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시 폐에서 뿌연 '간유리 음영'이 나타났다면 이미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간유리 음영이란 흉부 CT 영상에서 유리를 갈아서 뿌려 놓은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성수, 문덕환 교수 연구팀은 2012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이 병원에서 폐암이 의심되는 '폐암의증'으로 수술받은 환자 중 간유리 음영이 나타난 36명의 진단 건수 44건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44건을 폐암 종류별로 나누면 표피세포를 뚫고 들어간 침윤성 선암이 10건(22.7%), 최소침윤성 선암이 15건(34.1%), 제자리암종 18건(40.9%), 비정형샘종증식이 1건(2.3%)이었다. 제자리암종은 암세포가 기저막은 들어가지 않고 상피층에만 있어 '0기암'이라고도 불리는데, 제자리암종까지 포함할 경우 간유리 음영 결절의 97% 이상이 암이었다는 뜻이다. 비정형샘종증식도 폐암이 되기 직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분석한 간유리 음영 모두 암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간유리 음영이 발견되면 주기적으로 흉부 CT를 찍어 추적 관찰하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치료 시기와 방법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환자의 상황과 의사의 판단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대부분의 간유리 음영이 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된 데 따라 조기 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성수 교수는 "암일 가능성이 높은 간유리 음영을 그대로 두고 불안 속에서 계속 CT를 찍는 불편을 감수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흉부 및 심혈관 수술'(The Thoracic and Cardiovascular Surge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