과제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둘러대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재앙에서 역사적 교훈을 삼아야 할 정부가 핵발전소 증설의 해괴망측한 정책으로 과연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MB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으로 국민을 괴롭히더니 박근혜 정부는 MB 정부에 이어 원전 확대 정책으로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 불똥이 바다를 끼고 있는 동해안 지역, 청정해역인 우리 삼척 지역으로 튀고 있으니 힘없고 가난한 시골의 사람들만 죽을 판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그 피해는 좁은 우리나라 전역으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니 결사항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핵발전소 설치 반대 투쟁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우리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생존권, 인간 존엄 수호 차원에서 생겨나는 당연한 현상인 것입니다.
핵의 위험성, 비윤리성 아는 것만으로 부족…대안이 필요하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해 11월 25일에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문헌을 발표하여 핵발전에 관한 성찰을 기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핵 기술(핵무기와 핵발전)은 생명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가공할 파괴력으로 지구 자체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고 천명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인류의 대재앙을 초래할 핵발전소 설립을 온몸으로 막고 우리의 생존권을 사수함으로써 우리는 물론이요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로 기억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가르침에 따르면 핵의 위험성과 비윤리성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핵 기술의 영향 하에 있는 현실에서 탈핵, 비핵의 길을 가려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안의 하나로서 교회 관련 시설에 자연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핵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악이지만 이 악을 없애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선진국이 탈핵의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핵 확산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은, 술 취한 운전자가 고속으로 질주하여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과 같으므로, 강제로라도 그 사람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 그 차를 서게 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핵발전소의 가동을 모두 중단하게 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단계적으로 가동을 중단하여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궁극적인 탈핵을 위해서는 <한국탈핵>의 저자인 김익중 교수의 주장처럼 탈핵의 두 바퀴를 가동해야 합니다. 전기 수요 관리와 재생 가능 에너지 활용이 바로 두 바퀴입니다. 전기 에너지의 낭비를 불러일으키는 값싼 전기 요금 체계를 개선하여 전기 낭비를 줄이고 일반 소비자에 비해 기업에 싼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잘못된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아울러 핵발전소에만 의지하는 전기 생산을 태양광 에너지, 풍력 발전의 활용으로 친환경적인 체계에 의존할 수 있도록 그 비중을 점차 높여 가야 합니다.
이런 탈핵의 기치를 높이 내세우며 현 정부가 주장하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려면 주민들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설립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어 핵발전소를 설치하려는 삼척시는 주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핵발전소 설립 취소를 즉각 단행해야 합니다. 핵발전소가 미칠 엄청난 재앙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설립 강행을 내세우는 것은 삼척 시민과 동해안 지역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 큰 대죄를 짓는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주민들의 뜻과 역행하는 설립 강행을 서두르는 것은 민족과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뿐만 아니라 자손 대대로 씻지 못할 대역죄를 짓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후쿠시마 3주기를 기념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그 재앙과 이로 인한 아픔이 더 이상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좋게 보신 하느님의 섭리가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이 참으로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새 하늘, 새 땅이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한기 신부 (시몬) 원주교구 청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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