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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이 송강에게 말했다.
“이 술법을 깨뜨리려면, 계주로 빨리 사람을 보내 공손승을 데려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지난번에 대종이 갔다가 전연 소식을 탐지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찾는단 말이오?”
“계주라 하더라도 읍내, 시장, 마을 같은 곳에서는 그를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제 생각에, 공손승은 청고(清高)한 사람이라 필시 명산대천(名山大川)의 경치 좋은 곳에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대종으로 하여금 계주 관할의 명산이나 선경을 다니며 찾아보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송강은 듣고서 즉시 대종을 불러 상의했다.
“계주로 가서 공손승을 찾아오시오.”
대종이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을 데리고 같이 가면 좋겠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자네는 신행법을 써서 가는데, 누가 자네를 따라갈 수 있겠는가?”
“같이 가는 사람의 다리에 갑마를 묶으면, 같이 달릴 수 있습니다.”
이규가 말했다.
“그럼 내가 대원장이랑 같이 갈래.”
대종이 말했다.
“자네가 만약 나를 따라가겠다면, 반드시 도중에 소식(素食)을 해야 하고 내 말을 잘 들어야 하네.”
“그게 뭐 어려운데?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할게.”
송강과 오용이 분부했다.
“도중에 조심하고 사고 치지 마라. 공손승을 만나면 빨리 돌아와.”
이규가 말했다.
“내가 은천석을 때려죽이는 바람에 시대관인이 감옥에 갇혔는데, 내가 어떻게 그를 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절대로 사고 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각기 무기를 감추고 보따리를 짊어지고 고당주를 떠나 계주를 향해 떠났다. 20여 리를 갔는데, 이규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형님! 술 한 잔 하고 가면 좋겠는데.”
대종이 말했다.
“신행법으로 나를 따라가려면 술 마시면 안 돼. 얼른 가자.”
“고기 좀 먹는다고 뭔 대수겠소?”
“너 또 그러냐? 오늘은 늦었으니 객점을 찾아서 쉬고 내일 일찍 떠나자.”
두 사람은 다시 30여 리를 걸었는데, 하늘이 어두워졌다. 객점을 찾아 들어가 밥을 지었다. 이규가 밥 한 그릇과 채소국 한 그릇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대종에게 건넸다. 대종이 말했다.
“넌 왜 밥 안 먹냐?”
“밥 생각 없어.”
대종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이 필시 나를 속이고 몰래 술과 고기를 먹으려는 거야.”
대종이 밥을 먹고 나서 살금살금 뒤쪽으로 돌아가 보니, 이규가 술 두 병과 소고기 한 접시를 놓고 먹고 있었다. 대종은 생각했다.
“내가 말해 봐야 뭐 하겠나? 지금 내버려두고, 내일 장난을 좀 쳐야겠다.”
대종은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이규는 술과 고기를 먹고서 대종이 뭐라고 할까 봐 살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잤다.
다음 날 새벽에 대종이 이규를 깨워 밥을 짓게 하여 먹고, 보따리를 지고 객점을 떠났다. 2리쯤 갔을 때, 대종이 말했다.
“어제는 신행법을 안 썼는데, 오늘은 멀리 가려면 신행법을 써야겠다. 넌 보따리를 단단히 묶어라. 내가 신행법을 써서 8백리를 가게 하겠다.”
대종은 갑마 네 개를 꺼내 이규의 양다리에 묶고 분부했다.
“네가 먼저 가서 앞에 있는 주점에서 나를 기다려라.”
대종이 주문을 외우고 이규의 다리에 기운을 불어넣자, 이규의 발걸음이 마치 구름을 타고 날아가는 것 같았다. 대종은 웃으며 혼자 말했다.
“요놈! 어디 하루 종일 한번 굶어 봐라.”
대종도 갑마를 묶고 뒤를 따라갔다. 이규는 신행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달릴 뿐이었다. 귓가에는 비바람 소리가 들리고 양쪽의 집과 나무들이 연달아 넘어지듯이 스쳐가며 발아래에서는 구름이 일어나고 안개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규는 무서워서 몇 번이나 발을 멈추려고 했지만, 두 다리를 멈추게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밑에서 밀어 올리는 듯해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것처럼 마냥 달리고만 있었다. 주점과 반점이 보였지만 들어가지도 못하고 계속 지나쳤다. 이규가 소리쳤다.
“할아버지! 제발 멈춰 주세요!”
계속 달리다 보니 붉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났지만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온몸에 땀이 차고 숨을 헐떡거렸다. 대종이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
“이형! 왜 밥도 안 사 먹고 가?”
이규가 응답했다.
“형님! 나 좀 구해주시오! 이 철우를 굶겨 죽일 셈이오!”
대종은 품속에서 구운 떡 몇 개를 꺼내 먹었다. 이규가 소리쳤다.
“발을 멈출 수가 없는데, 어떻게 먹는단 말이오? 우리 배 좀 채우고 갑시다.”
“아우! 달리면서 먹으면 돼.”
이규가 손을 뻗었으나 1장 정도 떨어져 있어 손이 닿질 않았다. 이규가 소리쳤다.
“착한 형님! 제발 세워 주세요!”
“오늘따라 더 잘 달리네! 내 다리도 내 마음대로 세울 수가 없네!”
“아이고! 내 이 좆같은 다리가 절반은 내 것이 아닌가 봐! 제멋대로 움직이네! 도끼로 아랫도리를 잘라 버릴까 보다!”
“그거 괜찮겠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정월 초하루까지 멈출 수 없을 거야.”
“착한 형님! 제발 그만 놀리시오!”
“너 어젯밤에 내 말 안 들었지? 오늘은 나도 멈출 수가 없으니, 네가 알아서 가!”
이규가 소리쳤다.
“착한 할아버지! 제발 좀 살려주세요!”
“나의 신행법은 비린내 나는 걸 먹으면 안 되는데, 그 중에서 첫 번째가 소고기다. 만약 소고기 한 덩어리를 먹었다면 곧장 10만리를 달려야만 비로소 멈출 수가 있다.”
“아이고! 내가 어젯밤에 형님을 속이고 몰래 소고기 몇 근을 먹었는데, 진짜 어쩌면 좋아!”
“이상하게 오늘따라 나도 다리를 멈출 수가 없네. 하늘 끝까지 달려갈 모양이다. 적어도 4~5년 정도는 가야 비로소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이규는 그 말을 듣고 하늘까지 치솟을 듯 비명을 질렀다. 대종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오늘부터 한 가지만 따라주면, 신행법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아이고! 아부지!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다시 또 나를 속이고 비린내 나는 걸 먹겠느냐?”
“내가 또 먹으면 혀끝에 주발만한 종기가 날 겁니다! 형님은 소식을 잘 하시지만, 철우는 소식을 하기 힘들어 형님을 속인 겁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안 그럴 게요.”
“그렇다면 한번은 용서해 주마!”
대종이 뒤에서 다가와 소매로 이규의 다리를 스치면서 소리쳤다.
“멈춰!”
이규는 마치 못을 박은 것처럼 두 다리가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대종이 말했다.
“난 먼저 갈 테니, 넌 천천히 오너라!”
이규가 다리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리를 끌어 보려고 해도 마치 쇠로 주조한 것처럼 조금도 끌리지 않았다. 이규가 소리쳤다.
“아이고! 형님! 나 좀 살려주시오!”
대종이 고개를 돌려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내 말대로 하겠느냐?”
“형님은 내 친아부지요. 어찌 감히 말씀을 어기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반드시 내 말에 따라야 한다.”
대종이 이규를 붙잡고 소리쳤다.
“움직여라!”
두 다리가 가볍게 움직였다. 이규가 말했다.
“형님! 철우를 가련히 여기셔서 제발 좀 쉬었다 갑시다!”
앞에 객점이 있어 두 사람은 투숙하였다. 대종과 이규는 방안으로 들어가 다리에 묶었던 갑마를 풀고 지전 수 백 장을 살랐다. 대종이 이규에게 물었다.
“이제 어떠냐?”
“두 다리가 이제 내 것 같네요.”
대종은 이규에게 밥을 짓게 하여 먹고, 물을 덥혀 발을 씻고 잠을 잤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먹고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났다. 3리쯤 갔을 때, 대종이 갑마를 꺼내 말했다.
“아우! 오늘은 두 개만 묶고 천천히 가자.”
“아이고! 아부지! 난 안 묶을랍니다.”
“넌 내 말에 따르겠다고 했잖아. 우리가 큰일을 해야 하는데, 어찌하여 농담을 하느냐? 만약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이곳에 밤새도록 못 박아 놓고서, 내가 계주에 가서 공손승을 찾아 돌아오는 길에 풀어줄 거야.”
이규가 황망히 소리쳤다.
“묶으시오! 묶어!”
대종과 이규는 그날 각각 갑마 두 개씩을 묶고 신행법을 써서 함께 달렸다. 원래 대종의 신행법은 가고 싶은 가고 멈추고 싶으면 멈출 수 있는 것이었다. 이규는 이때부터 감히 대종의 말을 어기지 못하고 도중에 소식만 하면서 갔다. 두 사람은 신행법을 써서 열흘에 못 되어 계주성에 당도하여 객점에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성안으로 들어갔다. 대종은 주인으로, 이규는 하인으로 변장하여 성안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공손승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객점으로 돌아와 쉬고, 다음 날 또 성안으로 들어가 좁은 골목길까지 다녀 보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유는 화가 나서 욕을 했다.
“저 거지 같은 도인은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찾기만 해 봐라, 대갈통을 잡고 형님에게 끌고 갈 거다.”
대종이 말했다.
“너 또 그러냐? 내 말 안 들으면 괴로울 건대?”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헤헤! 그냥 장난으로 말했어요.”
대종이 다시 꾸짖자, 이규는 감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객점으로 돌아가서 쉬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성 밖의 인근의 마을을 돌아다녔다. 대종은 노인만 보면 예를 갖춰 인사하고 공손승선생이 어디 살고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수십 곳을 다니며 묻다가, 정오 무렵이 되어 두 사람은 배가 고파 길가의 국수집으로 점심을 사 먹으러 들어갔다. 안에는 자리가 다 차서 빈자리가 없었다. 대종과 이규가 길에 서 있으려니, 점원이 말했다.
“손님! 국수 드시려면 저 노인과 함께 앉으시지요.”
대종이 들여다보니, 한 노인이 혼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마주보고 앉았다. 대종이 점원에게 국수 네 그릇을 주문하며 이규에게 말했다.
“나는 한 그릇이면 되고, 넌 세 그릇이면 되겠지?”
이규가 말했다.
“그걸로는 안 되죠. 한꺼번에 여섯 그릇은 먹어야 배가 부르지.”
점원이 듣고 웃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국수가 나오지 않자, 이규가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았다. 이미 심중으로 절반쯤 화가 난 상태였다. 그때 점원이 국수 한 그릇을 가지고 와서 노인 앞에 놓았다. 노인은 사양하지도 않고 국수 그릇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겨 그릇 가까이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국수를 먹으려고 했다. 그때 이규가 성급하게 소리쳤다.
“점원!”
소리치면서 탁자를 내리치는 바람에 국수 그릇이 뒤집어지면서 뜨거운 국물이 노인의 얼굴에 튀었다. 노인이 화가 나서 이규의 멱살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네 이놈! 이게 무슨 도리냐? 왜 내 국수를 엎어놓느냐?”
이규가 주먹을 들어 노인을 치려고 하자, 대종이 말리고서 노인에게 대신 사과했다.
“어르신! 참으십시오! 이놈은 정상이 아닙니다. 국수는 제가 변상하겠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손님은 모르십시다. 이 늙은이는 갈 길이 멀어 빨리 국수를 먹고 설법을 들으러 가야 하는데, 늦으면 안 된단 말이오.”
대종이 물었다.
“어르신은 어디 사십니까? 누구의 설법을 들으러 가십니까?”
“나는 이곳 계주 관할의 구궁현(九宮縣) 이선산(二仙山) 아래 사는 사람인데, 성중에서 좋은 향을 사서 돌아가 산 위의 나진인(羅真人)께서 강설하시는 불로장생법을 들으려 합니다.”
대종은 생각했다.
“혹시 공손승이 거기 있는 게 아닐까?”
대종이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마을에 공손승이란 사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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