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전쟁·中 제조업 석권 등
안팎서 생존 위협받고 있는데, 후보들, 비전 대신 네거티브 공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6·3 대선 TV 토론회가 27일 3차 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은 1차(경제 분야)·2차(사회 분야) 토론에 이어 이날 열린 3차 토론회에서 정치·외교 분야를 주제로 토론을 했다.
후보들은 매회 2시간씩 6시간에 걸쳐 토론했고 이 과정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그러나 후보들은 국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과 비전 등 국정 수행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상대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기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집중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업 추월, 미국발 안보·통상 환경 변화, 내수 침체와 경제 성장률 둔화 등 급변하는 대내외 정세에 대한 후보들의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주의 대책, 한미 조선업·방위산업 협력, 대만 해협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후보 4인의 이와 관련한 토론이 부족했다”며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정치 공학적 토론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끌고 갈지를 후보들이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달 만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그런 까닭에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기회가 정규 대선과 비교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TV 토론회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르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줄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후보들이 TV 토론에서 정책 비전보다는 상대 후보의 말꼬리 잡기나 과거 발언 들추기 등에 치중한 것은 글로벌 격변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모든 후보가 정책적 유능함은 보여주지 못했다”
27일 밤 진행된 6·3 대선 3차 TV 토론회를 지켜본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두 차례 토론보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한층 치열했다고 평가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은 이번 대선 마지막 TV 토론이었다. 주제도 정치 분야였다. 그런 만큼 표심을 의식한 후보들이 난타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도 앞선 두 차례 토론과 마찬가지로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협공하고, 이재명이 방어에 주력하는 가운데 권영국이 그를 지원하는 식으로 흘렀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
3차 토론 주제는 후보들의 이해도가 높은 정치 분야이기도 했고 앞선 두 번의 토론 경험이 있어서인지 속도감 있게 공방이 진행됐다. 다만 과도하게 상호 공격에 매몰된 측면이 있었다.
한국 사회의 정치 갈등을 해소하고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할 비전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한 토론으로 평가한다. 이재명은 이번 토론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장면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앞선 두 차례 토론과 비교할 때 감정 노출을 최소화한 것 같다.
세 차례 토론을 종합하면 이재명은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어에만 집중했다. 이재명은 이준석 후보의 도발적 질문을 회피하면서 김문수 후보를 겨냥해서는 이번 대선이 갖는 ‘계엄 심판적’ 성격과 윤석열 정부와 김 후보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맞대응을 자제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정책 관련 질문에 ‘사이다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 같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세 차례 TV 토론은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여론조사상 이재명을 쫓는 입장이어서 네거티브 공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재명은 1차 토론 때는 김문수·이준석 후보 공격에 사회자의 제지를 요청하거나, 언짢은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진 2·3차 토론에선 비교적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의 ‘실점 안 하기’ 전략이 후반으로 갈수록 반영된 모습이었다.
이재명의 이번 대선 콘셉트는 중도 확장이다. 그런 만큼 3차 토론회에서 레토릭이나 담론 수준의 중도 보수론에 그칠 게 아니라 정책적 측면에서 중도 확장을 강화할 수 있는 메시지가 보강됐으면 바람직했을 것이다. 이재명은 세 차례 토론 내내 계엄 심판론에서 비롯된 반사 이익에 의존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다른 후보들과 같이 그도 정책적으로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차 토론도 지난 토론과 비슷한 구도로 진행됐다. 김문수 후보는 ‘반(反)이재명’, 이재명은 ‘반(反)내란’, 이준석 후보는 ‘세대교체’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앞선 토론에선 네거티브 공격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토론을 거듭할수록 달라지더니 3차 토론에선 이재명의 비리와 욕설 논란, 방탄성 입법 폭주 등 여러 문제를 머뭇거림 없이 타격했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이재명을 추격하는 후보들에게 3차 TV 토론은 마지막으로 판을 뒤집을 기회였다. 다만 오늘 토론이 그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문수 후보는 떳떳하고 깨끗하게 살아온 인생 이력을 강조하며 ‘김문수 대 이재명’ 대결 구도를 만들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왜 치러지게 됐는가를 생각해보면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가 김 후보에게 중요했다.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겐 개인적으로 미안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단호하게 선을 긋겠다”고 똑 부러지게 얘기했으면 수도권·중도층 표심이 움직여 판 뒤집기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재판 중이고 탈당해서 관계없는 분”이라며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재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지지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이준석 후보는 3차 토론에서도 개헌 문제나 ‘호텔 경제학’ 논란 등과 관련해 구체적 팩트에 기초해 이재명을 코너로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시청자에게 ‘이재명의 대항마는 김문수가 아닌 이준석’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다만 개헌 등 문제에 대한 청사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3차례에 걸친 토론을 거치면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선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에 대해 제기한 ‘거북섬 발언’ ‘부정선거론’ 등이 쇼츠(짧은 동영상)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이슈를 주도한 것이다. TV 토론을 통해 이준석 후보가 거둔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권영국은 지난 2차 토론에서는 ‘이재명 도우미’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3차 토론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재명 변호인’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상대방 얘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태도, 무엇이든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로 몰고 가려는 모습이 아쉬웠다. 1차 토론에선 이재명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2·3차 토론에선 실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