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엘 내려왔다
이곳 하얏트리젠시 호텔 조식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우리 연령대에 적당한 음식양이다
음식을 집어가는 집개가 대형 잎사귀에 놓여있다
바나나잎 같기도 한데 잎 위에는 꽃송이가까지 툭툭 던져놓아 멋스럽다
그릇 대신 푸르른 잎사귀를 선택한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센스가 돋보였다
오늘은 전일 자유일정이다
친구 셋이서 며칠 동안 의논한 결과
수영을 좋아하는 나는 스노클링을 선택하고
유난히 물을 겁내는 친구와 스노클링 중 위급한 상황을 경험했던 친구, 둘은
호텔 수영장에서 오전을 즐기기로 합의했다
나도 처음엔 스노클링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함께 호텔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해 볼까 했는데
스노클링을 포기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고 또 두 친구가 적극 권해 응하게 되었다
함께 투어 하는 6명의 여인들과 합류해 우릴 바다로 데려갈 배가 정박해 있는 피어지구로 갔다
수많은 스노클링 업체가 경쟁하듯 사람들을 태우고 포인트로 데려간다
우린 한국인이 운영하는 '오션 스타'라는 업체와 계약되어 있는데 대표가 무척이나 씩씩하고 자부심이 강해 보인다
함께한 일행 중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능숙한 크루들을 믿고 따르면 된다고 안심시킨다
우리가 배로 달려간 곳은 결코 얕은 바다는 아니었다
거북이를 생생하게 보려는 계획이었는지 꽤 멀리 나간 느낌이다
보호장비를 착용했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친구가 함께 했다면
일렁이는 짙푸른 바다에 쉽게 뛰어내리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함께하자고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실제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키판을 붙들고 얼굴도 제대로 바닷속에 넣지 못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거북이다 하고 소리치면 물에 떠 있는 거북이를 몇 마리 보았을 뿐
난 좀 아쉽다
물속에 그렇게도 예쁜 열대어들이 많은데 왜 거북이만 찾아다니는지.
거북이는 바다 밑에도 있던데...
하긴 이 스노클링 상품명이 '터틀 스노클링'이다
난 수시로 물속의 예쁜 물고기를 바라보며 황홀해했다
특히 어미 물고기를 쫓아다니는 수없이 많은 치어들이 얼마나 물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였는지.
작은 줄무늬 물고기도 많지만 의외로 내 팔뚝만 한 검정색 물고기들도 많았다
바다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게 꼭 수영장에 있는 것 같아 수심을 물어보니
1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물이 맑으니 얕은 느낌이 들었을 게다
이런 경험도 잠깐 시켜준다
그런데 난 솔직히 스노클링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패들보트나 카약 등은 나중에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 능숙하게 즐기고 싶고
지금은 물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훨씬 즐거우니 말이다
바닷속 물고기들을 자유자재로 쫓아다녔더니 대표가 수영 잘한다며
우리 직원해도 되겠다고 농담한다
이참에 여기 취직해 하와이에 눌러앉아버릴까 부다
피어지구로 돌아오는 길, 다이아몬드헤드가 아주 늠름한 자태를 보여준다
반짝이는 건 다이아몬드헤드가 아니라 햇살 받은 바다 윤슬이다
서퍼 한 사람이 우리 배 근처에서 파도를 기다리는데
이렇게까지 멀리 나올 수 있는 서퍼는 경력이 5년은 되어야 한다고 귀띔해 준다
큰 파도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와 서 있을 때 우리가 막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들어오니 마침 친구들도 호텔수영장에서 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비키니는 아니지만 레시가드 입은 모습 셀카로 남기자며 발코니에서 알로하!
룸에서 좀 쉬다가 우린 디너가 포함된 쇼를 관람하기로 한다
바닷물에 절어 소금기 가득한 몸을 깨끗이 씻어내고 화장을 곱게 한다
그리고 드레스를 고르며 마치 파티에 가는 사람들처럼 즐거워했다
'락 어훌라'디너쇼
와이키키에서 가장 모던하고 큰 규모를 자랑하는 쇼인데 공연장 건물이 아주 예쁘다
우뚝우뚝 솟은 호텔건물들 틈에 핑크빛 나지막한 건물로 럭셔리한 쇼핑몰과 식당이 있다
우린 VIP 와이키키 루아우 뷔페&쇼 티켓을 샀다
이왕이면 VIP로 하자구 하며 호기 좀 부려봤다
하와이안 꽃목걸이인 레이를 걸어주고 팔에 완장처럼 스티커를 척하니 붙여준다
테이블보가 화아이스럽다
화려한 식탁이 기분 좋게 한다
식전에 파인애플을 테이블마다 통째로 가져다주고(속은 예쁘게 잘라서)
음료를 두 가지씩 주문할 수 있다
모히또 가서 하와이 한잔!
식사 후 테이블 가운데에서 간단한 훌라를 선보였는데 끝나고는 배우고 싶은 사람 나오라고 한다
처음엔 부끄러워 손사래를 치다가 많은 사람들이 나오니 친구랑 슬금슬금 끝자리에 섰다
그리고 간단한 동작을 배워봤다
이거 수영 동작 배우는 거 아닙니다
끝나고 박수는 제일 열정적으로 치는 여인!
하와이 훌라춤, 내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동작은 유치원 어린이 수준이었음을 깨달음
이제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쇼를 관람합니다
하와이안 훌라춤으로 그들의 역사를 나열해 보여주는 느낌을 주었다
이어진 앨비스프레슬리와 마이클잭슨의 공연
앨비스프레슬리는 영화를 통해 하와이에서의 생활을 알게 되어 짠한 마음을 갖게 한 가수다
매니저의 노예계약으로 인해 이 하와이의 호텔에서 공연을 해야 했던 그 시절
앨비스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무덤 같은 호텔에서 공연을 더 해야 한다고?"
사기 계약에 말려든 앨비스가 쓸쓸하게 내뱉은 대사가 기억난다
그렇지만 오늘의 공연은 앨비스가 너무너무 신나게 무대를 누빈다
우리도 덩달아 씬나게 씬나게 몸을 흔들며 무아지경으로 감상하기
앨비스를 흉내 내어 자신의 땀을 닦은 수건을 몇 명에게 건네는데 친구가 그걸 받았다
한국의 미인을 알아보네
아~~
아름다운 밤이에요
노래도 따라 부르고, 손뼉 치며 온몸으로 춤도 춘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바다로 내려가 맨발로 밤바다를 걸어 호텔에 왔다
바닷물에 옷을 적셔도 마냥 좋았다
첫날 받은 열매로 만든 레이와 오늘 받은 꽃레이를 가지고 침대 위에 TROIS를 만들어봤다
TROIS는 불어로 셋이란 뜻의 우리 모임 이름이다
하하하
솜씨 좋은 두 친구는 뚝딱 하트도 만들어 놓는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이렇게 사소한 일로도 크게 웃으며 여행텐션을 높인다
내일도 전일 자유일정이다
내일은 바다수영을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