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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mkorea.com/6901704997
인류의 기원사(이전편 보기):
1편 - "조상님이 사실 햄스터?" 최초의 인류, 사실 찍찍거렸다
2편 - "’인면수심’의 조상님..." , 후손들은 결국 ‘파묘’했다.
*재미를 위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고생물학, 고인류학 전문가 분들의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BGM
에서 이어지는 내용
환경 가설
대부분의 영장류는 어디 살까?
숲이다. 정확히는 밀림으로 빼곡한 열대 우림, 즉 상록 우림이다.
또 어떤 영장류, 이를테면 침팬지들은 개방 삼림지역에서도 곧잘 살아간다.
그리고, 사바나 관목지(Shrubland)에 사는 영장류도 있다.* 수백만 년 뒤(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 그러니까 사헬이나 오로린보다 500만년이나 뒤 쯤?)의 호미닌도 훗날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이족 보행의 완성또한 이 사바나로 떠난 여행과 상당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사바나가 이족 보행을 낳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이족 보행은 사바나를 마음의 고향으로 택한 것이다.
*개코원숭이, 파타스원숭이 등등. 관목지는 대체로 나무 높이가 3m를 넘지않는 지역이다.
사바나 가설
지난 시간에 잠시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동아프리카 지구대 형성 사건은 히말라야 산맥이 솟고, 인도네시아의 해로가 막힌 사건과 함께 초창기 인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로인해 300만~400만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비그늘 현상이 동아프리카 내륙 지역에 나타나 가물게 되었고, 이곳의 열대우림은 점차 마르기 시작해, 서서히 건조한 바위투성이 사막 관목지 배경의 사바나 기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바나 기후에 적응한 동식물들이 새롭게 번성하기 시작한다.
영양과 얼룩말같은 거대한 초식동물들이 초원을 메웠고, 그에 따라 이들을 잡아먹는 대형 육식동물들도 번성했다. 사바나 곳곳에 초식동물의 반쯤 썩은 사체들(사체가 생기는 원인은 포식자에 의한 피살보다 자연사가더 많았다)이 생겨났고, 또 그 틈은 청소 동물들의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훗날 어떤 호미닌들도 이 틈에 합류, ‘사바나의 청소부’를 자처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에, 이 부근의 기후와 자연환경, 그리고 생물학적 다양성은 매우 복잡해졌다. 숲 바로 옆에 너른 들판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높디높은 설산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고원이 있었고, 그 옆에는 가파른 골짜기가 있었다. 조금만 위도와 경도를 옮겨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해발고도가 휙휙 바뀌는 이 곳은 가혹하고도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자, 진화의 가속실험장이었다. 이중에서 특히 초기 호미닌의 주 무대로 주목되는 곳은 사바나 초원과 삼림 지역 사이에 끼인 이른바, ‘모자이크’ 지역이었다.
삼림 - 사바나 모자이크
수많은 종이 하루아침(사실은 십수만 년)사이에 멸종당했고, 다시 수많은 집단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어떤 무리들은 무식하게도 거대한 체격과 튼튼한 턱을, 또 어떤 무리들은 비리비리한 체구와 기괴하게 생긴 대두(짐작했겠지만 우리의 직계 조상이다. 그들은 후손들에게 '남쪽의 원숭이 인간',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이라 불릴 것이다)를 발달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호미닌 무리가 하루아침(사실 수십만 년)만에 옛 전통과 육신을 버리고 새롭게 탈바꿈, 즉 발산했다.
이족보행 또한 그 탈바꿈을 통해 마침내 완성된 하나의 테크트리 세트였다.
이족보행은 뜨거운 사바나의 열기를 더 좁은 면적으로 받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신체의 윗부분을 지면으로부터 일렁이는 지열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했으며, 대평야를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신체스펙의 포식자들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바나에서의 이족보행은 기괴한 고인물 스텝이었다. 그들은 사자같이 생긴 맹수에게 종종 잡아먹혔고, 재빠르게 달아나는 사슴을 따라잡지 못했을지언정, 척추를 곧추세우고 두 발로 위태롭고도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끊임없이 사바나를 떠돌 수 있었다. 사바나의 그 어떤 동물도, 호미닌보다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 스텝이, 먼 훗날, 그들이 지나가는 곳 마다 거대육상동물들의 상아탑(문자그대로임)을 세우는 전 지구의 최상위포식자로서 군림케 하리라.
하지만 동부아프리카가 사바나로 변해버리는 건 먼 훗날의 이야기고, 700만 년 전의 호미닌은 아직, 작고 나약한 나무 위 원숭이인간에 불과했다. 아직 이들은 채식주의자였고, 아주아주 가끔씩 기회주의적으로 육식을 했다.
('루시'로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등장하려면 아직 400만 년이나 남았는데(320만 년 전), 루시도 후하게 쳐줘야 플렉시테리언이었을 것이다. 인간이 본격적으로 고기 맛을 보기 시작했다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약 200만 년 전 쯤부터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그러니 루시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싶다면 제삿상의 절반을 과일과 야채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의 9할을 감자와 고구마같은 땅 속 식물로 채우고, 그리고 나서야 (되도록 지방 위주의 부드러운) 고기 몇 점을 얹어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환경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았고, 숲을 따라 피난하는 것도 그들 스스로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느릿느릿 벌어졌을 것이다. 아직 어색하게 이족보행하는 호미닌들에게, 굳이 위험으로 가득한 사바나를 어슬렁거리는 것보다 수분기 있는 옆동네 땅과 숲에서 살아갈 기회는 여전히 많았다. 아직, 인간은 사바나가 아니라 숲에 살았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이 시기(700~600만년 전)의 사바나는 여전히 이따금 두 발로 잘 걷는 어떤 용감한 호미닌 집단이 도전했다가, 잡아먹혀버리고 마는 호미닌의 무덤에 가까웠으리라.
결론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돌릴수록, 우리의 조상들은 그 어떤 ‘인간적’ 특성도 거저 얻지는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부분의 특성들이 다른 수많은 경쟁자들과 함께, 아주 작게 꾸물거리고만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우리가 인간성과 결부돼있다고 여기는 대표적 특성들은 700만 년 전엔 생태적 압력이라는 벽에 간신히 붙어 헐떡이는(언제 갑자기 사라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이들 사라졌다. 어떤 두 발로 잘 걷는 호미닌들은 결국 절멸했을 것이고, 그 후손들은 옆 동네의 숲에서 네 발로 더 잘 걷는 편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농담처럼 비유하자면, 이 가여운 선조들은 어쩌면 우리의 dna에 네안데르탈인들의 흔적이 있는 것처럼, 더 침팬지나 고릴라처럼 생긴 이웃 종들에게 유전적으로 흡수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수십, 수백번 있었을 지 모른다.
(나중의 이야기지만, 심지어 어떤 호미닌들은 지능을 대가로 희생시키고 대신 몸집을 키우는, 한마디로 멍청떡대가 되는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친척종의 멸종 이후에도 수십 만 년이나 지구에 발 붙일 수 있었다. 결국은 멸종했지만. 이건 분명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수십 만 년에 걸친 비극이리라.)
어떤 특성이 얼마나 더 빠르게,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는 다만 외부의 환경과 호미닌 내부에 도사린 발생학적 특징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달려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이 선조들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한다.
나는 물가의 숲에 살았던 초기 호미닌들 중 적어도 한 갈래가, 위에서 언급한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없이 많은 그럴듯한) 가설들 사이의 연쇄작용에 자연스레 이끌려 이족 보행을 더 정교하게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수백만년 간 네 발로 걷는 친척들과 부대끼며 마침내 우리에까지 이르렀으리라.
요약:
가장 먼저, 900~700만년 전 사이, 어떤 숲의 어떤 무리들은 숲을 두 발로 이동하는 것의 이점을 살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훗날 침팬지가 되는 부류의 조상과 조금씩 갈라졌고,
한 번 똑바로 서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호미닌들은 자연스레 형성된 여러 되먹임고리들에 의해 이족 보행으로 향하는 일방통행이 강제되었으며,
300~200만 년 전 쯤 멋모르고 들어서버린 사바나 풍 초행길로 인해,
수백만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두 발로) 걷게 된 것이다.
다윈의 말마따나 두 발로 걷는 것은 두 손을 해방시켰고,
무엇보다 궁극적으로는, 숲의 사람들이 초원의 떠돌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왔다.
나무 위의 생활은 이족보행의, 이족보행은 도구사용의, 그리고 도구 사용은 지능 발달의,
전적응이 되었다.
이족보행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인류'사, 그 첫 단추를 끼웠던 것이다.
다음 시간엔, 나무 아래서 두 발로 어색하게 걷기 시작한 초기 호미닌이,
어떻게 점차 새로운 사바나 환경에 적응해나가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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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écija, S., Tallman, M., Alba, D. et al. The femur of Orrorin tugenensis exhibits morphometric affinities with both Miocene apes and later hominins. Nat Commun 4, 2888 (2013)
Hannah M. Liddy, Sarah J. Feakins, Jessica E. Tierney. Cooling and drying in northeast Africa across the Pliocene.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Volume 44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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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재밌다 본래 인류는 수렵생활을 하면서 더 풍족했다던데 농경사회에 들어서서 빈부격차가 생기고..
오 되게 신기하구 재밌다
너무 재미있어..!! 다음편도 궁금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