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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 사회의 개혁 길라잡이』 (도서출판 우리겨레 정호일저) 70쪽~73쪽 인용
사회 제도의 수립과 관련하여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이해
사회 제도의 수립과 관련해서 정의와 공정이 주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의와 공정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파악됩니다. 정의와 공정이 주되게 거론되는 시대는 자본주의 시기에 이르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예제 사회나 신분제 사회에서처럼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거나 차별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나 공정을 말한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자본주의 이전 시기의 정의는 주되게 도덕론이나 이상론적인 이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살아야 한다는 이념이 확고하게 보장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정의나 공정에 대한 이해가 그런 도덕론이나 이상론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끼리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원리와 근거에 의해 이뤄져야만 정의롭고 공정하냐가 당장 현실의 문제로 제기된 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은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점차 인간관계에서의 자유와 평등이 사실상 위협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인간 외적인 조건에 대해서도 따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해답들로서 기회 균등이나 차등적 분배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인간끼리의 관계 속에서 정의와 공정을 논하게 되면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 이상을 내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해답을 포함시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정의와 공정을 논한 두 해답 사이에는 종합시킬 수 있는 원리가 부재합니다. 그래서 필연코 모순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인간끼리의 관계에 대한 해답으로 자유와 평등을 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외적 조건에 대한 해답으로 기회의 균등과 차등적 분배를 거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자면 두 원리의 관계에 대해 선후차를 설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을 제1 원리로 보게 되면 사실상 빈부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힘 있게 나아가지 못해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 위협받게 됩니다. 반면에 기회의 균등이나 차등적인 분배를 강조하게 되면 약자를 배려하고 앞세웠다는 이유로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사실상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바라본 정의와 공정의 모순적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일례로 어떤 사람은 덩치가 커서 밥을 많이 먹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소식주의자여서 밥을 적게 먹어도 된다고 상정해 봅니다. 이럴 때 공평한 정의와 분배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두 사람의 평균치의 양을 똑같이 나눠주었다면 소식주의자는 밥을 남기게 될 것이고, 덩치 큰 사람은 배고프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두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다 주었다면 모두 만족하게 될 것입니다. 전자는 형식적인 평등이 이뤄진 것이고, 후자는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실질적인 평등 관계가 이뤄진 원리가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 해답을 찾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인간이 주인 대접을 받고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여 나간다는 시대사적 과제가 그 물음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의와 공정성을 따질 때도 인간끼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시대사적 요청을 받아들여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에 그걸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격상시켜 파악해야 합니다.
주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인간 외적 조건에 대해서도 또 다른 원리를 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 간에도 실질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게 하기에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인간끼리의 관계는 자유와 평등을 제시하고, 인간 외적 조건 부분에 대해서는 기회 균등과 차등적 분배를 주장하면 서로 강조점을 달리하게 되므로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개혁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사회 제도의 수립과 관련해서는 민이 주체로 등장한 시대사적 의미를 반영하여 민주적인 제도와 질서 체계를 세우는 것임을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
민주적인 제도와 질서 체계를 세운다는 것은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질서 체계를 수립한다는 뜻입니다. 민주라고 해서 독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만 한정시켜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민이 사회와 역사의 주체로 등장하는 시대사적 위치에서, 민은 인간 외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즉 주인으로 대접받고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 노력으로 인간끼리의 관계에 있어서도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관계로 되어, 자유와 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면서도 그보다 더 거룩한 동지적 의리와 사랑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의와 공정도 이런 시대사적 높이에 맞게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의와 절차를 세우는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대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여전히 주되게 자유와 평등 관계로 보는 것에 안착해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민이 사회와 역사의 주체로 등장한 시대사적 의미를 받아들여 인간 간의 관계를 참다운 사랑과 의리가 싹트는 관계로 상승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시대사적 의미를 받아들여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입장과 자세를 자주라고 말하고,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질서 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민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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