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이 찾아준 수녀님은
풍성한 추석을 보내라며 추석축하메일을 주셨던 수녀님으로부터 추석 다음 날인 23일 오후 반가운 이메일이 왔다. 수녀님은 지난여름 휴가 때 대전에 사시는 자당님을 찾아 내려오셨을 때 만날 기회가 있었던 분이다.
수녀님의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첫 날 8월22일 오전에 내려오신 수녀님을 맞아 점심을 함께하며 그간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근 20년 전 다니던 성당에서 처음 뵌 인연의 원장 수녀님을 뵙고 싶은데 소재를 알 수 없다고 우리 내외는 호소했다.
그 때 수녀님은 우리가 뵙고 싶어 하는 수녀님 관련 사항을 확인메모하며 ‘찾아보면 틀림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번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었다.
수녀님은 이번에 보내온 메일에서 지난여름 만났을 때 메모해간 것을 그만 잃어버려 안타깝다며 그 수녀님에 대해 아는 것 모두를 다시 한 번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곧 바로 답하는 메일을 보내며 무슨 좋은 소식이 곧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자꾸 들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인 다음 날 우리는 그동안 추석물결에 밀려 미루어오던 성묘를 다녀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제 보낸 메일에 대한 그 후 소식이 궁금해서 컴퓨터를 열어 보았다.
메일을 받은 후 수녀님은 우리가 찾고 있는 수녀님의 소재를 확인, 현재 몸담고 있는 곳과 핸드폰전화번호까지 메일로 알리며 지금 그 번호로 전화 한번해 보라는 기쁜 소식을 보내주었다.
마리아는 반가운 마음 설레는 가슴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나 물어 보겠는데요. 그 전화 김***수녀님의 전화가 맞나요?’ 이에 ‘맞는 데요?...’ ‘수녀님 좀 바꿔주시겠어요?’ ‘전데요. 누구신데요?’ ‘네?! 수녀님이세요? 저는 대전의 김***예요!’ ‘아, 김 ***씨?!’
이와 같은 통화를 한 시간은 9월24일 오후 3시 반부터 약 10분간. 첫 통화는 근 20여 년 전 처음 만나며 맺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주는 가벼운 흥분 속에 작은 감동으로 이루어졌다.
수녀님은 자신도 팔순이 가까운 몸이시면서 대구에 있는 한 영성의 집에서 병약하고 나이 드신 수녀님들을 지극정성을 다해 봉양하며 바쁜 봉사의 나날을 보람 속에 살고 계신 것이다.
다니던 성당에 아직 그대로 다니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사한 곳에서 유성성당에 다닌다고 답하는 순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수녀님이 함께 계셨던 성당 주임 신부님 바로 그 분이 유성성당주임신부로 계신다고 했더니 ‘그래요?! 그래 신부님은 안녕하시냐?’며 건강하셔야할 텐데...‘라며 건강을 걱정하였다.
26일 주일 새벽 미사에 참례한 후 만난 주임신부님께 수녀님이 신부님 건강을 제일 먼저 묻고는 건강하셔야한다고 전했더니 ‘팔순이 가까우실 수녀님이 건강하셔야할 텐데,,,’라며 수녀님과 같은 걱정이었다.
대전에 오실 기회에 연락을 주시라 했더니 시간을 내기가 좀처럼 어렵겠다던 수녀님은 대구로 찾아가도 (봉양해야하는 수녀님들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일 거라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수녀님은 ‘기도 중에 늘 두 분을 기억하고 있다’며 건강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도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수녀님의 건강을 빌 것이다. 그리고 가끔 안부 전화라도 드리며 수녀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는 기쁨을 간직할 것이다. (2010. 9. 29. )
*수녀님을 찾아주신 수녀님은 성 바오로딸 수도회 소속이고 찾은 수녀님은 대구포교 베네딕토 수녀원 소속이다.
첫댓글 오래된 인연을 소중이 간직하고 이어가는 천규의 갸륵한 마음에 찬사를 보낸다네.
산수의 나이임에도 남을 위해 봉사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으리오...
오랜 수녀님과의 교감,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틀림 없이 하나님께서 기뻐 하시는 축복된 교제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