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06:50. 동래 전철역사 앞.
원거리 산행은 모처럼이다
점곤 원보 경조 성근 태석 종호 용주부부 모두 8명
역사 앞은 언제나 처럼 등산객들로 왁자하고 차림도 완연한 겨울 복장이다
07:15. 자잘한 세간 살이는 잠시 두고 소백산으로 나선다
언양까지 확장된 고속 도로는 통행료 인상 건으로 아직 2개 차선이 미 개통이다
안부 인사 사이 잠시 나온 모 재벌 막내의 기사는
도로에 낮게 흩어진 안개 우로
흐린 묵화처럼 보이는 산 마루 마냥 애잔하다
08:09. 건천. 08:31. 대구. 5차선으로 잘 다듬어진 도로는 막힘이 없다
08:44. 춘천 칠곡으로 나와 읍내 터널 지나면 칠곡 시내
노랗게 단풍든 가로수 사이는 시간 여행하는 듯 하다
08:54. 동명휴게소.
아침을 거른 아내가 따뜻한 오댕을 지나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데
테이프 속 태진아는 "잘~사는~날이~올거야~"라고 흥을 돋우고 있다
09:43. 안동휴게소. 09:55. 안개가 너무 짙어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영주 지나 좌측으로 돌무더미 탑 위 큰 부처님 머리를 얹었다
10:07. 풍기. 부석사 소수 서원이라 표기된 길가에 소백 사과가 붉다
삼가리. 동양대학교 방향으로 직진. 비로사로 좌 회전. 소반 위 냉수처럼 저수지가 맑다
10:24. 소백산 국립공원 매표소. 입장료 1600원.
비가 온 듯. 초록으로 잘 단장된 보도 블록. 짙은 색 동료들이 아롱인다
10:40. 삼가 야영장 출발.
들머리 여장군은 어딜 갔는지 둥치 썩은 대장군은 두 눈만 부릅인다
11:05. 해발 674m. 작은 다리를 지나 우측으로 비로봉까지 3.7Km.
소백의 봄꽃은 현호색 족두리풀 벌깨덩굴 다래
여름꽃은 노루발풀 꽃향유 투구꽃 구절초 초롱꽃 조희풀이다
11:15. 왼편으로 비로봉 3.4Km. 산골 민박집 300m.
원보가 언제 한번 민박하겠다며 전화를 남겨 놓으란다. 054)638-4824.
오른쪽은 달밭골로 우리가 사는 터의 이름은 너무나 예쁘다
늦은 밭 일에도 달빛이 가득한 마을
흰 솔개는 낮고 느리게 원을 그리며 어제 저녁 달빛을 찾는다
12:22. 1150m. 양반바위.
덩그러니 큰 덩치만 외롭고 적송 부러진 큰 가지는 또 다른 가지 위에 걸렸다
비로봉까지 1.2Km. 샘터는 0.9Km.
12:53. 샘터 석간수는 비어 있고 낡은 바가지엔 흙 먼지만 남았는데
13:04. 길 옆에 누군가 "고 조광조 조난 추모비"를 세웠다
13:12. 소백산 비로봉 1439.5m 정상. 충청북도.
우측 죽령11.5Km. 희방사 6.7Km. 천동 6.8Km.
초 겨울 소백의 칼 바람은 매섭다
13:35. 겹겹이 장갑을 끼우고 겨우 능선에 모여 앉아 식사한다
종호는 라면 끓이느라 비켜 앉고. 노란 배추 속.
모처럼 도시락 준비한 원보. 모두들 오들 오들 식사에 서두른다
추운지. 아내는 마시지도 못하는 매실주를 자청한다
14:10. 천문대로 출발. 뒤 돌아 보니 산 마루 마루가 노래 가락 아리랑 고개 같다
14:50. 제1연화봉. 천문대까지는 2Km. 제2연화봉은 죽령과 천문대 중간이다
15:32. 좌로 제1연화봉은 1,6Km. 오른편은 천문대 400m. 희방사 3.1Km이다
15:30. 연화봉. 짙은 안개속에 천문대는 보이지 않고
단양군에서 "제5회 소백산 철쭉제를 기념하여" 1987.5.31 연화봉 정상석을 세웠다
16:03. 희방폭포까지 1.8Km.
16:30. 종호가 거의 올라 선 듯한 돌 계단 내리막를 "희방 깔딱재"란다
조심 아슬 내려서니 16:50. 우측으로 화산 대종사 부도탑과 사리탑이 나란히 섰다
17:15. 희방 폭포까지는 300m.
정교하게 조립된 철 쇠다리는 절벽쪽으로 위태하게 걸렸고
높이28m. "영남 제1폭포" 조선조 석학 서거정은 "天惠夢避處"라
"하늘이 내려 주신 꿈 속에서 노는곳"이라 했을까
17:20. 산행 종료인 희방 주차장
"영주 소백산 풍기 온천" 목욕비 4,500원. 유황 온천으로 비누를 풀어 놓은 듯 매끄럽다
19:10. 저녁은 "풍기 인삼 갈비집" 한 그릇에 7,000원.
탕에도 인삼. 밥에도 인삼. 술도 인삼주. 튀김도 인삼. 그야말로 풍기는 인삼의 고장이다
19:35.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간다
산행중 오고 간 삶의 이야기를 놓쳐 버린 아쉬움과 함께
2005년 12월 산행지인 지리산 백무동을 기대하면서.
2005년. 11월. 29일.
첫댓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글인데, 사실은 쪼매 힘들었어!
글솜씨가 점점 좋아지고 또 기록이 상세해서 좋아요.원보
정상의 칼바람, 희방사 뒷편의 공포의 돌계단, 인삼갈비탕의 넉넉함이 새삼스럽네
전부 잘 갔다왔으니 다행이다. 소백산은 춥기로 유명, 계단 많기로 유명한디. 무릅이 좀 고생했겠다. 다들 수고 많았다.
나도 산행을 동참 한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군요