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기업과 함께하는 인구포럼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확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김미애 국회의원과 남인순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가 후원하는 ‘제2회 기업과 함께하는 인구포럼’을 12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인구보건복지협회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젠더 중립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젠더 중립적인 일·가정 양립 제도란, 육아나 돌봄이 전반적으로 여성에게 전제된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부담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제도를 의미한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을 여성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협회)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제2회 기업과 함께하는 인구포럼’을 개최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중소기업의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전체 사업체 중 99.9%가 중소기업이며, 전체 근로자의 80.9%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중 여성 취업자의 경우, 자녀 수가 많거나 자녀 연령이 어릴수록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은 52.3%에 그치고 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이날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환경 개선방안’ 주제의 발표에서 여성 고용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입법조사관은 이를 위해 “일자리의 안정성 보장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 완화 젠더 중립적인 일·가정 양립 제도 시행, 노동시간 정책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동 현장에서 사용 절차, 전환 방식, 복귀에 대한 보장 등 여러 절차와 내용을 시행령 등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지표를 통해 살펴본 일·가정 양립 현황과 미래 과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육아휴직 가능 대상자 수가 소규모 사업체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2022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출생아 부모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30.0명이었다. 2010년 10.1명보다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남성의 경우 0.1명에서 5.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고용보험 가입 등 육아휴직 신청 조건을 갖춘 육아휴직 가능 대상자의 수 역시 크게 늘어났다. 2022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가능 조건을 만족하는 여성은 42.8명, 남성은 73.0명으로, 2010년(여성 24.9명, 남성 60.6명) 대비 각각 증가했다.
사업체 규모별에 따른 격차는 최대 4배 이상이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100명당 출생아 모(母)의 육아휴직 가능 대상자는 74.4명에 이르지만, 50~299명 사업체는 19.8명, 5~49명 사업체는 31.2명, 4명 이하 사업체는 15.6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체 규모에 따라서도 사용률 차이가 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육아휴직 가능 대상자 중 육아휴직 사용률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컸다. 모(母)는 2010년 40.6%에서 2022년 70.1%로 약 30%p 증가했지만, 부(父)는 고작 0.2%에서 6.8%로 증가했다.
권호현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출산육아가 가능한 일터를 위한 제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권호현 직장갑질119 출산육아갑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출산육아가 가능한 일터를 위한 제언’에 대해 발표했다. 권 위원장은 유독 여성에게 편중된 갑질에 관해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출산과 육아 관련 직장 내 괴롭힘이다. 권 위원장은 “성평등 실현 관점에서 제도 설계가 필요하며 공동 양육자 모두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한 단축근무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열 서울시 여성가족실 저출생 담당관 양육친화 기업팀장이 ‘중소기업 워라벨 포인트제’를 소개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최정열 서울시 여성가족실 저출생 담당관 양육친화 기업팀장은 출산과 양육 친화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체인력 지원, 육아휴직자 대직 동료를 위한 응원수당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워라벨 포인트제’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함께 일하면서 돌볼 수 있는 실질적인 일·생활 균형 지원 정책의 필요성과 함께 이번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에서 10~7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 신청이 현재까지 206곳이다. 전체 63.4%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 중 제조업의 비율이 전체의 19.1%에 이른다.
박성준 말랑하니(주)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도입 후 근무혁신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박성준 말랑하니(주)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 도입 후 근무혁신 사례’를 설명했다. 박성준 대표이사는 “안정적인 근무환경이 결국 우수인재 확보로 이어진다”면서 “이들이 회사 성장을 주도해 그 결실을 다시 더 좋은 복지로 환원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간 매년 연평균 30%씩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이 자리 잡아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아라 (주)다마요팩 경영지원팀 팀장은 ‘임신·출산기 관련 정책제도 활용을 통한 육아 우수사례’를 소개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김아라 (주)다마요팩 경영지원팀 팀장은 ‘임신·출산기 관련 정책 제도 활용을 통한 육아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김아라 팀장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일·가정 양립 제도가 직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가족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중서 고용노동부 일·가정양립추진단 과장은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김민정 기자
장중서 고용노동부 일·가정양립추진단 과장은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장중서 과장은 “소득 지원 강화, 부모 맞돌봄 확산, 유연한 근무 환경으로 충분한 육아시간 조성, 정부 지원으로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협회에서는 기업 내 일·가정 양립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전문가·경영진·근로자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제안해서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