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양건설이 시공한 부산 북구 화명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레지던스 엘가'.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신태양, 미적외관 극대화 - 사각형 공간에 L자형 배치 - 남은 공간은 테라스로 처리 - 남향 설계에 낙동강 조망 - 138가구 분양 이미 완료
가장 실용적이면서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극대화한 집. 게다가 건축의 미학까지 입혔다. 신태양건설이 부산 북구 화명동에 시공한 주상복합주택 '레지던스 엘가' 이야기다. (주)푸른하늘건축이 건축주이며, 삼현도시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레지던스 엘가는 한 눈에 봐도 디자인이 범상치 않다. 계단처럼 하늘로 향한 외부 테라스는 생태적 풍경을 만들어내면서 공동주거 건축물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명신도시 안에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엘가'라는 이름은 알파벳 '엘(L)'자와 집 '가(家)'를 합친 것이다. 이른바 '엘자형 집'이다. 일반적인 사각형의 공간에 주거 공간을 L자 모양으로 배치한 뒤 남은 공간은 마당(테라스)으로 처리했다. 설계를 맡았던 삼현건축사무소 김용남 건축사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의 개념을 주상복합주택에 입힌 것이다. 쉽게 말해 마당이 있는 집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는 개념으로 지었다"면서 "단순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기능을 넘어서기 위한 고민을 설계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뭇잎이 힘차게 하늘로 뻗는 듯한 외관 이외에도 건축 미학을 살리기 위해 건물 한 가운데는 빈 공간을 뒀다. 이를 통해 건물 안으로 자연채광이 가능하다. 건축 디자인업계에서는 레지던스 엘가에 대해 폐쇄적인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경관적으로 시각적 소통의 풍요로움을 더해 풍경으로서 도시와 관계를 맺는 등 공동주거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창을 통해서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존 소형 공동주택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달 말 준공검사를 마친 엘가는 낙동강의 조망이 가능하고 남향으로 설계했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마당 1개의 넓이는 가로 3m, 세로 6m가량으로 어지간한 아파트의 거실 만한 공간이다. 138가구 규모인데 분양도 이미 완료됐다. 신태양건설 박상호 회장은 "공사하면서 무척 고생이 많았다. 건축비도 일반적인 설계의 주상복합건물보다 30%가량 더 들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입주민이 가장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주택문화를 바꿔 보자는 생각이었다. 사업주와 시공사는 힘들지만 입주자는 행복한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기존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외관 디자인은 부산지역 중견건설사 CEO이자 시인이기도 한 박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신태양건설은 2011년 아미산전망대를 지어 부산건축대상을 받았다. 해운대 신도시에 시공 중인 오피스텔 베르나움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건물 중간에 얼기설기 공간을 두면서 멀리서 보면 흡사 나무가 자라나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박 회장은 "최근 건설사 신용평가에서 A0 등급을 받았다"면서 "부산의 도시 품격을 올리기 위해서는 엘가나 아미산전망대, 베르나움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이들을 연결하는 부산도시건축 투어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장기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