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가 윈도우 10 출시를 앞두고 스마트폰 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한 가운데
윈도우폰의 미래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 구조조정 발표 전에 이미 MS 내부적으로 윈도우 사업부와 하드웨어 사업부를 통합시키고 지도, 검색, 광고 등 불필요한
사업에 대해 매각과 정리를 단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윈도우폰이 결국 윈도우 RT 전철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MS가 아직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번 구조조정이 다양한 중저가형 윈도우폰을 직접 생산하던 노키아 방식에서
소수의 하이엔드 및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춘 서피스(Surface)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S 노력에도 윈도우폰 점유율 계속 줄어
시계를 2010년 MWC(Mobile World Congress)로 되돌려 보자. MS는 차세대 윈도우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Windows
Phone 7을 공식 발표했다. 아이콘 대신 사각형 박스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라이브 타일과 스마트폰 화면에서 수평 스크롤로 방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허브는 이후 윈도우 8에도 적용될 만큼 MS 스스로도 혁신적으로 생각한 UX였다.
제조사들은 애플 아이폰에 일격을 맞고 큰 충격에 빠졌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는데, 구글 안드로이드는 무료였지만 기능과 안정성이
아이폰보다 떨어졌고 소프트웨어 지원도 제조사에게 떠넘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MS가 세련된 UX에 업데이트를 모두 책임지겠다고 나섰으니 제조사
입장에선 무료는 아니더라도 혹할 수 밖에 없었다.
업체와 소비자들의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시장 분석 기관들도 앞다투어 윈도우폰이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해 구글,
애플에 이어 3자 구도를 형성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윈도우폰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기만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ZTE, 화웨이를 비롯한 다수의 제조사가 윈도우폰 진영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계속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
윈도우폰보다 안드로이드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트너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MS는 윈도우폰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노키아 장치 및 서비스 사업부를 인수하고 직접 루미아 브랜드로 윈도우폰을 출시하고 최근에는 저가형과 보급형 모델 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 및 신흥시장 공략에 애를 썼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78.9%, 아이폰이 17.9%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안 윈도우폰은
겨우 2.5% 점유율에 그쳐 지속적인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물론 판매량 자체는 조금씩 늘어나지만 경쟁 플랫폼 성장세에 비하면 거의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결국 MS는 지난 8일(현지시간)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최대 7,800명의 인력 감축과 노키아 장치 및
서비스 사업 인수 비용 94억 달러 가운데 무려 76억 달러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구조조정 비용으로 7억5천~8억5천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MS는 이미 윈도우와 하드웨어 사업부를 통합시켜 테리 마이어슨을 수장으로 앉혔지만 이런 구조조정이 윈도우
스마트폰이 처한 현 상황(파트너들의 외면)을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윈도우 스마트폰 부진, MS 플랫폼 전략에 악영향
MS는 윈도우폰 파트너 업체들에게 로열티를 받고 있지만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업체들에게도 안드로이드 OS에 포함된 MS 특허를 대상으로
로열티를 받고 있어 안드로이드폰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예전처럼 윈도우폰에 올인하지 않고 안드로이드와 iOS,
OS X 등 그 동안 외면했던 비 윈도우 플랫폼에 대한 자사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MS가 추구하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시대를 위한 생산성과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과 이를 위한 "하나의 윈도우
플랫폼(One Windows Platform)" 전략에서 모바일 기기 중 가장 중요한 스마트폰이 약화되는 것은 상당한 불안 요소다. 발을 빼는
것은 윈도우 플랫폼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은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인 iOS와 Mac용 OS X 사이의 연동 기능을 꾸준히 확대시켜 나감으로써 아이폰 판매
증가가 Mac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PC 시장에서 다른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하락한
가운데 애플만이 16%가 넘는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MS가 윈도우 10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연동 기능(Continuum)은 소비자들의 IT 구매 비중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PC 사용자의 윈도우폰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다. 아이폰을 쓰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사고, Mac을 사고, 애플워치를 사고, 애플뮤직을
듣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윈도우폰은 반대로 윈도우 플랫폼을 확대하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PC에서 윈도우 10 뿐만 아니라 윈도우폰도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 10 모바일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ARM 프로세서에 유니버설 앱만
지원하니 x86 프로세서를 넣어 저가형 PC 태블릿으로 팔았던 8인치 윈도우 태블릿의 사례를 따르기도 어렵다.
서피스 따라가는 윈도우폰, 하이엔드 비즈니스 전환

MS는 윈도우 8 발표 당시 터치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PC와 태블릿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려 했지만 양쪽 사용자 모두 불만이
많았고, 제조사들은 정확히 어떤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터치 기능이 들어간 여러 형태의 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냈다. MS 스스로도 기존
윈도우 OS와 호환되지 않는 윈도우 RT와 탑재한 서피스를 내놓으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무엇이 정답인지 찾기 힘들었던 윈도우 태블릿은 뜬구름 잡는 모바일 태블릿 시장 대신 MS가 꽉 잡고 있는 기업 시장을 겨냥해 노트북
대체용으로 생산성 높은 서피스 프로3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결국 소비자는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과 모바일 태블릿을 굳이 윈도우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 대신 윈도우 PC가 가진 생산성에 모바일 기기 특유의 편의성이 더해지길 바랬던 것이다. 서피스 프로3의 성공으로
MS는 올해 인텔 체리트레일 플랫폼을 탑재한 10.8인치 서피스3와 대화면 업무용 서피스 허브도 내놓았다.

MS는 이번에 스마트폰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앞으로는 타겟별로 1~2개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이엔드(플래그십)과 비즈니스,
그리고 미들 레인지와 엔트리 레벨 시장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출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MS가 서피스 태블릿 출시 때와 같은 전략으로
하이엔드와 비즈니스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는 고성능 프로세서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카메라, 그리고 부가 기능으로 음성 비서, 지문 스캐너, 펜 입력,
스마트워치 연동, VR 기능 등을 제공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루미아폰과 서피스, 그리고 윈도우 10에서 MS도 지원하는 것들이다. 단지 이들
모든 기능을 하나로 묶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없을 뿐이다.
하드웨어 성능만큼 중요한 앱 생태계 확보도 시급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UWP)을 구축해 모든 윈도우 앱을 PC와
윈도우폰, Xbox, IoT, 홀로렌즈 등 기기를 가리지 않고 돌아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MS는 개발자 지원 환경을 강화해 다른 앱 개발자들도
손쉽게 윈도우에서 UWP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유니버설 앱 정책은 이미 윈도우 8.1에서도 한 번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윈도우 10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저가형 윈도우폰, 태블릿처럼 중국으로?
현재 윈도우폰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이 파트너사들의 참여가 적다는 것이다.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해 직접 윈도우폰을 만드는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이번에 발표한 구조조정도 윈도우폰에서 MS 비중을 줄이고 파트너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인데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MS도 포기한 윈도우폰 제조를 순순히 맡아줄리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MS가 태블릿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저가형 윈도우 태블릿을 만들게 했던 '심천 프로젝트'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텔과 MS는 심천 프로젝트를 통해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던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윈도우 8.1 with Bing 운영체제와
베이트레일 아톰 플랫폼을 싸게 공급해 10만원대 윈도우 태블릿을 만들어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

윈도우폰을 대상으로 서피스 전략과 심천 프로젝트를 결합하면 MS는 서피스처럼 전략 모델 1~2가지만 직접 개발해 ODM 업체들을 통해
아웃소싱으로 생산하고, 나머지 제품들은 중국 업체들을 통해 출시한 다음 OS와 업데이트는 MS가 담당하는 윈도우 태블릿 전략을 그대로 따라간다.
MS는 이미 윈도우 with Bing과 윈도우 10 무료 업그레이드로 플랫폼을 확대할 수만 있다면 당장의 라이센스 이익도 포기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으니 퀄컴이나 미디어텍, 인텔과 협상해 저가형 윈도우폰을 만들 플랫폼을 싼값에 공급하면 된다.
다만 스마트폰은 태블릿에 비해 테스트 및 인증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업체들이 뛰어들기
어렵다는 것이 MS가 풀어야할 과제다. 또한 MS가 의욕이 넘치는 적당한 파트너 업체를 물색해 제품 개발부터 출시 단계까지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해도, 제조 능력을 갖추게 된 파트너가 거대한 안드로이드 시장을 두고 노키아처럼 윈도우폰에만 충성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결국 윈도우폰은 MS 스스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능성을 증명하고 다시 파트너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수 밖에 없다. 서피스 판매 전략도,
ODM 업체 아웃소싱도, UWP 앱 생태계도 모두 시장과 고객, 파트너들이 인정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MS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떠나간 파트너들이 돌아올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면 그 때 가서 파트너가 MS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