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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27
19.
“여보세요. 제임스?”
“쎄지로. 접니다.”
“먼저 말할게요. 제임스. 혹시 칼림교라고 알아요?”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않다는 것을 쎄지로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안다면 분명 결과에 의한 것이다. 놀라웠다.
“아니. 저는 자세히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에 칼림교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쎄지로에게 부탁한 것입니다. 어서 말해주시지요.”
“그럴 거예요. 칼림교는 등록된 교가 아니에요.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2 의 서울은 칼림교 수양원이에요. 32 는 경기도 역곡의 칼림교 포교당이고요, 42 의 대전은 유성리의 칼림교 기도원이었어요.”
“어디에 있는 전화로 하셨습니까?”
나는 순간 놀라워 급히 물었다.
“제임스. 제가 누구예요. 그동안 제임스에게 듣고 배운 내공도 만만치 않아요. 걱정되어서 그러죠? 일층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공중전화로 하였어요. 저 잘했지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제임스 당신을 믿고 있지만, 걱정되어서 그래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권아지에 대한 자료는 잘 되어 가고 있습니까?”
“예. 내일 보낼 수 있겠어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든 몸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셔요. 제발 부탁해요. 제임스.”
출입구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전화의 플립을 닫았다.
릭 경감이 그 특유의 걸음걸이로 두 팔을 휘저으며 테이블에 와서 그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는 자기의 빈 잔에 커피포트를 기울여 남은 커피를 다 따라 채웠다. 우리는 궁금한 채 그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그는 한 모금의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든 채 입을 열었다.
“도도이프의 법정심문이 3 일 후 금요일밤 10 시로 잡혔소. 그는 체포된 이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있오. 특별하다고 인정된 사건의 심문일 경우에만 오전 일찍 또는 밤늦게 재판정을 열지만, 도도이프의 경우는 특별하지 않으면서 특별한 경우로 되어 있오. 방금 트랜서 검사로부터 확인한 사실이오. 우린 뭔가 해야만 하오.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없오. 자.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인원을 더 보충해야 하는지, 아니면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것을 확보하든지. 하여튼 뭔가 하여야 하오.”
그가 앉자마자 커피를 마신 이유도 알겠고, 허탈해 하는몸짓도 이해가 갔다. 케롤과 우리는 침묵했다. 직감으로 뭔가 우리가 잘못가고 있구나 느꼈지만, 확연히 떠오른 것이 없었다. 다시 혼란스러운 시작이 되는가 하는 걱정이 뇌리를 스쳤다. 어쨌든 그러한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시행착오 같은 사태 해결의 절차에 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우려가 더 앞서 있었다.
“릭 경감님. 현재 레드플라워의 움직임은어떻습니까? 그들이 침묵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칼림교 역시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고. 왜, 도도이프가 이제서야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지? 3 일 후 그날이 내포한 의미는 무엇인지? 혹 금요일은 그들이 의도하는 어떤 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나는 혼란스럽고 심각한 상태에서 흐트러진 이 진행을 정리하여야 했다. 무언가 릭 경감에게서 듣고 싶었다. 내가 짐작하고 있는 조경순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또 다른 윤곽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말이다.
“그 후 현재까지 그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있소. 침묵 모드로 들어간 것 같오.”
그는 다시 커피잔을 기울여 나머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고는 케롤 경사와 나를 번갈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나와 케롤 경사는 본부로 돌아가서 도도이프의 증거에 대한 재 검토를 하겠오.
케롤 경사는 지금 받은 조경순의 전화내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할 수 있는 한 다 확인해야만 하오. 우리가 예상했던 조경순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증거검토를 역시 오늘 중에는 마쳐야 겠오.”
그는 말을 마치자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어떻게 할 것이냐? 묻고 있었다.
“좀 쉬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신들 주변에 있을겁니다.”
릭 경감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돌아서자 케롤 경사도 역시 일어났다.
“제임스. 휴대폰을 가까이 두세요. 수시로 연락할 수 있도록. 아시겠어요? 그리고 뒤를 조심하세요. 어쩌면 우린 침묵 속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그들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다. 단순한 목적이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한 두명의 살해 쯤은 절차라 생각하고 있는 목적 달성에 대한 절박한 상황의 조직이다.
케롤이 멍하게 릭 경감 등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뺨에 가벼운 키스를하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른손 바닥을 펴고 엄지를 세워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녀도 재빨리 오른 손바닥을 펴서 엄지를 세웠다. 우리는 동시에서로의 손바닥을 맞잡고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엄지를 맞추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치어스! 용기를 내서 잘 가자 는 뜻이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혼자라는 쓸쓸함을 느꼈다. 그 혼자라는 느낌은 나를 다시 전의에 불타게 하였으며 그 기운은 서서히 몸 전체로 퍼져 오랜만에 운기조식을 위한 자세를 만들게 했으며 오히려 머리를 맑게 하였다. 그러나 몸은 피곤하였다. 눈을 좀 붙여야 할것 같았다. 내일을 위해서.
요란한 멜로디가 잠을 깨웠다. 이 메일이 들어왔다. 쎄지로에게서 였다. 권아라와 권아지가 자매였음을 밝힌 문서를 찾았다고 하였다. 권아라의 호적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딸인 박인서를 찾았고, 그녀를 통하여 그녀의 어머니인 권아라와 이모인 권아지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였다 하였다.
또한, 박인혜와의 관계와 박인혜가 유학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떠났으며 그 일 년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보낸 편지를 확인하였다 하였다.
20.
박인혜. 그녀의 어머니 권아라. 이북 연변출생. 그 여동생 권아지. 권아지는 내 할머니였다. 권아지와 권아라는 자매일 개연성이 충분하였다. 그렇다면 내 아버지와 박인혜는 이종사촌. 나는 박인혜의 이종사촌 조카. 박인혜는 나에게 외 육촌 아주머니. 복잡하였지만, 박인혜는 내 할머니의 조카일 수가 있다. 할머니는 육이오 때 독자인 아들을 남한군을 돕는 지역 수송 지원병으로 보내 트럭을 운전하며 보급품을 지역 곳곳의 산속에 진을 치고있던 보병들에게 공급하였고, 그 와중에 좌측 무릎에 총상을 당해 다리를 절단하여 전장에서 돌아온 아들을 보살피며 도와 아들이 지역 농협조합의 장으로 일하게 하였다. 아들은 의족을 하였다. 그 아들이 젊은 나이에 죽자 다시 그 자식들. 그녀의 손자 손녀를 키웠다. 오로지 희생으로 삶을 사셨다. 그녀의 삶은 자식과 손자녀를 위한 것이었다. 허리가 구부러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어도 쉴 줄 몰랐다. 죽는 순간까지 천장 한구석 켠에 달아 놓은 호박 바가지속의 삼신할매는 그녀의 신앙이었다. 이미 눈물은 마른지 오래되었고 몸은 작고 가벼웠으며 허리는 펼 수 없을 만큼 굽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오직 신앙같이 아들의 자식들을 위하여 사셨다. 노력과 땀과 눈물과 고통. 그리고 인내와 마침내 피와 사랑까지 다 바쳐 자기를 버리고 아들의 자식들을 위해 사셨다. 그 할머니를 내가 화장을 하고 바닷가에 뼛가루를 뿌렸다.
내가 16 살 때 어느 늦은 봄날이었다. 방학 때 유학지에서 돌아와 할머니 곁에 앉아 앙상한 뼈마디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맡았던 할머니의 냄새는 그때 이미 오열을 가슴속에 흘리게 했으며, 또 하나의 눈물 꽃 나무를 심어 기르게 하였다. 그때 나는 할머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고 할머니 생전 웃음을 짓게 할 수도 없음을 알았다.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았다. 권아지. 내 할머니였다.
“할매. 왜 할매 이름이 아지야?”
여름방학 때 촌의 초가집에 돌아와 시원한 마루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내가물었다.
“응. 왜 그 이름이 이상하냐? 언니가 아라 이라서 내가 아지가 됐다.”
“할매 언니가 어디 사는데?”
“월남한 후 경성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소식을 모른다. 니가 커서 한번 찾아봐라. 내
생전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삼신할매가 우리 손자 손녀들을 도와 잘되어야 저절로 라도 만나게 될텐데… 휴~우~삼신할매요. 내 새끼들 부디 도와주소. 이렇게 빕니다.”
그렇게 내 할머니는 구부러진 허리가 더 굽도록 꿇어앉아 천장에 매달린 고지 바가지를 보며 두 손바닥을 붙여 수백 번을 비비며 빌었다. 나는 그런 할머니를 잊지 못하고 있다.
또 다시 휴대폰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이 휴대폰은 음량의 고저가 본체 좌측 옆에 붙어 있으며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아마도 전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눌렀던 것이 틀림없다. 늘 조심한다 하면서도 이렇게 놀라고는 하였다. 416 8911 이었다. 8 이면 버링턴 그리고 경찰.
“헬로. 제임스.”
더 말하기도 전에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제임스! 지금 위치는?”
케롤이었다. 까만 털 가진 귀여운 암놈 스피츠가 칭얼대는 것 같았다.
“Who is this lady? What’s up? “
“저예요. 케롤 경사예요. 빨리 답해주세요.”
더 이상 농담할 기분을 막았다.
“404 하이웨이.작업장에 들렀다가 온타리오 호숫물 좀 마시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밤중에 웬 전화? 아직 근무 중입니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어요. 홀스 스탁톤씨가 당신과 통화하고 싶데요. 30 분 후 다시 전화하기로 했으니 곧 본부로 와 주세요. 릭 경감님도 함께 계셔요. 당분간은 늘 이렇게 밤낮이 없잖아요.”
“홀스 스탁톤. 듀발리에 홀스 그분이 전화를 했었어요?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뭔가 빠트렸는데, 중요할지 어떨지는모르지만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알았습니다. 지금 그곳으로 방향을 틀면 30 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거의 정확한 시각에 심문실 안 탁자 위의 전화벨이 울렸다.
“제임스입니다. 홀스?”
“그렇습니다. 홀스 스탁톤.”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고 있음을 느꼈다. 헤드폰을 쓴 채 듣고있는 케롤과 릭 경감과는 달리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만났을 때의 음성과는 달리 힘이 더 없는 것같이 느껴졌다.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이든 다 중요하니 빠트리지 말고 천천히 말하십시오.”
전화는 공중전화였다. 멀리서 잔디깎는 기계의 엔진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애플 레드릿지의
라비에는 공중전화가 없었다. 체크 인. 아웃 카운터에서 얼마든지 각 방으로 연락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어디에서든 전화를 하고 만나고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한다. 리타이어(은퇴자)들 이잖은가. 만나고 싶거나 보고 싶을 때는 언제고 라비에서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