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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가제호지음(室家啼呼之音)
재해로 집집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골짜기를 뒤흔들고 거리를 들끓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室 : 집 실(宀/6)
家 : 집 가(宀/7)
啼 : 울 제(口/9)
呼 : 부를 호(口/5)
之 : 어조사 지(丿/3)
音 : 소리 음(音/0)
출전 : 신유한(申維翰)의 청천집(靑集泉) 권5 제여신문(祭厲神文)
祭厲神文 / 申維翰
(애도와 추모가 필요한 때)
維聖上十八年壬戌春暮, 都鄙大札, 以彌亢暑.
성상 18년 임술년(1742년) 늦봄에 서울 경기 지역에 역병이 돌아 한여름까지 이어졌다.
繄吾漣縣之氓, 北自橫山, 西至鷄鳴, 南曁澄波江, 東窮于寶盖之麓.
아, 우리 연천의 백성은 북쪽으로는 횡산(橫山), 서쪽으로는 계명(鷄鳴), 남쪽으로는 징파강(澄波江), 동쪽으로는 보개산(寶盖山)에까지 걸쳐 살고 있다.
以及治內數里, 地不滿一舍, 戶不過千餘.
그런데 읍내 몇 리에 불과하여 땅이 관사(官舍) 하나도 세우기도 부족하고, 민호는 천여 호밖에 되지 않는다.
而其以父子昆弟夫婦之相環而痛者, 若風掃葉,
그런데 부자, 형제, 부부가 서로 빙 둘러앉아 통곡하는 것이 마치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과 같고,
又不幸而至於孤人之子, 寡人之妻, 獨人父母, 室家啼呼之音, 谷震巷沸.
또 불행히도 자식은 고아가 되고, 처는 과부가 되며, 늙은 부모는 자식이 없게 되어 집집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골짝을 뒤흔들고 거리를 들끓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략···)
嗚呼傷哉. 吾不知爾姓爾族, 爾家何居.
아, 애통하도다. 내 그대들의 성씨, 가문도 모르고 그대들의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而均之爲我聖王赤子, 則爾與我同一化育矣.
하지만 똑같이 우리 임금의 자식이니 그대들과 우리는 함께 길러진 것이나 매한가지이다.
爾自不吊于天, 水旱風霜, 蕩爾田廬.
그런데 그대들은 하늘이 도와주시지 않아 장마와 가뭄, 풍상에 그대들의 집과 밭이 망가져 버렸다.
去爾鄕國, 挈爾婦孺, 罹霧露觸寒暑, 跋履山川.
그리하여 고향을 떠나 처자식을 이끌고 안개와 이슬 속에 추위와 무더위를 견디며 온 산천을 떠돌았다.
飢渴熬其內, 毒痡攻其外, 安能不底於死乎.
굶주림과 목마름은 속을 타게 하고 여독이 육신을 공격하니 어찌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吾見爾扶携蓬累, 涉吾境而屯如邅如, 什百爲羣, 而不見其歸也.
내 그대들이 서로 붙들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우리 경내에 들어와서 옹기종기 모여 수십, 수백 명이 무리를 이루는 것은 보았지만, 돌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則爾死而溝瀆爲坎, 苫土爲衣, 固其所也.
그러니 그대들이 죽은 뒤 도랑이 무덤이 되고, 거적과 흙이 수의가 되는 것은 실로 당연하다 하겠다.
何生之苦而何命之薄也.
어쩌면 삶이 이리도 고달프고 운명이 이리도 박복한가.
繄今野麥登塲, 園瓜滿筥, 而爾不食新矣,
지금 들판의 보리를 수확하고 밭의 오이를 광주리에 가득 담는 시절인데 그대들은 새로 수확한 것을 먹지 못하고,
甘雨郊原, 婦子饁畒, 而爾不與饗矣.
들녘에 단비가 내리고 아녀자들이 들밥을 내오는데도 그대들은 함께 먹지를 못하는구나.
嗚呼, 傷哉, 鬼猶求食, 爾其有知, 得亡如若敖氏之餒乎.
아, 안타깝도다. 귀신도 밥을 구하거늘 그대들이 지각이 있다면 옛날 약오씨(若敖氏)처럼 제사를 못 받아서야 되겠는가.
- 신유한(申維翰)의 청천집(靑集泉) 권5 제여신문(祭厲神文)
코로나 19 시대, 감염에 대한 공포가 극심해짐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여기저기서 마주하게 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장례도 치루지 못한 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감염이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확률을 들며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며, 숫자로 집계되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우리는 점점 무심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과 같은 팬데믹은 인간 역사상 드물지 않다. 1742년에서 43년까지 한반도에 역병이 크게 돌았다. 1743년 한 해만 해도, 6,7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한다. 당시 사람들은 임병양란에 그 참혹함을 견주기도 하였다.
역병은 전쟁터에서 죽은 자, 물에 빠져 죽은 자, 전염병에 죽은 자, 추락해 죽은 자, 얼어 죽은 자, 굶어 죽은 자 등 그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후손이 없어 제사를 받지 못하는 원혼, 즉 여신(厲神)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연천현감 신유한도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신에게 제를 올렸다. 살아서는 이름도 출신도 모르는 부랑자이자, 죽어서는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 된 그들. 경계 밖 타자의 존재는 산 자의 삶을 위협한다. 그런데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신유한은 그들이 겪었을 굶주림과 추위를, 죽어서 여전히 굶주려 이승을 떠도는 그들의 영혼을 상상해 본다. 보리와 오이가 풍성하게 익고 들녘에서 사람들이 들밥을 먹는 일상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존재, 그들의 삶과 죽음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신유한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음을 되새긴다.
그 삶은 어떤 위로의 말을 던질 수 없을 만큼 처참하지만, 신유한은 그들에게 지극히 불행한 이승에 대한 집착을 풀고 무한의 세계에 노닐기를 권해 본다. 위정자의 책임을 환기하거나 여신에게 동정을 호소하는 여느 사대부들과 달리, 신유한은 이름 모를 이들의 넋을 어루만지며 깊이 애도를 표한다.
애도와 기억의 연대가 상실의 슬픔을 안고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내일로 이끄는 길이다.
최근 온라인 추모 공간 '애도와 기억의 장'을 연 코로나 19 인권대응네트워크의 말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숫자 아래에 가리워진 개인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1742년 신유한이 올린 여제는 치성하는 역병을 막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름 모를 이들의 영혼에 건넸던 신유한의 따뜻한 손길이 산 자의 삶에까지 미쳤을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의 여제를 헛된다고 말할 수만은 없으리라.
▶️ 室(집 실)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이르러(至) 사는 집(갓머리(宀; 집, 집 안)部)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室(실)은 바깥채인 堂(당)에 대하여 안쪽의 방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室자는 '집'이나 '거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랑채를 堂(집 당)이라 하고 안쪽에 있는 방을 室(집 실)이라 했다. 그래서 堂은 주로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를 말했고 室은 집주인이 잠을 자는 곳을 뜻했다. 室자는 宀(집 면)자와 至(이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至자는 화살이 날아와 땅에 박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실내에 당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室(실)은 (1)어떤 기관(機關)에 딸린 부서를 뜻하는 말 (2)실성(室星) (3)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일정한 목적에 쓰이는 방(房) 등의 뜻으로 ①집, 건물(建物) ②방, 거실(居室) ③거처(居處), 사는 곳 ④아내 ⑤가족(家族), 일가(一家) ⑥몸, 신체(身體) ⑦가재(家財) ⑧구덩이(땅이 움푹하게 파인 곳), 무덤 ⑨굴(窟) ⑩별의 이름 ⑪칼집(칼의 몸을 꽂아 넣어 두도록 만든 물건) ⑫장가들다 ⑬시집보내다 ⑭교접(交接)하다, 성교(性交)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가(家), 집 궁(宮), 집 옥(屋), 집 저(邸), 집 원(院), 집 호(戶), 집 사(舍), 집 헌(軒), 집 각(閣), 집 관(館)이다. 용례로는 그 방의 장을 실장(室長), 방 안을 실내(室內), 집의 바깥을 실외(室外), 학교 교사 가운데 오로지 수업에만 쓰이는 방을 교실(敎室), 누에를 치는 방을 잠실(蠶室), 난방 장치를 한 방을 온실(溫室), 아낙네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내실(內室), 한 집안 사람을 가실(家室), 잠을 자는 방을 침실(寢室), 임금의 집안을 왕실(王室), 목욕할 수 있는 방을 욕실(浴室), 평소에 기거하는 방을 거실(居室),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실(獨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을 화실(畫室),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환자가 따로 거처하는 방을 병실(病室), 남의 드나들기를 허락하지 아니하는 비밀한 방을 밀실(密室), 본디의 사무실에서 갈라져 나가 사무를 보는 곳을 분실(分室), 병원 등에서 아이를 낳는 데 쓰는 방을 산실(産室), 손님을 거처하게 하거나 응접하는 방을 객실(客室), 남의 첩이 되어 있는 여자를 첩실(妾室), 한 울타리 안의 여러 채의 집과 방을 당실(堂室), 방에서 물러남을 퇴실(退室), 방안에 가득함을 만실(滿室), 죽은 아내를 망실(亡室), 부부 사이의 화락을 이르는 말을 실가지락(室家之樂),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방을 비우면 빛이 그 틈새로 들어와 환하다는 뜻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허실생백(虛室生白),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었다는 뜻으로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거나 흩어진 상태를 이르는 말을 십실구공(十室九空),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로 어떤 일에나 그 차례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승당입실(升堂入室), 남과 썩 가깝게 친하여 한 집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변동일실(便同一室), 칠실 고을의 근심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에 맞지도 않는 근심을 이르는 말을 칠실지우(漆室之憂), 집을 지으면서 지나가는 행인과 상의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주관이나 계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을 축실도모(築室道謀), 한 집안 식구와 같이 정의가 두터움을 일컫는 말을 의동일실(義同一室),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등에 쓰인다.
▶️ 家(집 가, 여자 고)는 ❶회의문자로 宊(가)와 동자(同字)이고, 姑(시어미 고)와 통한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안에서 돼지(豕)를 기른다는 뜻을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家자는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家자는 宀(집 면)자와 豕(돼지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예로부터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은 집안의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러니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우리를 반지하에 두고 그 위로는 사람이 함께 사는 특이한 구조의 집을 지었었다. 아직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중국의 일부 소수민족은 집안에 돼지를 기르고 있다. 家자는 그러한 가옥의 형태가 반영된 글자이다. 그래서 家(가)는 (1)일부 한자어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그 방면의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어떤 일에 능하거나 또는 지식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3)어떤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4)성 다음에 붙어, 그 집안을 나타내는 말 (5)호적상, 한 가(家)로 등록된 친족의 단체 등의 뜻으로 ①집 ②자기(自己) 집 ③가족(家族) ④집안 ⑤문벌(門閥) ⑥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⑦조정 ⑧도성(都城) ⑨전문가 ⑩정통한 사람 ⑪용한이 ⑫학자(學者) ⑬학파(學派) ⑭남편(男便) ⑮아내 ⑯마나님(나이가 많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⑰살림살이 ⑱집을 장만하여 살다 그리고 ⓐ여자(女子)(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궁(宮) 등이 있다. 용례로는 부부를 기초로 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을 가족(家族), 한 가족으로서의 집안을 가정(家庭),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음을 가출(家出),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을 가보(家寶), 집안 식구를 가구(家口), 남에게 대하여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친(家親), 남에게 자기 아들을 이르는 말을 가아(家兒), 집안 살림의 수입과 지출의 상태를 가계(家計), 한 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사람이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집을 가옥(家屋), 집안이나 문중을 가문(家門),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집안 어른이 그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을 가훈(家訓),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게 길들여져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가축(家畜),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한 집안의 대대로 이어 온 계통을 가계(家系),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집마다 또는 모든 집을 일컫는 말을 가가호호(家家戶戶), 빈한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뜻으로 살림이 심히 구차함을 이르는 말을 가도벽립(家徒壁立), 집안이 네 벽 뿐이라는 뜻으로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도사벽(家徒四壁), 석은 한 항아리고 담은 두 항아리의 뜻으로 집에 조금도 없다는 말로 집에 재물의 여유가 조금도 없음을 이르는 말을 가무담석(家無擔石), 한 집안에 주인이 둘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군신의 다름을 이르는 말을 가무이주(家無二主), 집에서 먹는 평소의 식사라는 뜻으로 일상사나 당연지사를 이르는 말을 가상다반(家常茶飯), 타국이나 타향에 살 때는 고향 가족의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을 가서만금(家書萬金), 집집마다 알려주어 알아듣게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유호효(家喩戶曉),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물오리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일상 흔한 것을 피하고 새로운 것 진기한 것을 존중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계야목(家鷄野鶩),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꿩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아내를 소박하고 첩을 좋아함 또는 흔한 것을 멀리하고 언제나 새롭고 진귀한 것을 중히 여김을 이르는 말을 가계야치(家鷄野雉), 집집마다 살림이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해 살기 좋음을 이르는 말을 가급인족(家給人足), 집안이 가난하여 혼백이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뜻을 얻지 못하고 실의에 빠짐을 이르는 말을 가빈낙탁(家貧落魄),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벼슬자리라도 얻어서 어버이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을 가빈친로(家貧親老) 등에 쓰인다.
▶️ 啼(울 제)는 형성문자로 謕(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帝(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啼(제)는 ①울다 ②(새나 짐승이) 울부짖다 ③소리내어 울다 ④눈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러워할 통(慟), 울 곡(哭), 울 읍(泣)이다. 용례로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제성(啼聲), 우는 새 또는 새의 울음소리를 제조(啼鳥), 피를 토하며 욺을 제혈(啼血), 큰 소리로 욺을 제곡(啼哭), 소리를 높여 욺을 제읍(啼泣), 울려는 아이 뺨 치기라는 뜻으로 남이 핑계로 삼을 일을 하거나 또는 시끄러운 일이 생기려고 하는데 그 일이 더 빨리 터질 수 있게 충동한 경우를 이르는 말을 타욕제지아(打欲啼之兒),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소제양난(笑啼兩難) 등에 쓰인다.
▶️ 呼(부르짖을 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乎(호; 내쉬는 숨소리)로 이루어졌다. '숨을 내쉬다'의 뜻과 또 음(音)을 빌어 큰소리로 '부르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呼자는 '부르다'나 '(숨을)내쉬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呼자는 口(입 구)자와 乎(어조사 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乎자는 지금은 '어조사'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본래는 도끼 찍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다. 呼자는 이렇게 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乎자에 口자를 결합한 것으로 말이 넓게 퍼져나간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呼(호)는 ①부르다 ②(숨을)내쉬다 ③부르짖다 ④호통치다(크게 꾸짖거나 주의를 주다), 큰소리를 지르다 ⑤슬프다 ⑥아! 탄식(歎息)의 소리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부를 소(召), 읊을 음(吟), 부를 창(唱), 부를 환(吸),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실 흡(吸), 응할 응(應)이다. 용례로는 팔거나 사려고 물건의 값을 얼마라고 부름을 호가(呼價), 이름을 부름을 호명(呼名), 어머니라고 부름을 호모(呼母), 아버지라고 부름을 호부(呼父), 부르는 소리를 호성(呼聲), 억울하고 원통한 사정을 관청이나 남에게 하소연하는 것을 호소(呼訴), 원통함을 부르짖어 말함을 호원(呼冤), 부름에 따라 대답함을 호응(呼應), 소리를 높이어 부름을 호창(呼唱), 불러냄을 호출(呼出), 불러 일컬음 또는 이름을 지어 부름을 호칭(呼稱), 형이라고 부름을 호형(呼兄),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을 호흡(呼吸), 외침이나 말로 부름을 구호(口呼), 목소리를 크게 하여 부름을 대호(大呼), 계속하여 부름을 연호(連呼), 기쁘고 반가워서 고함을 지름을 환호(歡呼), 떠들며 부름을 훤호(喧呼), 원통한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다는 말을 호소무지(呼訴無地), 썩 가까운 벗의 사이에 형이니 아우니 하고 서로 부름을 이르는 말을 호형호제(呼兄呼弟),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고 부름을 이르는 말을 호부호형(呼父呼兄), 불러 오고 불러 간다는 말을 호래초거(呼來招去),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름을 이르는 말을 호부호모(呼父呼母), 사람을 불러 왔다가 다시 그 길로 곧 돌려 보낸다는 말을 호래척거(呼來斥去), 원통한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다는 말을 호소무처(呼訴無處), 손짓하여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이르는 말을 지호지간(指呼之間), 기뻐서 소리치며 날뛴다는 말을 환호작약(歡呼雀躍), 몹시 슬프거나 분하거나 할 때 하늘과 땅을 향해 울부짖는 일을 이르는 말을 규천호지(叫天呼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소리 지른다는 뜻으로 좋은 기회를 터서 일을 시행하면 이루기가 쉽다는 말을 순풍이호(順風而呼), 한 사람이 소리내어 외치면 여러 사람이 이에 따른다는 말을 일호백낙(一呼百諾)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音(소리 음/그늘 음)은 ❶지사문자로 言(언)의 口(구)속에 또는 一(일)을 더한 모양, 노래 부르거나 외거나 할 때에 곡조(曲調)를 붙인 말, 또는 목구멍 속에서 나는 소리, 뚜렷한 말이 되지 않는 음성(音聲), 음(音)을 글자의 성분(成分)으로 하는 글자에는 어둡다는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서는 일반적으로 음(音)이나 음성(音聲), 음악(音樂)의 뜻을 나타낸다. ❷지사문자로 音자는 '소리'나 '말',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音자에 '말'이라는 뜻이 있는 것은 音자가 言(말씀 언)자와 같은 문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는 '소리'와 '말'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음악'과 '말'을 구별하기 위해 기존의 言자에 획을 하나 더 긋는 방식으로 音자를 만들어냈다. 사실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마치 나팔을 부는 것과도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단순히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려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音자는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소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音(음)은 (1)소리 (2)자음(字音) 등의 뜻으로 ①소리 ②글 읽는 소리 ③말, 언어(言語) ④음악(音樂), 음률(音律) ⑤소식(消息), 음신(音信) ⑥그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소리 성(聲), 운 운(韻)이다. 용례로는 한자의 음을 가지고 외국어의 음을 나타내는 일을 음역(音譯), 축음기의 레코드를 음반(音盤), 목소리로 발음 기관에서 생기는 음향을 음성(音聲), 악곡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의 총칭을 음곡(音曲), 소리 내어 읽음을 음독(音讀), 소리의 가락을 음조(音調), 음악에 사용되는 음을 어떤 한 음으로부터 차례로 늘어놓은 것을 음계(音階), 악보에서 음의 길이와 높낮이를 나타내는 기호를 음표(音標), 시끄럽게 들리어 불쾌감을 자아내는 소리의 총칭을 소음(騷音), 불규칙한 파동으로 불유쾌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잡음(雜音), 음이 바뀌어 달리 나오는 일을 전음(轉音), 글자의 음을 자음(字音), 글을 읽는 소리 또는 한자의 음을 독음(讀音), 편지의 높임말을 혜음(惠音), 사람이 죽었다고 알리는 말이나 글을 부음(訃音),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짧게 나는 소리를 단음(短音),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높이가 다른 소리를 내는 음을 복음(複音), 말의 소리를 냄을 발음(發音), 휘파람 소리를 소음(嘯音), 원음을 반음 또는 온음 높이거나 낮추는 것 또는 그렇게 변하여진 음을 변음(變音), 풍악이나 노래 등의 곡조가 썩 아름다운 지경에 이름을 득음(得音), 두 소리 또는 그 이상의 소리가 합쳐질 때 그 중의 일부가 줄어지는 현상을 약음(約音),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거나 바깥에서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을 방음(防音), 매우 반갑고 기쁜 소식으로 그리스도에 의한 인간 구원의 길 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복음(福音), 몹시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를 굉음(轟音), 코로 내는 소리를 비음(鼻音), 두 개 이상의 높이가 다른 음이 동시에 울렸을 때에 어울려 나는 소리를 화음(和音),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소식이 서로 통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음신불통(音信不通), 글자가 같으나 음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동자이음(同字異音), 자음은 같으나 뜻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동음이의(同音異義), 발음은 같으나 글자가 다름 또는 그 글자를 일컫는 말을 동음이자(同音異字),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함을 일컫는 말을 이구동음(異口同音), 소리를 듣고 그 거동을 살피니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의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영음찰리(聆音察理), 둘 이상의 음이 같이 울릴 때 서로 어울리지 않고 탁하게 들리는 음을 일컫는 말을 불협화음(不協和音), 나라를 망치는 음악이란 뜻으로 저속하고 난잡한 음악을 일컫는 말을 망국지음(亡國之音), 아무 것도 없는 골짜기에 울리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는 뜻으로 쓸쓸할 때 손님이나 기쁜 소식이 온다를 이르는 말을 공곡족음(空谷足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