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프캐스트 두 번째 에피소드, 교황과 젊은이 “여러분이 잘못을 저질러도 하느님은 여러분을 ‘미치도록’ 사랑하십니다”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포프캐스트 두 번째 에피소드, 교황과 젊은이 “여러분이 잘못을 저질러도 하느님은 여러분을 ‘미치도록’ 사랑하십니다”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포프캐스트”(Popecast, 교황의 팟캐스트)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젊은이들이 속내를 털어놓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야기를 나누는 원격 대화로 꾸려졌다. 그중에는 장애를 가진 성전환자, 두 명의 재소자, 정신적 어려움으로 괴로워하는 여성, 비디오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십대 청소년이 있다. 교황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위로하고, 격려했다. 아울러 세계 어린이의 날을 제정해 달라는 알레산드로 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부모들이 세계 어린이의 날을 조직하게 맡길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Salvatore Cernuzio
“이것이 교황의 젊은이들입니다. (...)”
교황의 젊은이들이란 과연 누구를 말하는가?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다음주로 다가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이하 WYD)의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기술 진보의 혜택을 입었으면서도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로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세대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발견하고 싶고, 또 재창조하려는 열망으로 구별된다. Z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다채로운 색깔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곧 장애인이자 성전환자인 조나 씨, 절도와 강도죄로 감옥에 갇힌 에드워드 군과 발레리 군, 삶의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으로 도피하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당사자 아리안나 씨, 하루의 대부분을 비디오 게임으로 보내는 주세페 씨, 그리고 우리가 비록 그들의 얼굴은 모르더라도 그들의 상처와 두려움, 욕망과 계획을 알게 된 다른 많은 젊은이들이 팟캐스트에서 자신들의 삶을 나눴다.
“팟캐스트요? 기억나요!”
“팟캐스트요? 물론 기억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같이 답했다. 첫 번째 팟캐스트는 교황 즉위 1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진행됐다. 두 번째 팟캐스트는 WYD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WYD의 주인공인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산타 마르타의 집에 설치된 컴퓨터 스피커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그 컴퓨터 앞에 앉은 베드로의 후계자(교황)는 자살이나 소외 등의 표현을 들을 때마다 고통으로 몸서리를 쳤다. 한편으로 젊은이들의 다양한 억양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교황은 모든 이에게 한 마디를 건네고자 했다. 그것은 언제나 삶의 지평이신 “하느님”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였다.
장애인이자 성전환자인 조나 씨의 이야기
교황은 모든 이에게 말을 건넨다. 교황은 장애인, 동성애자, 성전환자이면서 신자인 조나 씨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만 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했다. “저는 믿음을 길러나가며 진정 나 자신이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신앙을 통해 장애가 있는 저의 몸, 일반적이지 않은 저의 몸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신앙은 또 곤경 속에서도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저보다 먼저 저를 아시는 분께서는 제가 짊어질 수 있는 십자가보다 무거운 것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트랜스젠더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신자가 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 훌륭하고 완벽한 몸만 하느님의 작품인가요? 저는 믿음과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 같은 몸이 지닌 두 가지 성향의 이분법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몸인데 말입니다!” 조나 씨는 자기 이야기를 처음으로 털어놓은 사람들이 되려 자신을 설득하며 “그리스도를 떠난 탈영병”과 같은 “어두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교황은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걸으신다”고 답했다. “우리가 죄인일 때에도 우리를 도우시려고 가까이 오십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걸으십니다. 항상 동행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중 누구도 싫어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죄인일지라도 그분께서는 우리를 도우시려고 가까이 오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현실을 혐오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미치도록’ 사랑하십니다. (...)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항상 우리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버지, 어머니, 형제이시고, 모든 것이 되십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분께서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 앞으로 나아가세요. (...)”
에드워드 씨와 발레리 씨: 소외, 베이비 갱, 고아원, 분노
루마니아 출신 에드워드 군은 남미에서 판디야스라는 갱단의 일원이었다. 이탈리아에서 그 갱단은 베이비 갱(청소년 범죄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삶의 조건, 낡은 옷과 서툰 이탈리아어 때문에 조롱을 받는 상황에 대한 반발로 물건을 훔치고, 팔아치우고, 강도죄를 저질렀다. 그는 자기 자신을 “착한 아이지만 너무 약해 빠졌다”고 정의했다. 발레리 군은 러시아 출신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폭력을 행사해 왔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 맡겨진 후 내면에 쌓인 분노를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도화선’을 통해 표출했다. 그는 간직하고 있는 꿈도 없다고 털어놓으며 형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미성년자 재활을 위한 카이로스 공동체에 머물고 있다.
“실수 때문에 인생을 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교황은 이들의 이야기가 “성공과 실수로 이어지는” “인간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회가 잔인한 까닭은 단 한 번의 실수로 인생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 비난의 손가락이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그 여정에서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이 나쁜 실수를 저질렀을 때에도 주님께서 거기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여러분의 손을 잡고 기꺼이 일으켜 세우시려 했습니다. 여러분 두 사람 모두를 일으켜 세우시려고 역사적 상황을 만드신 분도 바로 그분이셨습니다. (...) 인생은 실수 때문에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실수는 종종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병, 하느님의 구원
아리안나 씨는 미성년자는 아니지만 아직도 어린 소녀다. 그녀는 자신을 “가두고” 일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양극성 정동장애 당사자다. 그녀는 심리적 문제를 포함한 많은 어려움으로 점철된 삶의 고뇌에서 벗어나려고 잠에 빠져든다. 그녀는 “하느님께 구원받았다”고 느끼는 명석한 상태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교황은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특정 대목을 두 번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녀가 “자살하려는 충동과 기쁨으로 가득 찬 마음 사이를 시소처럼 오가며 살고 있다”는 대목이다.
“인생의 모험을 놓치지 마세요”
교황은 그녀에게 “그런 삶은 미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항상 앞을 바라보고 지평을 잃지 마세요. 그래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지평은 하느님이십니다. 인생의 모험을 놓치지 마세요. 궁극적으로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는 양심의 미로에 빠지지 마세요. (...)”
교황은 또 필요한 심리 치료를 모두 받으라고 초대했다. “우리 모두는 정신적, 육체적 상처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삶과 죄로 인해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아구스티나 씨와 아르헨티나 젊은이들
젊은이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에서 온 아구스티나 씨도 함께했다. 그녀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아르헨티나의 청소년들의 행동에 대해 말했다. “아르헨티나. (...) 교황님, 교황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황은 같은 나라 출신인 아구스티나 씨와 교감하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번은 천사들이 하느님을 찾아가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 모두에게는 한 가지 재물만 주시고 아르헨티나에게는 모든 것을 주셨으니 불공평합니다. 아르헨티나는 모든 것이 풍부합니다.’ 하고 불평했습니다. 그러자 영원하신 아버지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도 그것을 알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더냐.’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많은 경우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는 우리 자신의 문제입니다.”
월드컵의 예시
교황은 최근 월드컵 경기를 예로 들었다.
“네덜란드와의 경기 전반전에서 아르헨티나는 2대 0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정말 멋진 일이었죠! 그래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어떻게 했나요?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결국 승부차기로 이겨야 했습니다. 프랑스에게는 3대 1로 이기고 있었죠. ‘아, 우리가 이미 이긴 게임이야!’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후반전에 득점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승부차기로 이기긴 했습니다. 우리는 여정에 지쳐서 중간에 멈추기 때문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발레리아 씨와 교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바람과 비판
종교 교사인 발레리아 씨는 젊은 청년이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청년들을 대표해 말했다. 그녀는 교사 활동을 통해 얻은 젊은이들의 요구, 요청, 불만사항에 대변인이 됐다. 예컨대 더욱 투명하고 현대화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교회가 되기 위한 요구 등이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걸어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걸어가고 있을 때 교회가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체로 폐쇄적인 종교적 분파일 뿐입니다. 많은 경우 교회 안에서 여러 작은 단체들이 서로 대립하는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차이가 파벌로 변질되면 일치가 깨집니다. (...) 우리는 저마다 교회 안에서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위대함입니다.”
주세페 씨, 가상현실의 삶
마지막은 주세페 씨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며 보낸다. 그는 가상현실 관계에만 흥미가 있다. 그는 삶을 증거하기보다 자신이 택한 삶을 옹호했다. “결국 저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주세페 씨의 말을 경청한 교황은 이번에 이해심 많은 할아버지가 아닌 훈육하는 아버지로 다소 가혹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주세페 씨와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세페 씨는) 사람들과 만나는 삶의 방식을 개발했지만, 그 방식은 ‘방부 처리된 만남’에 불과합니다. 마치 보호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유리창문 너머로 가족을 바라보는 것처럼요. (주세페 씨는) 지평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지평 없이는 살 수 없잖아요, 아시죠?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져요.”
WYD에 참가하라는 초대
“WYD에 가실 건가요?” 교황은 마지막으로 모든 이에게 이 같이 물었다. 몇몇은 ‘예’, 몇몇은 ‘아니오’라고 대답했고, 또 다른 몇몇은 WYD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의 초대는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
“WYD에 갈 가치가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거기에 갈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WYD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세계 어린이의 날” 제안
마무리 단계에 휴가를 제외한 여름에 관한 주제의 긴박함 속에서 마지막 요청이 나왔다. “교황님, 이 제안은 정말 들어주셔야 해요!” 세계 어린이의 날(GMB)을 제안하는 9세 알레산드로 군의 음성 메시지였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조부모들이 세계 어린이의 날을 조직하게 맡길 수 있습니다. 조부모님들에게 그런 날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세요. 좋은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고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