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동훈, 학폭 보도 당시 정순신과 함께 근무... 정말 몰랐나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57)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검증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부실한 검증 시스템이 속속 드러나면서 '예고된 인사 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와 경찰이 아들 학폭 문제를 보고하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한동훈, 학폭 보도 당시 정순신과 함께 근무... 정말 몰랐나© 제공: 한국일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정 변호사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에 사퇴했다. 뉴스1
하루 만에 임명 철회··· 대통령실 "경찰·내정자 탓"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임명한 지 하루 만에 취소했다. 정 변호사 아들이 2017년 자립형 사립고 재학 시절 동급생을 상대로 학폭을 저질러 강제 전학 처분을 받고도, 정 변호사가 전학 처분에 맞서 '끝장 소송'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전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런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란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수본부장 공모부터 임명까지 한 달 넘도록 '아들 학폭'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원인을 초기 검증 부실 탓으로 돌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5년 전 관련 보도가 있었지만 실명이 아니라 익명이었기 때문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어렵다"면서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걸러지지 못했다"고 경찰의 부실 검증을 질타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과거 정부와 달리 민간인 사찰 수준의 정보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후보자 본인이 먼저 알려오지 않는 이상 인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한동훈, 학폭 보도 당시 정순신과 함께 근무... 정말 몰랐나© 제공: 한국일보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국가수사본부장 검증 관련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한동훈·이원모, 학폭 보도 당시 정순신과 같은 곳서 근무
하지만 대통령실 해명과 달리 이번 인사 참사가 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한 윤석열 정부 인사 시스템이 낳은 예고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추천을 받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맡는다. 이후 법무부가 보낸 1차 자료를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2차 검증을 한다. 현재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과 이원모 전 검사, 이시원 전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찰 출신이 주도하다 보니, 검찰청에서 자신들과 한솥밥을 먹던 인사에 대해선 제대로 검증하기가 힘든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