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중학교 모임 친구들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레베카’를 관람하였다.
내용은 대강 알고 있어서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약 3시간의 관람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기대이상의 여운을 남겼다.
영국의 저명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1938년 원작소설 ‘레베카’를 기반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었던
이 작품의 시작은 여주인공 ‘나’(이름을 밝히지 않으므로)의 나레이션으로 시작이 된다. 16년 전. ‘밴 호퍼’라는
부인의 말동무 겸 비서로 일하고 있던 ‘나’는 부인과 몬테 카를로에 휴양차 여행을 오게 된다. 이곳에서 ‘나’는
아내를 잃고 힘들게 지내고 있는 영국의 상류층 신사인 ‘막심 드 윈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막심의 대저택 맨덜리로 입성을 하게 되나 아름다운 건물의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음울하고 음산했다. 집사인 댄버스 부인은 ‘나’를 강하게 경계하며, 막심의 죽은 아내 레베카의 존재를 자꾸만
부각시킨다. 저택에서 열린 가면 무도회에서는 댄버스 부인의 추천으로 ‘나’가 입었던 드레스가 레베카가 입었던
의상이여서 막심이 크게 분노한다. 막심은 레베카의 존재를 알게 된 아내를 못 마땅해한다. 그는 애증의 관계였던
레베카에 대한 상처와 죄책감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레베카의 존재감을
무겁게 느끼며 점점 작아져만 간다.
결국 ‘나’는 레베카를 둘러싼 죽음의 진실들을 알아간다. 레베카는 빼어난 미모와 활발함으로 결혼 이후에도 많은
남자들을 유혹했던 인물이었다. 심지어 사촌이었던 ‘잭 파벨’과도 내연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막심에게
그녀는 사촌과의 사이에서 임신했다고 고백을 했고, 분노한 그는 그녀를 세게 밀쳐내 죽인 것이었다. 사고현장은
해변가였기에 그는 그녀가 파도에 휩쓸려 죽은 것으로 위장을 하였고, 그로 인해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세월이
흘러 바다에서 어떤 보트가 난파되고, 이를 조사하는 중에 레베카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막심은 조사를
받게 되고, 조사과정에서 레베카의 불륜이 드러나게 된다. 새로이 드러난 진실은 레베카가 임신했다는 것은 거짓
이었고, 병원에서 임신이 아닌 암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사건은 종결이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댄버스
부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레베카가 어릴적부터 극진히 모셔왔고, 레베카가 맨덜리로 올 때도 함께 따라
왔었다. 오직 레베카만을 위해서 살았고, 레베카만이 댄버스 부인의 전부였다. 레베카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여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오직 레베카만이 영원한 생명이라 믿었다. 새로운 안주인인
‘나’를 인정하지 못했고, ‘나’에게 자살까지 강요했었다. 댄버스 부인은 자신에게조차 진실을 말하지 아니한 레베카에게
처절한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레베카에 얽힌 막심의 모든 과거를 알고도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며 ‘나’는 막심과
새출발을 하기로 다짐을 한다. 이때 맨덜리 저택이 불에 타는 것을 보게 된다. 댄버스 부인이 자신까지 속인 레베카에게
분노하며 저택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 이를 보고 막심이 댄버스 부인을 구하려 화염 속으로 뛰어들지만, 끝내 부인을
구해내지 못한채 탈출을 한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이 다리만 다친다. 이후 ‘나’와 막심은 새로운
행복을 찾아 떠난다.
공연을 보고 와서도 등장했던 인물들이 머리속에 계속 맴돌았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주변 인물들도 많다.
하지만 줄거리는 중요 인물들만을 언급해도 무방할 것 같아 다른 인물들은 배제했다. 나는 등장인물 중, 세 여인을
분석해서 생각해보았다.
1. 레베카 : 악녀 중의 악녀인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는 막심을 두고도 그녀는 다른 남자들을 미모로써 끊임없이
유혹했고, 은밀한 관계를 즐겼다. 사촌하고도 불륜을 저지르고 막심에게 임신했다는 거짓 고백을 한 것은 암으로
인하여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늙어가는 것과 병들어 죽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그녀는 암으로 죽는 것보다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원했다. 자신을 우상처럼 신뢰했던 댄버스 부인에게조차 진실을 철저하게 숨긴채 죽었다.
죽기 전. 자신을 사랑하고 증오했던 남편에게만은 용서를 구했어야했고, 댄버스 부인에게 모든 진실을 말했어야했다.
생각할수록 사악하여 소름이 끼쳤다.
2. 댄버스 부인 : 불쌍하고 불행한 여인이다. 레베카가 전부였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레베카에게 송두리째 쏟았다.
새로 들어온 안주인을 용납하지 못하고, 악의적으로 대했지만 본래 악인은 아닌 것 같다. 레베카를 우상처럼 섬긴
나머지 죽음조차도 받아들이지 않는 병적인 사람이다. 악녀인 레베카를 만나지 않고, 선한 주인을 만났더라면 댄버스
부인의 삶도 비참하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남과 관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3. 주인공 ‘나’ : 여린듯하면서도 예수님의 성품을 닮은 순수한 여인이다. 고아출신이면서 가난했기에 처음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해보였다. 다정하면서도 인간적인 막심을 만나 사랑을 하고, 레베카에 대한 기억으로 그가
공격적으로 변할때도 ‘나’는 인내하며 끝까지 사랑을 한다. 댄버스 부인의 괴롭힘을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진실을
알아가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였다. 막심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확신을 가진 이후로는 불의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간다. 또한 고통에 괴로워하는 막심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결국 ‘나’는
막심의 어두웠던 과거속에서 밝은 미래로 이끌어낸 구원자였다.
공연을 통하여 생각해본 세 여인 중, 가장 이상적인 여인은 주인공 ‘나’이다. 사랑하는 막심을 끝까지 지켜낸 그녀의
사랑과 이해, 신뢰, 인내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3시간이요?? 와우^^;;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