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보고 답답하다 못해서 열이 받더군요. 허정무가 공한증 깬 거 생각하면 아직도 열받는데 이제는 레바논에게 패배라니. 아주 돌아가면서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 같습니다. 분명 선수들이 해외 진출도 많이 하고 K리그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A매치에서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째 무전술 축구라는 허정무호만도 못한 경기력이에요. 이제는 일본에게 앞선다고 보기 힘들어졌고 이 상태에서 호주나 이란처럼 피지컬 좋은 팀 만나면 질 것 같은 기분이 먼저 듭니다. 해외파가 많으면 뭐합니까? 해외에서 실속을 챙겨야 해외파 소리를 듣는거죠. 박지성 제외하고 지금 카가와 신지보다 해외 활약 더 좋은 아시아 선수는 아무리 찾아봐도 기성용밖에 없습니다.
알다시피 조광래 감독이 스페인을 본받아서 만화축구를 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처음부터 안 믿었습니다. 4-2-3-1이 대세라고는 하나 제대로 쓰는 나라는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정도로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4-2-3-1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선수 전원이 패싱이 좋아야 하고 더블 볼란테를 맡는 두 선수가 피지컬과 공격 전개 능력을 모두 지녀야 하며 앞선을 맡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창의성과 스위칭이 필수적입니다. 한마디로 이 전술은 여러 능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들을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앞선에서의 찬스 메이킹을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가 맡고 있고 독일에서는 루카스 포돌스키,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가 맡으며 네덜란드에서는 베슬리 스네이더, 아르옌 로벤, 라파엘 반 더 바르트가 맡습니다. 다들 득점력, 패싱력 안 꿀립니다.
그런데 한국축구에서 4-2-3-1이라... 언제부터 한국축구가 국제무대에서 미드필더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플레이했나요? 한일 월드컵을 돌아봐도 그렇고 작년을 봐도 그렇고 한국축구의 핵심은 넓은 활동량과 지속적인 압박입니다. 필드에서 뛰는 10명이 쉼없이 뛰어다니면서 상대를 괴롭히면서 페이스를 끌어오는 게 한국축구의 전통이자 장점입니다. 히딩크도 그걸 알고 한일 월드컵에서 압박축구를 사용했죠. 지금도 중원에서의 압박축구는 여전히 주요 흐름입니다. 그 압박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감독이 바로 무리뉴이고요.
즉, 조광래 감독은 애초에 4-2-3-1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한국축구에 억지로 이 옷을 끼워맞추고 있는 겁니다. 그냥 패스 능력 키우면 될 거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4-2-3-1이 단순히 패스만 잘해서 되는 전략이 아님을 정말 모르는 걸까요? 스페인을 보더라도 사비 에르난데스나 사비 알론소,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가 효과적인 패스를 위해 얼마나 뛰는지, 독일의 경우 중원을 책임지는 외질이나 슈바인슈타이거가 얼마나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지를 잘 이해했다면 지금과 같은 4-2-3-1을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것이 또 있습니다. 무엇보다 4-2-3-1에서 2선 공격을 맡는 3명은 미드필더지 공격수가 아닙니다. 골을 넣는 건 최전방의 1명이고 골 찬스를 만드는 게 공격형 미드필더 3명입니다. 그런데 조광래 감독은 아예 전방의 4명을 공격수로 채우고 있습니다. 이러니 골 찬스가 제대로 만들어지나요? 박주영과 손흥민은 공격수인데 왜 그들을 플레이메이커처럼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이 둘은 볼 컨트롤이 좋으니까 어떻게 이 역할을 소화하지만 당최 지동원과 이근호를 왜 자꾸 2선 공격수로 쓰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동원이나 이근호나 전방에 배치해서 한 방을 노리도록 해야 자기 능력이 나오는 선수들을 왜 2선에 둬서 공격의 효율을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선수기용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컨디션이 떨어진 해외파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쓰니 대표팀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으며 이동국같은 베테랑 공격수에게 기회를 주지도 않으니 분위기를 잡아줄 선수도 없습니다. 무조건적인 세대교체가 좋다면 왜 축구강국들이 실력 있는 베테랑을 왜 지속적으로 쓸까요? 좋든 싫든 예선이나 친선 경기가 아니면 베테랑 공격수를 써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왜 그런 기회조차 스스로 차버리는지...
한국축구는 애초에 스페인과 스타일도 달랐을 뿐더러 스페인처럼 될 수 없습니다. 원래부터 많이 뛰는 게 한국축구의 장점이었고 그런 방법으로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는데 왜 정반대의 색깔을 추구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닮고 싶어하는 스페인도 최근에 역동성 부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말이죠. 축구에서 많이 뛰는 건 큰 장점인데 조광래는 그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축구가 자랑해왔던 역동성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즉, 조광래는 새로운 장점을 찾으려다 기존의 장점을 퇴색시킨 셈입니다.
한국축구가 닮아야 할 건 스페인이 아니라 독일입니다. 오늘 독일과 네덜란드 경기를 봤는데 아주 속이 뻥뻥 뚫리더군요. 시원시원하면서도 순간적인 세밀함이 함께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대표팀의 핵심 필립 람과 슈바인슈타이거가 빠지고도 네덜란드를 압도했습니다. 뭐 네덜란드는 로벤과 반 더 바르트가 빠지긴 했지만요. 어쨌든 독일은 이제 단순히 파괴력 있는 전차군단에서 속도까지 갖춘 풀업 매카닉 부대로 진화하면서 살인적인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독일이 강해졌는지를 보면 한국축구의 문제에 대한 해결점이 나옵니다. 일단 독일은 기존의 굵은 선에 세밀한 선을 더해 시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게르만 특유의 묵직함에 다민족의 세밀함을 더해 조합의 끝을 만들어냈죠.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하는 묵직한 압박을 지속해 오면서 앞선에서의 세밀함과 빠름을 추가해 하나의 합주곡을 완성해낸 느낌입니다. 게다가 클로제의 선제골로 베테랑의 한 방까지 보여주면서 그 무서움을 더해준데 이어 후반에는 유망주인 괴체와 회베데스를 교체 투입하며 자국리그의 유망주 실험까지 했습니다. 한마디로 독일은 어제 친선 A매치에서 뭘 해야 하는지 다 보여줬습니다.
베테랑의 한 방 이용, 다양한 자국 유망주 실험, 본래의 활동량 이용... 조광래호 출범 이후 한국축구에서 없어졌던 것들입니다. 쓰던 자원만 계속 재활용해서 소모적인 운영을 할게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다양한 자원을 쓰면서 월드컵에서 갖출 최적의 자원을 갖추도록 준비를 해야지 벌써부터 이런 식의 소모적 운영은 곤란합니다. 뢰브 감독이 고메즈를 싫어해서 클로제를 썼을까요? 뮐러가 분명 소속팀에서 부진한데 단순히 뮐러가 좋아서 기용했을까요? 아닙니다.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쓴 겁니다. 그냥 잘하는 선수만 뽑는 게 아니라 조합을 고려한 자원 활용을 한 것이고 독일은 그 조합의 완성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축구도 더 이상 환상에만 빠져있을 게 아니라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을 이용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독일이 게르만식 축구가 싫다고 아예 남미식으로 바꿨다면 지금같은 강력함을 보여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존의 장점에 새로운 컬러를 더하는 것과 기존의 장점을 죽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발 조광래 감독도 그렇고 한국축구 제발 정신차렸으면 합니다.
첫댓글 해외만 나가면 무조건 중용을 하니, 국내파 선수들의 사기 및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광래감독이 경남시절 보여줬던 축구는 인정합니다. 근데 경기 몇일전 소집되는 대표팀에선 그 축구가 완성되기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k리그 경기력의 성장은 무척 고무적인데 조광래감독은 왜그렇게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술이야 감독이 고집을 부릴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선수기용과 표지션변경은 제발 정신차렸으면 합니다. 컨디션조차 제대로 체크가 안되고 해외파라면 뒤도 안보고 잔디를 밞게하는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조광래호는 생각보다 빨리 침몰할 것 입니다
뮐러가 부진한다는 소리가 어디서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리그 경기 가끔 보면 날라다니더군요..
뭐 감독이란 자리가 권한이 있는 만큼 감독 본인의 스타일대로 꾸리는건 뭐라 할 건 아닙니다. 허나 본인의 스타일대로 팀을 만들어나간다면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하죠. 프로 리그에 스타일에 안 맞는 선수라도 본인이 장기간 가르치면서 감독 스타일을 선수에게 체화시킬 수 있는데 국대는 그런 여건이 안 돼죠.
자기 스타일이 있더라도 국가대표팀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 나라 고유의 장점이죠. 신체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고유의 장점을 지키는 나라가 강합니다. 독일이 요즘 패스축구한다고 해서 게르만 고유의 피지컬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저도 각 나라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고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게 더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야 삭막하지만 조감독 뽑힐때는 한국축구도 패스축구 아름다운 축구 하는건가 라는 기대감들이 많이들 있었죠.결론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워졌지만 그 당시 스페인축구가 휩쓸때였고 선굵은 한국축구 스타일을 바꿔봤으면 하는 생각들이 많을때였죠.시도 자체는 시기상 한번 해볼만 했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던바 그대로네요 삼바의 리듬을 잃은 브라질이 지난 월드컵에서 어떻게됫는지...그나라의축구 문화 축구 전통에 알파 오메가를 더해야지 틀자체를 바꾸려는시도는 몰락의 길입니다
원래 감독 비난 안하고 믿고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조광래는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조광래는 클럽 팀 감독이 어울리는 사람이지 국대 감독으로서는 아닌 것 같군요. 빠른 시일 내에 감독 교체 했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대안이... ㅠㅠ
조감독 보면 해외파 중용이라기 보다는 그냥 똥고집이 센거 같아요.구자철 지동원이 뽑힐때 국내에서 뛰고 있었고 스위스리그에서 뛰는 박주호도 별로 안챙기는거보면 그냥 자기가 마음에 들어서 뽑으면 그 선수들만 주구장창 쓰는거 같음 컨디션이나 현재 팀내에서 사정이런거 상관없이 그냥 뽑아서 씀...
포지션에 따라 뽑는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선수 뽑아서 포지션을 나눠주는 느낌..;; 답답한 구석이 확실히 보입니다.
스페인 축구하려면 스페인 유학세대들이 성장하고 하던지 국내 유소년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고 해야죠.... 20살 넘은 선수들에게 뭘 바라는건지...
차라리 이럴바엔 전북애들을 국대로 데꼬오자....애닝요 귀화시키고 ㅡ_ㅡ
출범이후 초반에 잠깐 좋았던 흐름은 박지성 이영표의 존재가 절대적인것 같습니다. 이청용은 조광래출범이후 한번도 제대로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소속팀가면 아주 물만난 물고기마냥 활약을하죠.
스페인 독일다 자기나라의 장점을 살리고 발전시켜 강력한 축구팀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만들어가야합니다. 왜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힐려고 할까요.
지금부터라도 정말 정신 차려서 제대로 국대 꾸렸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여러 정황상 그럴거 같지 않은게 문제네요.
포르투칼 국대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2선공격수로 분류되는 호날두는 포워드입니다.(맨유에서도 루니나 테베스가 포워드임에서 2선에서 뛰기도 했죠.)항상 미드필더가 2선역할을 맡으리라는 보장은 없죠.한창 2000년대 초반 크리스마스 트리식의 4-2-3-1이 유행할 당시에도 원톱밑에 지단같은 미드필더가 들어가기도 하고 라울같은 포워드가 들어가기도 했죠.이 둘은 레알에서 같이 뛸 땐 지단이 레프트 미들로 나오면서 계속 포지션 스위칭을 했습니다만...(라울도 10대 시절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뛴 경험이 있었거든요.)토티같은 경우엔 미드필더인지 포워드인지 구분하기 어려웠구요.퍼거슨만 해도 4-2-3-1에서 반니밑에 포진하는 선수를 놓고
고민하면서 그후보로 라울과 토티를 꼽았지만 당시 둘 다 영입 가능성이 제로였는지라 포워드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호나우지뉴를 영입할려고 했죠.결과적으로 영입에 실패했지만 어쨌든 그당시 미드필더인 스콜스를 그자리에 기용하기도 했었구요.만약에 퍼거슨이 가장 원하는 선수였던 라울의 영입이 가능했다면 그자리에 썼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