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홍해인)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40411/1/ATCE_CTGR_0020020022/view.do
아름답다 우아하다 라이벌 없다, 추앙함에…
쫄딱 망한 백화점 대표 ‘해인’
사랑 말고 추앙해달라는 ‘미정’
꼿꼿 도도한 이방인이라 더욱 빛나는 스타
가끔은 우리네 삶도 한 발 떨어져 봐도 괜찮아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문득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김지원)이 구씨(손석구)에게 갑자기 다가와 뜬금없이 말했던 대목이 떠오른다. 구씨가 혼자 사전에서 찾아본 ‘추앙’의 뜻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이었다. “고객님 사랑합니다”와 같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 흔하고 익숙해져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에 염미정은 ‘추앙’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가져온다. 낯설지만 어딘가 사랑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진심이 느껴지는 단어다.
‘눈물의 여왕’에서 백현우가 결코 쉽지 않은 마음으로 진짜 사랑을 표현하는 홍해인이라는 인물이나 ‘나의 해방일지’에서 사랑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신을 추앙하라고 말하는 염미정이라는 인물 모두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독특한 이미지가 더해져 더욱 빛이 난다. 그건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 듯한 도도한 이방인의 이미지다. 김지원은 자신이 선 자리에서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더욱 도드라진 아우라를 드러내는 배우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경기도 어디쯤의 가상 소도시인 산포시에 거주하는 염미정은 출퇴근시간으로 하루가 다 가서 퇴근 후 여가도 없는 ‘변방’의 삶을 살지만, 벼랑 끝에 서 있어서인지 오히려 진짜 행복을 직시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용감한 인물이다. 도시의 삶이 점심에 무엇을 먹고,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고, 다달이 받는 월급으로 ‘행복하다’ 여기는 그저 그런 시시한 것에 익숙해지는 거라면 염미정은 “고객님 사랑합니다”와 같은 사랑 대신 추앙을 이야기할 정도로 진짜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한가락 했지만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이 변방으로 칩거해 술에 빠져 살아가는 구씨조차 염미정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너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 깜짝 놀란다. 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 근데 넌 날 쫄게 해. 네가 눈앞에 보이면 긴장해. 그래서 병신 같아서 짜증 나. 짜증 나는데 자꾸 기다려.” 구씨가 한 이 고백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염미정의 아우라면서 그걸 연기한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이기도 하다. 변방에 서 있지만 어딘가 그곳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사람 같지 않은 도도한 이방인의 면면이 그것이다.
‘눈물의 여왕’에서도 홍해인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김지원의 이런 아우라가 빛을 발한다. 퀸즈백화점 대표로 화려하고 빛나는 세계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인물은, 자꾸만 그 세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오히려 도드라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뇌종양 시한부 판정을 받고 평범한 사람들보다 못한 처지로 미끄러지고, 백현우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용두리로 내려왔던 ‘여왕’의 위치에서 하루아침에 쫄딱 망해 이혼한 전남편 시댁에 얹혀사는 처지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시골의 소박한 삶 속에서도, 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처지임에도 이 인물은 여전히 꼿꼿하고 도도하다. 변방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그곳과 유리된 이방인으로서 자꾸만 시선이 머물게 하는 아우라를 드러낸다.
일찍이 ‘상속자들’에서 유라헬이란 악역으로 김은숙 작가의 눈도장을 찍고는 ‘태양의 후예’에서 육사 출신 군의장교 윤명주 중위로 서대영(진구)과의 커플 연기를 보여 줬을 때도 김지원이 가진 이러한 아우라는 그 세계 바깥에 나와 있어 오히려 추앙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들을 빚어내곤 했다. 임상춘 작가의 ‘쌈, 마이웨이’에서 연기한, 아나운서의 꿈을 꾸지만 현실은 백화점 인포데스크에서 일하는 최애라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스펙 때문에 ‘쌈마이’ 취급을 받으며 살지만, 그 변방의 세계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 이방인 같은 존재는 결국 ‘마이웨이’를 선택하는 당당함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고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쓴 선사시대의 인류사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선 탄야라는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를 연기하기도 했다.
김지원은 어딘가 추앙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그것은 평범하게만 보이는 세계 속에서 그 안에 스며들기보다는 자신의 진짜를 꼿꼿하게 유지하며 그 정체성을 지켜내는 데서 나오는 아우라다. 이건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삶을 그저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가끔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낯설게 바라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조금은 관조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반복되는 삶이 답답하거나 시시하게 느껴질 때 이방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 그건 스스로를 추앙함으로써 특별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을 테니.
완전 김지원 추앙하는 기사인데 너무 좋은 기사라 가져옴!
추앙받아 마땅한 배우..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좋음ㅠㅠ
사람대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 더 잘됐으면 좋겠다...
첫댓글 김지원이 연기하면 다 매력적으로 보여
눈빛이 너무 좋은 것 같아 섬세해.. 목소리도 발음도 정말 좋은 배우야
김지원 연기를 섬세하게 해ㅠ 진짜 연기력 탑이야 김지원의 아우라 + 김지원의 연기가 모아져서 그냥 그 인물로만 느껴지더라
정덕현의 페르소나 기사 좋더라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드라마 끝나고 이거 써줬는데 레전드임..기본적으로 각 배우에 대한 애정이 있는거같어
김지원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