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담당자는 지역관람객, 방문객 입장 생각해야
어느 포크댄스 강사의 논리적인 주장
▲ 수원화성문화제 거리 퍼레이드(2018년). 1번 국도가 축제 무대가 되었다.
4월, 그 화려한 벚꽃이 지더니 온 세상에 철쭉꽃이 만발이다. 봄꽃은 5월에 이어 6월 장미축제까지 이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그래서일까? 포크댄스 강사인 필자는 얼마 전 지자체 축제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월 축제에 포크댄스 공연팀을 초청하고 싶다는 것.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지역이 경상남도 N군(郡)이다. 출연팀이 그곳까지 가려면 어려움이 많다.
나의 대답은 이성적으로 차갑게 나왔다. “여긴 수원이라 거리가 멀어 가기 어려우니 인근 지역의 포크댄스팀 초청하시지요” 필자는 초청을 왜 거부했을까? 과연 그 이유가 거리 때문일까? 근원적 질문이다. 지자체 축제를 찾은 주민이나 관광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공연 관람일까? 축제를 기획한 담당자는 독일마을의 문화를 알리고자 동아리 포크댄스 공연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목적 달성에 포크댄스 공연이 최선의 답일까? 아니라고 보았다.
국내 지역축제에서 나타나는 축제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가 전시형 프로그램이다. 축제 방문객들의 직접 참여가 허용되지 않고 수동적인 형태로 관람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둘째, 체험형 프로그램. 이것은 축제 방문객들이 직접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체험이 가능한 형태의 프로그램. 셋째, 공연형 프로그램. 예술가들의 공연, 대중가수의 무대, 마당극과 같은 형태의 전문 예술인 등의 무대공연이다. 방문객은 직접 참여보다는 관람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 세류초등학교 총동문회 등반대회 후 포크댄스
신중년 포크댄스 동아리 강사인 필자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지역축제에서 공연형보다는 체험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논리적 근거는? 전시형은 주로 눈으로만 보는 것이다. 공연형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다. 체험형은 눈과 귀는 물론 온몸을 움직여 경험하는 것이다. 체험형은 방문객 참여자의 능동적, 적극적 태도를 요구한다.
체험형은 기억과 추억도 오래 남는다. 관람형은 세세히 보지 않고 대강 보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공연형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형체도 사라지고 만다. 감동이야 남겠지만 대개 그 자리를 떠나고 나면 잊혀진다. 그러나 체험형은 오감을 통해 체험했기에 기억이 생생하다. 때론 참여 추억이 1년 아니 몇 년이 갈 수도 있다. 그 지역에 대한 인상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체험형을 추천하는 것이다.
지역축제의 경우, 지역 동아리가 공연에 출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취미로 배운 것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 정도의 노래나 춤은 SNS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전문예술가나 대중가수의 현장공연이라면 모르되 아마추어 동아리들의 공연은 예술적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그러기에 필자는 방문객과 동아리 회원들이 서로 손잡고 함께 어울리며 배워 춤추는 체험을 강력 추천하는 것이다.
▲ 경기상상캠퍼스 포레포레 축제 중 한 장면
포크댄스 강사를 하면서 동료 강사들을 만나다 보니 강사들 유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강사는 무대형 체질이다. 다루는 종목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동작을 선호한다. 복장도 화려하고 동작도 어렵고 변화무쌍하다.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박수 치고 ‘이상 끝’이다.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유형의 지도자는 보여주기 위한 행사(Showing)에 적합하다. 화려한 기록 사진 남기는데는 의미가 있다.
필자의 경우, 무대 위에서 보여주기보다는 관객과 함께 하는 포크댄스 체험을 강조한다. 화려한 복장 대신 평상 복장이어도 상관 없다. 어려운 동작 대신 쉽고 간단한 동작의 종목을 선택한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금방 따라서 하는 동작을 지도한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 친교와 화합을 도모한다. 포크댄스의 접근성과 대중성에 유의한다.
축제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나의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정성이 전달되었다. 담당자도 공감을 표하였다. 지역 축제 방문객이 공연 보고 박수 치고 끝나는 것은 의미가 적다는 것. 그 자리에서 강사로부터 독일의 민속춤을 실제 단계별로 배우고 연결 동작을 익힌 다음 최종적으로 음악에 맞추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는 대화에서 포크댄스 동아리팀 공연 대신 관객 포크댄스 체험학습으로 진일보했다.
▲ 2018 수원시 평생학습축제
필자는 포크댄스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그러려면 접근성과 대중성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접근성은 누구나 쉽게 접근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성은 일반 대중이 모두 좋아하고 동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포크댄스 강사 생활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유럽의 포크댄스 문화다. 사람들이 모이면 포크댄스를 즐긴다. 포크댄스 음악이 나오면 모인 사람들 수백 명이 저절로 포크댄스를 춘다. 포크댄스가 생활화된 것이다.
지역축제 담당자에게 바란다. 다음의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축제를 추진했으면 한다. 축제의 목적이 무엇인가?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프로그램인가? 우리 지역 축제는 관람형, 체험형, 공연형 중 어느 것인가?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가? 참여자들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축제의 독창성과 고유성, 향토성이 발휘되고 있는가? 참여자들에게 주는 교육적인 효과는? 참여자들에게 어떤 것을 남겨주고 싶은가? 축제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