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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독도카페 (DOKDO) 원문보기 글쓴이: 건대입구 사거리
독도카페 (DOKDO) , cafe.daum.net/zzzzzzaaaasasa (건대입구 사거리)
05년 즈음 이야기야. 한창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고액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어. 지금(2013년)은 아르바이트를 알선해주는 여러 사이트들이 넘쳐나지만 그때는 그냥 주변사람에 물어물어 찾거나 인력사무소에 가서 막일을 하거나 하는 수준이었어. 때문에 고액 단기알바라고 한다면 대부분 '시체닦이'라든가,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마루타)' 혹은 '동태잡이(철도에서 자살한 사람들의 시신을 처리)' 같은 것들이 고액알바랍시고 소문을 타고 돌아다녔다.
사실을 말하자면 시체닦이라든가 동태잡이 같은 알바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어. 구하는 것도 어려울뿐 아니라 실제로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길 일들은 아니었거든. 사실 당시가 딱히 먹고 살기 편한 시절은 아니었어. 월드컵도 넘기고 한창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았어.
외환위기 당시에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사금융도 들불처럼 번저나가던 시기였고. 하여간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가는 흑자니 it니 어쩌니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빚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던 시절이었어. 물론 외환위기 당시보다야 나았다만.
각설하고 그로인해서 당시에 의외로 자살자가 많았어. 때문에 시체닦이니 동태잡이니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소문이 횡횡했던 것이고.
그런 연유로 나 역시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등록금이라도 좀 벌어보고자 아르바이트를 결심했는데, 최소한 3달 빡시게 일하고 1학년 신나게 놀다가 2학기 즈음해서 휴학하고 군대에 입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름방학에 군대가기 전 해외여행을 가고싶어 빡시게 돈 벌 생각을 했어. 더군다나 대학 등록금도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눈치가 보이는 것도 좀 있었지.
하여간, 그런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 자신이 알바자리를 하나 구했는데 매우 고액알바라고 했었지. 최저시급도 지금의 절반에 가까운 시절이었는데 하루에 10만원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일이었어.
"무슨 일인데?"
일당 10만원 약 3일 정도 일을 하기 때문에 30만원 정도는 한번에 벌 수 있고, 딱히 기술도 필요없다고 했기 때문에 너무 좋은게 아닌가 싶어 궁금증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청소일인데..."
요약하자면 집을 청소해주는 일이었어. 그것도 사람이 죽은 집을 청소하는 일.
물론 절대 쉬운일은 아니었어. 그냥 죽은게 아니라, 대부분 자살하거나 노인 혼자 살다가 죽어서 집 전체를 뜯어내서 새로 시공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나마 겨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더라고. 방이 냉냉하기 때문에 여름처럼 파리가 알을 까서 구더기가 기어나오는 꼴 같은건 없을거라고 했거든. 그게 농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온갖 오물이 나와서 바닥을 오염시키는데다가 그 누구도 사람이 죽은 집의 집기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내부의 가구들을 전부 뜯어내고 벽지부터 바닥까지 새로 해야하는 일이었어.
"ok! 언제부터야?"
누구나 알다시피, 20살 초반에는 무슨 일이든 짧고 돈만 많이주면 혹하는게 대부분이라 나 역시도 아무생각없이 친구를 따라갔어.
좀 더 생각을 해봤어야 하는건데.
서울의 모 주택가.
좁은 도로 좌우로 낡은 빌라들이 가득 들어찬 마을이었어.
사실 이런 일을 할 때에는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얘기는 불문률이었지. 그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하려하지 않고, 물어보면 되려 화를내더라고. 그런 주의사항을 들었기 때문에 난 그저 닥치고 묵묵히 벽지를 뜯어내고 장판을 드러냈어.
친구녀석은 전날 술이 떡이되게 마셔서 오지 못했고 나 혼자오게 되었는데 그 덕인지 더더욱 서먹했어. 나보다 나이 많은 형 몇이 그나마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그날 하루종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예." 밖에 없었을거야. 물론 그런 말 몇마디도 별로 많지 않아서 정말 닥치고 일만 했지만.
하지만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엄습했어. 15평? 17평 정도 되는 작은 빌라였는데 정말 오래된 건물인지 천정도 낮고 화장실의 타일은 누렇게 변색되어있었어. 그런데다가 바닥의 장판들은 어째서인지 딱 보기에도 새카맣게 얼룩이 져 있었는데 잘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핏자국." 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거기에 그 자국이 방 여기저기 잔뜩 묻어있었고 안방은 매우 넓게 퍼진모습,거실은 여기저기 흩뿌려진 모습이었어.
이 집의 방은 두개. 하나는 안방 하나는 아이들 방인 듯 했는데 아이들 방에는 작은 2층 침대가 있었어. 하지만 피는 묻어있지 않았지.
어차피 사용할 수 없는 가구들이었기에 빠루나 해머를 들고 박살을 냈어. 이런 시끄러운 공사를 하면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올텐데, 주변 사람들은 그저 구경나와서는 "어휴 잘됐네~" 하는 식의 잡담들을 늘어놓을 뿐이었고.
큼직큼직하게 박살낸 물건들을 계단을 통해 들고내려와 화물트럭 위에 싣고 있는데 구경나온 아줌마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어휴... 애들은 뭔 죄래?"
"그러니까 민승이 아빠가 하여간 못되먹은 양반이라니까? 딱 봐도 알잖아요."
난 쓰레기를 던져놓고 짐짓 땀을 식히는 척 하며 담배하나 물고 서서 아주머니들 말에 귀를 기울였어.
"무슨 일인데요?"
"에고! 지은이 엄마는 잘 모르지? 저 집에..."
요약하자면 중소기업 사장이었던 아저씨가 외환위기때 부도를 맞고 이곳에 들어왔다가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얘기였어. 나름 열심히 살면서 빚을 갚아나갔는데 막내가 무슨 병에 걸렸다더라. 때문에 아버지라는 사람이 결국 생활고를 못 이겼는지 잠자는 아내를 장도리로 내리쳐 살해하고 아이들은 목을 졸라 살해한 다음 본인도 농약을 먹고 죽었다는 얘기였다. 사실 당시에 이런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던 당시라 그냥 그럴법 하다 정도 생각이 들었어.
"애가 무슨 잘못이야. 쯧쯧..."
아줌마들 얘기를 듣고 기분만 잡쳐 다시 작업하는곳으로 올라갔는데 아까보다 더 오싹한 기분이 들었어. 괜히 불문율은 아니었겠지. 차라리 모르는게 나은 얘기들었어.
한참 일을 하고 저녁 9시 즈음인가? 일이 끝났어.
일 끝나고 아저씨들이랑 형들 모여서 술 한잔 한다는데, 나는 그날 너무 피곤해서 먼저 가겠다고 하고 그 빌라 앞에서 헤어졌다. 근처에 순대국집인가? 그런데가 있다고 그리간다 하는데 난 동내 벗어나서 버스타러 반대쪽으로 헤어졌어. 흉흉한 사건이 일어나서 그런가 정말 인적이 없었다. 뭐랄까... 마치 게임 사일런트 힐의 도시처럼 적막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뒤를 돌아보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확 들더라고. 근데,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 정말 공포영화 등장인물들 욕할게 못된다는 걸 그때 느꼈지. 보면 안되는걸 아는데 나도 모르게 돌아본다니까?
뒤를 딱 돌아봤는데, 누군가 후다닥 하고 숨는게 보였어. 아니 보인건지 느낀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확 들었어. 진짜 갑자기 등줄기를 타고 찌르르한 기운이 확 올라오는데 이제 좀 있으면 성인이고 길 걸어가다가 어깨 툭 건들고 하면 싸움일으키던 정말 철없이 가오니 뭐니 하던 시절이었는데도 몸이 확 움추러들어서는 발걸음이 빨라지더라.
결국은 그렇게 골목을 벗어났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계속 뒤가 근질거렸어. 내 뒤에는 분명 사람이 타고 있는데 사람 말고 다른게 있는 것 같은 정말 개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그때 느꼈다. '내일부터 일 나가지 말아야지.' 하고 말야.
어차피 일당은 당일 나한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었고, 소개비를 떼는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좀 미안하더라도 일 못나간다고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고나서 차에서 내리는데 또 이 빌어먹을 눈이 제 멋대로 아까 내가 앉아있던 쪽을 바라보더라고. 그리고 거기서 부터 악몽의 시작이었다.
맨 뒷좌석에 애 엄마로 보이는 여자랑 애들 둘이 앉아있었는데 어디 상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귀신같은 모습도 아니었는데, 절대 사람같지 않은 느낌이 확 나는거야.
그 다음부터 진짜 집에 뛰어서 들어온 것 같다. 우리집도 잘 사는 편이 아니라서 큰길 옆에 작은 골목을 하나 지나야 했는데 거기 지나면서 헛것을 몇번이나 본 것 같았어.
우리집도 빌라여서 진짜 손 달달 떨면서 집키 따는데 왜 그렇게 문이 안따지는지... 여튼 미친듯이 열쇠구멍에 안들어가는 열쇠 집어넣으면서 결국 간신히 돌려서 집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집에 아무도 없더라.
아버지는 원래 출장이 잦아서 잘 안계시지만 어머니는 늘 집에 계시는 편인데,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외가에 내려가신다고 쪽지를 올려놨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여놓으시고. 난 그거보자마자 바로 집 안에 불 다 켜고 내 방 들어가서 침대 구석에 몸 딱 붙이고 문만 쳐다봤다.
근데 진짜 어이가 없던게... 방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거야. 정말 소름돋게.
내가 긴장하면 손톱으로 손가락을 긁는 버릇이 있거든? 진짜 미친듯이 긁었다. 그러면서 방 문을 처다보는데 뭐가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더라.
너무 무서워서 다시 거실로 후다닥 뛰어간 다음에 티비 켜놓고 볼륨 올리고 내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 켜고 당시에 다운받아놓았던 애니메이션을 켜놨다. 애니를 보려는게 아니라 그냥 그 적막감이 너무 싫었어. 어차피 내일 일도 없고해서 진짜 잠도 안자고 그날 밤을 버틸 요량으로 침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방문만 바라봤다.
문을 다시 닫을까 했는데 문 닫으면 또 스르륵 하고 열릴까 싶어서 아예 활짝 열어놨어.
얼마나 지났으려나? 갑자기 우리집에 창고로 사용하는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뭔가 덜그럭 하면서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라고. 진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한참 고민하다가 칼 하나 꺼내서 나갔다. 내가 당시에 군용 나이프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내 방에 칼이 몇자루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흉측하고 커다란 서바이벌 나이프를 꺼내서 손에 꽉 쥐고 창고방으로 갔어.
창고방은 불을 안켜놨고 문도 닫은 상태라서 진짜 뭐라고 해야지? 오금이 저린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렇더라고 진짜 공포영화에서 "아 거길 왜 들어가 ㅄ아!" 라고 할 법한 상황에 처해보니까 왜 거길 들어가는지 알겠더라. 아니 사실 왜 들어가는지는 모르겠고 나도 모르게 가게 되더라고.
문을 살짝 돌려서 열고 발로 확 밀면서 문에서 떨어졌다.
다행히 창고 안에는 별거 없더라.
난 한숨을 탁 내쉬면서 내 방으로 돌아갔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게 너무 조용한거야. 내 방에 돌아가고 생각해보니 이상한거지. 난 분명 거실에 티비도 켜놨고, 내 컴퓨터에 애니메이션도 켜놨는데 이상하게 조용하더라고. 나도 모르게 숨이 탁 막히더라. 그래서 내 방에 들어가놓고 다시 침대로 올라가지도 못한체 가만히 서 있었어.
그때...
분명 집 안인데 스산한 바람 같은게 귓가를 스치더라고.
그리고 무슨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라. 알 수 없는 말, 아니 너무 빨라서 그런건지 너무 작게 속사귀니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목소리가 계속 들렸어.
정말 움직이지조차 못하겠더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 목소리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선 그 자세에서 계속 그 목소리만 듣고 있었다. 제발 내 눈앞에 나타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이대로 빨리 해가 밝았으면 하면서 말야.
근데...
이상하게 다리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진짜 보지 말아야 하는데,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느낌이 들면 확인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슬금슬금 내려다 봤는데...
어린 남자애가 마치 수영장에 떠있는 것 처럼 우리집 바닥에 반쯤 잠겨서 날 처다보더라.
눈이 마주쳤는데,
날 보면서 씨익 웃더라. 근데 그 입술이 정말 귀 밑까지 쫙 찢어지는거 보고 바로 냅다 뛰어서 집 밖으로 나감.
신발도 안 신고 웃옷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집 밖으로 뛰어서 큰길로 나갔다.
그리고 24시간 영업하는 술집 찾아 들어가서 밤새도록 거기서 술퍼마심.
그 이후로 다시 나타나지는 않는데, 가끔 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면서 뒤에 뭔가 있는 기분이 든다.
알바 가려가며 해라.
진짜...
출처 - 공포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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