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마. 웃어, 웃어야돼. 넌 웃는게 이쁘니깐. 기억해둬. 울면 지는거야, 알았지 ?
매퀘한 연기가 폐를 조여온다. 산소가 급격히 사라지는 공간에서 짠내나는 눈물만 쥐어 짜가며 콧물을 쓱하니 훔친다.
작은 불씨가 튀였는지 허벅지에 참을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살타는 냄새가 났지만, 소녀는 이를 악물고 흐릿한
시야 속에서 손을 휘젖는다. 이게 마지막이라니, 절대 믿을 수 없다. 고통에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그 아이에게
보인다는 것이 싫었지만, 이대로 이렇게 끝나는 것도 싫었다. 그것은 죽는 것 보다 더 싫었다. 몇 걸음 더 걸었을까,
발치에 뭔가 걸리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미 온 몸에 힘이 쭉 빠진 상태였기에 뜨겁게 달구어진 바닥에서 헤엄치 듯
허우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묵직한 무언가가 등을 감쌓다. 콰지직. 천장이 살짝 무너져 내렸다. 눈 앞에 들이닥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것이다, 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언제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허우적 거리다가 죽을 수는 없다. 죽더라도, 목적만큼은 이루고 죽고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니. 눈물로 인해 흐릿하던 시야에 잡힌 그 아이는. 소녀의 큰 눈을 더욱 커다랗게 만들어준 그 아이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까지 웃어라고 말해준 그 아이는. 그렇게 그대로. 소녀의 등 위에서
떨어지는 천장 부스러기를 받아내며 언제 적셨는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손수건으로 소녀의 코와 입을 막아주었다.
소녀는 입술을 뻥긋 거렸다. 코와 입을 막고 있는 손수건 탓인지 발음이 자꾸 세버린다. 하지만. 소년은 알아들은 것인지
소녀의 귓가에 나즈막히 중얼 거렸다.
나도.
그 순간. 천장까지 치솟았던 검붉은 악마가 두사람을 집어삼킬 듯 입을 크게 벌렸을 때. 위태롭게 버티고 서있던 천장이
와르르르 무너졌다.
Written by. 《아 수 라 장》
Start. 08.12.03
A
“Are you Ready?”
도망칠 수 없다. 도망칠 수 없으니깐. 흑백세상. 깨끗한 것, 더러운 것, 선한 것, 악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따뜻한 것, 차가운 것.
모든 것이 흑백.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무효한 상태. 70년대 흑백TV화면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생동감없는 그림같은 이 도시에서. 찾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며, 찾고싶은 것 또한, 없다. 다만, 간곡히 바라는 것이라면. 이 지긋지긋한 상태를 얼른 끝내버렸으면. 잔인하게도 매일같이 목을 조여오는, 서서히 숨통을 끊어오는 족쇄같은 이 것이. 끈덕지게 옭아매어 하루하루를 죽게 만드는 이 것이. 눈 깜빡할 세에 끝나버렸으면. 그래. 그것을 바랄뿐이다.
귓바퀴에 맴도는. 처참하게 무너뜨려서 흑백의 빛을 보여주게 한 그 목소리가. 잔혹할 정도로 진득하니 흘러 내리는, 그러나. 언제나. 그리워, 그리워 하다가 갈증에 괴로워 할때면 듣고 싶은 목소리는. 그래. 멀어질 때면, 생명과도 같은 그 것을 다시금 붙잡는 이 망할 놈의 나약함에. 그냥 진저리가 날 뿐이다.
웃자.
태양을 닮은, 언젠가는 태양이 되겠다던. 그 허무맹랑한 다짐이. 약속이. 꿈이. 한 순간의 물거품으로 가라 앉을때에는. 더이상은.
그녀석이 이 곳에 없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였고. 그것은. 그녀석이 아닌. 나의 사망선고와도 같은 그 것은. 지옥에 첫 발자국을 들이민.바보도 그냥 바보가 아닌, 미련할 정도로 멍청한 바보임을. 깨닫고서야, 그제서야, 비로소야 입술 끝자락에 송골 맺힌, 살짝만 건들여도.툭 끊어질 것 같은 희미한 미소는. 그에 대한 대답이리라. 마지막까지 그 말만 되풀이하던 그녀석에게 전하는 눈물어린 대답.
“Yes….”
B
“대체 왜?”
화재였다. 주위 사람들의 신속한 구조요청에 몇 분도 안되서 달려온 소방대원들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애를 먹을만큼 큰 화재였다.
부상자는 없었다. 불이 번지기 시작한 것은 2층 구석의 룸. 그래서인지 연기가 나기 시작하자, 모두들 곧바로 대피했기에 피해는 적었다. 아니,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죽어버렸다. 간절한 염원이,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허황히 메아리치며 사라져버렸다. 그 누가 알았으랴. 이렇게 허무하게 살아져버릴 줄. 미처 피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술에 취했었을 테니깐. 그들은. 성공적으로 끝마친 공연에 자축하며 마음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을 터였다. 그 누구도, 화재가 발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원은 다섯. 그 중에 두 명만이 살아 남았다고 들었다. 출입구 근처에 쓰러져 있던 여자는 소방대원에게 곧바로 구출되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찾아 갔을 때에는 기억을 송두리째 잊고서, 정신연령 낮은 어린애가 되어 있었다. 이를 악물고서, 마지막 한 명을. 유일한 희망인 마지막 희생자 한 명을 찾아 나섰지만, 신원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시신조차 남지 않고. 새까맣게 그을려 사라진 그들은 희망이였고, 빛이였고, 태양이였고, 그리고. 꿈이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허망하게. 사람들 기억 속에서. 그리고, 이 지구 상에서.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왜.왜.왜!”
쾅!
탁자를 덮고 있던 유리에 균열이 생겼다. 그에따라 얇은 살갖에 날카로운 부분이 베여 진득한 피가 흘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보고싶다. 두 손바닥으로 황망히 얼굴을 가리고서, 쓴 눈물을 삼켜냈다. 마른 침이 목구멍으로 꿀꺽, 잘도 넘어갔다.
기다릴께요.
단조롭게 울리던 그 목소리. 힘겨운 나날을 버티게 해주었던 버팀목과도 같은 그 목소리가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흩어졌다. 제기랄. 그들은 공연 시작하기 전, 자신들을 보러 달려온 관객들에게 항상 이렇게 묻곤 했다.
“Are you Ready?”
그리고. 우리는.
“Yes….”
* * *
때는 바야흐로, 땅을 뒤덮었던 새하얀 눈이 녹아 내리고, 새 생명이 고개를 배꼼 내밀며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잔뜩
들이 마시고 있을 봄. 청춘의 꽃이 몹시도 아름답게 핀 하루. 새들은 정겹게 지저귀고 파릇파릇 자라난 새싹들은
아웅다웅 수다를 지껄일 무렵.
새학기를 맞이하여, 과도하게 힘을 준 교복이나 전혀 학생 신분으로 보이지 않는 제각각 헤어 스타일. 아침부터
한껏 멋을 부린 아이들이 위풍당당한 걸음 거리로 교문을 통과하며, 방학 중 겪었을 황당무계하고 재미난 이야깃
거리를 주절주절 나불대고 있을 때.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향기로운 꽃내음이 가득 풍겨와, 아이들의 발걸음을 휘어 잡았다.
당장에라도 교문을 벗어나 야외로 소풍을 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에서,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위풍당당한 아이들의 어깻죽지를 축 늘어뜨리는, 오만하면서도 거만한 턱 높이에 꼿꼿이 지켜세운 눈매를 지닌
그녀가 등장하였으니. 어디보자.
한 손에는 미니 카세트를, 한 손에는 음악 테이프를 느슨하게 걸어 쥐고서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위풍당당한
행차를 하시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무수한 시선에 기죽지 않고,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듯 녹아내릴 듯한 달콤한
미소를 사뿐히 지어주곤, 음악 테이프를 카세트에 집어 넣는다.
이미 그녀를 알아본 아이들은 수근 거리기 시작했다. 전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녀는 바로,
사교계의 여왕이자, 풍월고에서 모르면 간첩인 박한새가 아니셨던가. 졸업하던 선배들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보고싶을거라며 눈물을 찔끔찔끔 짜내기도 했었다. 그러한 그녀가 이렇게 행차했다면.
그녀가 뭔가를 할 것임이 분명했으며, 그랬기에 동급생 아이들은 기대감에 부푼 시선을 그녀에게 내던졌다.
그들의 입가에는 하나같이 모두, 이제 곧 벌어질 쇼를 엿보기라도 한 듯, 즐거운 미소가 한껏 머금어져 있었다.
달칵.
길고 늘씬한 손가락이 재생버튼을 누르자. 확성기가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고 경쾌한 음악.
화창하고 맑은 날씨에 전혀 어색함 없이 어울러지는 곡조에 아이들은 교실 갈 생각을 접고, 그녀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든다.
짜라짜라짜짜짜-♪
“Aer you Ready?”
그녀의 물음에 아이들은 행복에 젖은 얼굴로. 밝은 미소로. 새 학기, 첫 스타트를 화려하게 장식해줄 그녀를 향해.
“Yes!”
a Talk
★
프롤로그가 엄청 짧아요, 스토리 구상 단계라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켜 봐주신다면 저야 더 바랄 것도
없지만서도요. 아직 실력이 미숙해서 업뎃 쪽지같은 건 없구요, 그냥 성실연재!
왜 이렇게 늦었어요? 라는 질문이 안나오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시구요, 오타가 보이면 바로바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작품의 저작권은 폭염주의보 에게만 있습니다.
첫댓글 우와!!!!!!!! 쟉이 문체 짱이얏.ㅠㅠㅠㅠㅠㅠ 나도 언제 저런 문체로 글을 써보냥.ㅍㅍㅍㅍㅍ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