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 우리 극지연구소인 세종기지가 요즘
다른 기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눈 천국인
이곳에선 골프를 즐길 수 있어서다. 스크린 골프(SCREEN Golf)가 지난 1월 설치돼 우리 연구원들에게 단조로운 기지생활에 신바람을 불어넣으며 세종기지의 자랑거리가 됐다. 세종기지에서 배편으로 20~30분이 소요되는 비교적 가까운 칠레
러시아 중국 연구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린을 누비기 위해 찾고 있고, 먼 곳에 있는 외국인들도 부킹에 열을 올린다. 이 스크린 골프는 남극
체험단의 필수 체험코스로 등재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스크린 골프는 원래 골프클럽 제조사의 연구개발용인 스윙분석기가 원조다. 스윙궤도, 타격시 속도, 헤드각도 등을 측정하는 스윙분석기가 골퍼들의 연습용으로 등장하면서 진화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시각화한 골프시뮬레이터가 부착된 스윙분석기가
나왔지만 현장감이 크게 떨어져 외면당했다. 2002년 골프장 바람과 지형 등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한국형 스크린 골프가 나오면서 골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우리의 세계적 IT기술과 접목돼 탄생한 게 스크린 골프다.
앉아서 손으로 마우스만을 조작하는 인터넷게임인 e스포츠와 달리 가상현실과 육체적 활동이
결합한 거다. 실내 좁은 공간에서도 야외 골프장에서와 똑같이 운동을 즐긴다는 점에서
'V스포츠'라고도 부른다. 스크린 골프를 상업용으로 첫선을 보인 건 2004년 부산에서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스크린 골프장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노래방에 이어 전국적 붐을
일으킨 부산발 문화트렌드이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 골프쇼 전시회에서 우리 스크린 골프가 단연 화제였다고 한다. 중국 골프 애호가들의
감탄 속에 우리나라 제품 구매계약이 줄을 이었다는 소식이다. 중국내 스크린 골프장들이 IT강국
대한민국을 알리는 장소의 기능도 겸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 업계의 부단한 기술개발로 전세계
'실내골프'를 평정하는 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